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0일 일요일

게임 두근두근 문예부 플러스 감상

 거의 대부분은 플레이 하긴 했는데 아직 개발자 단의 시를 보질 못 해 시크릿 엔딩을 못 본 상태다. 그렇긴 해도 조금만 더 반복하면 어차피 나올거고 설령 시크릿 엔딩을 본다 하더라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그냥 포스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디 특유의 불친절함을 공짜가 이겼는데 나는 돈주고 구매해서 패배했다 정도.


게임은 딱히 즐길 요소가 없이 개발자가 제시 아니 꼬아놓은 조건들을 달성하며 일방적으로 나열되는 텍스트를 꾸역꾸역 봐야 하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이게 대체 왜 그렇게 호평이었는지 이해할수가 없는데 정말이지 게임으로서는 최하점을 줘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스팀에서 무료로 나왔었기에 공짜라면 설사똥도 절하면서 먹는 유저들에겐 게임을 공짜로 내려주신 고마운 개발자님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게임은 심플하게 주인공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같은 세계에서 문예부라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마치 주인공에게 반하게끔 정해져 있는 듯한 세명의 등장인물들 중 원하는 한명에게 어필할수 있는 단어들을 골라 루트를 진행하는 것 처럼 꾸며놓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애시뮬레이션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등장인물들이 자살하거나 사라지거나 이상하게 변하기만 한다. 이유는 게임속 등장인물들 중 하나이지만 주인공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비공략 캐릭터인 모니카가 게임속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강제하여 자살시키고 괴상하게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자신은 주인공에게 선택받지 못 하기에 등장인물들을 전부 삭제하는 기염을 토하며 오로지 주인공과 자신만 남아 있는 공간에서 주인공에게 아무런 선택지도 주지 않고 혼잣말만 이어나간다.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게임에서 나간뒤 게임내의 os에서 모니카라는 캐릭터를 지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니카는 사라지고 나머지 캐릭터가 돌아온다. 하지만 문예부 부장인 모니카가 사라진 상태에서 다른 캐릭터가 부장을 이어받는 즉시 이 세계의 진실과 게임내 파일 조작 권한을 획득하게 되고 그로인해 그 캐릭터는 모니카와 같은 행동을 하며 세계를 날려버리고 모니카처럼 주인공과 둘만 남는 세계를 만들려 한다. 이 때 모니카의 개입으로 방해를 받고 게임은 기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초기화를 시켜야 한다.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반복해도 똑같이 나오는 구조다. 공략하려는 여자 캐릭터를 바꾼다던지 하는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변화도 없이 이 구조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 그리고 이 짓을 몇번이든 계속 반복하여 숨겨진 시들을 모아서 갤러리 수집을 완료해야 숨겨진 시크릿 엔딩이 나온다고 되어 있다.


일단 이 게임이 왜 쓰레기인가. 정말 진심으로 쓰레기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인데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대자면


1. 정해진 구조,흐름을 보는 것 말고는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 이미지는 낚시라 쳐도 그 내용은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다. 내가 앞서 말한 모니카의 방해로 둘만 남는 구조에서 모니카를 삭제하면 고정 캐릭터가 그 역을 이어 받아 똑같은 행동을 하다 모니카의 방해로 저지되고 플레이어는 게임을 초기화 시켜 처음부터 이 상황을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것 밖에 없다. 여기서 변화하는 것이 전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선택한 공략 캐릭터가 모니카를 삭제 한 뒤 문예부 부장이 되어 권한을 남용한다던가, 혹은 주인공이 선택을 통해서 모니카나 다른 캐릭터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끔 하는 분기 따윈 전혀 없이 오로지 정해진 선택지만을 고를 뿐이고 실제로는 뭘 고르든 결과는 정해져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짧고 의미가 없다. 길면 긴대로 문제긴 하지만 캐릭터에 충분히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은채 등장인물들을 자살시키거나 없애버리는 등 플레이어의 선택을 배제하기만 하기에 여기서 플레이어가 뭘 어떻게 플레이를 즐길 거리가 전혀 없다. 게임인데 컨텐츠라고 부를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2. 메타버스,4의 벽, 가상현실,ai등 개발자가 집어넣은 메세지는 그저 강요만 될 뿐이다.

플레이어는 선택지를 무엇을 고르든 결과는 정해져 있기에 개발자가 게임속에 집어넣은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선택에 의해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저 개발자 혼자 떠들고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소통하지 못 하는 메세지는 그냥 공허한 혼잣말일 뿐이다. 메타버스고 가상현실내 ai의 생각이며 4의 벽을 깨달았을 때의 반응이라던지 이런 것들은 게임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플레이어를 끌고 가기에 플레이어는 이런 메세지들을 자신의 선택에 의한 변화를 즐기며 이런 차이,이런 상황이 있구나 라며 즐겁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또한 게임 내내 정해진 선택지마저 빼앗기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게임내 텍스트를 그저 읽어내려가거나 캐릭터를 삭제하거나 게임을 초기화 하거나 하는 일방적인 행위 말고는 없다. 이런 벽과 벽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일방적인 행위의 반복으로 플레이어는 이 게임에서 모니카가 4의 벽을 느끼고 자신이 속해있는 게임속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서로 소통하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음 단계를 진행하기 위하여 초기화 하고 반복하고 반복하여 똑같은 반응을 보는 것에 불과한 제 3자의 멀리 떨어진 시선이 될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게임 캐릭터일 뿐이란 선을 긋는 시선에서 더 나아가질 못 하게 되고 개발자의 메세지는 이 벽을 넘어서질 못 한다.


