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8일 금요일

애니메이션 오컬틱 나인 감상

 5pb의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인 오컬틱 나인 애니메이션 버전을 최근에 정주행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5pb의 과학 어드벤처 작품은 슈타인즈 게이트,슈타게 제로,카오스 차일드,로보틱스 노츠로 거진 각 세계관에 속한 작품은 한가지씩은 본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5pb의 망상-카오스 차일드,상정-슈타게,확장-로보틱스 노츠,초상-오컬틱 나인 들중에서 가장 이야기가 그럴싸하다고 느낀 것은 이 오컬틱 나인이다. 5pb작품의 각 주제에 맞춰 공상과학의 소재가 다른데 망상-카오스 헤드,카오스 차일드는 인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구현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구현화 능력만이 아닌 각 기가로 매니악스 능력자들은 발화,언령,텔레파시,메타몰포트,염동력 등의 초능력도 지닌다. 공통적으로는 디소드라는 검을 실체화 시킬수 있는데 동일한 기가로매니악스 능력자가 아니고서는 인지하지 못 한다. 그런데 이 초능력이라는 소재는 개인적으로  sf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에 순수하게 sf어드벤처로서는 즐길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쪽이 오컬틱 나인보다 더 오컬트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기가로 매니악스 능력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기에 주인공만의 특별한 점이 느껴지기 힘들다. 다른 하나인 상정-슈타인즈 게이트는 리딩 슈타이너라는 시간선의 변동을 인지할수 있는 능력과 과거로 메세지 또는 기억을 보내어 시간선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가 된다. 리딩 슈타이너는 주인공만의 능력이고 메세지 또는 기억을 보내는건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되긴 하지만 리딩 슈타이너 능력으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 하면 과거가 변화되어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 하고 그 세계선의 흐름에 종속되기에 성공 또는 실패를 가늠할수도 없어 주인공만이 이 기술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슈타인즈 게이트는 그랬는데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에서는 주인공이 리딩 슈타이너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못 알아채거나 주인공의 의지나 행동과는 상관없이 멋대로 세계선이 바뀌어 버리기에 전작의 분위기나 흐름이 지나치게 달라져서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동이라는 요소는 분명 공상과학 같긴 한데 문제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해도 기억을 전송하는게 고작이었던 것이 물질 전송도 가능해진다던가 그 에너지나 원리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넘어가는터라 운동속도를 통해 과거로 간다는 백투어퓨쳐보다도 더 두리뭉실하여 확 와닿지가 않는다. 단지 그게 현실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설령 그것이 현재 기술력으로도 가능하다던지 불가능한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럴싸하게 느껴지게 한다면 그 신비로움에 압도되어 몰입되기 마련인데 슈타게에서의 몰입은 전파레인지에서 바나나가 하나만 젤리가 되었을때 빼곤 공상과학적으로 몰입이 안 된다. 확장-로보틱스 노츠는 주인공의 능력과 기술이 완전 따로 노는 작품인데 주인공은 특이희귀병에 의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시간을 느끼고 움직일수가 있다. 일종의 가속능력이지만 그 능력을 사용하면 신체에 부담이 큰데다 그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보니 앞선 두 작품과는 달리 주인공의 능력이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카오스 차일드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능력 사용에는 애를 먹었지만 그걸 쓰기 위해서 신체에 부하를 줘야 하는건 없었는데 로보틱스 노츠는 주인공에게 신체의 부하를 가해야 하는터라 이야기가 필요할 때  술술 풀리는 맛이 적다. 게다가 이 로보틱스 노츠에서의 공상과학적 요소는 주인공의 능력보다는 모노폴이라는 단극성 물질에 기반하고 있다. 즉 로보틱스 노츠란 제목처럼 직립보행 가능한 거대로봇이라는 꿈같은 공상과학 요소를 그려내기 위한 것이 주제인데 모노폴은 로봇을 만들고 제어하기 위한 요소로서,ar증강현실은 로봇의 외견적인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주인공의 능력은 로봇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다만 직립 보행 가능한 인간처럼 움직이는 거대 로봇은 물론 가동 속도며 무게며 조작도 아직은 현실에 없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막 가슴 두근거리고 기대되는 공상과학 요소는 아닌 점이 좀 안타깝다. Sf적인 요소로만 본다면야 이 로보틱스 노츠가 가장 그 부분에 부합되긴 하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술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팍 식어버린다. 한쪽은 초능력을 쓰고 다른 한쪽은 시간이동을 하는데 그냥 좀 움직이는 커다란 로봇은 이제와서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뿐더러 이걸 악용할 만한 요소가 걍 없지 않나? 게다가 흑막의 목적은 주된 기술과도 따로 놀기에 더더욱 이야기와 겉도는 느낌이다.


