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일 토요일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열차 감상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걸 왜 극장판으로 만들었지 라는 생각 뿐.


원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위시 리스트로 올려 놨었는데 이게 OCN에서 방영 해 줄 때까지 올라오질 않아서 그냥 잊고 살다가, OCN에서 방영을 저번주에 하는 걸 보고, 이해가 안 가서 다시 재방송을 보고, 다시 오늘 재방송을 봤지만 3번을 봤어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귀멸의 칼날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기와 이슈를 끌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짤방이 나돌고 그러던 걸 많이 봐 왔기에 얼마나 잘 뽑혔길래 이렇게 열광하나 싶었지만 개인적으로는 TVA만도 못 했다. 정말로 TVA만도 못 한 수준으로 뽑혀서 이걸 대체 왜 극장판으로 만들었고, 이렇게 못 살렸는지 이해가 안 될 따름이다. 차라리 나타구모편을 좀 더 퀄리티 올려서 극장판으로 뽑았더라면 그게 더 나았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극장판 무한열차편의 스토리는 무한열차에서 사람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여 탄지로 일행이 염주와 함께 무한열차에 탑승하나 엔무의 혈귀술에 의해 꿈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후 네즈코의 도움으로 꿈에서 깬 탄지로가 엔무를 상대하고, 열차와 융합한 엔무를 처리하자 동귀어진을 하려는 엔무에 의해 열차가 탈선, 이후 부상을 입은 탄지로에게 상현 아카자가 공격을 가하는 것을 염주가 막아서 싸우다가 해가 뜨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카자가 도망치고, 염주는 회복 불가능 수준의 피해를 입어 죽음에 이르지만 열차에 탄 모든 사람들을 지켜내는데 성공한다.


스토리 자체는 되게 심플하다. 쉽게 요약이 될 정도로 그야말로 간단함 그 자체인데 그렇기에 더더욱 이 파트를 극장판으로 만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무한열차편은 극장판으로 만들기에 부적합한 요소가 여럿이 있는데 일단 첫째로는 주인공이 결말에서 승리하는 형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무와의 대결에선 승리하긴 했지만 무한열차 자체를 멈추어야 했으니 엔무가 잡혀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뒤의 아카자에서 주인공 탄지로가 싸운게 아닌 염주가 싸우고, 염주의 실력으로도 쓰러뜨릴 수 없었고, 태양이라는 약점을 피하기 위해 도망을 치고 염주는 죽는 결말로 끝나는데 이런 찝찝하고 개운치 못 한 결말은 극장판에서는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즈화로 연속해서 내는게 아닌 이상 극장판은 단 1편으로 끝이나야 하기에 대체로는 그 영화 내에서 결말이 나는 해피엔딩 구조를 선호한다. 뒷맛이 찝찝한 영화를 보고 좋아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메세지를 남기는 형식이라 하더라도 귀멸의 칼날이 그런 메세지 전달을 위한 작품도 아니며 메세지라고 해 봐야 귀살대가 정의롭고 당당하다는 것을 내보이기 위해 탄지로가 도망치는 아카자를 향해 우리는 너희들이 유리한 밤에 싸우고 다치고 몸을 잃어도 회복되지 못 하는데 도망치는 너는 비겁하다고 외치는게 전부다.


그러나 사실 이 공허한 외침은 나약한 후보생을 오니가 득실거리는 숲에 집어넣고 7일간 생존하라는 정신나간 귀살대 선별 시험 하나만으로도 수없이 무참히 깨지는 쿠크다스급 무논리이기에 하나도 와 닿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나타구모편이 극장판에 더 어울린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나타구모편에서도 탄지로는 네즈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돌격을 했고, 무한열차 역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자살 특공에 가깝게 싸운다. 곧 동이 트게 되면 오니가 도망을 칠 수 밖에 없을텐데도 그런 변수를 고려하여 시간을 끌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 라는 사상이 뿌리박혀 있기에 귀살대가 정의롭고 당당하다기 보다는 그냥 멍청하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원작 기준으로는 이런 전개는 그만큼 상현이 강한 상대이며, 주라고 불리는 각 호흡법의 마스터 조차도 상대하기 버겁다는 것을 나타내기는 좋은 연출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작 전개 흐름 기준일 뿐이고 굳이 이걸 극장판용으로 썼어야 했나 싶은거다. 물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다리로서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용도로 극장판을 더러 쓰긴 하나 그래도 그렇지 이걸 극장판으로 쓰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또한 극장판으로서 특히나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부분이 바로 탄지로가 꿈에서 깨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자결이라는 점이다.


