2025년 6월 16일 월요일

조커 : 폴리 아 되 감상

상당히 늦게 보게 되었는데 뭐 여러 이유가 있던터라 그랬다. 케이블tv가 종종 수신 불량으로 나오질 않아서 케이블tv로 뭘 보는걸 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알고 보니 최초의 케이블 선 연결 공사 때 케이블 분배기의 케이블 선을 되게 원시적으로 붙여 놓았던터라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떨어질랑 말랑 했던 것.


이 상태가 몇년 넘게 지속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나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를 진짜 모르겠는데, 오히려 이런 접촉 불량 상태에서 게임을 하고 동영상도 업로드 하고 인터넷 자체를 쓰는게 매우 불편하긴 해도 지속이 되었던건 불행 중 최고의 불행 아니었을까? 진작에 알았다면 그 긴 시간 불편과 스트레스를 안 받았을텐데.


아무튼 이 문제를 고치고 난 뒤 6월에 dlive에서 tv포인트를 많이 넣어줘서 뭘 좀 볼까 했는데 이게 떠올라서 대여 구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을 영화인가? 하는 의문 밖에 안 든다. 그냥 평범하게 뻔한 영화 였을 뿐인데 왜 그렇게 다들 열내고 분노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영화는 좀 많이 뻔하다. 결말이 쉽게 예상이 되는 구조에 전작에서 아서를 괴롭히고 변화시키던 요인이 적어 크게 몰입 되는 구조는 아니다. 그렇다 해서 나쁜 영화냐면 그렇지는 않다. 단지 이건 히어로 무비나 팝콘 무비는 아니고 전작에서 아서 플렉이란 사람이 가진 문제와 그가 겪은 고난과 고통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려 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아서의 내부에 들어가 그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 듯 하다.


이야기는 전작에 이어 아서 플렉이 다섯명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오르고 검사 하비 덴트가 전기의자형 사형을 구형을 한다. 대부분의 러닝 타임은 좀 지루한 법정 내용 위주와 종종 등장하는 뮤지컬 파트로 이루어지며 공통적으로는 아서를 괴롭히는 주변의 요소와 아서를 긍정하는 듯한 요소들이 아서를 흔들어 놓는다.


전작에서 아서에게 긍정적인 요소는 오로지 아서의 망상병에 의한 망상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아서를 조커로서 추앙하는 존재들에게 긍정 당하는게 대부분이다. 전작과 달리 아서는 망상병 요소가 그리 자주 등장하진 않는다.


아서의 형량을 감형 시키기 위해 아서에게 조커라는 또 다른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아서의 변호사가 주장을 하고, 이에 맞서는 검사 하비 덴트 두 사람에 의해 아서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 들어나고 아서는 정신적으로 많이 몰리게 된다.


이야기가 좀 지루 할 수 밖에 없는데 전작에선 금융가 직원 3명을 죽이며 아서가 변모하게 된 순간과 아서의 행위에 다른 사람들이 호응 하는 것으로 아서가 들뜨고 변화를 즐긴다면 이번 작에서는 할리 퀸을 암시하는 리 퀸젤이 아서에게 접근하면서 아서가 아닌 조커를 자극하고, 조커를 광신하는 무리들의 언급은 자주 들어나지만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보여주질 않고, 아서는 아서 본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람들이 원하는 조커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기에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 교도소 위주의 공간에서 조용히 지내야 하는터라 전작 만큼 여러 공간과 상황 및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 없다. 그것도 그거지만 아서의 충격적인 과거의 진실이나 토마스 웨인과의 관계 등 과 같은 장면도 없으니 더더욱 심심하게 다가온다.



------스포일러------



그렇게 아서는 주변의 스트레스 요인들과 자신을 긍정하는, 정확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아서의 심리를 자극하는 리 퀸젤과 조커 옹호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커의 분장을 하고 악당 코미디언처럼 행동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전작의 소인증을 앓던 인물인 개리 퍼들스가 나타나고 조커로서 개리 퍼들스를 조롱하고 몰아 붙이며 개리 또한 조커 취급하는 사람들과 같다며 몰아 붙이는 아서에게 개리 퍼들스가 자신은 아서에 의해 불면증과 공포로 고통받고 있으며,  너만 유일하게 날 비하하지 않았고 너만 나에게 잘 대해줬는데 라며 전작에서 아서가 개리를 보내주며 너만 유일하게 나한테 잘 대해줬어 라고 말한 영화의 그 시점과 같은 지점. 완벽히 같은건 아니지만 1:30분 시점에서 약 3~5분 지난 지점인 1:35분 지점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마치 아서가 개리를 보내주듯 개리는 그 부분에 이어서 아서의 인간성에 호소하는 응답을 하는 느낌을 준다.


