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1일 일요일

나쁨

나의 일상. 일생. 일순간 모든 것들이 다 나쁘기에 굳이 어느 날을 꼬집어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리고 매일 매순간 매번 더욱 더 나빠지고 있는데 그것도 굳이 이야기 할 가치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말해봐야. 공염불.

그렇긴 해도 오늘은 좀 한탄하고 싶은 점이 있는데 글이 잘 안 써진다는 점이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요즘처럼 그럭저럭 써 가다가 휴일만 되면 안 써지는 날이 오는건 정말 괴롭다.


죽을 만큼 아파도. 미쳐버릴 만큼 괴로워도. 고통은 날 죽이지 못 한다. 그냥 그 순간을 저주 할 뿐이지.


그런데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최고의 일인데. 이게 되다가 안 되면 아픈것 이상으로 조바심이 난다. 힘들다.


사실 이럴때는 기분전환을 해야 한다. 한동안 다른 일에 몰두하고, 마음을 떠나 보내고,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날 자살시키기 위해 수억가지 방법에 몰두하는 빌어먹을 무언가가 까먹을때 쯤이면 다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써지기 시작한다.


최근 상황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고 있다. 일은 좋다. 일은 매우 좋다. 일이 힘들지 않아 좋고, 글을 쓸 시간도 넉넉해서 좋다. 그런데 일 외적인 부분이 전부 나쁘다. 과연. 이게 바로 인생인가 싶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놈에게는 누구 하나 좋은 꼴 따위 보기 싫은가 보다.


그래서 최근엔 쓰지 않고 다시 돌아보고 있다. 썼던 글들을 돌아보며 퇴고 위주로 하고 있는데 참 오묘하다.

글이 잘 써 내려 가던 때였는가 아니면 그냥  그저 그랬던 때였는가. 내가 쓴 부분이 통째로 왜 필요하지? 라는 의문이 들어 그냥 날려 버렸다. 그런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닌터라 좀 당황했다. 약간 고쳐쓰면 될걸로 시작한 퇴고가 바이트를 뭉텅뭉텅이로 날렸다.


글을 날려 먹는건 별로 두렵지 않다. 그 짓거리. 아니 시작도 안 해서 날려 먹은 시간만 따지면 몇년은 되니까.

그래도 이 일이 나쁜 이유는 날려 버린 만큼 글이 생성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간을 여실히 낭비했고, 날아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앞으로도 글이 안 나온다면 앞날이 문제다.


그냥 뭐같다. 이런 상태로 왜 살아 있는지 솔직히 내가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