3. 강제 세이브 삭제, 일방적인 반복구조, 제한과 제약된 선택지 등 인디라는 이유만으로는 용납,납득 하기 힘든 불친절

플레이어가 루트 분기를 제어하기 위한 세이브를 이 게임은 매번 쉽게 날려버린다. 4의 벽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플레이어의 행동,의지,선택을 멋대로 날려버리며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불친절 아니 그냥 횡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 세이브를 삭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끔 강요하는 불편함 밖에 없다.

불편함,불친절,횡포가 거기서 그치질 않는다. 이 게임은 시크릿 엔딩을 보기 위해 모아야 하는 시가 랜덤 등장 구조이기에 언제 어떻게 얻을지를 기약할 수 없다. 게다가 모아야 하는 일러스트 또한 획득하기 전까지 그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 일러스트를 모으기 위해 각 캐릭터의 흐름으로 가기 위하여 시의 단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직관적이지 못 하다. 이 캐릭터는 이런 단어를 좋아할 것이다 라는 막연한 느낌만으로는 맞추기가 어려워 파일트리내 적혀있는 단어표를 보던지 아니면 수차례 반복하면서 답을 외워서 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짓거릴 하는데 아무런 이유나 필요,타당성을 느끼기 힘들다.

Os를 본뜬 게임내 파일트리 구조 역시 엉성하고 불편하고 의미가 없다. 쓸모없이 많은 폴더들을 탐색하며 숨겨진 파일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조건이 안 되면 열람도 안 되며 os외견만 흉내낸 이 조악한 구성은 실제 os의 파일트리와는 전혀 딴판인 조작과 반응과 폴더내 탐색 기능을 보여주어 이딴걸 대체 왜 구현한건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Pc가 아닌 ps4용으로 만들었으면 그에 맞게 형식도 변화를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았다. 얼마나 개발자가 자기 세상에만 빠져있고 플레이어를 배려하지 않는지는 이 정신나간 파일트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4. 진빠지는 반복구조에 어울리지 않는 사이드 스토리

본편을 엔딩 보고 조건을 채우기 위해 다시 반복하다 보면 이딴 겜 대체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문스러워지고 그러다 보니 다른건 없나하고 사이드 스토리에 눈길이 가게 되는데 문젠 본편 플레이가 허접하고 강제되어 있는 구성에서 사이드 스토리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저 등장인물들이 떠드는 것을 막연하기 보기만 해야 하는데 본편을 달리느라 진빠진 플레이어에게 그저 서로 떠들기만 하고 별 내용이 없는 사이드 스토리는 인내심을 더 갉아먹는다. 차라리 사이드 스토리를 내놓을 여력이 있었으면 그걸 본편에 녹여서 플레이에 변화를 주던가 할 것이지 일방적으로 혼자 떠들기만 하는 것을 그저 보기만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플레이어는 채우지 못 한 일러스트를 모으기 위해 의미없는 본편을 반복해야 한다. 정말이지 이 게임은 플레이 구조가 형편없기 짝이 없으며 개발자 혼자 떠드는 것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허접한 구성에서 머무른다.


5.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주기 위한 것이 고작 플레이어를 놀래키기 위한 저급한 깜짝쇼

캐릭터가 자살하고 얼굴이 하얗게 되고 목이 꺽이고 눈이 검게 되고 빙글빙글 굴려지고 터지고 피를 보여주고 이런 저급한 연출들로 플레이어를 깜짝깜짝 놀라게 할 뿐이다. 공포를 자아내기 위하여 상황,분위기,텍스트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예상치 못 한 타이밍에 끔찍한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점프 스케어라 불리는 깜놀 구간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신하야리가미 1에서 일본 유저들의 비판도 와 닿지 않았는데 그림으로 무섭게 하는 것 자체는 나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방법론적으로는 아주 형편없다. 서서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가며 사건을 마주하고 미지의 존재 또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그냥 멋대로 괴이한 이미지와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러게임으로서도 구성적인 부분은 수준 미달이다.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게 아닌 쌩뚱맞게 갑자기 튀어나오기만 하는 연출은 플레이어에게 그 어떤 여운도 감흥도 주지 못 하며 상황에 대한 이미지 전달력 역시 떨어질 뿐이다. 그저 혼잣말을 할 뿐인 본편의 진행처럼 이 호러 요소 역시 개발자 혼자 떠드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그 어떤 점에서도 플레이어와 공감과 소통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다. 게임으로서는 정말이지 함량 미달이다. 그런데 유달리 평이 좋으니 어이가 없다. 그 평들을 보고서 믿고 구매한 입장에선 다시 한번 절실하게 통감하게 된다.