이후 아서는 다음 법정에서 조커로서의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은 아서 플렉이며 조커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커를 추앙하던 자들에 의해 법원의 외벽이 폭발하고 그 혼란을 틈타 아서는 법정을 빠져 나온다. 이후 조커를 추앙하는 자들에 의해 차로 빠져 나가나 그들의 오갈데 없는 파괴 본능이 조커인 자신을 등에 업는 것 만으로 폭발하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차에서 빠져 나온다. 이후 계단에서 리 퀸젤을 보고 그녀에게 다가가 둘만의 세계를 원하지만 조커가 아닌 아서에겐 리 퀸젤은 관심이 없었고 그녀는 아서를 두고 떠난다.


이후 다시 감옥에 갇힌 아서가 면회장으로 이동 하던 중 다른 수감자에 의해 칼에 찔리며 싸늘하게 죽어가며 뒤쪽으로는 dc코믹스의 조커를 암시하듯 자기 입을 찢는 살인자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전작인 조커의 내용은 아서의 망상병과 겹쳐 아서를 긍정 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는가가 나뉘는 모호한 지점에 있는 아서가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인 반면,  조커 : 폴리 아 되는 반대로 조커로 취급 받는 아서가 인간 아서 플렉과 조커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인간으로서의 아서 플렉을 되찾는 이야기로서 전작의 모호함이 걷히고 인간으로서 그가 받는 모든 고통과 슬픔에 집중되어 있다.


나는 전작의 토마스 웨인과 아서 플렉의 관계에서 정말 가난한 사람의 심리를 찌르는 구성이었다고 말했는데, 자신의 출생 과정이 모호한 사람일수록 자신은 사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고 제대로 된 부모의 사랑을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나 바램을 느끼기 마련인 점을 절묘하게 사용한 것 처럼


폴리 아 되에서는 사랑받지 못 하는 낙오자 남성 계층. 남성혐오자들이 주로 언급하는 인셀로서의 아서 플렉을 자극하는 그를 사랑하는 척 이용하는 여성이 등장함으로써 사랑받고 싶었던 아서의 소망을 자극한다.


전작이 행복한 가정을 '원하는' 아서의 소망을 건드렸다면, 이번 작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아서의 소망을 자극한다. 전작에서 아서는 자신을 희생하여 착한 아이의 모습을 유지 한 반면, 폴리 아 되에서는 리 퀸젤이 자신의 아내가 될거란 기대에 가장으로서 리 퀸젤이 원하던 조커의 모습을 유지한다. 다만 전작에선 확실하게 아서가 정신병을 앓고 있음에도 평범한 척을 유지하는게 힘들다는 것을 여러번 암시하며 아서가 노력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나, 폴리 아 되에서 아서가 가정을 위해 조커로서 행동하는 부분이 짧고 이를 알려주는 장면이 적어 그리 공감이 가긴 힘들다.


다만 이를 은유하는 부분은 좀 많이 있긴 한데, 전작보다 확연히 늘어난 흡연씬을 통해 아서가 마치 잦은 흡연을 하는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의 아버지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이미지는 담배를 자주 피고, 과묵한 성격에, 회사라는 조직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구성 자체는 전작과 비슷하긴 하지만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은 전작에선 아서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정말 거의 나오질 않았던 반면 이번작에서는 아서의 변호사나 판사나 개리 등 여러 사람들이 아서를 위해 배려하는 것이 나온다. 그리고 그런 배려가 있었기에 아서는 조커를 포기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구성인데 이는 아서 플렉이 힘든 사람일 뿐 미쳤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준다. 전작이 아서의 망상병으로 미친놈이구나 라는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다면, 이번 작은 망상병 연출이 줄고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하는데, 사회보다 더 잘 나오는 교도소의 정신병 약 덕분인가. 역시 약이 있었어야 했는데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전작의 브루스 웨인이나 머레이처럼 상류층을 꼬집는 요소가 하비 덴트와 리 퀸젤의 가정 문제로 나오는데, 아서 플렉이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던 결정적 요인이 국가의 무관심으로 인해 버려지다 시피 입양되어 그가 고통 받았던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실인데, 이 사실을 하비 덴트는 무시하고 오로지 아서 플렉을 사형 시키는데만 주력한다.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방화를 저지르고 가게의 물건을 파손하고 절도를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돌아다니는게 가능한 리 퀸젤의 부유한 재산과 영향력을 통해 상류층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정의로운 검사였지만 조커에 의해 타락한 투페이스의 하비 덴트는 정의로운 검사이긴 해도 그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악당과 싸우는 모습으로 정의롭구나 라는 느낌이었다면 폴리 아 되의 하비 덴트는 오로지 자신의 정의관에 매몰되어 그저 악당이라 불리는 사람과 싸우기만 할 뿐인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투페이스가 되고 난 이후 자신의 가치관에 매몰되는 것을 생각하면 폴리 아 되의 하비 덴트의 성격은 억지스럽지는 않은터라 큰 악을 상대 할 때와 평범한 악을 상대 할 때 같은 가치관, 같은 행동이지만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점을 보여준다.


