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4일 월요일

천수의 사쿠나히메 감상

 스샷 옮기기 귀찮다.


인디 특유의 불편함도 있지만 그럭저럭 잘 만든 게임. 천반궁 260층까지 갔는데 귀찮아서 더 할 의욕을 못 느낌.


뭐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일단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서 보자.


장점


1. 쌀과 전투를 융합한 진행 구성.


대부분의 파밍 시뮬레이터 게임들은 한가지 지나친 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너무 지루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성장하면 성장 할 수록 관리 해야 할 영역이 늘어나고, 이에 했던 짓을 또 반복해야 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농사 일이야 어차피 반복의 반복이지만 특히나 농사가 다른 시뮬레이터 게임과 다른 점이라면 확실한 쾌감을 노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낚시 시뮬레이터를 생각 해 보자. 낚시의 묘미는 물고기가 찌를 물었을 때 릴을 감아 올리면서 어떤 녀석이 나올지 두근두근한 묘미다. 낚는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월척의 기대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농사는 그딴게 없다. 사실 있으면 곤란하긴 하지.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대리만족형이다. 조종 시뮬레이션이나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육성,연애 시뮬레이션이나 다 자신들이 경험하기 힘든 영역을 대신 경험하는 재미를 즐긴다.


하지만 농경. 농사는 사실 재미가 없다. 재미가 있었으면 다들 농사 짓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농사 자체는 태생적으로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작물 팔아서 돈 버는 쾌감 정도가 끝이다.

더군다나 상당수 농사 게임들은 하루 종일 농사일만 하느라 서브 컨텐츠인 낚시나, 채광, 연애, 장사, 뭐 이런거 하나도 즐길 여유가 없다. 대체로 후반부 또는 2회차부터 여유가 생기거나 한다.


반면에 천수의 사쿠나 히메는 좀 심플하다. 농사가 캐릭터의 스테이터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농사를 잘 짓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농사를 막 지어도 별로 상관은 없다. 이는 실패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농사 게임에서의 실패는 작물이 죽는거다. 팔 수 없는 것이 되서 투자 대비 비용이 환수가 안 되는 거다.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투자 비용 환수가 0이 될 수가 없는 구조다. 그냥 막 뿌리고 막 키워도 1년 먹을 쌀이 나온다. 또한 성장하면 성장 할 수록 밑으로 내려가기가 힘들다. 성장한 스탯과 진행하여 얻은 스킬만큼 벼 육성에 보정 및 작업에 향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수의 사쿠나히메의 쌀농사는 구조 자체는 어려워 보여도 실패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쌀농사가 실패를 안 하는 구조라면 그 다음은 전투다. 전투 역시 실패 라는 개념은 없다. 생명력이 0이 되면 그저 들어갔던 스테이지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짜증나는 짓거리를 해야 하는 것 뿐이다. 그 점이 좀 짜증나긴 하지만, 사실 이 이상으로 친화적으로 만들 방법이 거의 없지 않나 싶다.


아침에 대충 비료 주고 비료 묵히고, 잡초 뽑고 벌레, 개구리 잡고 물 수량 맞추고, 예정 있으면 내일 날씨도 조정하고 집 나와서 전투하러 맵 들어간 다음 다시 집에 오면 잡초 뽑고 물 맞추고 모아놓은 재료들을 가공하고 식단에 편성하는 것이 루틴적으로 반복된다.


루틴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 중요한건데 어지간해선 이 루틴적으로 반복되는 구조가 좋을리가 없다. 왜냐.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생각 해 보라. 아침에 대충 농사 준비 하고, 아직 능력이 안 되서 못 뚫은 맵이나 노가다 할 재료 얻으러 다른 맵을 돌아다니는게 1년 12턴동안 하는 짓이다. 지겹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 지겹다. 신기하게도.


12턴이란 구조가 중요한데. 가을에 추수와 탈곡,도정이 끝나면 농사가 끝나는 것을 알리고 스텟이 상승한다. 즉 1년의 성과를 체감하며 확실하게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장했으니 막힌 곳을 뚫으러 가는 거다. 이렇게 약 몇턴을 뚫다 막히고 농사 지으며 딴 맵 돌다가 다시 성장하는 것이 반복이 된다.

 

12턴내 성장이라는 구조 덕분에 대충 반 정도는 새로운 지역 탐험과 기존 지역 노가다가 섞이게 되고,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구조 안에서 채집 가능한 요소들과 맵에 존재하는 채집 포인트의 활성화와 계절식단, 무기,옷,진가 성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간다.

