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4일 금요일

애니메이션 주술회전 중반부터 24화까지 감상

 어차피 코믹스로 본 내용이라 안 봐도 무방하긴 한데 월정액 가입 해 놓고는 뭘 봐야 할지 생각만 하고 시간만 보내기는 좀 뭐하서 그냥 중반부 대충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이어서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애니판이 여러모로 좋은 점은 그 노력에 비례해서 두각을 보이는 점이다.


최근 애니메이션을 보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그냥 캐릭터가 앞뒤 좌우로 이동하는 수준이거나 정지화면을 그대로 내보이는 등의 애니메이션 답지 않은 정적인 형태가 빈번한 점 때문이다. 특히 웹소설 기반의 애니메이션들이 그러한데 이건 코믹스와 웹소설의 그 차이점 때문이기도 하니 더더욱 그렇다.


웹소설은 활자를 통해서 상황을 머리속으로 그려내야 하다보니 대부분은 인물 심리와 관계, 상황의 설명에 치중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흐름은 역동적이기 보다는 정적일수 밖에 없는 것이 글을 통해서 머리속에 그려내는 장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주인공이 괴물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라는 묘사를 한다고 보자. 이 상황을 머리속에서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인공의 신장과 괴물의 신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두 등장 인물의 신장차이를 인지해야 품으로 파고 든다는 장면을 머리속으로 그릴때 깊고 낮게 파고드는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 돌진하는 것인지가 달라진다. 또한 주인공이 적에게 달려들때의 구도와 지형, 주변의 적과 등장인물들의 위치도 머리속으로 그리기도 하고 또는 그려내지 못 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글로서 그려낼수 있는 상황이 제한이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할때도 사소한 동작의 변화나 제스쳐, 반응 등을 글로서 할애해야 하는데 이 또한 글로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두명 이상의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서로 다르다면 그 상황을 동시에 전개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글인 이상 초두효과를 간과하기 어렵기에 먼저 묘사하는 측의 움직임이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믹스, 만화판인 경우에는 그런 걱정이 없다. 품으로 파고 드는 장면을 그려내는 것은 있는 그대로 그리면 인지하기에 무리가 없고 두명 이상의 인물이 동시에 서로 다른 행동을 하거나 사소한 변화를 보이는 것 역시 인지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래서 웹소설판 컨텐츠는 독자층의 성향과 매체가 가진 형식과 관련해 필연적이라고나 할까 좀 정적일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케바케이기도 한터라 충분한 자금 투자랑 좋은 애니메이터와 액션에 치중된 컨텐츠가 잘 만나면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되기도 하지만 근래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어차피 빤히 알듯이 원작 홍보용에 그치는 수준이라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술회전 애니메이션은 코믹스가 보여주는 역동성 그 이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특히 코믹스에서도 보여주기 힘든 공간 구성과 구도, 뛰어난 색감, 그리고 만화판보다 더 나은 캐릭터의 외견이 좋다.

주술회전의 만화판은 만화가 아쿠타미 게게의 그림 감각 때문에 여성 캐릭터는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애니메이션판은 그 부분에 있어서 인지하기 편하게끔 세세한 차이가 있다. 특히 쿠기사키 노바라는 만화판에서는 남자 캐릭터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 외곽선이 날카로운지라 애니메이션판은 그 정도는 아니게 둥글한 느낌이라 좋다.


다만 이 이후의 전개 시부야 사변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흐름이라 그 뒤로 코믹스 구입을 끊을 정도였으니 그 뒤 내용이 애니메이션이 나올 경우 지금처럼 퀄리티가 유지가 되는게 아니라면 아쉬울듯 싶다. 특히 고죠와 게토의 관계가 부각되는 만큼 그 장면들을 얼마나 멋들어지고 애잔하게 그려내는지가 중요하니까.

그건 그렇고 코믹스판도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갔을테니 어떻게 되었는지 좀 봐야 겠네. 그 다음을 구매해서 봐도 될 정도로 전개를 날려먹지만 않았다면 좋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