만약 내가 아서 플렉이었다면? 하는 가정을 세웠을 때 아서의 행동은 대단히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어 좋은 점도 있다. 조커로서의 아서를 기대한 사람들이야 싫겠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아서처럼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면? 하는 물음에 아서의 행동은 내가 했을 선택과 매우 근접했기에 더더욱 동질감을 느꼈던 점도 있다. 사실 전작의 아서는 랜들을 죽이고 머레이 쇼로 가는 과정에서 조커 분장을 하였지만, 그는 정말로 조커가 되려 했던게 아니라 머레이가 언급한 조커라는 단어와 사람들이 원하는 캐릭터성을 받아들여 자신이 죽음으로서 모든 걸 끝내려고 했었으니까. 쇼 중간 노트에서 보여진 '내 죽음이 내 삶보다 가취있기를' 이 문장에서 그의 결심이 다시 한번 보여진다. 아서는 머레이 쇼에서 증권가 3인방을 죽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는데 이는 폴리 아 되의 법정에서 어머니를 죽인걸 실토하는 것과 같은 구성이다. 단지 이 둘의 차이점은


머레이는 무례했고 판사는 무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머레이는 무례했고 지속적으로 아서를 자극했기에 그는 택하던 자살 대신 머레이를 죽였지만, 그가 어머니를 죽인걸 고백하고 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누구도 아서를 조롱하지 않았기에 머레이 쇼에서 자살을 하려 했던 것 처럼 자신의 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장면은 아서가 전작에서 조커였는가? 조커가 아니었는가? 라는 해석의 문제에 쐐기를 박는 장면이다. 아서는 끝까지 아서였다. 단지 모호함의 극치인 전작으로는 해석이 갈리는 상황에서 폴리 아 되를 봐야만 알 수 있었기에 전작에서 조커에 대한 망상을 부풀리던 사람들에겐 배신감을 느끼게 된 거겠지만. 어떻게 보면 폴리 아 되: 공유정신병적 장애라는 말이 딱 맞다. 조커를 바라는 사람들이 똑같은 망상을 공유하는 반면 아서는 망상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조커를 원했던 자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 영화 역시 조커를 원했던 자들에게 지나친 혹평을 받아 죽었으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면 아서가 랜들을 죽인건 어떻게 설명할건데? 라는 의문이 들거고 실제로도 폴리 아 되 법정씬에서도 개리가 죽을 정도의 죄는 아니었어 라고 말한다. 랜들은 아서를 크게 괴롭히진 않았지만 권총을 떠넘긴 죄만 있는 정도였고. 그래서 랜들을 죽일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런데 이 역시 폴리 아 되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아서는 개리에게 자신이 머레이쇼에 나온걸 봤냐고 묻지만 취조실에 있느라 못 봤다고 하자 아서는 내가 그 쇼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못 보다니 라고 한다.


