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0일 화요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이토준지를 거쳐 이세계실격의 감상

요전. 한 두세달 전쯤 어느 게시판에서 청년들의 공감을 사는 작품이란 내용으로 올라온 글에 인간실격이란 작품의 이름이 거론된걸 본 적 있었다.


그때는 그냥 관심없이 넘어갔는데 며칠 뒤 마치 물밑작업이라도 한 듯 이세계실격이란 작품을 인터넷 서점에서 보게 되었고 쿠폰이며 적립금도 모여서 그냥 한번 봐 볼까 하고 구매한 것이 4권까지 본 뒤 이토준지의 인간실격 1권을 보고 원작 인간실격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본래 읽는 순서가 원작, 원작 기반, 파생작 순서여야 하는것을 나는 되려 거꾸로 본 셈이다.


스포일러가 드문드문 있을 것인데 만약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원작 인간실격을 보는걸 추천한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의 내면심리가 중요하지 딱히 스포일러가 중요한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인간실격의 원작에 대한 감상이라고 한다면 나는 이것을 도저히 공감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로 귀결할수 있다.


주인공 요조의 사정은 딱하고 하인들에게 겁탈당했던 과거도 안쓰럽고 그의 유약한 마음이나 인간관계 및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찬 주변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조에게 문제가 없진 않다.


요조는 인간을 모르겠습니다 라고 운을 떼며 위선과 거짓을 자연스레 구사하는 주변인들의 예시를 보여주나 요조 역시 자신의 본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광대를 연기하고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그 역시 위선과 거짓에 능한 사람이다. 심지어 다케이치에게 연기를 들킬때와 검사에게 진짜야? 라는 물음을 듣고 긴장한 것 처럼 그는 솔직함과는 거리가 매우 먼 인물이다. 그나마 그는 다케이치와 교류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겐 보여주지 않은 부분들을 공개하지만 그 이상으로 친한 관계는 되지 않고 계속 연락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곁에 계속 찾아오거나 그가 찾아가는 인물은 그가 이해하지 못 하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 뿐이다. 심지어 마음 놓고 같이 있을수 있는 여성들에게조차 그의 속마음을 한번도 사실대로 털어놓은적이 없다. 결국 그는 위선된 인간관계속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낼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게 아니란걸 알수 있다. 그 역시 거짓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기에 아무도 믿지 않는 것 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요조의 낮은 자존감과 약한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그는 인간이 분노를 드러내는 것을 극히 두려워하다보니 타인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못 한다. 그러나 그 공포의 원인은 작중 부모, 아버지의 호통 이외에는 드러나질 않기에 엄격한 상하관계 속에서 새겨진 반사적인 행동이거나 혹은 그가 유년시절 밥먹는 상황에서 혼령이 떠도는것 같다라는 것처럼 표현하듯이 경험에 기반하여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닌 상상에 기반하여 두려워하는 불안한 정신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그나마 수긍 할 요인이 있지만 후자는 빼도박도 못 하는 정신이상자일 뿐이기에 여기서부터 공감대의 벽이 생기기 시작한다.


요조를 공감하기 힘든 요소는 도처에 널려있다. 요조는 우수한 머리로 수업을 병 때문에 듣지 못 해도 성적이 잘 나오며, 그의 주변에는 항상 그를 유혹하는 여성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능력으로 학업에 매진하거나 좋은 연인관계를 맺거나 하질 못 한다. 그의 관심은 예술로 뻗어나가지만 그 역시 오래 노력하는 법이 없이 잘못된 사람을 만나 담배,술,윤락가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만난 여성들마다 항시 파국으로 치닫는다. 싫은 소리를 못 하기에 동반자살에 따라간다던지 강간당하는 아내를 막으려고 하지도 못 하고 그저 만나는 여성들마다 빌붙어 술과 약에 빠져 살 뿐이다.