그래서 먼저 접한 세 작품은 이야기는 좋아도 sf적인 면에서는 그리 흥미롭진 않았는데 이 오컬틱 나인이 나에게 흥미를 끌게 하는 요소는 꽤나 그럴싸한 이야기로 접근을 하면서도 이런 기술이 있다면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라는 느낌. 그리고. 흑막의 목적과 기술,주제가 부합되는 점이 잘 맞아 떨어져서다.


오컬틱 나인의 주인공인 가몬 유타는 블로그 조회수로 돈이나 벌고 싶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앞선 5pb의 주인공들도 전부 망상이나 중2병이나 쿨병 등 하나씩 문제점을 갖고는 있지만 그래도 할땐 하려는 놈들인 반면 이 썩어빠진 마인드의 주인공은 주인공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도 늦은 형태라 보다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안티 오컬트 블로그를 운영하는 가몬 유타에게 사람들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오컬트를 다루는 교수가 살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 뒤 숨돌릴 사이도 없이 256인 집단 익사 사건이 발생되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던 주인공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떻게든 스포일러를 피하고 쓰고 싶지만 그럴 경우 아예 설명이 안 되다 보니 또 그럴수가 없다. 아무튼 주인공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256인 집단 익사 사건의 희생자이며 유령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 유령의 메커니즘이 상당히 그럴싸한게 매력적이다.

유령이란 것은 본래 과학과는 다른 오컬트적인 영역의 이야기라 대부분의 창작물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럴 이유가 없다. 영혼이 있는데 그 영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려면 그럼 영혼은 무엇인가,무엇이 영혼이며 왜 안 보이고 누구는 보고 어째서 현실과는 분리가 되어 있는가 따지고 거슬러 오르면 지옥과 천국,영혼이 머무는 영계 등도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이걸 굳이 sf적으로 설명할 이유가 없이 그저 오컬트적으로 영혼은 있어 라고 하면 그건 사람들이 구전이며 책이며 전승,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고정적인 관념의 영혼의 이미지를 끌어다 쓰면 자잘한 설명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컬트는 설명하기가 쉬우면서도 무게가 없다. 그냥 그래. 이걸로 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컬틱 나인의 영혼의 설정은 심히 흥미롭기 그지 없는데 내가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전부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혼은 무엇인가?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전자파, 어째서 보이지 않는가? 신체에 깃든 전자파와 분리된 전자파의 주파수의 길이 차이로 인해 서로 인지하지 못 하는 것, 주인공들은 어떻게 현실에 간섭하는가? 알파스칸듐에 의해 주파수 길이가 조정된 사람들은 육체를 지닌 사람과 주파수가 같아져 현실에 간섭할수 있게 된것, 흑막은 왜 이런 기술을 만들었는가? 자신들은 영생을 얻고 다른 존재들을 세뇌하여 다루기 위해. 


이렇게 오컬트적인 요소는 과학적 접근법에 의해 조각조각 분해되어 sf영역으로 옮겨지고 이 sf가 되어버린 영혼이라는 요소는 지금까지 나온 오컬트 작품들보다도 더 그럴싸하게 구체화되어 정말로 있을수 있는 그런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물론 100%논리적인건 아니다. 전자파에 불과한 영혼이 어떻게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지, 인지 여부에 따라 물체의 실존여부가 달라지는지는 설명 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양자역학적인 부분도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다. 관측하기 전에 존재 여부를 확정하지 못 하는 것을 역으로 존재 여부를 확정함으로서 관측할수 있게 되는 점은 sf보다는 문학적인 역설법을 취하고 있다. 영혼이 파장,전자파,주파수라는 가정하에 주파수의 길이는 속도와 관계를 지니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파장의 길이를 돌려 놓음으로서 과거로 돌아간다는 시간이동 , 엄연히 말하면 시간 이동이라기 보다는 세이브-로드 개념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기존 5pb 공상과학 어드벤처에서 다루었던 것들보다 더 흥미롭게 그리고 그럴싸하게 다루어진다. 그도 그럴것이 슈타게는 시간이동을 다루지만 과거로 가는게 아니라 원인을 과거로 보내고 결과만 지금 받아서 다른 결과를 낸다는 것이기에 시간이동이라기 보다는 시간수정에 가깝고, 카오스차일드의 초능력은 sf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오컬트작품에서 설명하는 유령보다도 더 애매하며, 로보틱스 노츠의 세뇌나 단극성 소재를 이용한 로봇기술은 너무나 막연하다.