아서가 머레이쇼에서 무엇을 말했는가? 증권가 3인방을 죽인걸 말하며 무례해서 죽였다고 이야기한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무례했던, 개그는 주관적인거야 니들은 뭐가 재밌는지 없는지 니들 맘대로 기준을 내리잖아 라는 말에 담긴 것처럼 아서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니들 좋자고 상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마라 상대를 존중해라 라는 점이다. 이걸 개리가 봤다면 자기가 왜 랜들을 죽였는지가 전해졌을텐데 전해지지 못 했으니 안타까울 수 밖에 없고 전해지지 않았으니 그 순간 개리가 자신을 조커라고 부르는 자들과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기에 개리를 몰아붙이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아서는 자신의 뜻이 전해졌다면 = 즉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면 자기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아서의 조커는 혼돈 속에서 태어난게 아니라 법칙에 의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기존의 dc 코믹스의 조커와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리 퀸젤의 등장으로 흔들리게 되는데, 이전까지 아서는 조커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법칙 하에 나타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조커를 열렬히 따르는 리 퀸젤은 부유하고 가정문제도 없고 피해자도 아니었으며, 거짓말도 서슴치 않고 방화도 저지르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그녀는 무례한 가해자 측에 있었고, 반대로 무례한 자들로부터 피해를 받던 개리는 조커와 관련된 피해자일뿐이란걸 깨닫게 된다. 또한 이는 스크린 밖의 관객을 향한 메세지 같기도 한데, 소외된 계층에게 관심을 갖는데 아니라 조커에만 열광하는 사람들은 마치 리 퀸젤과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서는 오로지 자기만 재밌고 즐겁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던 자인 증권가 3인방, 어머니, 랜들, 그리고 머레이를 죽였다. 랜들은 그들 중에서 누굴 괴롭혔냐 하면 바로 개리를 괴롭히던 인물이다. 아서의 네가 유일하게 나한테 잘 대해줬어 라는 말에 담긴 것은 개리 너를 괴롭히는 놈을 내가 없애줄게 라는 것과 같았는데 정작 개리는 법정에서 그 일 후로 직장에 나갈 수 없게 되었고 불면증과 공포로 고통받았기에 아서는 자신의 행동이 개리를 더욱 괴롭게 했고, 그들이 바라는 조커의 모습으로는 결코 원하는 걸 이룰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자신은 무례한 자들에게 복수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것은 전달되지 않았고 세상은 단순히 미친놈으로 보거나 변호사는 이중인격으로 취급하니까 말이다. 최소한 변호사만이라도 복수가 원인이었다 라고 한다면 형량을 감형 받을수는 없어도 아서가 왜 그랬는지는 전달이 되었을텐데, 단순히 이중인격이라 그랬다고 몰아가니 아서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고, 변호사를 해임 한 뒤 개리에게 그 쇼를 안 봤냐고 물으며 그 일을 다시 상기하게 만들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서 플렉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되찾은 것 만으로도 내용은 좋다고 느꼈지만 결말은 좀 시시하긴 했다. 예상한 그대로의 결말인터라 그랬던 것도 있으나, 감독이 이 조커 영화를 그냥 끝내버리고 싶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안 그러면 이런 뻔한 결말을 낼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서 플렉을 위한 결말로는 좋은 결말이었다. 조커와는 분리되어 아서 플렉으로서 살다 죽어갔기에 그나마 명예와 존엄성을 지킬수 있었으니까. 억울한거 못 참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조커가 아닌데 조커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죽느니 그냥 죽길 바랄거다. 


영화 초반부에 아서를 엄청 따르는 젊은 놈이 보여지는 것으로 아 바톤 터치구만 하는 생각을 받고 아서는 조커가 되지 않겠네 라고 예상했는데 딱 그렇게 흘러갔다. 만약 아서가 고독한 싸움을 이어 나가고 아무에게도 긍정받지 못 한다면 진짜 조커가 되는거 아닌가 생각했을테지만 아서를 긍정하는 요소들과 아서를 흔들기만 할 뿐 조커가 되게 하지는 못 하는 요소들이 그 심증을 확실하게 굳혀 놓았다. 아서가 조커가 되기 위해서는 전작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사회의 무관심과 폭력성, 배려가 없는 상황이 나와야 말이 될텐데 그러면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해지고 고담시의 리얼리티가 훼손되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이고, 그런게 없이 단순히 미쳐서 조커가 된다면 그 또한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 될테니까.


다만 이 영화가 마무리되어야 할 필요성은 공감하기에 시시하긴 해도 이런 결말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인정한다. 대체 왜 영화 하나에 다들 미쳐 날뛰는지 참... 조커1도 그렇고 폴리 아 되도 그렇고 그냥 영화일 뿐이잖아.


