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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0일 토요일

엔딩이란 무엇인가

최근 진격의 거인이라는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나는 1~2권 정도의 초반부 말고는 본적이 없는 작품이라 진격의 거인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 결말이란 것도 내가 자세히 알고 있는것이 아닌지라 딱히 이야기 할 것이 없다. 지금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엔딩. 즉 결말이다.


진격의 거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엔딩, 결말이 독자들에게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엔딩 논란이란건 대부분이 다 납득의 문제라서 그렇다.

 

결론만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텐데 일단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결론은 엔딩이 대체 왜 망가지느냐이고 그건 아주 나중에 이야기 하고자 한다. 지금은 엔딩. 그것이 무엇인가이다.

 

 

대부분의 창작자들에게 있어서 작품을 만들 때 필요로 하는 능력이지만 간과하기 쉽고 가지지 못 한 자들이 많은 능력이 바로 결말을 내는 능력이다. 잘 내고 못 내고가 아니라 아예 결말을 못 내는 창작자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결말을 못 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가장 용서받기 힘든 이유는 창작자가 게을러서, 의지가 없어서, 아무런 생각이 안 나서 등의 창작자 개인적인 이유다. 이런 창작자들은 대부분 반복적으로 결말을 내지 못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독자 또는 업계에 의해 알아서 걸러지곤 한다.

 

또 다른 이유. 업계의 사정. 만화 같은 경우는 편집부의 의향에 따라 잘 나가는 작품도 종종 이야기를 하다 말고 잡지에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는 재미가 없다 이기도 하지만 잡지의 색에 맞지 않다, 혹은 이 작품이 비교가 되게 만든다 등 어이없는 이유들도 많다. 이런 경우 창작자 중에서는 개인적인 공간에 결말을 올려 놓는 경우도 종종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는 아니지만 잡지, 출판사가 먹고 살기 위해 일부러 작품을 질질 끄는 경우도 온전한 엔딩을 못 내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유는 사실 고려 될 것도 없고 너무나도 이상한 이유들이라 거론 될 수준조차 아니지만 그래도 예는 예니까 드는 이유로 천재지변, 작가의 급사나 범죄 연류, 이 만화는 너무 불건전해서 사라져야 해요 식의 시민단체의 개입 등등 작가의 능력도 업계의 관행도 아닌 제 3의 사건들로 작품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봐야 할 점은 오로지 작가가 엔딩을 제대로 못 내는 경우를 볼 것이다. 왜 엔딩을 못 내는 것인가. 또는 왜 엔딩을 망치는 것인가. 엔딩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엔딩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엔딩을 필요로 하는 이유, 즉 스토리의 시작도 알아야 한다.

 

창작자가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 대체적으로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먼저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몸이 작아진다거나, 동물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거나, 남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시작한다던가 등 변화로부터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 경우다. 이 경우가 가장 흔한 창작자가 재미있게 발상하고 시작하는 경우이며 동시에 이야기를 제대로 끝맺지 못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거나, 이 일이 대체 왜 일어났을까? 어떻게 된 것일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하거나 하는 경우다. 변화가 아닌 사건이 중심이 된다.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을 따라가기 때문에 갈아 엎느라 문제가 생기더라도 엔딩을 못 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첫번째의 흥미로운 요소 접근법은 너무 흔하다. 아이가 작아졌어요. 닥터 두리틀, 일본식 이세계물 등등 그런데 두번째 접근법은 생소한 편이기도 하다. '너의 이름은'이 국가적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되돌릴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 있고, '살인의 추억'은 이미 존재하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조명하는 점에서 시작한다. 이 글은 엔딩을 내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첫번째 접근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로 한다.


첫번쨰 접근법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소재 접근법이다. 흥미로운 소재들을 던져 놓고 그 위에서 캐릭터들이 서로 흥겹게 놀듯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태다.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숱하게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숱하게 좌절하는 부분이다. 왜냐. 소재만으로는 이야기가 성립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라에몽을 예로 들어본다. 도라에몽은 엔딩을 내지 못 한 케이스이며, 이야기의 구조에 있어서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만화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짧은 이야기들을 여러 편 전개하는 형태로 소재 접근법이 가장 많이 애용되는 구성이다. 즉 여기서 이야기 하는 소재 접근법에 딱 어울리는 예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패한 예시가 아니라 성공한 예시다. 실패한 예시는 너무나도 많아서 언급 할 가치가 없다.


