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일 수요일

애니메이션 약속의 네버랜드 1,2기 감상

 요즘 들어서 꾸준히 느끼는 점이 기대를 안 하면 실망이 없고 세상 모든 것들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대를 하지 않더라도 기본도 안 되어 먹은 것들을 접하는 것은 여전히 피곤하지만 말이다.


약속의 네버랜드는 전권을 본적은 없고 만화책 1~3권인 고아원 탈출까지만 보고 그 뒤는 넘어가고 마지막화만 구매로 봤다. 전권을 구매할까 말까 고민하는 나에게 결말을 조진 만화라는 세간의 평은 솔직히 그냥 넘길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말의 마지막화를 본 나는 그렇구나 결말을 이따구로 조졌구나 라며 전권 구매전에 확인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판은 2기의 진행이 원작과 달라 팬들에게 불만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 솔직한 생각으로는


두 놈이 결말을 나란히 조졌는데 그깟 전개가 조금 다른게 문제인가 라는 생각이다.


원작의 괴물 귀족과의 싸움을 스킵했다고는 하지만 그 전투 자체가 결말을 빛내줄 요소가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3기가 나올 예정이 아니었을테니 2기에서 끝내려 한걸테고 그렇다고 한다면 원작의 주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원작의 주제는 사냥 하는 쪽과 사냥 당하는 쪽. 먹히기 위해 태어나고 길러진 아이들과 이 아이들을 포식하는 괴물과의 대립에서 어떻게 해방을 이루고 평화를 찾을 것인가가 주제다.


그러나 안타깝고 아쉽게도 미적지근한 컨텐츠에서 주로 볼수 있는 너희가 나쁜 놈도 있지만 좋은 녀석도 있기에 죽이지 않고 평화롭게 끝내고 싶어 라는 어처구니가 없는 흐름으로 흘러가는터라 두 종족의 대립과 갈등을 푸는 방법을 제대로 제시하질 못 할수 밖에 없고 그 결과 꼬여버린 모든 앙금과 원한과 계략과 분노와 복수심 등은 절대적인 존재에게 기대는 방법으로 귀결되니 찬찬히 쌓아올려지는 주춧돌 위에 결과가 올려지는게 아니라 그 주출돌을 전부 날려버리고 뜬금없는 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만다.


그런 원작의 허접한 결말에 비교하자면 애니메이션은 그나마 원만하게 하지만 애매하게 끝을 낸다.


사육아들의 감정,평화를 바라는 마음, 독립을 향한 싸움과 괴물이 가지고 있는 존속성의 문제, 계급 갈등 및 기득권의 억압과 제약, 공통된 목표를 위한 협력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괴물측이 자신들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육아들을 돕는터라 귀족괴물과의 전투를 중점으로 갔더라면 이야기는 정말 산으로 갔을 것 같다. 물론 괴물 귀족 이야기를 다룬다면 괴물 귀족의 계급과 권력 남용의 문제를 보여줄수도 있긴 하겠지만 과연 그게 충분하게 표현되고 전달 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결말을 위해 불필요한걸 내치긴 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의 내용은 생략되어진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전개 자체는 굉장히 뜬금없게 느껴진다. 이자벨라가 그랜마가 되는 과정이나 송쥬인가 무지카인가 하는 괴물이 사육아를 먹는 걸 포기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고 게이트는 뭐고 인간사회와 괴물 계급은 어떻고 그런 세세한 부분들이 대거 축약되어 넘어가기에 이야기 전개를 위해 끌고 온 것들을 충분하게 보여주지 못 하는 점은 단점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게 궁금했다면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을 보려 할테고 던진 떡밥에 비해 엉망진창인 풀이를 보고 허탈했을테니 이 정도면 적당히 비슷한 수준의 날림인 결말을 보여주며 돈과 정신건강을 지키기엔 나쁘지 않다.


샤먼킹이 복각하면서 조져버린 결말을 새로 그려서 수습했던 것처럼 이것도 나중에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도 싶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평화주의자들의 몽상을 위한 솔루션이 과연 존재할까 싶기에 그런 일은 거의 힘들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