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8일 금요일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 감상

 기억에는 남지만 마음에는 남는게 없던 영화.


재미가 있냐면 재미는 있고, 볼만 하냐면 당연히 볼만하긴 한데 왜 마음에 안 남냐면 이게 2부작이라고 이야기를 엉성하게 끊어놔서 그렇다. 보통 2부작,3부작 영화라 하더라도 각 영화의 끝마무리 부분은 확실하게 감동과 여운을 남기며 정리를 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다음 작의 기대감을 올리기 위해 이야기를 정리하지 않고 넘어갔기에 상당히 아마추어같다.


아트,영상미는... 솔직히 전작만 못 하다. 전작의 영상은 일단 통일되고 균일한 퀄리티에서 약간씩 변화를 주는 느낌이라면 이번 작은 통일된 느낌이 전혀 없고 굉장히 산만하다. 예컨데 전작의 경우 스파이더 느와르는 흑백,햄은 카툰풍, 페니 파커는 일본 애니라는 느낌이지만 그 느낌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고 기본적으로 마일스 세계의 3d그래픽 아래에서 통일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크로스 스파이더버스의 스파이더 펑크 외 다른 스파이더맨들 상당수가 배경과 따로 노는 아트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독특하긴 한데 눈 아프고 보기 불편하다. 특히 전작에선 그렇게 심하지 않던 블러처럼 흐릿한 느낌이나 상이 겹치는 표현이나 분홍,보라색이 튀는 선 등이 너무 심하고 반짝반짝 거리는게 심하다보니 영상미가 좋다 라는 느낌은 없다. 독특이 과다해서 도가 지나치는 상황이다.


나는 더빙판이 있으면 더빙판을 우선하기에 더빙합본판을 구매했는데, 역시나 더빙은 좋다. 아무리 들어도 북미 더빙은 그 느낌이 다가오질 않는다.

다만 이번 더빙판은 성우가 전체적으로 다 갈려서 바뀌었는데 처음엔 이게 뭐지? 성우가 왜 바뀌었지? 싶었는데 이번작의 분위기가 암울하다보니 전작의 높은 톤이 어울리진 않을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성우진이 다 갈리긴 했지만 생각없이 갈린건 아니고 특히 마일스는 전작의 엄상현 성우와 느낌은 비슷하지만 톤이 조금 낮은 성우로 바뀌어서 이질감이 심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그웬 역시 느낌은 잘 와닿기에 바뀐것에는 크게 불만이 없다. 그 외 마일스 가족이나 주변 인물 성우가 바뀐 것도 별로 문제는 없는데 피터.B.파커는 전작의 김기철님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피터b파커가 전작보다 더 깐죽대고 경망스러워서 좀 더 밝은 느낌의 하이톤이거나 아니면 작정하고 깐죽거리는 느낌이 좋았을텐데 그 부분만 조금 아쉽다. 그것만 빼면 성우 배정은 문제없이 아주 잘 어울린다.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의 이야기는 그웬의 세계에서 다른 차원의 벌처가 튀어나와 제압하는 과정에서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통솔하는 미겔과 만나게 된다. 벌처를 제압 후 아버지인 경찰 서장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받아들여주길 바라지만 그웬의 아버지는 그웬을 딸이 아닌 스파이더맨으로 대하고 이에 상심한 그웬에게 미겔과 동료가 합류를 권유하여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합류한다.

이후 시점은 마일스로 옮겨가 대학 진학과 가족과의 관계,일상에서의 일을 스파이더맨 일과 양립시키느라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내질 못 한다. 특히 그웬처럼 아버지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점점 벽을 쌓게 된다.

새로 등장한 빌런인 스팟과 대립하면서 양자영역,차원이동의 힘을 이해하고 진화하는 스팟을 쫓던 그웬과 만나며 마일스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만나 자신의 비밀과 피할수 없는 미래를 알게 된다.


정도까지만 이야기 하고 이 이상은 너무 스포일러가 되니 패스.