공짜라면 똥이라도 입에 잔뜩 머금은채 손가락을 추켜 세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공짜로 플레이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으나 공짜로도 플레이 할 가치는 없고, 돈 주고 플레이 할 가치는 더더욱 없다.

2022년 2월 19일 토요일

애니메이션 나는 백만명의 목숨 위에 서 있다 1,2기 감상

나쁘진 않았다. 좋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했고.

최근 일본의 서브컬쳐의 흐름들이 너무 대놓고 질적하락이 이어지다 보니 도저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 뭐라도 좀 봐야 하나 싶어서 고른게 아주 꽝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꽝만 아니지 이것도 좀 그렇긴 하다.

나는 백만명의 목숨 위에 있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지구에 사는 주인공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퀘스트를 달성하지 않으면 죽는 데스게임에 강제로 끌려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주인공이 속해 있는 파티의 세번째 참가자이며 퀘스트는 참가한 파티 전원의 공통 목표가 된다.

참가자들은 rpg게임처럼 직업을 랜덤으로 배분받으며 이세계에서는 용사로 간주된다. 레벨10을 달성하면 룰렛을 돌려 추가 직업을 얻을 수 있고 참여자는 전원이 사망하는 것만 아니라면 정해진 시간 뒤에 부활하지만 신체의 손상이 회복될수 없거나 부활해도 다시 즉사하는 상황이라면 부활하지 못 한다.

일견 데스게임으로 보여지는 이 작품은 초기의 도입만 그럴뿐 1기 후반부터 노선을 달리한다. 데스게임의 룰은 변하지 않지만 이 데스게임을 만들고 참가자들을 강제로 참여시킨 존재의 의도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나는 백만명의 목숨 위에 서 있다 라는 타이틀의 의미가 드러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와 데스게임과 동료 관계가 매치가 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주인공의 사상과 이세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접점을 통해 어느 정도 전해지긴 한다. 주인공은 사람의 목숨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자기 자신은 낮게 취급한다. 이 목숨의 우선순위를 두어 행동하는 성격 탓에 남들은 쉽게 하질 못 하는 선택도 가능하여 파티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필요한 일을 해도 욕먹고 비난받는 위치가 될 뿐더러 정작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결정하지 못 한 다른 사람들의 문제는 인간다움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에 이야기는 상당히 납득이 가지 않는 형태로 흘러간다. 더군다나 2기에 들어서서 여섯번째 플레이어가 들어오는데 이 여섯번째 플레이어는 주인공 혼자서 다 처리해야 했던 일을 나누어 주기에 주인공과 여섯번째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그저 뭐하는 한심한 놈들인지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활약하는 구조를 위해 주인공이 머리를 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는 이야기 구조로는 필연적이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보상구조가 빈약하다. 주인공은 행위에 대한 보답을 소소하게나마 받아야 하건만 그렇지 못 하고 있다. 혼자 힘들게 밤낮으로 굴러도 동료와는 의견 마찰을 빚을 뿐이다. 그것도 노력도 성장의 의지도 없는 것들에게 말이다.

게다가 작위적인 형태가 너무 심하게 나는 전개 역시 그리 매끄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주인공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클래스는 항상 엉터리로 배정이 된다. 다른 동료들보다 더 많이 클래스 체인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클래스의 강화가 이루어지는 동료들과는 달리 주인공의 클래스는 꾸준히 서브 클래스 수준에 머무른다. 

일반적으로는 동료들처럼 클래스가 강화되어가며 성장하는 법인데 주인공만 바닥에서 머무르고 있다. 아마도 봉인된 엑조디아 파츠 모으기처럼 클래스를 모아 히든 클래스 용사라도 만들어 주려는 모양인가 본데 그러기엔 주인공이 너무 활약하고 있는터라 용사가 되든 뭐가 되든 별 차이를 못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작위적인 흐름에 의해 이야기의 주제인 주인공의 마음의 변화 역시 단지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갈 뿐이라고 느껴진다. 동료와의 관계도 결국 작가에 의해 흘러가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이런 작위적인 흐름 속에서 아무리 메세지성을 담아 봐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가 나쁘진 않은데 동시에 좋지도 않다. 메세지를 담으려는 노력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이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는게 너무나도 눈에 띄는터라 주인공과 이야기 사이에서 거리감이 생기고 마치 극장에서 좌석에 앉아 관망하는 듯한 외부자의 시선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18일 금요일