그는 그의 비참한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종종이 아니라 매일 술과 약에 빠져산다. 술이 있어야 타인과 대화할수 있고 약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수 있는 그는 더는 정상인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에게 주어진 여러번의 기회를 걷어차며 결국 중독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 첫번째의 자살시도는 그가 언급하듯이 반쯤 장난이었지만 두번째 자살시도는 우발적인. 눈 앞에 자살이 가능하게 만드는 약이 있으니 들이킨. 없었으면 안 죽었을 그야말로 되는대로 사는 모습을 보인다. 그 뒤로 그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언급이 없고 작중 등장하는 다른 화자에게 원고가 넘어가기 전까지 글을 써서 넘겼으니 그때까지는 자살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부타가 말을 돌리지만 않았어도 자신은 학교에 갔을거라 하며 인생의 길이 바뀐 것을 그가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꼽지만 요조 역시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잘못의 원인은 요조에게도 있다. 그는 광대 연기를 괴로워 하면서도 정작 좌익 활동을 할 때 충만감을 느꼈는데 이는 그가 좌익활동에 뜻을 두어서가 아니라 그 활동을 하며 법에 어긋나는 그릇된 행위에서 오는 쾌감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고 그 뒤로 술,약에 빠져사는 모습을 보면 그는 그 쾌감을 위해서 그릇된 길에 빠지는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그는 광대 연기을 하며 속으로는 괴로워 하였지만 작중 내내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그가 일탈적인 행위에는 쾌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광대 연기 역시 그에게는 일탈의 일부분이었기에 충실한것 아닌가 한다. 그는 자신의 이중적인 행동에 괴로워 했지만 그건 그냥 그가 만들어낸 죄의식에 갇혀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그 행동에서 만족감을 느꼈으리라고 본다. 이렇게 여길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소설에서는 항시 죄의식에 갇혀 사는 것처럼 나오지만 정작 첫 동반자살의 여성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 하는 가벼움을 보면 그는 죄라서 고민한게 아니라 죄의식을 지니고 있는 동안에는 자신이 착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가 만나고 타락시키고 망가뜨린 다른 여성들의 삶과 떠넘긴 빚과 무너뜨린 인간관계 역시 죄의식을 지녀야 마땅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한없이 가벼울 뿐이고 그의 유년시절을 옥죄던 아버지의 부고사실을 들어도 그가 해방되는 일이 없기에 그는 만들어진 착한 모습, 위선에 충실한 것 뿐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가 하인들에게 겁탈당하던 것을 아버지나 타인에게 알려서 도움을 구하지 않았던 것 역시 그가 타인을 믿지 못 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말을 하지 않으면 모두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인간관계가 성립되기에 착한 사람이고자 연기를 하기위해 알리지 않았던 것이고 다케이치와 검사에게 거짓이 들통났을때 그가 긴장한 것은 타인을 무서워해서 사실이 드러나서 자신을 공격할까봐 그런게 아니라 위선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 한것으로만 느껴진다. 연기된 광대라는 것이 들통나면 그뒤로는 아무리 광대짓을 해도 사람들이 심드렁할 뿐이고 그렇게 되면 요조는 광대를 포기하고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사람을 믿지 않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는 그가 가면을 쓰지 않고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수 없으니 결국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해 억지로 착한 척을 유지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인공인 요조의 정신상태는 극도로 불안하여 그가 사람들을 믿지 못 하고 거리를 두는것과 동시에 자살시도후 독방에서, 정신병원에서 격리되어 있는 동안에는 해방감을 느낀게 아니라 거꾸로 미칠것같이 느꼈다는 점에서 그는 결국 인간관계에 종속된 노예로 보여진다. 그러다보니 그가 말한 인간에 대한 비판 역시 내게는 그다지 진실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도 그가 비판하던 인간들 중 한명일 뿐이다. 극도로 정신이 약한 사람일 뿐.


