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8일 화요일

애니메이션 슈타인즈 게이트/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감상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 내용을 보고 싶었는데 게임을 하면 좋겠지만 ps4용으로 나오질 않다보니 대신 애니로 감상을 했다.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고 내용도 좋았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두고 주인공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전개를 비밀의 악의 조직과 섭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의 죽음으로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단순히 편하게 좋을대로 이용해 먹는 전개가 되지 않도록 잘 잡아준다.


특히 이야기는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바닥을 쌓아가며 확장되어지는데 전화레인지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 이유, 원인을 거슬러 올라 추리하며 정답에 다다르며 기존의 시간 여행물들과는 달리 정신을 과거로 보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점이 SF, 과학적 허구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물질의 시간이동 요소 자체는 뺄수가 없었는지 미래의 인물이 등장하게 만드는 타임머신이 등장하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이걸 설명하려 하기 보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하여 시청자의 주의를 돌리는데 잘 성공했다는 점이다. 정신만 압축해서 과거로 보내는데도 입자가속기가 필요한 마당에 그 이상의 질량, 데이터를 지니는 것을 과거로 보내는 타임머신은 존재만으로도 시간의 변수가 너무 많아지는데다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텍스트 어드벤처의 원작이 하렘물처럼 루트에 따른 이성인물과의 엔딩구조를 지니듯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도 그 부분은 다루고 있다. 다만 내가 원작을 아직 안 해서 원작의 캐릭터별 엔딩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앞서 말했듯이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쌓아가는 요소들이 서로 얽히면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풀어가면서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드는 점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엔딩도 깔끔하게 내었는데 알파와 베타 각각의 세계선에서 필연적인 각각의 두 인물의 죽음. 한쪽을 구원하면 다른 한쪽이 죽는 딜레마 상황에서도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미래가 과거를 구원하고 과거가 미래를 구원하며 섭리를 뛰어넘기 위해 세계를 속인다는 이야기는 꽤나 임팩트 있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면 슈타게는 참 좋은 작품인데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는 다르다. 일종의 사족이 너무 나가서 기존의 이야기를 헤치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본편의 이야기가 깔끔하게 잘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엔딩 이전 자포자기하는 분기로 돌려버리고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적, 그리고 타임머신을 두고 싸우는 국가간 전쟁이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전작이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와 사건을 이해시킨 것에 비해 슈타게 제로는 그런 전개를 하지 않는다. 이미 전작을 본 사람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충분히 전작과는 달리 이야기에 할애 할 여유가 남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호오인 쿄마가 아닌 좌절한 오카베 린타로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질질 끌려다닌다. 전작에 비해 이야기는 느리면서도 시간적인 흐름은 빠르고 주인공은 우유부단하며 정작 결정해야 하는 일을 타인이 대신 해 주려 할 때는 자신만이 겪었던 과거를 늘어놓으며 감정을 토해내기만 하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니 이야기는 침울하기만 하여 점점 기분이 다운되기만 해진다.


특히나 소재,설정들이 정말로 흥미를 못 끄는 것이 전작이 SERN의 비밀계획과 피해자,사건 및 사고들을 다루어 주변인물부터 접근해 온 것에 비해 제로에서의 미국 첩보부와 러시아 첩보부는 충분히 접근해오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오기만 하는데다 흑막 역시 너무 쉽게 유추가 되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SERN만큼의 비밀스럽고 베일에 싸인 분위기도 없거니와 암울한 미래는 단순한 전쟁에 불과하여 인류가 노예로 종속되는 것에 비해 압도적인 강제력도 보여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존의 캐릭터를 제로에서 다르게 표현하려 한 부분이 되려 와닿지가 않았는데 마유리는 오카베가 작중 제로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듯 마유리도 갈피를 못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뿐 아니라 오카베 린타로를 좌절시켜 세계전쟁을 촉발시킨 원흉이 되고 말았고, 마키세 크리스는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은유하듯 AI로 부활했지만 캐릭터적인 성장은 없을 뿐더러 기존의 오카베 린타로와의 과거를 부정하듯 과거 오카베가 타임머신에 대한 열의를 촉발시킨 크리스의 대화를 뒤집어 놓고는 그렇다고 딱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AI의 과학적 허구를 흥미롭게 풀지도 않았고 오히려 마키세 크리스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상에 위협만 끼치는 만악의 근원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다루와 딸의 관계 역시 전작에 비해 발전되거나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외 기타 인물들도 굳이 이렇게해서까지 그저 그런 모습으고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은 전개만 나온다.


박수칠때 떠나라 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이 슈타게 제로인데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암울한 분위기를 중점적으로 두었다면 그 점은 인정하나 결국 그것 역시 세계선을 바꾸어 없던 일로 바꾸려는 것이 현재의 진행인데 미래의 암울함에 치우친 나머지 현재도 지나치게 암울한 분위기로일관된 점이 안타깝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난관을 지어내는건 어려운 일이기에 기존의 세계관과 이야기,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쉬워 보일수도 있으나 기존의 캐릭터를 울궈먹을때 역시 주의는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