애니메이션 오컬틱 나인 감상

 5pb의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인 오컬틱 나인 애니메이션 버전을 최근에 정주행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5pb의 과학 어드벤처 작품은 슈타인즈 게이트,슈타게 제로,카오스 차일드,로보틱스 노츠로 거진 각 세계관에 속한 작품은 한가지씩은 본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5pb의 망상-카오스 차일드,상정-슈타게,확장-로보틱스 노츠,초상-오컬틱 나인 들중에서 가장 이야기가 그럴싸하다고 느낀 것은 이 오컬틱 나인이다. 5pb작품의 각 주제에 맞춰 공상과학의 소재가 다른데 망상-카오스 헤드,카오스 차일드는 인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구현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구현화 능력만이 아닌 각 기가로 매니악스 능력자들은 발화,언령,텔레파시,메타몰포트,염동력 등의 초능력도 지닌다. 공통적으로는 디소드라는 검을 실체화 시킬수 있는데 동일한 기가로매니악스 능력자가 아니고서는 인지하지 못 한다. 그런데 이 초능력이라는 소재는 개인적으로  sf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에 순수하게 sf어드벤처로서는 즐길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쪽이 오컬틱 나인보다 더 오컬트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기가로 매니악스 능력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기에 주인공만의 특별한 점이 느껴지기 힘들다. 다른 하나인 상정-슈타인즈 게이트는 리딩 슈타이너라는 시간선의 변동을 인지할수 있는 능력과 과거로 메세지 또는 기억을 보내어 시간선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가 된다. 리딩 슈타이너는 주인공만의 능력이고 메세지 또는 기억을 보내는건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되긴 하지만 리딩 슈타이너 능력으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 하면 과거가 변화되어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 하고 그 세계선의 흐름에 종속되기에 성공 또는 실패를 가늠할수도 없어 주인공만이 이 기술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슈타인즈 게이트는 그랬는데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에서는 주인공이 리딩 슈타이너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못 알아채거나 주인공의 의지나 행동과는 상관없이 멋대로 세계선이 바뀌어 버리기에 전작의 분위기나 흐름이 지나치게 달라져서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동이라는 요소는 분명 공상과학 같긴 한데 문제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해도 기억을 전송하는게 고작이었던 것이 물질 전송도 가능해진다던가 그 에너지나 원리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넘어가는터라 운동속도를 통해 과거로 간다는 백투어퓨쳐보다도 더 두리뭉실하여 확 와닿지가 않는다. 단지 그게 현실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설령 그것이 현재 기술력으로도 가능하다던지 불가능한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럴싸하게 느껴지게 한다면 그 신비로움에 압도되어 몰입되기 마련인데 슈타게에서의 몰입은 전파레인지에서 바나나가 하나만 젤리가 되었을때 빼곤 공상과학적으로 몰입이 안 된다. 확장-로보틱스 노츠는 주인공의 능력과 기술이 완전 따로 노는 작품인데 주인공은 특이희귀병에 의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시간을 느끼고 움직일수가 있다. 일종의 가속능력이지만 그 능력을 사용하면 신체에 부담이 큰데다 그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보니 앞선 두 작품과는 달리 주인공의 능력이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카오스 차일드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능력 사용에는 애를 먹었지만 그걸 쓰기 위해서 신체에 부하를 줘야 하는건 없었는데 로보틱스 노츠는 주인공에게 신체의 부하를 가해야 하는터라 이야기가 필요할 때  술술 풀리는 맛이 적다. 게다가 이 로보틱스 노츠에서의 공상과학적 요소는 주인공의 능력보다는 모노폴이라는 단극성 물질에 기반하고 있다. 즉 로보틱스 노츠란 제목처럼 직립보행 가능한 거대로봇이라는 꿈같은 공상과학 요소를 그려내기 위한 것이 주제인데 모노폴은 로봇을 만들고 제어하기 위한 요소로서,ar증강현실은 로봇의 외견적인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주인공의 능력은 로봇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다만 직립 보행 가능한 인간처럼 움직이는 거대 로봇은 물론 가동 속도며 무게며 조작도 아직은 현실에 없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막 가슴 두근거리고 기대되는 공상과학 요소는 아닌 점이 좀 안타깝다. Sf적인 요소로만 본다면야 이 로보틱스 노츠가 가장 그 부분에 부합되긴 하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술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팍 식어버린다. 한쪽은 초능력을 쓰고 다른 한쪽은 시간이동을 하는데 그냥 좀 움직이는 커다란 로봇은 이제와서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뿐더러 이걸 악용할 만한 요소가 걍 없지 않나? 게다가 흑막의 목적은 주된 기술과도 따로 놀기에 더더욱 이야기와 겉도는 느낌이다.


그래서 먼저 접한 세 작품은 이야기는 좋아도 sf적인 면에서는 그리 흥미롭진 않았는데 이 오컬틱 나인이 나에게 흥미를 끌게 하는 요소는 꽤나 그럴싸한 이야기로 접근을 하면서도 이런 기술이 있다면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라는 느낌. 그리고. 흑막의 목적과 기술,주제가 부합되는 점이 잘 맞아 떨어져서다.


오컬틱 나인의 주인공인 가몬 유타는 블로그 조회수로 돈이나 벌고 싶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앞선 5pb의 주인공들도 전부 망상이나 중2병이나 쿨병 등 하나씩 문제점을 갖고는 있지만 그래도 할땐 하려는 놈들인 반면 이 썩어빠진 마인드의 주인공은 주인공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도 늦은 형태라 보다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안티 오컬트 블로그를 운영하는 가몬 유타에게 사람들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오컬트를 다루는 교수가 살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 뒤 숨돌릴 사이도 없이 256인 집단 익사 사건이 발생되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던 주인공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떻게든 스포일러를 피하고 쓰고 싶지만 그럴 경우 아예 설명이 안 되다 보니 또 그럴수가 없다. 아무튼 주인공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256인 집단 익사 사건의 희생자이며 유령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 유령의 메커니즘이 상당히 그럴싸한게 매력적이다.