 

게임은 루틴적으로 반복을 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내용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된다. 물론 엔딩 보고 천반궁만 지속적으로 돌면 지루해진다.

 

 쌀과 전투의 융합을 아주 잘 끌어냈다. 심플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게, 그리고 확실하게 성장 할 수 있는 구조다.


2. 전투


인디 특유의 미숙함도 있지만 액션으로서는 합격점이다.


사쿠나히메의 액션 진행은 3D필드를 스크롤 플랫폼으로 이루어진다.  발판이 존재하고, 평면적으로 이동하며 전투를 한다.


3D필드를 쓰면서 스크롤 타입이라니. 왜지? 라는 물음을 초반에 가졌는데 진행하다보면 아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쿠나히메의 전투의 강점 중 하나는 물리 충돌 효과를 이용한다는 점에 있다. 스킬을 써서 적을 날리면 날아간 적이 다른 적과 충돌하여 데미지를 입히고 튕겨 올라간다. 이 스킬에 복수의 적이 맞아서 날아가면 마치 핀볼, 또는 당구처럼 서로 튕기면서 데미지를 입고 나뒹구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스크롤타입처럼 평면 이동이 아니라 자유롭게 시점도 바꿀 수 있고 XYZ 좌표축을 마음대로 이동 할 수 있다면 이 물리 충돌 효과를 사용하기가 꽤나 어렵다. 튕기긴 하는데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크롤 형태를 이용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왜냐하면 단순히 때려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은 농사의 성장이 아니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기에 스킬로 적을 날려서 추가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 좀 더 데미지를 다방면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스전에서는 매번 졸개들을 부르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을수가 없다.

 

또한 액션성이 참 괜찮은데 공격이 뚝뚝 끊어지지 않고 물흐르듯 잘 연결된다. 특히 공콤을 구사하기 쾌적하다는 점이 좋다. 리버시티 걸즈라던가 스콧필그림 vs 더 월드는 판정이 까다로워서 공콤을 자주 쓴 기억이 없었는데 사쿠나히메는 판정이 너그럽고 날개옷이라는 그래플 계통의 조작이 가능해서 끌어 당기고 날아가고 하며 언제든 타겟을 추적하기가 용이하다.


다만 충돌 효과 때문에 서로 부딪혀 날아가는 과정에서 프레임이 뚝뚝 끊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많이 거슬린다. 타격감을 느끼기 위한 효과인가? 싶었지만 의도한거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게임이 어려우니 그런 뚝뚝 끊기는 상황을 이용해서 추가 입력을 넣기가 용이한 반면에 익숙해지고 강해지면 그런 끊기는 과정 자체가 시간을 잡아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액션 게임으로서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저스트가드 시스템을 상당히 잘 만들었다. 저스트가드 시스템을 넣은 게임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게임들 중에서는 이 저스트 가드 시스템을 강요하는 구성들이 많이 있었다. 능숙해지지 않으면 아예 진행 자체가 안 되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돈만 날린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사쿠나히메의 저스트가드는 판정 자체는 아마 다른 게임들의 저스트 가드 판정이랑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입력을 요구하는 시간이 짧고 판정이 SD캐릭터 풍의 사쿠나이기에 괜찮은거지 다른 게임 같았으면 아마 좁다고 느꼈을 것이다. 차라리 반격을 노릴거면 판정도 시간도 후한 파마의 거울이 더 낫다.


그런데도 이 저스트 가드 시스템이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일단 위에서 언급했듯이 액션이 물흐르듯 잘 이어지기 때문에 공격 중에도 스킬 중에도 바로 저스트 가드가 가능하다. 그리고 날개옷으로도 저스트 가드가 가능하다. 이게 꽤 좋다. 물론 판정 자체는 저스트 가드 판정과 동일해서 날개옷 쓰다가 우연찮게 저스트 가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적의 패턴이 알기 쉽다는 점이다. 어디서 어떻게 공격이 들어오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서 저스트 가드를 노리고 쓰는것이 용이하다.

 

개발자가 참 머리를 잘 쓴게 등장하는 적의 기술과 사쿠나가 쓰는 기술이 같은게 많다. 예컨데 돼지가 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동작은 사쿠나의 강공격과 같다. 그리고 그걸 모션과 판정을 더 넣어서 만든게 폭풍 논갈기이고. 아시구모의 돌진 공격은 사쿠나의 비연이고 비연은 또 사쿠나의 대시 공격을 길게 만든 정도다. 같은 구조인데도 다른 것 처럼 느껴지는게 많으면서도 동시에 구조는 같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쉽고 적이 같은 모션과 판정으로 공격하면 눈으로 이해하기도 좋다.


