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0일 일요일

게임 두근두근 문예부 플러스 감상

 거의 대부분은 플레이 하긴 했는데 아직 개발자 단의 시를 보질 못 해 시크릿 엔딩을 못 본 상태다. 그렇긴 해도 조금만 더 반복하면 어차피 나올거고 설령 시크릿 엔딩을 본다 하더라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그냥 포스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디 특유의 불친절함을 공짜가 이겼는데 나는 돈주고 구매해서 패배했다 정도.


게임은 딱히 즐길 요소가 없이 개발자가 제시 아니 꼬아놓은 조건들을 달성하며 일방적으로 나열되는 텍스트를 꾸역꾸역 봐야 하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이게 대체 왜 그렇게 호평이었는지 이해할수가 없는데 정말이지 게임으로서는 최하점을 줘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스팀에서 무료로 나왔었기에 공짜라면 설사똥도 절하면서 먹는 유저들에겐 게임을 공짜로 내려주신 고마운 개발자님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게임은 심플하게 주인공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같은 세계에서 문예부라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마치 주인공에게 반하게끔 정해져 있는 듯한 세명의 등장인물들 중 원하는 한명에게 어필할수 있는 단어들을 골라 루트를 진행하는 것 처럼 꾸며놓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애시뮬레이션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등장인물들이 자살하거나 사라지거나 이상하게 변하기만 한다. 이유는 게임속 등장인물들 중 하나이지만 주인공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비공략 캐릭터인 모니카가 게임속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강제하여 자살시키고 괴상하게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자신은 주인공에게 선택받지 못 하기에 등장인물들을 전부 삭제하는 기염을 토하며 오로지 주인공과 자신만 남아 있는 공간에서 주인공에게 아무런 선택지도 주지 않고 혼잣말만 이어나간다.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게임에서 나간뒤 게임내의 os에서 모니카라는 캐릭터를 지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니카는 사라지고 나머지 캐릭터가 돌아온다. 하지만 문예부 부장인 모니카가 사라진 상태에서 다른 캐릭터가 부장을 이어받는 즉시 이 세계의 진실과 게임내 파일 조작 권한을 획득하게 되고 그로인해 그 캐릭터는 모니카와 같은 행동을 하며 세계를 날려버리고 모니카처럼 주인공과 둘만 남는 세계를 만들려 한다. 이 때 모니카의 개입으로 방해를 받고 게임은 기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초기화를 시켜야 한다.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반복해도 똑같이 나오는 구조다. 공략하려는 여자 캐릭터를 바꾼다던지 하는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변화도 없이 이 구조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 그리고 이 짓을 몇번이든 계속 반복하여 숨겨진 시들을 모아서 갤러리 수집을 완료해야 숨겨진 시크릿 엔딩이 나온다고 되어 있다.


일단 이 게임이 왜 쓰레기인가. 정말 진심으로 쓰레기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인데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대자면


1. 정해진 구조,흐름을 보는 것 말고는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 이미지는 낚시라 쳐도 그 내용은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다. 내가 앞서 말한 모니카의 방해로 둘만 남는 구조에서 모니카를 삭제하면 고정 캐릭터가 그 역을 이어 받아 똑같은 행동을 하다 모니카의 방해로 저지되고 플레이어는 게임을 초기화 시켜 처음부터 이 상황을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것 밖에 없다. 여기서 변화하는 것이 전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선택한 공략 캐릭터가 모니카를 삭제 한 뒤 문예부 부장이 되어 권한을 남용한다던가, 혹은 주인공이 선택을 통해서 모니카나 다른 캐릭터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끔 하는 분기 따윈 전혀 없이 오로지 정해진 선택지만을 고를 뿐이고 실제로는 뭘 고르든 결과는 정해져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짧고 의미가 없다. 길면 긴대로 문제긴 하지만 캐릭터에 충분히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은채 등장인물들을 자살시키거나 없애버리는 등 플레이어의 선택을 배제하기만 하기에 여기서 플레이어가 뭘 어떻게 플레이를 즐길 거리가 전혀 없다. 게임인데 컨텐츠라고 부를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2. 메타버스,4의 벽, 가상현실,ai등 개발자가 집어넣은 메세지는 그저 강요만 될 뿐이다.

플레이어는 선택지를 무엇을 고르든 결과는 정해져 있기에 개발자가 게임속에 집어넣은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선택에 의해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저 개발자 혼자 떠들고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소통하지 못 하는 메세지는 그냥 공허한 혼잣말일 뿐이다. 메타버스고 가상현실내 ai의 생각이며 4의 벽을 깨달았을 때의 반응이라던지 이런 것들은 게임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플레이어를 끌고 가기에 플레이어는 이런 메세지들을 자신의 선택에 의한 변화를 즐기며 이런 차이,이런 상황이 있구나 라며 즐겁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또한 게임 내내 정해진 선택지마저 빼앗기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게임내 텍스트를 그저 읽어내려가거나 캐릭터를 삭제하거나 게임을 초기화 하거나 하는 일방적인 행위 말고는 없다. 이런 벽과 벽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일방적인 행위의 반복으로 플레이어는 이 게임에서 모니카가 4의 벽을 느끼고 자신이 속해있는 게임속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서로 소통하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음 단계를 진행하기 위하여 초기화 하고 반복하고 반복하여 똑같은 반응을 보는 것에 불과한 제 3자의 멀리 떨어진 시선이 될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게임 캐릭터일 뿐이란 선을 긋는 시선에서 더 나아가질 못 하게 되고 개발자의 메세지는 이 벽을 넘어서질 못 한다.