유령이란 것은 본래 과학과는 다른 오컬트적인 영역의 이야기라 대부분의 창작물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럴 이유가 없다. 영혼이 있는데 그 영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려면 그럼 영혼은 무엇인가,무엇이 영혼이며 왜 안 보이고 누구는 보고 어째서 현실과는 분리가 되어 있는가 따지고 거슬러 오르면 지옥과 천국,영혼이 머무는 영계 등도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이걸 굳이 sf적으로 설명할 이유가 없이 그저 오컬트적으로 영혼은 있어 라고 하면 그건 사람들이 구전이며 책이며 전승,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고정적인 관념의 영혼의 이미지를 끌어다 쓰면 자잘한 설명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컬트는 설명하기가 쉬우면서도 무게가 없다. 그냥 그래. 이걸로 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컬틱 나인의 영혼의 설정은 심히 흥미롭기 그지 없는데 내가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전부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혼은 무엇인가?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전자파, 어째서 보이지 않는가? 신체에 깃든 전자파와 분리된 전자파의 주파수의 길이 차이로 인해 서로 인지하지 못 하는 것, 주인공들은 어떻게 현실에 간섭하는가? 알파스칸듐에 의해 주파수 길이가 조정된 사람들은 육체를 지닌 사람과 주파수가 같아져 현실에 간섭할수 있게 된것, 흑막은 왜 이런 기술을 만들었는가? 자신들은 영생을 얻고 다른 존재들을 세뇌하여 다루기 위해. 


이렇게 오컬트적인 요소는 과학적 접근법에 의해 조각조각 분해되어 sf영역으로 옮겨지고 이 sf가 되어버린 영혼이라는 요소는 지금까지 나온 오컬트 작품들보다도 더 그럴싸하게 구체화되어 정말로 있을수 있는 그런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물론 100%논리적인건 아니다. 전자파에 불과한 영혼이 어떻게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지, 인지 여부에 따라 물체의 실존여부가 달라지는지는 설명 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양자역학적인 부분도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다. 관측하기 전에 존재 여부를 확정하지 못 하는 것을 역으로 존재 여부를 확정함으로서 관측할수 있게 되는 점은 sf보다는 문학적인 역설법을 취하고 있다. 영혼이 파장,전자파,주파수라는 가정하에 주파수의 길이는 속도와 관계를 지니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파장의 길이를 돌려 놓음으로서 과거로 돌아간다는 시간이동 , 엄연히 말하면 시간 이동이라기 보다는 세이브-로드 개념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기존 5pb 공상과학 어드벤처에서 다루었던 것들보다 더 흥미롭게 그리고 그럴싸하게 다루어진다. 그도 그럴것이 슈타게는 시간이동을 다루지만 과거로 가는게 아니라 원인을 과거로 보내고 결과만 지금 받아서 다른 결과를 낸다는 것이기에 시간이동이라기 보다는 시간수정에 가깝고, 카오스차일드의 초능력은 sf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오컬트작품에서 설명하는 유령보다도 더 애매하며, 로보틱스 노츠의 세뇌나 단극성 소재를 이용한 로봇기술은 너무나 막연하다.


소재의 매력, 가능할법한 이야기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매력적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오컬트적인 저주나 미신등을 풀어나가나 실제로는 이런 저주,미신은 sf에 분석당한 영혼처럼 현실의 일부분으로 남을 뿐이라 철저하게 계속 철저하게 오컬트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하아.. 그런데 이 좋은 작품의... 옥의 티라면 일단 주인공이 너무 정이 안 간다는 점이고, 너무 하는 행동이 멍청한데다 뻔히 나와 있는 답을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려하는 모습에서 애정이 안 간다. 다른 주변인물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죽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라는 자세로 임하는데 이 썩어빠진 주인공은 죽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부정하는 것에만 그치는거면 모르겠는데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 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다른 등장인물들이 개성적인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오컬틱 나인의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없다고는 못 하지만 그 개성이 매력적이지가 않다. 뮤퐁인가 뭔가 하는 점쟁이는 소리치고 울고 멋대로 튀어나가고 뭔가 아날로그 스틱 빠진채 기울기 센서로만 조작하는 드론같다고나 할까 얘가 주인공보다도 어디로 튀어나갈지도 모르는데 비중은 잡아주고 비중 잡아주는거에 비해 뭐 있는것도 아니고 일 저지르고 튀고 빠지고 암튼 가장 엿같은 특징이라 마음이 안 가며

여기자는 어센션! 이러는거 말고는 뭐 없고 그 말투도 솔직히 너무 억지라서 거부반응만 난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남자아이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브레인역을 하는데 사실상 모든걸 다 아는 캐릭터가 정보를 필요할때만 제공을 하다보니 어차피 쟤가 하는 일이 막혔어도 다 아는 애가 풀어줬겠지 라는 생각에 별로 중요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제니가메임당 하는 오타쿠 형사는 생긴건 귀여운데 하는 짓은 관종+어글러+갑툭튀에 뒤에 얽힌 배경도 영 찝찝하고

저주대행하는 여자아이는 이야기와 계속 따로 놀고 있어서 없어도 될거 같은데 라는 생각만 들며

Bl만화가 여자도 사건의 단서를 그렸다는 점 외에는 계속 이야기 바깥에서 맴돌다보니 얘도 걍 없어도 되지 않나? 싶다.