작가가 카미카제 찬양자인가? 싶을 정도로 작중 내내 귀살대원은 오니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 따위 아깝지 않다는 식의 연출이 자주 등장 할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타구모편의 탄지로나 아카자 전투에서의 염주나 자기 목숨을 등한시 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나는데 그게 아주 극에 달한게 바로 무한열차편에서 탄지로의 자결이다.

 

난 이 부분이 진짜 진짜 어이가 없었는데 나타구모편에서 탄지로의 아버지는 나타구모를 쓰러뜨리기 위해 히노카미카구라를 쓰게 하고, 탄지로의 어머니는 네즈코에게 탄지로를 지켜달라고 하여 히노카미카구라+혈귀술 폭혈의 합체 기술이 탄생한다.


그랬던 그 양반. 탄지로의 아버지가 무한열차편에선 탄지로에게 꿈을 깨는 방법은 이거 밖에 없다며 자결을 촉구한다.



.....미쳤니? 미쳤냐고. 아니 대체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자살하라고 하냐. 내가 귀멸의 칼날을 3권에서 끊고 안 보고, 나머지는 애니메이션판만 봐서 원작 만화 전개도 이따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작가 정신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왜 이따구의 전개를 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차라리 네즈코를 이용해서 혈귀술을 통해 잠을 깨게 만들면 모를까, 이건 진짜 전개가 억지를 넘어서 어이가 없을 정도다. 또한 엔무의 혈귀술이 터무니 없이 막강한데 손바닥의 입을 통해 거는 언령과, 열차에서 돋아난 눈과 마주쳤을때 걸리는 강제 수면이 걸리는 것을 저항 할 방법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엔무 자체가 파훼법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꿈속에서 자결하여 푸는 방법을 알고 있는 탄지로와 시선을 읽기 힘든 이노스케가 눈의 하드카운터고, 수면을 통해서 오히려 더 자유자재로 일섬을 사용하는 젠이츠, 혈귀술로 오니와 관련된 것을 태우는 네즈코를 잘만 이용했다면 엔무와의 전투는 다채롭게 끌고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염주가 선두 차량의 열차를 끊고 나머지를 맡는 식으로 탄지로 파티가 엔무와 결투를 집중 할 수 있게 했다면 전개는 깔끔했을터인데 그러지 못 하고 탄지로와 이노스케만으로 엔무를 상대하려 하다 보니 결국 전개는 무한 수면술 vs 무한 자결술,눈이 이상한 애의 대결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건 원작 전개가 이렇게 생겨 먹었을테니 극장판도 이 모양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걸 가지고 극장판을 만들려 한 의도를 알 수 없을 정도다. 엔무가 재워놓고서 근접전을 잘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잠만 재우는 걸 반복 할 뿐인데 수면술 자체는 막강하지만 어이없이 파훼되고 말아 전투가 쫄깃한 맛은 없고, 오직 탄지로 무한 자결만 보는걸 반복을 할 뿐이라 이걸로 극장판 눈호강용으로 만들기에는 턱없이 퀄리티가 부족하다. 게다가 페이트 제로의 촉수도 사실상 움직임이며 텍스쳐 퀄리티며 그리 좋지가 못 했는데 무한열차편에서도 똑같은 문제를 똑같이 만들었다. 이상하게 촉수에 대한 집착이라도 있는 것인지 다른 부분에서 사용된 3D는 2D 작화와 큰 무리 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유독 촉수를 위한 3D만은 2D와 이질적으로 어긋나며 따로 놀고 있다. 단순히 따로 노는 수준이면 모르겠는데 3D 위에 2D캐릭터의 얼굴도 겹쳐 놓는 등 더 심하게 문제를 만들고 있다. 3D로 촉수 만드는거 하나도 안 어울리니까 제발 쓰지 말라고 했으면 할 정도다.