도라에몽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소재는 도라에몽이다. 미래에서 온 아이 돌보기 로봇이다.


미래, 로봇, 아이돌보기 라는 요소들로 흥미로운 소재를 가져와 만든 것이 도라에몽으로, 도라에몽은 미래의 과학 기술을 선보이며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서 소재. 즉 단순히 미래의 로봇이 등장하면 어떨까? 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것만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못 한다. 소재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도라에몽을 도라에몽으로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소재. 도라에몽이 아닌 노진구와 그를 둘러싼 환경이다. 도라에몽이 과거로 올 수 밖에 없는 이유. 즉 노진구라고 하는 캐릭터가 너무나 못 나서 그를 돌봐야 하는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진구는 왜 못 났을까? 노진구는 이슬이를 좋아하나 이슬이에게 호감을 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 했다. 그 이유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다. 노진구에게는 노진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 그리고 노력해서 얻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노진구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노진구를 괴롭히는 친구들, 노진구를 위축되게 만드는 엄마, 노진구와 다른 면에서 두각을 내 보이며 비교가 되게 만드는 친구들, 그리 특출날 것 없는 환경, 노진구를 알아주는 사람의 부재 등 여러가지 이유들이 겹쳐서 미래의 노진구를 만든다. 그리고 그 노진구가 미래에서 실패하였기 때문에 후손이 도라에몽을 보낸다. 이것이 도라에몽 이야기의 시작이다.


한편 도라에몽 역시 노진구 마냥 아픈 과거들이 산재해 있다. 구설정 기준으로 불량품으로서 같은 도라에몽 시리즈와는 다른 취급을 받아 컴플렉스가 있고, 쥐에게 귀가 뜯겨 공포를 갖고 있으며, 그런 도라에몽 역시 노진구처럼 실패로부터 의기소침 해 져 있었으나 그런 도라에몽을 달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노진구를 돌봐 달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노진구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도라에몽이었기에 그리고 노진구처럼 덜떨어진 로봇이었기에 도라에몽은 노진구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도라에몽은 옴니버스식 구조이지만 스토리의 시작을 이루는 노진구의 미래 바꾸기라는 주제를 통해 은연중에 행복해진 미래의 노진구 모습을 드러 낼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시작과 결말이 함께 갖추어져 있어 결말을 내지 못 했어도 독자들은 결말을 쉽게 예상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지 않으려 했으나 그래도 몇가지 예를 들자면 소재 접근법들은 앞서 말한 작아진다, 동물과 말을 한다, 이세계로 간다 등등이 있다. 이런 소재 접근법의 문제는 소재가 매력적이라 생각되어 소재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창작물들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이야기이지 소재가 아니다.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를 돋보일 사건이 없고, 고난이 없으며 목적이 없다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각 해 보라. 우리들 주변에도 꼭 최고는 아니어도 각각의 특출난 점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이 아닌 사건에 기반하여 인지한다. 능력이 없더라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면 의인으로 기억하며,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타인을 돕는다면 그의 선행을 칭송한다. 아무리 스포츠를 잘 해도 그가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프로가 아니고 승리한 적이 없다면 우리는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 스포츠물의 시작은 평범한 것 같은 주인공이 재능을 발견하고,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라이벌들을 만나 성장하고 승리한다. 반면 타인을 도울 초능력이 생겨도 돕지 않으며 사건이 터져도 관망하고,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그는 그저 엑스트라 수준의 인물일 뿐이다.


소재 접근법 외의 접근 방식은 상황 또는 사건 접근법이다. 사건 접근법은 소재 접근법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덜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가장 많이 두드러지는 장르가 순정 계열이다. 예컨데 순정 만화의 기본적인 구성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만남,사건,연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여자 주인공의 특성은 가난,평범,오타쿠,비만 등이 있고, 남자 주인공은 꽃미남,짐승,부자,엘리트,말썽꾸러기,치유계 등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도라에몽은 도라에몽 자체가 소재이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중심이지만 순정 로맨스 구조에서는 이러한 특성들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끌어나가지는 않는다.