3. 강제 세이브 삭제, 일방적인 반복구조, 제한과 제약된 선택지 등 인디라는 이유만으로는 용납,납득 하기 힘든 불친절

플레이어가 루트 분기를 제어하기 위한 세이브를 이 게임은 매번 쉽게 날려버린다. 4의 벽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플레이어의 행동,의지,선택을 멋대로 날려버리며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불친절 아니 그냥 횡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 세이브를 삭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끔 강요하는 불편함 밖에 없다.

불편함,불친절,횡포가 거기서 그치질 않는다. 이 게임은 시크릿 엔딩을 보기 위해 모아야 하는 시가 랜덤 등장 구조이기에 언제 어떻게 얻을지를 기약할 수 없다. 게다가 모아야 하는 일러스트 또한 획득하기 전까지 그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 일러스트를 모으기 위해 각 캐릭터의 흐름으로 가기 위하여 시의 단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직관적이지 못 하다. 이 캐릭터는 이런 단어를 좋아할 것이다 라는 막연한 느낌만으로는 맞추기가 어려워 파일트리내 적혀있는 단어표를 보던지 아니면 수차례 반복하면서 답을 외워서 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짓거릴 하는데 아무런 이유나 필요,타당성을 느끼기 힘들다.

Os를 본뜬 게임내 파일트리 구조 역시 엉성하고 불편하고 의미가 없다. 쓸모없이 많은 폴더들을 탐색하며 숨겨진 파일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조건이 안 되면 열람도 안 되며 os외견만 흉내낸 이 조악한 구성은 실제 os의 파일트리와는 전혀 딴판인 조작과 반응과 폴더내 탐색 기능을 보여주어 이딴걸 대체 왜 구현한건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Pc가 아닌 ps4용으로 만들었으면 그에 맞게 형식도 변화를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았다. 얼마나 개발자가 자기 세상에만 빠져있고 플레이어를 배려하지 않는지는 이 정신나간 파일트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4. 진빠지는 반복구조에 어울리지 않는 사이드 스토리

본편을 엔딩 보고 조건을 채우기 위해 다시 반복하다 보면 이딴 겜 대체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문스러워지고 그러다 보니 다른건 없나하고 사이드 스토리에 눈길이 가게 되는데 문젠 본편 플레이가 허접하고 강제되어 있는 구성에서 사이드 스토리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저 등장인물들이 떠드는 것을 막연하기 보기만 해야 하는데 본편을 달리느라 진빠진 플레이어에게 그저 서로 떠들기만 하고 별 내용이 없는 사이드 스토리는 인내심을 더 갉아먹는다. 차라리 사이드 스토리를 내놓을 여력이 있었으면 그걸 본편에 녹여서 플레이에 변화를 주던가 할 것이지 일방적으로 혼자 떠들기만 하는 것을 그저 보기만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플레이어는 채우지 못 한 일러스트를 모으기 위해 의미없는 본편을 반복해야 한다. 정말이지 이 게임은 플레이 구조가 형편없기 짝이 없으며 개발자 혼자 떠드는 것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허접한 구성에서 머무른다.


5.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주기 위한 것이 고작 플레이어를 놀래키기 위한 저급한 깜짝쇼

캐릭터가 자살하고 얼굴이 하얗게 되고 목이 꺽이고 눈이 검게 되고 빙글빙글 굴려지고 터지고 피를 보여주고 이런 저급한 연출들로 플레이어를 깜짝깜짝 놀라게 할 뿐이다. 공포를 자아내기 위하여 상황,분위기,텍스트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예상치 못 한 타이밍에 끔찍한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점프 스케어라 불리는 깜놀 구간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신하야리가미 1에서 일본 유저들의 비판도 와 닿지 않았는데 그림으로 무섭게 하는 것 자체는 나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방법론적으로는 아주 형편없다. 서서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가며 사건을 마주하고 미지의 존재 또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그냥 멋대로 괴이한 이미지와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러게임으로서도 구성적인 부분은 수준 미달이다.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게 아닌 쌩뚱맞게 갑자기 튀어나오기만 하는 연출은 플레이어에게 그 어떤 여운도 감흥도 주지 못 하며 상황에 대한 이미지 전달력 역시 떨어질 뿐이다. 그저 혼잣말을 할 뿐인 본편의 진행처럼 이 호러 요소 역시 개발자 혼자 떠드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그 어떤 점에서도 플레이어와 공감과 소통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다. 게임으로서는 정말이지 함량 미달이다. 그런데 유달리 평이 좋으니 어이가 없다. 그 평들을 보고서 믿고 구매한 입장에선 다시 한번 절실하게 통감하게 된다.

공짜라면 똥이라도 입에 잔뜩 머금은채 손가락을 추켜 세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공짜로 플레이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으나 공짜로도 플레이 할 가치는 없고, 돈 주고 플레이 할 가치는 더더욱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