소재의 매력, 가능할법한 이야기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매력적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오컬트적인 저주나 미신등을 풀어나가나 실제로는 이런 저주,미신은 sf에 분석당한 영혼처럼 현실의 일부분으로 남을 뿐이라 철저하게 계속 철저하게 오컬트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하아.. 그런데 이 좋은 작품의... 옥의 티라면 일단 주인공이 너무 정이 안 간다는 점이고, 너무 하는 행동이 멍청한데다 뻔히 나와 있는 답을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려하는 모습에서 애정이 안 간다. 다른 주변인물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죽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라는 자세로 임하는데 이 썩어빠진 주인공은 죽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부정하는 것에만 그치는거면 모르겠는데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 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다른 등장인물들이 개성적인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오컬틱 나인의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없다고는 못 하지만 그 개성이 매력적이지가 않다. 뮤퐁인가 뭔가 하는 점쟁이는 소리치고 울고 멋대로 튀어나가고 뭔가 아날로그 스틱 빠진채 기울기 센서로만 조작하는 드론같다고나 할까 얘가 주인공보다도 어디로 튀어나갈지도 모르는데 비중은 잡아주고 비중 잡아주는거에 비해 뭐 있는것도 아니고 일 저지르고 튀고 빠지고 암튼 가장 엿같은 특징이라 마음이 안 가며

여기자는 어센션! 이러는거 말고는 뭐 없고 그 말투도 솔직히 너무 억지라서 거부반응만 난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남자아이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브레인역을 하는데 사실상 모든걸 다 아는 캐릭터가 정보를 필요할때만 제공을 하다보니 어차피 쟤가 하는 일이 막혔어도 다 아는 애가 풀어줬겠지 라는 생각에 별로 중요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제니가메임당 하는 오타쿠 형사는 생긴건 귀여운데 하는 짓은 관종+어글러+갑툭튀에 뒤에 얽힌 배경도 영 찝찝하고

저주대행하는 여자아이는 이야기와 계속 따로 놀고 있어서 없어도 될거 같은데 라는 생각만 들며

Bl만화가 여자도 사건의 단서를 그렸다는 점 외에는 계속 이야기 바깥에서 맴돌다보니 얘도 걍 없어도 되지 않나? 싶다.

여고생 fbi는 싸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단서를 잡는 특징이 있지만 사실상 그게 뭐 크게 대단한 활약을 하진 않았고 되려 병약속성으로 리타이어 하니까 또 얘도 이야기에선 크게 하는 뭔가가 없다

그렇게 돌고돌고 남는게 멜론가슴울트라씨 뽀요건 귀신들린 소녀인데 이야기의 모든 것들 비중,활약을 얘가 다 잡아 먹고 있으니 다른 애들이 뭘 한다는 느낌이 없어서 등장인물이 너무 편중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게 1쿨 애니인지라 2쿨이었던 슈타게에서 각 캐릭터 비중까지 담는건 무리라 쳐도 어느 정도는 주인공과 접점이나 흐름이 있으면 하는데 그런것도 없다. 러닝타임이 빠듯한지 흑막은 수산시장 경매처럼 말이 장난아니게 빠르기도 하지만.

근데 내 생각엔 아마 게임판도 딱히 다른 캐릭터랑 뭐 접점 없을것 같은데 일단 저주녀랑 bl만화가 부터가 따로따로 놀고 있고 형사랑 fbi도 지 편할때만 나왔다 들어가고 그나마 같이 행동하는게 점술사랑 과학자 아들이랑 가슴뽀요요 뿐인데 점술사는 멋대로 행동하고 틀어박히고 튀어나가고 주인공부터가 현실부정에 노답인 놈인지라 게임버전이 특별히 다른 이야기를 할것 같진 않다. 애초에 이야기가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하. 진짜 소재는 참 매력적인데 이게 등장인물에서 엄청 까먹네. 로보틱스노츠도 답없이 짜증나는 캐릭이 있고 캐릭수가 많거나 한건 아니어도 각 캐릭터별 이야기는 그래도 그럭저럭 잡고 흘러갔고 카오스차일드는 소재는 재미없어도 캐릭터는 괜찮게 잘 나왔는데 오컬틱 나인 얘는 그 점에선 좀 많이 딸리네. 그래서인지 작품 나오는 것도 지지부진하고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