 

순정만화가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지니기 위해 여자 주인공은 신이 되고, 남자 주인공은 요괴가 된다던지, 남자들은 동물로 변한다던지, 남자가 만화가이고 여자가 어시스던트라던지, 소녀는 마법을 통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던지, 소년과 소녀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던지, 혹 러브 코미디에서는 남자가 여자로 변하고 여자는 남자처럼 드세다던지 등 여러가지 변칙 구조가 있지만 순정만화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클리셰인 Boy Meets Girl의 Meets 이 바로 사건 중심 구조를 뜻한다. 사건 중심 구조는 소재 중심 구조보다는 명확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건의 매듭을 지으면 곧 결말로 다가가게 된다. 그것이 장편 구성이든 단편구성이든 간에 말이다.


자. 그럼 원점으로 돌아가서 왜 엔딩이 제대로 나오지 못 하는 가에 대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알아 보았다. 그러면 이런 요소 접근법식으로 시작된 이야기에서 엔딩은 어떻게 나오는가?


나는 이야기를 대주제, 중주제, 소주제 식으로 분류하는 편이다. 보통 이것을 플롯이라고 부르지만 이 용어는 여러모로 혼재된 느낌이 강하여 나는 주제식으로 분류한다.

 

대주제는 이야기의 시작 원인을 다룬다. 즉 이야기의 출생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용사가 나타났다. 왜? 마왕이 세계를 어둠으로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왕을 쓰러뜨리면 용사의 할 일이 사라진다. 자연적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떠난다. 마찬가지로 복수를 끝내면 이야기는 끝이난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인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반면 이야기의 시작이 결말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있거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데 폐부 직전의 서클에 들어가는 것이 도입부로 시작되지만 부의 존립이 전개 또는 결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나에게 있어서 대주제로 분류를 하지 않고 중주제식으로 분류를 한다.

 

중주제식은 시작이 아닌 각각의 사건들을 다룬다.  예를 들어 보자.

악당이 활개치는 도시에서 정의를 지키고자 영웅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회는 부패하여 악당들을 잡아도 잡아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영웅에게 각각의 강한 악당들이 나타나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다. 각각의 악당들과 대립하며 그들을 쓰러뜨리면 하나의 범죄가 끝이 나지만 도시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잠깐 뿐이다. 

세상을 동경하는 소년이 있다. 소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길 원한다. 우연한 만남과 계기를 통해 소년은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세기의 명탐정이 있다. 그리고 그가 가는 곳에 우연찮게 발생하는 미지의 살인사건들이 일어난다. 탐정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나 추리를 하는 와중에도 살인은 계속 발생한다.


중주제 방식은 목적과 시작 계기가 불명확 하더라도 꾸준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중주제에 해당하는 사건들을 해결해도 결말이 오지 않는다. 주인공의 목적은 명확한 끝이 없거나 목적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인공이 원하든 원치않든 사건을 찾아가고, 사건이 찾아오는 구조다. 

 

중주제 방식의 문제점은 목적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결말을 내는 타이밍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통 사용되는 방식은 주인공의 아치 에너미를 출현시켜 그를 잡아냄으로서 결말을 이루거나, 주인공에게 목적을 부여하고 이루게 하는 방식, 혹은 주인공이 만족하여 도입부의 시작 원인을 스스로 끝마치는 형식 등이 있다.


소주제는 대주제의 하위의 중주제의 하위가 아닌, 대주제도 아니고 중주제도 아닌 별개의 구성이다. 이유는 대주제 혹은 중주제가 가지고 있는 도입부의 목적성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옴니버스타입이라고 설명하기 쉬운 형식으로 짧은 단편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화가 이전화 또는 다음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구조는 단편, 공포, 코미디, 구르메, 일상물 등 꾸준한 분위기를 유지한채 연결된 형식을 이어나가기 힘든 장르에서 많이 보여진다.

매 이야기들이 짧은 형식으로 끝을 내기 때문에 결말 자체는 꾸준하게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대주제 형식과는 달리 이 소주제 방식은 끝을 내더라도 완연한 만족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작품의 굴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 역시 크지 않다. 그러나 결말을 낸다는 점에서는 대주제,중주제 구성보다 더욱 결말을 내는 타이밍을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 언제 끝내더라도 결말이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이제 이 글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자. 이 이야기를 왜 언급하였는가?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르에서 결말을 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중주제 방식에서 결말을 내는 타이밍이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대주제를 위배한다 이다.