그리고 극장판 전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무전이 재미가 없는것도 문제인데 그 뒤의 아카자전은 한술 더 뜬다. 일단 아카자와의 전투가 길지도 않고, 탄지로 일행이 합세하여 총력전을 기울인 것도 아니고,오로지 아카자와 염주만의 전투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단순히 서로의 기술이 반복되어 사용 될 뿐이라 전개의 지루함은 엔무 파트와 그리 다를바가 없다. 게다가 결말은 승리도 아니고 처참한 피해만 남기고 끝났으니 허망하기 짝이 없다.


엔무전,아카자전만 미흡한게 아니라 꿈속 파트도 길기만 할 뿐 딱히 중요한 내용이 없다. 탄지로의 꿈 내용이 탄지로가 잃어버린 것을 꿈속에서 되찾는 신파극일 뿐이고, 탄지로의 정신세계도 다른 3명에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선하여 탄지로 띄우기를 위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젠이츠, 이노스케의 정신세계는 탄지로에 비하면 긴장감 없는 개그 수준에 염주의 정신세계는 그가 겪은 과거를 보여주는 것과 불타오르는 심상세계를 연결시킬만한 중간 다리가 없어 왜 그런 심상세계가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다.



액션도, 연출도 TVA편에 비하면 상당히 미흡했는데 TVA편은 음악과 공간에 따른 구도와 각 인물이 처한 상황을 조명하여 긴박하면서도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 반면, 무한열차편은 열차라고 하는 협소한 공간에서 제한된 구도에 얽혀 활용을 못 했고, 심지어 열차 위와 철로 옆의 공간에서도 그다지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이 없었다.


이게 진짜 이해가 안 가는 점인데 TVA편에서 보면 전투가 전부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다양한 구도에서 멋지게 표현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컨데 도시에서 무잔을 만나 뒤쫓던 중 타마요와 얽히고 그런 탄지로를 쫓아온 무잔의 부하인 야하바와 스사마루 전투를 보면 야하바는 화살표 혈귀술을 통해 탄지로를 입체적으로 끌어당기고 비틀면서 공격했고, 스사마루 역시 그가 가진 무기를 이용해 네즈코와 힘의 공방을 벌였다.  그 뒤에 만난 장구 오니인 쿄우가이는 장구 두드리는 패턴에 따라 방을 움직이는 것을 통해 입체적인 전투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타구모편에서는 사방팔방에 펼쳐진 거미 실을 통해 마찬가지로 입체적인 느낌을 살렸다.


그런데 정작 극장판인데 TVA보다 더 나아야 하는 극장판임에도 불구하고 엔무전은 촉수와 졸음이랑 싸우는게 전부이고, 아카자전 역시 아카자가 날리는 원거리 공격을 상쇄하는게 대부분이라 전투 액션에 있어서도 TVA보다 미흡한 수준이다.


설령 원작의 전개를 바꿔서 좀 더 긴박하게 만든다 치더라도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이 결국 원작 전개를 바꾼다 하더라도 염주가 죽는 것 까진 바꾸진 못 할 것이기에 극장판으로서 가장 무난한 해피엔딩이 나오질 못 한다. 그나마 전개를 바꿔 전원이 아카자에게 달려들고는 절박함의 절박함을 끝까지 몰아붙여서 동이 틀때까지 시간을 끌려 했지만 결국 염주가 모두를 구하기 위해 동귀어진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어 그의 희생을 숭고하게 만든다면 그나마 결말 부분은 의미를 지닐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결국 작가의 내면에 뿌리깊이 잠든 동귀어진의 집착에서 벗어나진 못 하겠지만 그나마 최소한의 숭고한 아름다움은 지닐 수 있을거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 헀고, 그렇게 못 나왔다. 가장 아름답게 낼 수 없었다면 차라리 가장 아름다웠던 부분인 나타구모를 재활용 하는게 차라리 나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못 나왔다.


잘 팔리긴 했지. 많은 사람들이 봤고, 열광했고, 열풍이 불고 붐이 일고



근데 이게 히트를 친것과는 별개로 진짜.. 굳이 이걸 극장판으로 해야 했나? 싶은거다. 근데 뭐 이런 작품이 한둘인가? 작품성과 흥행이 항상 비례하진 않으니까. 이런 경우가 한두번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이게 뭐 히트를 치든 망하든간에 원작 3권에서 접은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거고.


다만 아쉬운거지. 더 좋게 뽑을 에피소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에피소드를 택하지 않고 미묘하고 애매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극장판으로 내놓은거니까.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느끼는건데 유포터블은 촉수 진짜 못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