일단 스토리는 좀 너무... 그렇다. 애초에 스파이디가 스파이더맨 일과 일상을 양립 못 하는 것은 지난 스파이더맨의 영상물들로 아주 질릴 정도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 버린 스파이더맨의 특징들은 마치 슈퍼맨과 크립토나이트처럼 너무 뻔해서 나오는 것 만으로도 텐션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일스가 일상을 조율 못 하는 것은 그리 흥미롭지도 않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죄다 그래왔으니까. 스파이더맨만 그런게 아니라 정체를 숨기는 히어로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딱히 중요하지도 않은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3는 다르게 보는데 이 작품의 스파이디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다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깨달음을 얻었기에 이런 식으로 변주를 넣어 주는 것은 좋아한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도 욕망을 추구하다 일이 틀어졌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긴 하지만 스파이더맨3같은 무게감도 없는데다 이 작품은 스파이디 클리셰에 매달려서 오히려 신선한 맛 따윈 전혀 없는 느낌이라 좋아하진 않는다.


암튼 그 양립 불가의 히어로 활동은 사실 크게 중요하진 않은데 왜냐하면 이야기의 초점이 마일스의 히어로 활동이 아니라 차원이동과 스파이디 클리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초반에 마일스가 일상을 제대로 보내지 못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차원이동은 마일스의 힘의 비밀을, 클리셰는 마일스에게 닥쳐 올 사건을 보여준다. 두가지 초점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두개의 문제를 먼저 보여준 다음 하나를 해결하고 다른 하나를 해결하려던 찰나 문제가 꼬이던가 터지던가 해서 스케일이 커지던지 다른 문제가 생기던지 하면 다음 2부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 하고 두 초점 모두 2부에 떠넘겨 어느것 하나 해결되지 않기에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다. 최소한 하나의 문제라도 해결을 했더라면 감동,여운이 있었을텐데 기분 나쁠 정도로 책임감 없이 이 타이밍에서 끝낸다고? 란 생각이 들게끔 떠넘겨졌다. 아마 만든 놈은 이러면 다음화가 보고 싶어서 궁금해 죽겠지? 란 생각을 한 모양인데 정말로 그랬다면 멍청한 착각이다.

연재 만화를 보다 보면 다음화가 궁금해지는 만화의 특징이 있는데

첫째로는 결말이 빤히 예상되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대부분은 이게 안 되서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는 대체로 주인공이 승부,시합,경쟁,결투,스포츠 등에서 이기는게 뻔해서 예상이 되거나 이겨도 별로 얻는게 없는 구조다. 이런 방식의 갈등,긴장 요소를 쓰는 만화나 서브컬쳐들은 사실 독을 품고 진행되는 것과 다름없기에 작가의 테크닉에 좌우된다. 어차피 주인공이 이겨나가는건 예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만화들은 기교를 쓰곤 하는데 그게

둘째로 과정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데 라이벌과 승부를 내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패배하면 절대로 안 되고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이게 된다. 어차피 이겨야 할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기든 말든 상관 없는 상황은 심각하지 않으니 흥미를 끌 수 없고 말이다. 그래서 대체로 주인공이 불리하거나 열세인 상황에서 뒤집는 무언가를 준비해 승부가 흥미롭게 느껴지게 해야 한다.

셋째로는 등장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가 집중되어야 한다. 설령 이야기가 아무리 좋아도 등장인물들에 관심이 없다면 승부의 과정이나 결과에 시큰둥해지고 만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에게 배경 스토리를 주고 이 대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지를 어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떠냐면 일단 결말이 뻔히 예상이 된다. 어차피 주인공은 이길것이다. 그리고 이미 한번 클리셰를 깼고 그웬 역시 클리셰에서 벗어났으니 주인공 역시 클리셰를 깨고 행복해질 확률이 높다. 설령 클리셰를 깨지 못 해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의 스파이디 매체와 다를 것도 없으니 클리셰를 깨도 시큰둥하고 못 깨도 별 차이를 못 느낀다. 이제 스파이디 클리셰는 대놓고 언급하기 보다 은연중에 무시하는 편이 더 나을 지경이다.