독자들은 종종 그런 경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 거창하게 싸움을 시작했는데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에서 이놈도 사실은 좋은 놈이었어 라는 패턴이 나온다. 그러면 선과 악을 나누는 싸움에서 모호한 정체성으로 누가 이기더라도 찝찝하던가 아무도 이기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면 대주제인 누군가를 쓰러뜨리기 위한 싸움의 목적이 변질되어 방향성을 잃게 된다. 분명 대주제의 목적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쓰러뜨리고 무엇을 지킬것인지 모호해지면 결국 결말은 어떻게 되는가. 대주제가 세운 길에서 벗어나게 되어 결말을 내더라도 결말 같지 않게 느껴진다. 이는 대주제와 비슷한 구조인 중주제 구조도 마찬가지다. 비록 대주제보다는 조금 느슨할지어도 중주제 역시 중주제가 세워진 목적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반면 소재 위주의 소주제 구성에서는 즉 옴니버스 구성에서는 소주제 그 자체가 목적이고 결론이기 때문에 위배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게 된다. 옴니버스 구성의 심슨 가족을 보자. 어떤때는 바트심슨이 당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골리기도 한다. 심슨 가족은 사건에 휘말리고 주변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어떤때는 심슨 가족 자체가 배척 당하기도 한다. 심슨 가족의 목적성은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정의,선,악,사랑,모험,복수 등 이런 매 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없다. 즉 에피소드간의 연결고리가 없다.


목적,사건,소재 별로 구성을 다 나눠 봤지만 각각의 주제별 접근법마다 난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주제 방식은 이야기의 시작을 위배하면 안 되고, 중주제 방식은 결말의 타이밍을 잡기 어렵고, 소주제 방식은 소재만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창작자는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완결 지어야 한다.  경험을 통해서 결말의 맛을 숙지해야만이 온전히 납득 할 만한 결말을 만들 수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결말을 짓는 방법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슈가 되는 소재를 움켜쥐고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고꾸라지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창작자가 갓 데뷔한 경우가 많다. 신선하고 특별한 소재를 찾는 능력은 젊고 어릴수록 유리하겠지만 그 소재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 있을지, 결말로 어떻게 다다를지는 경험에 따라 다르다.



그래. 엔딩이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경험이고 공감이다. 결말에 다다르는 표준적인 양식이 존재하더라도 결국 결말을 온전히 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창작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2019년 5월 12일 일요일

최근 플레이 한 스마트폰 앱 게임 이야기

자주 하는 순서로


1. 벽람항로

그림체가 귀엽다. 개인적으로 취향에 가깝다.

탄막슈팅 같은 느낌인데 1945같은 고전 슈팅 게임 같은 느낌도 든다.

심플하다. 초짜인 내가 그냥 플레이 해도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이 그럭저럭 성장 해 나간다.

비교적 편의적이다. 예컨데 함선 강화하기 3회 같은 일일 미션이 있다고 치자면 한꺼번에 3개 집어 넣어도 3회 강화한 것으로 쳐 준다. 이벤트나 미션을 굳이 타이밍 봐 가며 할 필요까진 없어서 편한데 다 그런건 아니고, 예컨데 데일리 미션 완료 후 데일리 미션 몇회 하기 퀘를 받으면 안 되는건 있으니까 그런건 좀 주의하긴 해야 한다. 이미 얻은 것은 얻었다고 표시도 안 한다. 퀘스트도 전체 표시로 모아주니까 완료하기도 편하다. 메뉴도 비교적 친화적이고 불편한 점이 적다.

자동 전투가 있다. 스마트폰이 없었을 적엔 자동 전투나 돌리는게 뭔 게임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게임들 자체가 시간을 잡아먹는데 특화 되어 있는터라 자동전투가 있는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이것들 돌리느라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하루도 부족하다.

자동전투가 재미가 없겠지 라고 생각 했는데 일일이 조작을 하는 것 보다 자동조작이 편하고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주포 발사는 AI가 더 잘하는데 어뢰 발사는 병신같이 발사해서 차라리 어뢰만 따로 떼어다가 내가 발사 했으면 싶긴 하다.