아마도 개발 과정에서 용량이랑 시간을 줄이려고 꼼수를 쓴 것 같은데 꼼수라도 잘 쓴 꼼수이다.


3. 스토리


사쿠나히메의 스토리는 매우 심플하면서도 느낌이 좋다.


일단 사쿠나의 캐릭터는 등장 초반은 버릇없고 안하무인하며 부모님이 쌓아놓은 재산을 가지고 탱자탱자 노는 정신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미완성 캐릭터다.


그런데 여기에 예상치 못한 외부인이 끼게 되면서 사쿠나는 도읍에서 내려가 오니섬을 개척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오니섬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과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역경을 겪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쿠나가 가진 숙원. 부모님을 만나는 것을 이루고, 정신적으로도 성장, 신으로서도 자질을 되찾게 된다.


이야기 구조는 진짜 심플하다. 오니섬에 내려갔다. 오오미즈치가 아직 살아 있더라. 조사를 위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누군가 오니를 조종한다. 처음에 날려 버렸던 그녀석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집과 논이 날아가 버리고 상실감에 빠졌지만 극복하고 재건하며 오오미즈치를 무찌르기 위해 결심한다.


즉 오오미즈치를 격퇴라는 목적 하에서 심하게 꼬거나 복선 중심으로 간다거나 하질 않는다. 그런데도 재미가 있고 감명깊다.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사정과 목표가 있고 결말에서는 그것을 이루게 된다. 깔끔한 해소를 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

특히 인터넷 짤로만 보면 주변 인물들이 하등 쓸모도 없는데 밥만 축내는 식충이처럼 표현이 되는데 실제로는 채집 조사도 보낼 수 있고 각자 맡은 역할들이 다 있다. 하나도 쓸모 없는 캐릭터가 없다. 갓파만도 못한 타우에몬 빼고.



단점


1. 불친절

농사 정보가 알기 힘들다 라는 것을 포함하여 몇몇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기술이 대표적인 예인데 기술을 얻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타우에몬과 벼농사 회의를 하는게 아니면 안 나온다. 그것도 능력이 근접해야 표시가 뜨지 능력이 부족하면 아예 뭘 올려야 하는지도 안 나온다.

사실 농사 관련 정보는 벼농사 회의를 하지 않고서는 아예 알수가 없다. 목장 이야기도 기본적으론 이런 구조이긴 했으니 어쩔 수 없나.

 

아주 심한건 아닌데 거슬리는건 논갈기시 분명 다 간거 같은데 99%가 나오는 경우다. 일반적 농경 게임은 마스 형태로 구분되기 때문에 갈고 못 갈고는 구분이 확연한데 이 게임은 3D라서 확실하게 갈았는지 안 갈았는지를 색의 유무로 구분해야 해서 구분이 힘들다. 그리고 탈곡이나 도정 같은 행동이 결정되는 것은 시작 시간이 아닌 종결 시간이라는 점을 몰라서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거나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거슬리는 것이 있다. 

 

맵에 지도도 없어서 숨겨진 아이템을 먹으려면 조금 골치아프다. 오오미즈치 잡으러 가는 마지막 맵이  이리저리 꼬여 있는데 그나마 해당 미션은 만복도가 줄지 않고 계속 낮 상태라서 시간만 들이면 문제는 없다. 문제는 독안개가 있는 맵이지. 독내성을 달아도 독뎀은 미친듯이 들어오는터라 필수적으로 가면 효과도 받아야 하는데 가면 효과는 받는 데미지 증가라는 패널티까지 붙어 있다. 근데 지도가 없고, 이 게임은 중간 회복은 만복도 버프 중 요리에 붙어 있는 자연치유랑 적 잡고 회복하는 진가 효과만 가능하기에 독뎀을 받으면 곤란하고 길을 잃어도 더욱 곤란하다. 독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게임의 상태이상은 독, 슬로우, 약화, 딱 그 정도고 독은 맵, 슬로우는 개구리 보스, 약화는 천반궁 사쿠나의 날개옷 약화 정도 말고는 걸릴 일이 없다. 다만 슬로우나 약화는 한정적이고 파훼방법이 있는데 독뎀은 피할수도 없고 내성 없이는 너무 치명적인게 문제다.