여고생 fbi는 싸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단서를 잡는 특징이 있지만 사실상 그게 뭐 크게 대단한 활약을 하진 않았고 되려 병약속성으로 리타이어 하니까 또 얘도 이야기에선 크게 하는 뭔가가 없다

그렇게 돌고돌고 남는게 멜론가슴울트라씨 뽀요건 귀신들린 소녀인데 이야기의 모든 것들 비중,활약을 얘가 다 잡아 먹고 있으니 다른 애들이 뭘 한다는 느낌이 없어서 등장인물이 너무 편중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게 1쿨 애니인지라 2쿨이었던 슈타게에서 각 캐릭터 비중까지 담는건 무리라 쳐도 어느 정도는 주인공과 접점이나 흐름이 있으면 하는데 그런것도 없다. 러닝타임이 빠듯한지 흑막은 수산시장 경매처럼 말이 장난아니게 빠르기도 하지만.

근데 내 생각엔 아마 게임판도 딱히 다른 캐릭터랑 뭐 접점 없을것 같은데 일단 저주녀랑 bl만화가 부터가 따로따로 놀고 있고 형사랑 fbi도 지 편할때만 나왔다 들어가고 그나마 같이 행동하는게 점술사랑 과학자 아들이랑 가슴뽀요요 뿐인데 점술사는 멋대로 행동하고 틀어박히고 튀어나가고 주인공부터가 현실부정에 노답인 놈인지라 게임버전이 특별히 다른 이야기를 할것 같진 않다. 애초에 이야기가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하. 진짜 소재는 참 매력적인데 이게 등장인물에서 엄청 까먹네. 로보틱스노츠도 답없이 짜증나는 캐릭이 있고 캐릭수가 많거나 한건 아니어도 각 캐릭터별 이야기는 그래도 그럭저럭 잡고 흘러갔고 카오스차일드는 소재는 재미없어도 캐릭터는 괜찮게 잘 나왔는데 오컬틱 나인 얘는 그 점에선 좀 많이 딸리네. 그래서인지 작품 나오는 것도 지지부진하고 말야.

2022년 2월 9일 수요일

애니메이션 예를 들어 라스트 던전 앞 마을의 소년이 초반 마을에서 사는 듯한 이야기 감상

 애니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조사를 해 보니 애니메이션판은 원작의 개그를 못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찬찬히 내용을 봤는데 확실히 제대로 다루었으면 웃겼을 소재들도 애니판에선 스킵이 되어 버린게 있는지라 일단 이 작품에 대해서는 애니판만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려 한다. 소설판과 코믹스판은 볼 생각이 없어서 더 조사 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단 인터넷 서점에 있는 미리보기 부분만 봐도 코믹스판은 애니판보다는 묘사가 좀 더 낫긴 했다. 소설판 미리보기는 내 취향과 안 맞아서 미리보기 부분만 보는데도 당장 꺼버리고 싶긴 한터라 찾아서 볼 생각이 아무래도 전혀 안 든다.



일단 애니판은 착각물에 대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려고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착각물은 말 그대로 착각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을 중점 소재로 다루는 것이다. 이 착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시리어스물이 될수도 있고 추리물도 되고, 개그물도 되는데 이 원작 예를들어 라스트... 빌어먹고 지랄맞게 긴 이름을 줄여 라스던이라 불리는 것은 개그물의 일종인데 개그 착각물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작품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착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반대로 주인공 혼자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진실을 아는 형태로 되어 있다.

애니판이 착각물에 대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려는 노력을 안 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원작이 추구하는 착각물의 형태도 문제가 있다. 이런 1인 착각물의 형태는 전개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이다.


개그 착각물은 단순하게 착각을 이용해서 웃기는 그런 형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구조를 살펴보면 여러가지 도구들이 준비 되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가장 첫번째로는 정보 공유에 있다. 예컨데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을 무서워하거나 강하거나 똑똑하다고 여긴다고 치면 이런 개그 착각물의 창작물은 반드시 주인공의 속마음이나 다른 인물들이 알지 못 하는 정보를 보여주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린다. 이런 정보를 통해 독자들은 주인공과 정보를 공유하는 상태를 지닌다. 즉 작중 내에서 주인공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독자이고 이로 인해 주인공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기 쉬운 조건을 갖게 된다.

이런 정보 공유를 통해서 얻게 되는 이점은 단순히 주인공과 독자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인물들이 어리석은 착각을 하는 것을 보며 진실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우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코미디 이론에서 우월성을 촉발시키는 방법은 자주 사용되어지는 것 중 하나로 영구나 맹구처럼 덜떨어진 등장인물이 바보같은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런 개그성 착각물은 바보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대상이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이기에 우월성 요소가 강화되기 마련이다.


