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5일 화요일

PS4 스파이더맨 리뷰

PS4 독점작인 스파이더맨은 인섬니악의 타오르는 불꽃같은 열의에 힘입어 발매 전부터 스파이더맨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게임으로 보였었다.

실제로도 스파이더맨 게임의 플레이 감각은 스파이더맨 그 자체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웹슈터를 이용하여 뛰어다니는 감각, 스파이더맨스러운 공격 방식, 그리고 코믹스 팬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듯한 피터 파커를 둘러 싼 그를 괴롭히고 좌절케 만드는 환경과 스토리는 스파이더맨 그 자체였다. 이것만으로도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이라 부를 자격이 충분했다. 게임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 플레이어는 흥분을 감출 수 없으며 점점 고조되는 느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게임 내내 JJJ의 쓴소리가 진화하는 것과 스파이더맨의 특징과 그의 성격을 잘 살려 낸 서브 미션은 그야말로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 내에 스파이더맨을 그대로 옮겨 놓는 것에는 성공 하였지만 게임의 설계적인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 하였다. 안타깝게도 인섬니악은 자신들이 잘 하는 것 보다 이미 성공한 케이스를 롤 모델로 삼았는데 이 덕분에 스파이더맨은 어중간한 모습을 취하게 되었다.


스파이더맨의 게임성은 매우 심플하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곁다리로 붙은 부가미션들을 클리어 하면 토큰 보상을 받고 이를 통해 슈트와 슈트 패시브, 웹슈터 업그레이드를 언락 하게 된다. 레벨업은 전투 관련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드는 스킬 포인트를 얻게 된다. 본격적으로 스파이더맨이 강해지는 느낌을 받게끔 해 주는 것은 스킬 포인트를 통한 전투 스킬 획득과 웹슈터의 강화이기에 사실 슈트와 슈트 패시브는 그렇게 강제되는 사항은 아니다. 그런 점은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 친화적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슈트의 스페셜 파워와 패시브는 묻힌 감이 높다. 슈트의 파워는 비슷 비슷한 파워가 너무 많고, 심지어 방탄, 탄 반사, 무적을 따로 따로 두고 있다. 무적은 그렇다 쳐도 탄 반사와 방탄을 따로 구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충격파 계통의 파워는 굳이 3종류가 될 필요까진 없었다. 그나마 강화 계통은 차이라도 보였기에 쓸만 하지만 그 이외의 파워 중에서 유틸성이 떨어지거나 굳이 쓸 정도로 필요가 없는 파워는 충분히 쓸모 없다고 판단되기 쉽다.

슈트 패시브인 모드도 마찬가지. 예컨데 AR 스캐너의 범위 증가 패시브와 공격 전까지 스캐너 상태 유지 패시브는 하나의 패시브에서 레벨업을 통해서 능력 확대 형식으로 해 주어도 좋았을 것이다. 웹슈터로 공격 시 포커스가 오르는 패시브와 거미줄 공격 시 포커스가 두배로 오르는 패시브 역시 하나로 묶어서 레벨업으로 관리 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가장 낭비스러웠던 것은 근접 공격, 사격 공격, 미사일 공격, 감전 공격, 그레네이드 공격 마다 다 따로 데미지 감소 패시브를 나눠 놨다는 점이다. 방탄 파워와 탄 반사 파워를 나눠 놓은 것 이상으로 비효율적이다. 심지어 이런 패시브들의 효과는 향후 전투 패시브를 올림으로서 조작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여 더더욱 설 자리를 잃어 버리고 만다. 슈트의 파워와 모드는 유저의 플레이에 친화적으로 다가오지 않기에 도저히 칭찬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성실한 느낌을 준다.


슈트의 파워와 모드만 문제로 남지 않는다. 본 게임의 플레이 설계도 그다지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메리제인솔리드가 되어 버린 잠입파트는 비능력자를 억지로 사지에 몰아 넣음으로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다. 마일즈의 잠입 파트는 그가 가진 해킹앱을 통해 한정된 상황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전략성이라도 남지만, 메리 제인의 경우에는 그녀가 아무 능력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동차를 뒤쫓는 개 마냥 근거 없는 자신감을 광기로 전환 시켜 죽을 수도 있는 곳에 불쑥 불쑥 덤벼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진행을 하면서 소리를 내는 도구와 전기 충격기가 주어지지만, 소리를 내는 도구는 마일즈의 해킹 앱에 비하면 전략성이 떨어진다. 해킹을 할 수 있는 기계가 한정되어 있는 마일즈에 비해 메리제인의 추적기는 그냥 아무데나 막 던져도 되기에 전략도 뭣도 아니게 되었고, 심지어 전기 충격기를 쥔 시점에서 그녀는 바로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그냥 뒤로 다가가 다 감전 시켜 버리면 장땡인 허접한 구성과 충분히 피할 수 있고 경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체 무슨 깡으로 뛰어드는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막나가는 성격과 합쳐져 메리 제인 잠입 파트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저해한다. 최소한 마일즈는 2대 스파이더맨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나, 메리 제인은 그런 것도 아니다.