다시 말하지만 이 주인공은 도저히 공감할수가 없다. 술과 담배와 약과 여자에 빠지고 스스로 제어조차 못 하는데다 주변을 파멸시키고 자신의 능력조차 제대로 연마 할 생각도 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껄그러워 하는 만큼 거리를 둔 것도 아니라서 빌붙을때는 염치도 없이 끝도없이 빌붙기에 이런 모순된 인물을 긍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동시에 이게 청년들에게 공감받는다는 이야기도 수긍하기가 어렵다. 단지 임팩트 있어 보이는 소설 내 몇마디와 더불어 인간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쓸데없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밖에는 안 느껴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지극히 담백할 정도로 말라버린 인간관계와 자유가 결여된 삶을 살아가는데 이 인간실격의 주인공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약도 하고 술도 하고 여자도 품고 여기저기 빌붙고 다니는 것을 어떻게 공감한다는 건지 알수가 없다. 그의 유약한 정신과 낮은 자존감, 거절하기 어려운 성격 등을 거울상으로 비추어 본다 쳐도 그의 과도한 위선과 상상에 의존하는 공포, 가벼운 죄의식은 거울상으로 비추기도 힘든 정신병에 가깝다.


본디 인간실격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서전 성격을 지닌 소설로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총 두번의 자살시도를 했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번이나 해서야 겨우 자살에 성공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겪었던 일들이 겹쳐 있고 자살시도 역시 그 중 하나다. 굿바이를 집필 중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이 인간실격은 굿바이 이전의 마지막 작품인 다자이의 유작인지라 그만큼 의미가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다자이의 속내를 투영한 것이든 다자이 본인 그 본 모습이든간에 인간실격의 요조는 상당히 거리가 먼, 주인공이 그렇게 평생 끌려다니던 타의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면서 내린 나는 인간실격이구나 라는 결론처럼 요조라는 인물은 평범한 인간상에서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느낌의 인물상도 있구나 라는걸 느낄수는 있겠지만 이런 인물을 통해 청년들이 공감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대포장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이토 준지가 그린 인간실격이다. 안타깝게도 총 3권 중 1권만 본 상태인데 여기서 더 이어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이 서질 않아서다.


일단 이야기의 발단은 아쿠타가와 상을 받지 못 한 어느 작가가 여성과 투신자살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원작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마지막까지 화가로서 잡지의 만화를 그리거나 춘화를 베끼면서 끝이 났기에 이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반영하는 듯 싶다. 다자이 오사무는 아쿠타가와 상을 받고 싶어했으나 3번의 시도에도 한번도 받지 못 하고 결국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다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조가 투신한 첫번째 자살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여성인 관계로 이 장면은 다분히도 다자이 오사무를 반영함과 동시에 향후의 전개도 다자이를 중심으로 이어나가는게 아닌가 싶다.


일단 전체적인 전개는 원작과 비슷하다. 다케이치가 자살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두 여성이 칼부림나서 한쪽이 죽는다거나 본래 등장해야 할 여성이 아닌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던지의 전개의 내용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주인공 요조가 죽은 사람의 환각을 보는 죄의식을 겪는 내용이 추가 되어 있다.


아무래도 이토 준지가 공포 만화가이다 보니 자신의 특징을 살리려고 공포 요소를 넣으려는거 같은데 오히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훼손되어 있다. 원작은 인간을 믿지 못 하는 요조의 공포가 딱히 이유랄 것이 없었는데 이토 준지가 그린 인간실격은 두명이 요조에 의해 죽다보니 귀신을 봐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로서 요조는 명실상부한 인간쓰레기가 되고 말다보니 인간실격이라기 보다는 인간쓰레기에 더 어울린다. 그래서 다음 권을 살 생각이 안 든다. 요조의 죄의식에 이유가 생기긴 했으나 그로 인해 요조는 원작에서 스스로를 파멸시킨 이유가 타자와 자신에게 이유가 반반 있던 것에서 온전히 자신이 이유가 되어버렸으니 그냥 공포만화가 되어 버린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세계실격이다.


일단 이 작품도 실망을 금할수가 없는데 기대에 어긋나고 기대에 못 미치고 기대 할 요소가 없다.

작품의 초반 스타트는 나쁘지 않다. 이토 준지가 그린 인간실격처럼 두 남녀가 급류가 치는 강에 투신자살하려 한다. 그런데 이때 두 사람을 향해 이세계 트럭이 덮치고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송된다.