주인공의 힘의 비밀 역시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별로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 영화 어크로스 스파이더버스에서 밀고 있는 설정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전작인 인투더 스파이더버스에서 피터파커가 죽은 것은 마일스라는 신예를 부각시키고 그가 활약해야 할 당위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피터파커가 살아 있었다면 다른 차원의 b파커를 만나고 b피커가 깨닫고 행복을 찾는 과정을 만들수도 없고 어차피 차원이동기를 닫는 일을 마일스가 할 이유가 없으니 스토리를 위한 필요한 전개였기에 납득할수가 있었던 것인데

문제는 어크로스 스파이더버스에서는 지구42거미에 물린 마일스가 스파이더맨이 되었기에 마일스 세계의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죽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한다. 근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동시대에 스파이더맨 능력을 지닌 인물이 둘 이상 있는 작품이 없던게 아닌데다 최근의 스파이더맨 게임에서도 피터피커와 마일스가 공존하고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어거지 설정으로 인해 피터 파커가 죽어야 했다는 당위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인투더가 보여준 피터피커의 죽음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마일스의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반면 어크로스에서는 쓸모없는 설명을 추가하는 바람에 오히려 인투더의 죽음마저 퇴색되고 만다.


또한 스파이더맨에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공식화 되어 있다는 것도 어거지인것이 결국 죽는 사람이 경찰서장만 아니면 피할수 있어 장땡이란 소리인데 이 두개의 어거지 설정 때문에 마일스를 문 거미가 다른 차원의 거미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관심이 생기지 않게 된다. 마일스의 능력이 다른 차원의 거미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서 뭔가 중요한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 거미가 있어야 할 다른 차원도 딱히 관심 가지 않고 글리치처럼 버벅이는 요소가 거미에게, 그리고 그 거미가 가지고 있던 스파이더 인자에 별 영향도 없는 이상 다른 차원에서 온게 중요한가? 싶은거다. 다른 차원에서 온 거미라는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로 인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야 중요해 지는 것이다.  더구나 결말이 너무 뻔해 보인다. 다른 차원에서 온 거미가 물었기에 빌런인 스팟과 비슷한 능력을 갖게 된다던지 하게 되겠지. 왜냐하면 극 초반에 양자역학을 가르치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으니 자연스레 마일스의 능력은 차원이동이 되게 될 것이다. 스팟의 능력이 진화했듯 마일스의 능력도 진화하여 급을 맞추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유가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는게 문제다.

또한 이번 어크로스의 대부분 전투가 알맹이가 없는 것도 단점이다. 전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데 어크로스에서의 전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팟과의 전투는 결국 스팟을 잡지 못 해 무위로 돌아갔고, 차원을 빠져나오는 중간 다른 스파이더맨과 싸우는 것 역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전투가 아무리 화려해도 전투를 해야 하는 이유,당위성,필요,가치,결과가 빈약하여 장면만 보여줄 뿐 남기는게 없다.

가족간의 다툼도 씬 낭비로 느껴지는 것이 전작 인투더에서도 부모와 다투고 있었는데 이번작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것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이해하기가 힘들게 만들어서 표현을 질질 끈다. 이민자 가족의 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도 보는 사람이 이해를 하게 해야지 이해하든 말든 자기들만 떠들면 그건 그냥 아집일 뿐이다. 그래서 스페인어를 설명하지 않은 씬이 충분하게 전달력이 주었냐는 물음 밖에 안 든다.

이런 모든게 2부를 위한 것인데 정작 이 1부가 만족스럽지 않다보니 2부가 전혀 기대가 안 된다. 차라리 어크로스를 너무 기대했는데 기준에 못 미쳐서 실망이라면 내가 자제심을 잃었다고 생각하겠는데 난 어크로스 예고편도 안 보고 전혀 사전정보 없이 말끔한 상태에서 기대고 뭐도 없이 그냥 본거라 주관적인 선입견이 일절 안 들어간 상태란게 더 심각하다. 주관적 판단이 강한건 시간이 지나면 중간으로 자리잡기라도 하지 아예 중간에서 판단을 내리는데 만족스럽지도 않고 기대도 안 되서 정말 별 느낌이 안 든다. 2부가 나온다 하더라도 굳이 그걸 봐야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1부에서 쌓아올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2부의 러닝타임은 제대로 배분이 될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만약 1부와 같은 러닝타임이라면 마일스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풀고도 시간이 남을게 뻔해 보이기에 필연적으로 질질 끄는 요소가 넘쳐날것 같고, 1부보다 짧은 일반적인 90분짜리라면 차라리 1부의 내용을 쳐내서 한편으로 완성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것 같단 말이지.


암튼 전작인 인투더는 상당히 감명깊게 봤었던터라 믿고 질렀는데 역시 세상에 믿을건 없다 라는것만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