두번째로는 의외성이다. 주인공이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독자들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이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필히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주인공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자와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기대 밖의 행동을 취하여 의외성을 노린 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주변 인물들과의 호흡이다. 착각물에는 필히 주인공을 인지하는 존재와 그로 인한 반응들을 필요로 한다. 주인공에게 주목하고 항시 반응을 보이는 존재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늘어나도 그 존재를 쉽게 안착시킬수가 있고 주인공과 엮이게 하기 수월하다. 특히 착각물은 등장인물들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착각이 가능한 덕분에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라스던의 착각 요소가 일반적인 착각물과 다른 점이다.

주인공이 혼자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주인공에게 이입을 하기 어렵다. 앞서 말한 정보 공유의 관계가 주인공과 교감을 이루는게 아닌 주변 인물에 한정되기에 주인공과 공감대를 지니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작품 밖에서 존재하는 독자는 주인공에게 그 어떠한 메세지도 줄수 없기에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는 주인공을 볼때마다 답답해지게 된다. 4의 벽을 뛰어넘어 독자들과 소통하는 캐릭터와 달리 혼자 착각하는 주인공은 창작물과 독자간의 벽을 세워 소통을 막는 형태가 된다.

더군다나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전부 진실을 알고 있기에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요소가 되기 힘들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주인공이 혼자 착각에 빠져있는터라 해결책과는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실을 아는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온전히 주인공에게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코미디 이론인 우월성을 갖추기 힘든 것도 문제다. 독자가 우월성을 느낄 대상이 주인공이 될 경우 주인공은 바보같고 멍청한 판단을 내리며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런 트러블메이커 내지는 답답한 바보는 독자가 공감을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며 독자가 주인공에게 우월성을 느껴버리게 되면 주인공은 필히 독자의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동경하거나 인정하는 존재, 또는 같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동반자가 아닌 독자 아래에 놓인 주인공은 그저 멍청한 존재로 인식 될 뿐이다. 성장형 주인공은 노력을 통해 강해지면서 점점 올라가기 마련이나 이런 착각형 주인공은 단순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뿐이고 이 인식의 변화는 성장형 주인공이 보여주는 점진적 변화와는 다른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하는 위치 변화에 불과하다.

혼자 착각하고 주변 인물들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점은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찾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이용해 먹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나마 정보 공유를 통해 공감영역이 열린 것이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이지만 이런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을 이용하려 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레 이 공감영역 또한 닫히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착각을 하지 않기에 이로 인한 반응이 항상 동일하여 쉽게 단조로워지기에 원패턴으로 일관되기 쉽다.


주인공의 행적을 꾸며주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무섭게 생겼지만 사실은 순한 사람이거나 강한것 같지만 사실은 약한 캐릭터들은 문제를 직면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과정과 결과를 강조하고 이 캐릭터는 사실 아무도 알아주지 못 하지만 이러이러한 노력을 합니다 라고 꾸며줄수가 있다. 그런데 이 라스던의 주인공은 사실은 강하지만 혼자 약하다고 착각을 하는 캐릭터인지라 주인공이 이런이런 노력을 합니다 라고 꾸며줄수 있는 여지가 없다. 미화요소가 들어가기 어렵기에 가뜩이나 주인공에게 공감하기 어렵건만 그 주인공을 빛내는 요소마저 부실해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니 제작진인지 작중 전개 내용인지 자꾸 동료 덕분에 강해질수 있었다는 전개를 집어넣는데 이 작품 특성상 동료를 강조하는 것은 주인공을 미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안 그래도 동료들은 주인공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데다 주인공 혼자서 동료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는 것 뿐이기에 이 동료 관계가 눈꼽만큼도 진실되게 다가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착각물은 정말 다루기가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에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되기 마련이다. 단순하게 인기 좀 끌었다고 쉽사리 미디어믹스를 시도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기 쉽다.

그나마 내가 코믹스판이 애니판보다 낫다고 느낀 점은 리액션이 과장되어 볼만한 점이었는데 원작의 개그를 제대로 살리기 힘들면 최소한 리액션이라도 보기 좋아야 했다.


하지만 애니판은 이런 착각에 대한 리액션이 너무 단조로운데다 심지어 성우들의 연기마저 틀에 박혀 무미건조한 가운데 이 작품을 개그 착각물 노선보다는 단순히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하렘물로 강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변화없는 원패턴을 일관하니 이야기는 쉽게 지루해지며 긴장감이 결여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의 결말은 너무나 허접하게 마무리가 되는데 아예 대놓고 나 흑막이요 이건 주인공 너를 꾸며주기 위한 일이야 라고 공개를 해 버리니 작품의 긴장감이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질 않는다. 이게 원작도 이런지 모르겠는데 딱히 다를것 같진 않은 것이 이 작품의 흐름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는지라 원작도 이럴거란것이 전혀 예상외의 일은 아니다.

이런 작품 홍보류 애니는 작품의 포인트를 잘 살려서 원작의 판매를 도와야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그 어딜 봐도 작품이 잘 되라고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없다.