항상 맵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연습장 위치에서 들어가는데 덕분에 올라가는 과정이 매번 귀찮다. 아마도 게임 구조상 연습장에서 나올때 설정된 출구 설정을 공유하는것 같은데 그냥 집 입구를 출구 설정으로 하면 안 되나? 


보기 싫은 가면을 항상 쓰고 다녀야 하는 것도 문제다. 전투중에만 쓰도록 설정 할 수도 있지만 굳이 가면을 달아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 벗으면 그만인데 그렇다고 진가를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도 그렇고 말야.


장비도 진가의 효과가 % 상승이래봐야 이걸 직관적으로 판단하기가 꽤 까다롭다. 어느 진가가 적용 받고 어느 진가가 적용을 안 받는지 라던지 황천신 데미지 증가는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적용인지, 참,타,돌,술 등의 속성을 어느 몹은 잘 받고 어느 몹은 안 받는지 몬스터 도감 메뉴가 없어서 알기가 어렵다. 어차피 천하 얻고 나면 그냥 무작정 천하로 때려잡는게 되지만 기껏 만든 속성 상관관계가 제대로 써먹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가장 심각한건 비연을 위로 쓸 수 있다 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을 고생시키는게 문제다. 왜나하면 이건 위에 언급한 기술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비연을 위로 쓸 수 있다 라는 것을 모르면 비연 말고 위로 올라가는 스킬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스킬들은 전부 공개하고 스텟이 부족해서 못 배운다 정도로만 하는게 좋았을 것이다.

 

플랫폼 게임인데 발판의 간격을 가늠하기 까다로운 것도 문제다. 나중에 익숙해진다지만 그 전까지는 꽤나 짜증나는 일이고, 심지어 맵 중에서는 돌이 굴러다니는 맵이나 물방울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이 있어서 발판 위치를 확실하게 부각이 되지 않으면 진행이 짜증나게 된다. 개발자도 이 문제를 인식했는지 발판 끄트머리에 걸치면 손으로 짚고 올라가는 기능을 넣었는데 그것도 좋지만 일단 발판을 알기 쉽게 해 주는게 우선 아닐까?


2. 버그


심각한 버그는 없다. 다만 전투 진행 중 맵 끼임 현상이나 위치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맵 끼임은 공격이 닿는 곳에 끼인거면 어떻게든 잡는게 가능하다. 근데 문제는 위치 문제다.

 

황천 아시구모처럼 어디선가 등장하는 모션으로 나오는 녀석들은 종종 직선 판정 외의 위치에 끼이곤 한다.  문제는 아시구모가 등장하는 맵은 적을 다 잡아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많고 끼었다면 그냥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이다. 


3. 컨텐츠

 

루틴적으로 반복되는 구조가 흥미로워서 좋다고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엔딩 이전까지다.

 

이 게임의 컨텐츠는 농사, 장비 강화, 파밍 전투 딱 요 정도다. 


디펜스 게임인 꽃피는 사쿠나는 천하를 얻으면 그냥 단추만 눌러 주는 정도면 되고, 솔직히 천하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 재미가 없다. 그냥 몰려드는 애들을 툭 치기만 해도 날아가는데 어려운 적을 잡는 것도 아니고 물량을 좌우 상하 귀찮게 위치만 고려해야 해서 어려운게 아니라 귀찮아서 문제다. 각 단계를 넘어갈 때 마다 보상을 확인 시켜주는게 아니라 끝나고 알려주기 때문에 보상을 얻는 쾌감이 없어 지루하게 느껴진다.

천반궁은 그냥 맵, 몬스터 울궈먹기이다. 사실 사쿠나히메 게임의 대부분은 다 울궈먹기다.  거기에 확률 드랍 요소가 발을 잡는다.

저녁에만 구할 수 있는 소재라는 설정은 참신하긴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귀찮기만 하다. 다른 소재들은 그냥 어떻게든 구한다 쳐도 밤에만 구하는 소재는 위치, 시간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적게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드랍율이 높은것도 아니어서 이리저리 발목만 잡는다.

농사가 실패가 없어서 좋다고는 했지만 그만큼 긴장감이 없고, 시간 제약도 없어서 그냥 하루 종일 밭만 보고 잠만 자도 된다. 물론 난 제약 없는 게임이 좋긴 한데 트로피 따기 위한 맛찰경 말고는 이 게임의 목표 의식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농사 게임에서 보면 특정 작물을 요구하는 페스티벌 같은게 있곤 한데 이 게임은 오로지 쌀만 키울 수 있고, 목표 의식을 부채질 하는 요소도 없다.


