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9일 수요일

애니메이션 예를 들어 라스트 던전 앞 마을의 소년이 초반 마을에서 사는 듯한 이야기 감상

 애니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조사를 해 보니 애니메이션판은 원작의 개그를 못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찬찬히 내용을 봤는데 확실히 제대로 다루었으면 웃겼을 소재들도 애니판에선 스킵이 되어 버린게 있는지라 일단 이 작품에 대해서는 애니판만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려 한다. 소설판과 코믹스판은 볼 생각이 없어서 더 조사 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단 인터넷 서점에 있는 미리보기 부분만 봐도 코믹스판은 애니판보다는 묘사가 좀 더 낫긴 했다. 소설판 미리보기는 내 취향과 안 맞아서 미리보기 부분만 보는데도 당장 꺼버리고 싶긴 한터라 찾아서 볼 생각이 아무래도 전혀 안 든다.



일단 애니판은 착각물에 대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려고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착각물은 말 그대로 착각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을 중점 소재로 다루는 것이다. 이 착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시리어스물이 될수도 있고 추리물도 되고, 개그물도 되는데 이 원작 예를들어 라스트... 빌어먹고 지랄맞게 긴 이름을 줄여 라스던이라 불리는 것은 개그물의 일종인데 개그 착각물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작품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착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반대로 주인공 혼자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진실을 아는 형태로 되어 있다.

애니판이 착각물에 대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려는 노력을 안 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원작이 추구하는 착각물의 형태도 문제가 있다. 이런 1인 착각물의 형태는 전개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이다.


개그 착각물은 단순하게 착각을 이용해서 웃기는 그런 형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구조를 살펴보면 여러가지 도구들이 준비 되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가장 첫번째로는 정보 공유에 있다. 예컨데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을 무서워하거나 강하거나 똑똑하다고 여긴다고 치면 이런 개그 착각물의 창작물은 반드시 주인공의 속마음이나 다른 인물들이 알지 못 하는 정보를 보여주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린다. 이런 정보를 통해 독자들은 주인공과 정보를 공유하는 상태를 지닌다. 즉 작중 내에서 주인공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독자이고 이로 인해 주인공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기 쉬운 조건을 갖게 된다.

이런 정보 공유를 통해서 얻게 되는 이점은 단순히 주인공과 독자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인물들이 어리석은 착각을 하는 것을 보며 진실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우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코미디 이론에서 우월성을 촉발시키는 방법은 자주 사용되어지는 것 중 하나로 영구나 맹구처럼 덜떨어진 등장인물이 바보같은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런 개그성 착각물은 바보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대상이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이기에 우월성 요소가 강화되기 마련이다.


두번째로는 의외성이다. 주인공이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독자들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이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필히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주인공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자와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기대 밖의 행동을 취하여 의외성을 노린 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주변 인물들과의 호흡이다. 착각물에는 필히 주인공을 인지하는 존재와 그로 인한 반응들을 필요로 한다. 주인공에게 주목하고 항시 반응을 보이는 존재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늘어나도 그 존재를 쉽게 안착시킬수가 있고 주인공과 엮이게 하기 수월하다. 특히 착각물은 등장인물들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착각이 가능한 덕분에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라스던의 착각 요소가 일반적인 착각물과 다른 점이다.

주인공이 혼자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주인공에게 이입을 하기 어렵다. 앞서 말한 정보 공유의 관계가 주인공과 교감을 이루는게 아닌 주변 인물에 한정되기에 주인공과 공감대를 지니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작품 밖에서 존재하는 독자는 주인공에게 그 어떠한 메세지도 줄수 없기에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는 주인공을 볼때마다 답답해지게 된다. 4의 벽을 뛰어넘어 독자들과 소통하는 캐릭터와 달리 혼자 착각하는 주인공은 창작물과 독자간의 벽을 세워 소통을 막는 형태가 된다.