잠입 파트만 싸구려일까? 그렇지 않다. 이 게임의 보스전 또한 플레이어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대부분의 보스들이 일반적인 공격에 면역 상태라서 플레이어는 되려 반격으로 데미지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각 보스전마다 설정되어 있는 보스의 공격 패턴을 저스트 회피로 피해 빈틈을 끌어내고, 맵의 기믹을 이용해 방어를 해제 시켜야만 겨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레벨업을 하고 전투 스킬을 올리고, 장비를 강화하여 성장하는데 보스전은 전혀 그렇지 못 하다. 까놓고 말해 보스전 만큼은 레벨업의 필요성이 전혀 없다. 그저 회피를 잘 하고 근처 물건을 잘 던지면 그만이다. 보스전이 일종의 QTE 패턴 퍼즐로 변질되었기에 그동안 유저들이 갈고 닦은 전투 센스와 공격 조합은 보스전에서 전부 봉쇄되어 원패턴으로 일관하게 만든다. 앞서 이 게임의 장점은 메인 스토리만 달려도  충분히 강해 질 수 있다고 했으나, 정작 그 강해진 느낌을 보스전에서는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더 아이러니하게도 메인 스토리만 달리다가는 현자 타임이 오기 딱 좋은 구성이 바로 번외격인 미니 미션들이다.

본 게임을 즐기면서 간간히 풀어 나가야만 재미를 볼 수 있는 이 미션들은 너무 긴장 일변도로 피터 파커를 조여 오는 환경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는 느낌을 주지만, 되려 메인 스토리가 완료 된 이후에 이 미션들을 잡을 경우 메인 스토리 이후 기운이 팍 풀린 유저에게 허망함을 안겨 주기에 딱 좋다. 왜냐하면 이 미션들 하나 하나 전부 다 비슷비슷하고 딱히 성취감이 느껴지질 않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의 설정상 피터 파커는 이미 사진사를 그만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사진 찍는 일을 빈번하게 요구하고 있다. 랜드마크, 블랙캣, 비밀사진, 연구 미션, 서브 미션 등 사진기를 이용해서 풀어나가는 파트가 많다. 하지만 정작 이 사진기라고 하는 것이 도구로서 가치가 있냐면 전혀 아니며, 포토 모드는 따로 정해져 있기에 이 사진기를 통해서 포토 모드를 불러내는 편의성 또한 없다.  그저 그냥 달려 있을 뿐이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방향 키패드 하단키가 포커스 힐이고, 상단키가 사진인데, 대체 왜 왼쪽과 오른쪽을 비워 뒀는지도 안타까운 일이다. 차라리 포커스를 소비하여 왼쪽이 일정시간 가속 능력이고, 오른쪽이 슈트 모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올린 방어력 효과를 일정시간 받거나, 공격력 관련 모드 효과를 바로 적용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면 더 즐거웠지 않았을까? 오로지 기본적인 물리 콤보와 포커스 힐에만 기대어 전투를 하는 것 보다는 좀 더 전략적이고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 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팬들에게는 아쉽지만 아직도 단점이 많이 남아 있다. 뉴욕시를 훌륭하게 재현하기는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웹슈터 이동이 너무나도 뛰어나기에, 그렇다. 너무나도 뛰어난 것이 되려 단점으로 작용 하였는데 맵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5분도 채 안 걸리기에 뉴욕시의 방대함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방대함 속에서 결여된 지역적 특색 마저도 없이 모든 지역이 다 똑같은 미션들로 포진되어 있기에 잘 만든 뉴욕시는 아쉽게도 스스로의 개성을 찾는데에는 실패했다.

또한 이렇게 넓은 맵을 잔 로딩 없이 뛰어나게 구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이 전무하기에 스파이더맨은 그저 도시를 날아 다닐 뿐 그 이상의 감각을 느낄 수가 없다. SNS에서의 시민들 반응도 처음에는 그럴싸 하지만 점점 진행을 하면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뜬금없이 복붙 되어버린 내용들이 끼어들면서 분위기를 저해한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묘하게도 인싸 같은 아싸 느낌으로 뉴욕시티 그 자체는 스파이더맨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 까지 스파이더맨을 끌어 안기는 무리였다.

버그도 너무 많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버그를 만나기는 한번 있을까 말까 해야 하건만 스파이더맨은 너무나도 손쉽게 버그를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그 버그들은 한결같이 진행 불가능에 가까운 버그들이다. 지속적으로 수정을 하고는 있지만 QA가 정말 제대로 이루어지긴 했나 싶을 정도로 잔재해 있는 버그를 보며 불안한 느낌을 숨길 수가 없다. 세이브는 필히 수동 저장으로 2~3시간 단위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나마 임무 진행 중에 버그가 걸리면 임무 포기로 나올 수나 있지 미니 미션이나 맵을 돌아다니다가 끼어 버리는 버그에 걸리면 답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제작진은 그동안의 모든 스파이더맨 게임 중에서도 가장 특출나게 스파이더맨 느낌을 충실하게 200% 그 이상으로 살려 내는데 성공 하였으며 부족한 요소들은 제작진이 파악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쳐 질 가능성이 높고, 스파이더맨의 뛰어난 스토리는 차기작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 함으로서 단지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지금의 PS4 스파이더맨은 그 자체로도 뛰어나지만 그 작품성이 다음 차기작을 위한 발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추천 - 스파이더맨 좋아하는 사람, 스토리 중시, 그럭저럭 괜찮은 액션 게임이 필요 할 경우

비추천 - 잠입 파트 싫어하는 사람, QTE류 보스전 싫어하는 사람, 오픈월드에 큰 기대감을 품는 사람, 버그라면 치를 떠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