게임의 특징인 식사 요소는 하필이면 보존 기간이 발목을 잡고 있고, 그 식사의 재료들도 대부분은 수치만 다른 정도에 불과하다. 꿩고기 곰고기 토끼고기 돼지고기를 말렸니 훈제니 스시니 정도로 나뉘고, 다양한 재료들이 모여서 음식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오늘의 식단을 쭉 보면 윗줄부터 고기만 잔뜩 주르륵 뜨게 되어 원하는 음식을 찾는게 귀찮다. 게다가 미르히는 자꾸 쓰면 안 되는 재료를 식단에 올려 놓기까지 해서, 음식 컨텐츠는 적당한 조율에 실패한 느낌이다. 후반부에 주르륵 밀리는 음식 리스트는 어차피 정리 못 할 테니 차라리 보존 기간이라도 없애는게 좋지 않았을까? 물론 그러면 음식 쓰레기가 발생이 안 되긴 하는데 그건 걍 폐기 메뉴를 넣어주면 그만이다. 게다가 화폐 겸 식사인 쌀은 999가 최대치라 갓파 보너스로 5배 보정 받으면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양으로 가는 걸 아예 구조적으로 막고 있다. 도읍과의 거래는 정말 거래같은 느낌이라기 보다는 귀찮게 하루 배급량을 받는 느낌이다. 차라리 쌀을 돈으로 줘.  귀찮게 999 제한 하지 말라고. 어차피 FFFF까지 되잖아. 65535 말야.



괜찮은 게임이다. 인디 특유의 문제점도 있긴 하지만 인디게임 회사가 만든 것 치고는 퀄리티가 꽤 좋다. 대놓고 퀄리티 쓰레기로 만드는 캐릭터 격겜이나 유명 장르 파쿠리에만 몰두하는 게임회사, 자가복제가 끝이 없는 회사들의 게임 보다는 낫다.


아마 이 게임은 매트로배니아류를 기획하려 했다가 엎어진게 아닐까 싶다. 초반부 특정 아이템이 있어야 열리는 방의 구조를 보면 매트로배니아 스타일에 가깝기 때문. 다만 그렇게 하기에는 하루의 시간이 흐르는 구조가 발목을 잡기에 그냥 포기한게 아닌가 한다.


시리즈 확장성은 좀 애매하지 않나 싶다. 게임의 스토리에서 사쿠나는 정신적으로 성장했고,원하던 목표를 이루었다. 확장을 한다면 이 성장한 사쿠나가 다른 곳에서 활약하는 스토리를 그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다음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은 들러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타우에몬처럼 농경지식을 알려주는 애는 이미 사쿠나가 다 알고 있으니 의미가 없을거고, 그나마 무기, 옷, 음식 정도는 존재감이 있겠다. 본편에선 사쿠나도 부족한 신이었기에 주변 인물들과 같이 성장했지만 다음 시리즈에서는 사쿠나는 성장하고 다른 인물들이 성장하지 않았기에 사쿠나가 일방적으로 캐리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런 스토리 구조는 좀 답답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다.


가장 무난한건 2대 사쿠나를 내세워 리셋시키는거다. 오히려 시리즈를 고착화 시켜서 주인공 변경 타이밍을 놓치는 것 보다는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주인공을 내는 편이 더 나을거다. 왜냐하면 시리즈 내내 동일 주인공을 내다 보면 팬덤층은 이 시리즈에 이 캐릭터 아니면 안 돼! 라는 고집이 붙어 버린다. 그런데 실제로는 주인공을 바꾸는 편이 더 좋고, 게임 구조상 선대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드림 매치를 성사 시키는 편이 더 재미가 좋다.


추천은 하고 싶지만 PSN 세일을 영 안 해서 좀 그렇다. 아크시스가 유통한 게임들은 아무리 못해도 6개월 이내에는 조금씩 세일한거 같은데 얘는 그대로 잡고 있네. 왜냐하면 루틴 구성 덕분에 일정과 플레이가 꽉찬 느낌은 들지만 정작 컨텐츠 자체는 별거 없기 때문이다. 반복과 울궈먹기로 적은 양을 늘려 놓은거라 전부 플레이 하고 나면 어? 싶으니까. 이 게임은 블러드 스테인드보다 1만원 비싼데 난 블러드 스테인드는 무작위 2회차까지도 갔고 컨텐츠 자체는 풍부했다고 느꼈기에 가격이 4만원대로 들어가면 추천 할만 하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