초반부터 의뢰 같은 걸로 경험치를 올리거나, 숙소에서 식량 보급 해 놓으면  알아서 경험치가 올라간다.

게임들 미션들에 붙어 있는 조건들이 몇번 하다 보면 다 충족되는 편이라 골치 아프지가 않다.

 그렇다고 다 장점만 있는건 아니고 단점도 있다.

일단 함선 제조 게임인데 함선 제조가 하기 힘들다.  제조에 들어가는 자원 중 돈은 그리 소모 할 일이 없는데 성정유닛은 자주 소모되기에 이 때문에 한달동안 매일 성정유닛 1갠가 2개 주는 패키지를 현질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꼭 제조 할 필요 없이 미션을 돌아서 나오는 함선들을 모아 등급 돌파를 해도 되긴 하는데 그럼 또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만들때 두근두근하는 느낌이 없는건 별로다.

일단 지금으로선 그 정도 밖에 불만이 없다. 게임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신통치 않아서 익숙해지는데는 좀 걸리긴 하는게 불만 정도. 스마트폰 게임들은 서로 자가복제 수준이라 시스템 요소가 다 비슷한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설명이 대강대강인건 별로... 요즘 게임들은 설명을 하는 법을 잊어 먹은 듯 싶다.



2. 뱅드림

 그냥저냥 하고 있다. 여긴 보상이 좀 짠 편이라 초보자가 뭘 하기가 좀 그렇다. 예컨데 멀티 라이브를 하면 같은 난이도에 내가 풀콤을 하고 상대가 풀콤을 놓쳐도 구성된 멤버의 등급 차이로 점수가 2~3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심하게 점수차이 나는 걸 보면 딱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러워서가 아니라 이벤트일때 점수 획득에도 차이가 있으니까. 빈익빈 부익부를 보는 느낌이다.

지금 이벤트 점수 9만인가 하고, 내가 원하는 캐릭터 획득의 경우에는 10만점과 12만점을 달성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 스테미너 포인트 같튼 걸 3포인트 소모하는 15배 배윻 걸고 노멀 B랭크 뜨면 2100포인트씩 모이긴 하는데 잘 해 봐야 스테10에 7천포인트 정도라서...

참. 이건 이벤트 설명과 시스템 설명이 불친절하다. 이해하기 힘들게 해 놓고 뭐 재확인 하기도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곡도 처음엔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라이센스곡에 한해서고, 그 라이센스곡도 한두번이어야지 계속 하다 보니 완전 물린다. 그렇다고 오리지널 곡을 하자니 퀄리티 차이가 너무 심해서 흥미를 완전 잃게 만든다.


하기는 하는데 뭔가 이벤트에 맞춰서 가자니 흥미가 더 떨어지는 느낌.



3. 마블 퓨쳐 파이트

자동전투가 있어서 그냥 저냥 하기는 좋다. 팬심이랄까 그냥 캐릭터 좋아하는 걸 뽑아다가 움직이는거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 모델링이랑 텍스쳐 잘 해 놔서 여캐 엉덩이 보는 맛도 있고.

다만 아쉬운 점은 최근 이슈가 되는 뉴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 아시아 히어로 팀에 있는 에어로가 퓨파에 없고, 한참 전에 인투더 스파이더버스로 나온 페니 파커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뭐 에어로가 없는건 그렇다 쳐도, 페니 파커가 없는건 좀 그렇다.

조작이 좀 거시기해서 불편한데 그나마 자동전투가 있고, 스킬만 대충 눌러주면 되서 편하다. 초반부터 만렙 영웅을 주는터라 어차피 잠깐 하다 말거라 스파이더그웬 고르고 했는데 솔직히 뭐 그다지 재미는 없다.

초반부터 만렙을 줘서가 아니라 이런 액션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에는 그다지 안 어울리는 형태 같다. 조작이 너무 불편하니까. 게다가 시스템은 얼마나 복잡한지. 뭔놈의 장비니 강화니 뭐니 더럽게 복잡해서 더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스테미너를 초반부터 퍼주는데 문제는 그 스테미너를 다 쓸 정도의 재미가 없다.