그렇게 혹평 받을 영화는 아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소외받는 존재가 겪는 고통과 비정상적인 반응들을 담아 아서 플렉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치중한다면 좋은 내용이다. 단지 dc 코믹스로서 조커 이야기는 아닐 뿐이지. 하지만 이게 dc 코믹스의 조커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나쁜 영화인가? 하면 그건 아니잖아. 오히려 이 정도로 비틀고 풍자하는 영화가 dc 코믹스의 영화에서 나올수 있는 영화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있겠냐고. 오히려 dc 코믹스 팬이라면 이 영화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마블 히어로 무비는 멀티버스와 페이즈 등 점차 복잡하고 전작을 봐야만 하는 내용들로 진입 장벽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결과물이 그저 그런 히어로물 내용으로 채워지고 매번 뻔한 이야기가 되어 가는데 그걸 dc코믹스가 쉽게 넘진 못 하잖아. 이야기 퀄리티로 논하자면 dc코믹스 무비는 다크나이트 3부작 이후로는 그저 쓰레기일 뿐이니까.


마블의 시빌워나 타노스 사가가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히어로의 삶과 일반인의 삶의 괴리가 있고, 타노스의 절반 소멸 같은 일이 일어날리 없기에 아무리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반면 이거는 인간의 삶을 담은 내용이라 히어로 무비가 다가가기 힘든 현실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반대로 이제 마블은 절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담을수가 없다. 디즈니 픽션물의 방향성도 그렇지만 초인이나 히어로가 나오는 이야기에서 휴먼 드라마를 담기에는 너무 캐릭터화 해 버렸으니까. 설령 캡틴 아메리카가 혈청을 안 맞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기존의 캡틴 아메리카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한 쉽게 현실감을 갖기 힘들다. 반면 조커는 조커라고 하는 존재가 초인도 아니었고 그 기원도 불명에 작품마다 달라지는 성격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거니까.



다만 관객이 버렸기에 망한 영화가 된게 상당히 아쉽다. 솔직히 좀 그래.


뭘 전작을 부정하고 관객의 바램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건데.


그냥 전작과 대놓고 동일한 구성이었는데 부정하긴 뭘 부정했다고. 전작이 질문편이고 이번작이 해답편일 뿐인데.


아서가 조커가 되어야만 했나? 그건 마치 피해자에게 자살하느니 복수하라는 소릴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복수를 하면 그래 잘 했어 넌 미친놈이야 더 큰 짓을 저지르렴 이라고 하는거나 다름 없다. 잔인한 소리 아닌가? 진짜 잔인한 정신나간 소리라고 생각한다. 아서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것만 보고 싶어하는 거다. 아서는 머레이쇼에서 자기들 즐겁자고 남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만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조커 이름 달고 조커가 없는게 말이 되느냐고 하는 것도 억지인게 조커가 없던 영화는 아니었다. 조커라는 타이틀에 폴리 아 되를 붙인 것 처럼 조커라는 것을 하나의 현상으로서 표현한거지, 반드시 인물에다 갖다 붙여야만 조커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껏 인물에 붙이던 이름이 현상에 붙여진 것 뿐이고 오히려 팬이라면 이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단순히 특정한 누군가가 미친게 아니라 미친 놈들을 굴비처럼 줄줄이 꿰어 올리는 현상이 되었으니까. 특정한 누군가가 조커이길 바라는건 영화속 조커의 광신도들 같은 모습이고, 사회 현상으로서 조커를 바라보며 누구라도 조커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건 제2,제3의 조커가 나타나지 않길 원하는 측의 시선일거다. 어느 쪽이든간에 조커가 없던건 아니다. 단지 자기 마음에 드는 조커가 없으니 화를 내는 거지.


누군가가 원하는 형태의 조커라는 것도 막연한게 전편에서 코미디의 주관성을 언급 했듯이 조커 또한 주관적인거라 모두를 만족시키는 조커 같은건 허상이다.  애초에 전작도 호불호 엄청 갈리는 영화였잖아. 심지어 이번 작에서 강화한 인셀 요소가 전작에서도 엄청나게 논란되었었고 말야.


걍 반응들이 너무 지나쳐. 전작보다 심하게 심심하긴 한데 그거 때문에 별로다가 아니라 되게 이상한 부분에서 싫다고 하니 공감이 안 된다. 진짜 그때 조커2 망했네 어쨌네 떠드는 애들 시끄러워서 볼 생각은 커녕 시끄러워서 관심도 안 가긴 했는데 정작 보고 나니까 이 난리 칠 정도는 아니잖아? 라는 생각 뿐이다.


인터넷에서 떠드는건 진짜 어지간하면 체에 거르듯이 촘촘히 걸러야 해. 차단 할 수 있는 것들은 차단도 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