개그물인 코노스바는 작품의 포인트를 잘 살려서 애니판만의 매력을 알리고 작품 견인 및 극장판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이 라스던은 코노스바의 성공만 보고 개그물이 가져야 할 요소를 등한시한채 그저 인기에 영합하고 대충 히트했으면 하는 바램만 담긴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22년 2월 8일 화요일

애니메이션 슈타인즈 게이트/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감상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 내용을 보고 싶었는데 게임을 하면 좋겠지만 ps4용으로 나오질 않다보니 대신 애니로 감상을 했다.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고 내용도 좋았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두고 주인공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전개를 비밀의 악의 조직과 섭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의 죽음으로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단순히 편하게 좋을대로 이용해 먹는 전개가 되지 않도록 잘 잡아준다.


특히 이야기는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바닥을 쌓아가며 확장되어지는데 전화레인지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 이유, 원인을 거슬러 올라 추리하며 정답에 다다르며 기존의 시간 여행물들과는 달리 정신을 과거로 보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점이 SF, 과학적 허구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물질의 시간이동 요소 자체는 뺄수가 없었는지 미래의 인물이 등장하게 만드는 타임머신이 등장하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이걸 설명하려 하기 보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하여 시청자의 주의를 돌리는데 잘 성공했다는 점이다. 정신만 압축해서 과거로 보내는데도 입자가속기가 필요한 마당에 그 이상의 질량, 데이터를 지니는 것을 과거로 보내는 타임머신은 존재만으로도 시간의 변수가 너무 많아지는데다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텍스트 어드벤처의 원작이 하렘물처럼 루트에 따른 이성인물과의 엔딩구조를 지니듯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도 그 부분은 다루고 있다. 다만 내가 원작을 아직 안 해서 원작의 캐릭터별 엔딩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앞서 말했듯이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쌓아가는 요소들이 서로 얽히면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풀어가면서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드는 점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엔딩도 깔끔하게 내었는데 알파와 베타 각각의 세계선에서 필연적인 각각의 두 인물의 죽음. 한쪽을 구원하면 다른 한쪽이 죽는 딜레마 상황에서도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미래가 과거를 구원하고 과거가 미래를 구원하며 섭리를 뛰어넘기 위해 세계를 속인다는 이야기는 꽤나 임팩트 있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면 슈타게는 참 좋은 작품인데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는 다르다. 일종의 사족이 너무 나가서 기존의 이야기를 헤치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본편의 이야기가 깔끔하게 잘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엔딩 이전 자포자기하는 분기로 돌려버리고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적, 그리고 타임머신을 두고 싸우는 국가간 전쟁이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전작이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와 사건을 이해시킨 것에 비해 슈타게 제로는 그런 전개를 하지 않는다. 이미 전작을 본 사람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충분히 전작과는 달리 이야기에 할애 할 여유가 남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호오인 쿄마가 아닌 좌절한 오카베 린타로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질질 끌려다닌다. 전작에 비해 이야기는 느리면서도 시간적인 흐름은 빠르고 주인공은 우유부단하며 정작 결정해야 하는 일을 타인이 대신 해 주려 할 때는 자신만이 겪었던 과거를 늘어놓으며 감정을 토해내기만 하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니 이야기는 침울하기만 하여 점점 기분이 다운되기만 해진다.


특히나 소재,설정들이 정말로 흥미를 못 끄는 것이 전작이 SERN의 비밀계획과 피해자,사건 및 사고들을 다루어 주변인물부터 접근해 온 것에 비해 제로에서의 미국 첩보부와 러시아 첩보부는 충분히 접근해오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오기만 하는데다 흑막 역시 너무 쉽게 유추가 되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SERN만큼의 비밀스럽고 베일에 싸인 분위기도 없거니와 암울한 미래는 단순한 전쟁에 불과하여 인류가 노예로 종속되는 것에 비해 압도적인 강제력도 보여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존의 캐릭터를 제로에서 다르게 표현하려 한 부분이 되려 와닿지가 않았는데 마유리는 오카베가 작중 제로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듯 마유리도 갈피를 못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뿐 아니라 오카베 린타로를 좌절시켜 세계전쟁을 촉발시킨 원흉이 되고 말았고, 마키세 크리스는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은유하듯 AI로 부활했지만 캐릭터적인 성장은 없을 뿐더러 기존의 오카베 린타로와의 과거를 부정하듯 과거 오카베가 타임머신에 대한 열의를 촉발시킨 크리스의 대화를 뒤집어 놓고는 그렇다고 딱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AI의 과학적 허구를 흥미롭게 풀지도 않았고 오히려 마키세 크리스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상에 위협만 끼치는 만악의 근원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다루와 딸의 관계 역시 전작에 비해 발전되거나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외 기타 인물들도 굳이 이렇게해서까지 그저 그런 모습으고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은 전개만 나온다.


박수칠때 떠나라 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이 슈타게 제로인데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암울한 분위기를 중점적으로 두었다면 그 점은 인정하나 결국 그것 역시 세계선을 바꾸어 없던 일로 바꾸려는 것이 현재의 진행인데 미래의 암울함에 치우친 나머지 현재도 지나치게 암울한 분위기로일관된 점이 안타깝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난관을 지어내는건 어려운 일이기에 기존의 세계관과 이야기,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쉬워 보일수도 있으나 기존의 캐릭터를 울궈먹을때 역시 주의는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