더군다나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전부 진실을 알고 있기에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요소가 되기 힘들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주인공이 혼자 착각에 빠져있는터라 해결책과는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실을 아는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온전히 주인공에게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코미디 이론인 우월성을 갖추기 힘든 것도 문제다. 독자가 우월성을 느낄 대상이 주인공이 될 경우 주인공은 바보같고 멍청한 판단을 내리며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런 트러블메이커 내지는 답답한 바보는 독자가 공감을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며 독자가 주인공에게 우월성을 느껴버리게 되면 주인공은 필히 독자의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동경하거나 인정하는 존재, 또는 같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동반자가 아닌 독자 아래에 놓인 주인공은 그저 멍청한 존재로 인식 될 뿐이다. 성장형 주인공은 노력을 통해 강해지면서 점점 올라가기 마련이나 이런 착각형 주인공은 단순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뿐이고 이 인식의 변화는 성장형 주인공이 보여주는 점진적 변화와는 다른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하는 위치 변화에 불과하다.

혼자 착각하고 주변 인물들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점은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찾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이용해 먹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나마 정보 공유를 통해 공감영역이 열린 것이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이지만 이런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을 이용하려 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레 이 공감영역 또한 닫히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착각을 하지 않기에 이로 인한 반응이 항상 동일하여 쉽게 단조로워지기에 원패턴으로 일관되기 쉽다.


주인공의 행적을 꾸며주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무섭게 생겼지만 사실은 순한 사람이거나 강한것 같지만 사실은 약한 캐릭터들은 문제를 직면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과정과 결과를 강조하고 이 캐릭터는 사실 아무도 알아주지 못 하지만 이러이러한 노력을 합니다 라고 꾸며줄수가 있다. 그런데 이 라스던의 주인공은 사실은 강하지만 혼자 약하다고 착각을 하는 캐릭터인지라 주인공이 이런이런 노력을 합니다 라고 꾸며줄수 있는 여지가 없다. 미화요소가 들어가기 어렵기에 가뜩이나 주인공에게 공감하기 어렵건만 그 주인공을 빛내는 요소마저 부실해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니 제작진인지 작중 전개 내용인지 자꾸 동료 덕분에 강해질수 있었다는 전개를 집어넣는데 이 작품 특성상 동료를 강조하는 것은 주인공을 미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안 그래도 동료들은 주인공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데다 주인공 혼자서 동료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는 것 뿐이기에 이 동료 관계가 눈꼽만큼도 진실되게 다가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착각물은 정말 다루기가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에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되기 마련이다. 단순하게 인기 좀 끌었다고 쉽사리 미디어믹스를 시도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기 쉽다.

그나마 내가 코믹스판이 애니판보다 낫다고 느낀 점은 리액션이 과장되어 볼만한 점이었는데 원작의 개그를 제대로 살리기 힘들면 최소한 리액션이라도 보기 좋아야 했다.


하지만 애니판은 이런 착각에 대한 리액션이 너무 단조로운데다 심지어 성우들의 연기마저 틀에 박혀 무미건조한 가운데 이 작품을 개그 착각물 노선보다는 단순히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하렘물로 강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변화없는 원패턴을 일관하니 이야기는 쉽게 지루해지며 긴장감이 결여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의 결말은 너무나 허접하게 마무리가 되는데 아예 대놓고 나 흑막이요 이건 주인공 너를 꾸며주기 위한 일이야 라고 공개를 해 버리니 작품의 긴장감이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질 않는다. 이게 원작도 이런지 모르겠는데 딱히 다를것 같진 않은 것이 이 작품의 흐름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는지라 원작도 이럴거란것이 전혀 예상외의 일은 아니다.

이런 작품 홍보류 애니는 작품의 포인트를 잘 살려서 원작의 판매를 도와야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그 어딜 봐도 작품이 잘 되라고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없다.


개그물인 코노스바는 작품의 포인트를 잘 살려서 애니판만의 매력을 알리고 작품 견인 및 극장판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이 라스던은 코노스바의 성공만 보고 개그물이 가져야 할 요소를 등한시한채 그저 인기에 영합하고 대충 히트했으면 하는 바램만 담긴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