게다가 코믹스 히어로를 중심으로 스킨이 맞추어져 있는터라 별 감흥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 초반 3영웅인 아이언맨, 캡아, 나탸샤는 초반부터 영화 스킨을 입고 나오는게 다행..  그거 아니었으면 진짜 초반 몰입 안 되었을 듯.


4. 소녀전선


쓰레기.

내가 진짜 출첵이나 하면서 그냥저냥 하려고 해도 못 해 먹겠는 쓰레기.

일단 너무 복잡하고 너무 불친절하다. 메뉴를 토막토막내서 필요한 메뉴가 전면에 없이 넘기기 버튼으로 다음 메뉴에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적으로 옵션은 전면부에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자원이 4종류라 각각 관리하는게 귀찮다. 아니 초반에는 뭐 자원이 넘치긴 하는데 그것도 초반에 한해서겠지. 자원이 뭐하러 4종류나 있는지 모르겠다. 식량이랑 탄약만 있으면 되는거 아냐? 정 뭐하면 만들때 쓰는 자재 또는 돈만 있거나. 근데 이 게임은 캐릭터 하나 제조하는데 자원 4개 + 인형제작계약이란 아이템을 쓴다. 벽람은 돈하고 성정유닛 2개면 되는데 이 게임은 자원을 5개나 관리 해야 하니 짜증난다.


그뿐만 아니라 그 유닛들 데리고 전투를 가면 쳐 맞아서 체력이 닳아 있는 것을 수복을 해야 한다. 웃긴건 지원이나 자율행동, 데일리미션류에서는 체력이 닳지 않으니까 오로지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스토리 미션에서만 데미지를 입고 수복을 해야 해서 전력에서 빠져 나가고 그러면 당연히 스토리 미션은 지지부진해지고 이게 반복을 하니까 플레이 패턴이 들쑥날쑥해진다.

거기에 제대시스템까지 포함하면 개판이다. 초반에 제대는 4개까지 운영이 가능한데 얘네들을 자율이니 지원이니 보내 놓으면 그 뒤로는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 뭐든 제대에 등록 시킨 뒤에야 보내는게 가능해서 상당히 제약이 많다.

거기에 진형이니 위치 이동이니 버프에 총 종류 별 차이니 이딴 재미와는 1도 관계 없는 요소들만 득시글한 것을 생각하면 게임이 복잡해져서 학을 떼면 떼었지 재미를 주지 못 하고 있다.

행동의 제약이 심한 만큼 경험치 수급이 좋지 않고 추가 경험치 습득의 경우에는 뭔 보고서를 제작해야 하고, 보고서 제작에 필요한 전지 수급은 하루에 딱 두번 정해진 시간에만 열리는 타이밍에만 수급이 가능하고, 보고서 제작에 들어가는 잔여 경험치 축적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축적하고.... 하 씨발..


게임이 복잡해도 적당히 복잡해야지 이 게임은 지나치게 복잡한 상태에서 유저를 이해 시킬 노력도 없이 편의를 제공 할 생각도 없고, 가이드 만화라고 있는 것이 전부 경험자 기반으로 자기들끼리 아는 밈 같은 것을 가지고 웃기려는거라 가이드로서는 쓰잘데기가 없질 않나. 최적화도 개판이고.


5. 테이스티 사가

이 게임은 잠깐 했다가 바로 지울 정도로 마찬가지로 개판이다.

요리 경영 시뮬과 RPG를 섞은 듯 싶지만 문제는 이런 류의 시뮬레이션. 즉 제작과 채집을 별개로 한 시뮬레이션의 경우에는 한가지 일에도 집중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나 유닛을 소환 하고 수집하는 것 따로, 요리 재료 모으는 거 따로, 요리를 제작하는 거 따로, 서빙하고 운영하는 거 따로. 심지어 유닛인 식신의 경험치 수집도 전투로만 따로 따로 국밥이다.

하나에만 집중을 해도 꾸준히 할까 말까 인데 초반부터 경영에서 요리 제작 하고 연구하고 연구나 개발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재료 수급이 원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걸 재료 수급 원활 하게 하자고 빠른 전투 돌리면 기본 스테미너 소모에 2 추가해서 더 소모되는 주제에 경험치는 안 들어오고.

진짜 뭔 생각으로 이리 복잡하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소전이나 테이스티나 이거 만드는 새끼들은 이게 재밌다고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