세상 불행한 사람들을 이세계로 전송시켜 특별한 능력을 주어 행복한 삶을 살게 한다는 전송마법 시스템은 여타 이세계물의 클리셰이자 지루하게 똑같은 요소를 보여준다. 그러나 전송된 주인공은 hp 1에 무능력, 심지어 상태이상으로 중독증세(수면제인 칼모틴)에 걸려 있다.

마치 이세계물의 안티테제, 이세계물 비틀기처럼 보이는 이 허약해빠진 주인공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문을 나서는게 아니라 원래 동반자살하기로 했던 여성을 찾아 다시 자살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모험 아닌 모험에 원작처럼 기묘하게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으로 여성 두명이 따라가는데 원작처럼 본인은 손가락 까딱 안 하고 여성들이 수발을 든다. 심지어 움직이기 귀찮다고 관에 들어가서는 알아서 옮겨 달라고까지 하는데 눈에 콩깍지가 씌인 여성은 이 무거운 관을 끌고 여행을 한다....

모험에서 만나게 된 것은 주인공과 같은 전이자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받은 권능에 취해 어딘가 삐뚤어진 상태가 되어 있다. 이세계인들을 공격하고 갈취하고 핍박하고 살해하며 식인까지 하는 맛이간 자들을 주인공은 단지 이야기 소재거리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딱히 원해서 발동된 능력이 아닌 권능인 스토리텔러로 인해 전이자들을 원래 세계로 추방시킬수 있는 이 사태의 해결의 유일한 키카드가 된다.

여기까지 본다면 약캐가 유일한 능력 하나로 강자들을 개심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것 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포지션이 이상하다. 주인공은 원작 인간실격이 아닌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는 팬이 투영한 창작캐와 같은 상황이다. 본래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화가이고 타인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기 위해 반론조차 못 하던 인물이다. 유약하고 피해망상에 죄의식 그것도 자기 기준대로의 죄의식민 있는 인물인데 이 이세계실격의 주인공인 선생이라 불리는 인물은 타인에게 일절 긍정적 관심이 없이 오로지 소설의 소재로만 여기는데다 죄의식도 피해망상도 타인을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아 반론을 못 하는 경우도 없다.완전 다른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전개에서 무엇을 하느냐. 그냥 구경하다가 몇마디 툭툭던져서 상대방이 마음을 바꾸거나 혹은 공격을 당해 상대가 독을 뒤집어쓰고 자멸하는게 전부다. Hp가 1이래서 한대만 맞아도 죽을거 같았지만 흡수당하고 꿰뚫리고 물리고 찔려도 죽질 않는다. 되려 공격한 쪽이 독 때문에 죽는다.  그래서 긴장감이 없다. 처음 한두번 정도야 그럴수 있지라며 넘어가겠는데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죽지를 않으니 자연스레 이쪽은 무시하게 된다. 이 죽지 않는 이유를 대기 위해 작중에서 죽게 되는 상황이 되면 흥분해서 생명력이 올라가는걸 보여주긴 하나 그 에피소드가 단지 그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위기를 실없이 대충 넘어가 버리는터라 상당히 작가편의주의적인 요소다.

또한 주인공이 여기저기 참견을 많이 하는데 이로 인해 그 사람들이 구원을 받곤 한다. 그러나 정작 원작의 인간실격 주인공인 요조는 건드리는 여자마다 파멸했으니 아이러니 할 따름이다. 건드리는 족족 구원하니 죄의식이나 피해망상 같은게 있을리 만무하며 애초에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니 그럴 이유도 없다.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그저 주인공의 행동의 덤일 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소한 그 목적, 이야기의 테마인 전이자에게 충실하면 모를까 사실상 전이자들도 몇몇만 과거사를 들먹이고 억지 감동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너무나도 작위적인 연결에 거부감 밖에 안 든다.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어지는게 아니라 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감동 받을 시간입니다 라는 식으로 짜놓은 판에 독자를 내던지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본래 이세계 전송 시스템인 불행한 사람의 기준에 못 미치는 인물들도 상당수 보이기에 작품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세계 안티테제, 비틀기로서는 어떠한가. 이세계 클리셰인 외지인이 홀연히 나타나 엄청난 능력을 받고 깽판을 치며 이세계를 뒤흔들어 놓는다와 같은 전개를 충실히 따를 캐릭터를 아직까진 내세우지 못 하고 있다. 일단 작중 마왕을 잡은 7인중 한명은 17렙 조금 넘는 격투가 캐릭터에게 당해 버렸고, 심지어 마왕의 살점 버프로 부활했지만 그냥 끔살. 이고깽스런 강력함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나머지들도 마찬가지. 이세계인들이 꼼짝도 못 하고 쓸려나가는게 아니라 잘 막아내고 있는터라 이고깽에 의한 비장함,참혹함이 드러나질 않는다. 정말로 이세계물 비틀기를 할거였으면 그만한 포스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 마치 양판소에 널리고 널린 흑막의 큭큭큭하며 웃는 모습만 자꾸 비춰줄 뿐이다.

그렇다고 인간실격에 맞게 인간불신의 모습을 그려내는가 하면 그것도 애매. 4권까지 에피소드가 딱 하나있을 뿐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전부 구원받는 내용이기에 오히려 인간실격의 안티테제에 더 가까울 따름이다.

주인공이 안 죽는다고 말했듯이 죽지 않는 주인공, 구르지 않는 주인공도 딱히 이세계 비틀기라고 할것도 없다. 애초에 대부분 이세계 양판소들은 주인공들이 이렇다할 고생을 안 하기 때문이니까. 기연이니 권능이니 온갖 운 좋은 일들로 무장하여 쉽게 돌파하는데 주인공은 고생을 하려 하지 않기에 취급이 비슷해지고 만다.

뭔가 어설프게 일본인 특유의 위선, 착해 보이려고 애쓰는 성격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긴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원작인 인간실격과는 정반대로 노는 상황이고. 등장인물들은 전부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을 비추며 인간을 긍정하려 한다. 원작은 인간을 부정하고 자살하느라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원작을 따라 암울한 분위기로 가던지, 아니면 인간찬가를 위해 구원의 이야기를 할거였으면 그 테마에 충실하던지, 이세계 비틀기로 할거였으면 확실하게 비틀던지 했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하게 중간에 위치하려는 그야말로 인간실격의 요조처럼 싫은소리 못해서 중간에 머무르려는 그런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일단 이토준지의 인간실격도 이세계실격도 여기서 끊을 생각이다. 이토준지는 원작과 너무 다른 전개로 요조에게 악령을 붙이려고만 해서, 이세계실격은 작품의 성격이 이도저도 아니어서 만족스럽지가 못 하다.

2022년 5월 1일 일요일

큰 양배추 1/4, 고추장 한숟갈~2숟갈, 설탕 2숟갈, 돼지고기 굽고 남은 기름, 물 50~100ml

 요전에 발견한 조합.


삼겹살 기름 남은게 그냥 버리면 하수구 막힐거 같아서 어떻게든 덜 내려보내려고 만든건데 묘하게 맛있다.


양배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설탕은 전체적으로 골고루 뿌리며, 프라이팬 뚜껑을 덮고 찌듯이 익힌다. 양배추가 물렁물렁해지게 익혀야 전체적으로 설탕이 밴다.


조리한 것을 그릇에 옮겨 담고 냉장고에 넣어도 될 정도로 식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두고 반찬으로 먹는다. 따뜻하게 갓 조리되었을 때 보다 냉장고에서 식은걸 먹는게 더 맛있다.


양배추가 익으면 단맛을 내는데 거기에 설탕까지 넣어서 달달하다. 고추장은 단맛을 잡기 위해 넣은거라 다른걸로 대체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식으면서 돼지 기름과 맞아 떨어지는지 상당히 농후한 느낌을 낸다. 처음엔 이 느낌 어디서 먹어 본거 같은데 통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가난한 자의 아둥바둥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