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7일 수요일

게임 근황이래봐야 갓오브워













최근엔 갓오브워를 하고 있다. PS4판으로 나온 노르드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안 그래도 한동안 게임불감증 때문에 고생을 했었는데 이 작품 덕분에 게임불감증이 싹 사라졌다.

화끈한 액션, 적당한 난이도, 매력적인 장비와 캐릭터, 게임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은 그야말로 최고다.


사실 이 녀석을 사기 전부터 플스 독점작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기에 살까 말까를 상당히 망설였었다. 이게 다 라스트 오브 어스 때문이다. 그딴 게임이 평점만 높아가지고는 거품만 끼어서 신뢰도를 다 깎아먹는거다.

이 게임은 모든 점에서 라오어보다 훨씬 나은 것이 라오어는 개발자의 미숙함으로 스토리 중간 중간 마땅히 설명해야 할 부분을 잘라 먹어 그 부분을 뇌내망상으로 충당하여 그딴 개쿠소게임에 감염된 인간이나 찬사를 보낼수 있을 정도 개판이었다. 뭐 말을 안 하는데 지들 감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떻게 아냐고. 근데 갓오브워는 똑 부러지게 잘 표현한다.



그래. 내가 보고 싶었던게 이거야. 씨발 입이 달렸으면 말을 하라고.


뭔 말을 안 하고 지들끼리 꽁꽁 싸매서는 말도 안 하면서 왜 내 맘 몰라줘? 이딴 짓거리나 하는 것 보다 걍 쿨하게 말할거 다 말하고 푸는게 낫다. 로건에서도 그랬지. 라오어가 존나 이상한거다.


진짜 크레토스가 꿍꿍거리면서 암말도 안 할때는 아 씨발 이거 라오어각 아냐? 했는데 하나 하나 감정을 터트릴때마다 겁나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존나 상남자 떡대아빠로서 줘팸줘팸 해대며 내 아들 건드리지마 씹새끼들아 하는 구간에서 그래요. 이게 바로 아빠의 힘입니다 라고 공감 할 수 밖에 없는거다. 바로 이거라고 너티독 병신 새끼들아. 최소한 니네가 그딴 식으로 스토리를 짜고 싶었으면 조엘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여야 했어 멍청한 새끼들아.


게다가 어드벤처 파트로서도 라오어와는 수준이 다른 것이, 라오어는 퍼즐 파트가 전부 사다리나 나무판 끌어다가 이동하는게 고작이다. 어디있는지를 찾아 내기만 하면 퍼즐 구조가 다 똑같아서 하품이 나올정도로 한심하지만 문제는 그걸 어디다 쳐 박아 놨는지 숨박꼭질이나 하게 만드는 구성이 병신같은 거지. 근데 갓오브워는 퍼즐구조 하나 하나가 다 다르다. 물론 기본은 같다. 화살을 날려서 터트리던지 빛의 길을 만들던지 존나 들어올리고 끌어 올리고 한다던지. 근데 그 기본을 가지고 바리에이션. 다양성을 추구하였다는 점이 중요한거다. 뼈대는 같지만 포유류도 파충류도 나올 수 있는 갓오브워에 비해 뼈대에 스킨까지 다 똑같아서 복제품 밖에 없는 라오어는 수준이하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점은 캐릭터성. 특히 아트레우스다.


서양의 나이 어린 캐릭터들을 소재로 삼는 영화나 게임은 존나 짜증나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게 사실 내가 서양 컨텐츠를 존나 거리감을 두는 원인이기도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서양 컨텐츠에서 보여지는 초딩 새끼들의 광기는 받아들일수가 없어서다.


그렇지만 아트레우스의 성격은 나름 감내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미친 개마냥 왜요? 왜그런데요? 어째서요? 이 지랄을 하거나 싫어요! 난 내 맘대로 할래요! 하고서 사고를 개판 쳐 놓고 어쩌라구요! 난 어리다구요!! 이런다거나 특히나 이런 좆같은 캐릭터를 두고 주변에선 애라서 보호해야 한다, 애라서 구해야 한다 이 지랄을 하면 아니 씨발 서양의 붓다 나셨네 저 새끼가 깽판치고 다니는게 빤히 보이면서도 씨발 저 새끼 한놈 구하겠다고 성인 수백이 뒤져나가는게 지금 타산이 맞다고 생각하냐? 라는 말이 안 나올수가 없다.


그니까 다행이다. 아트레우스 성격이 그만큼 씨발스럽지도 않다는 것이. 물론 아빠가.. 크레토스이니 제정신이면 개기지 않는것도 당연하지만.


아트레우스의 성격은 딱 순수함 정도로 요약 할 수 있다. 약간 싹퉁바가지 없는 모습은 있지만  그래도 그게 다 가족 내팽겨치고 늦게 돌아온 크레토스에 대한 반항심과 동경, 그리고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란걸 잘 드러내는터라 이해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아이라서 표현이 풍부한 것과 인생 볼것 못 볼것 다 보고 살아 온 크레토스의 과묵함이 대조를 이루어 서로 잘 맞는 콤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적들과 싸우다 보면 아트레우스는 아버지는 어쩔땐 무서운거 같아요 라거나 룬 읽을때만 자길 부른다고 투덜댄다던지 룬을 못 읽는 크레토스에게 아버지도 배워보는건 어때요? 라던지 아버지가 또 혼자서 자길 버리고 오랫동안 가버린줄 알았다거나 그렇게 툴툴대면서도 크레토스가 룬 읽으라면 옛썰 하면서 오는게 무지무지 귀엽다.

상대가 크레토스라서 말을 잘 듣기는 하는거겠지만 애가 워낙 말도 잘 듣고 서포트도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칭찬을 받으면 기뻐하기도 하고 서로 교감을 보이는 장면들이 나오다보니 그만큼 아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이 공급되어 이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크레토스의 행동에 하나 하나 피드백도 하지만 감탄이며 칭찬이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플레이어를 기분 좋게 한다.

 아직 엔딩을 본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만족하면서 플레이 할 수 있을 듯.

아참. 혼돈의 블레이드를 입수 한 뒤 무쌍을 찍듯 화끈한 액션을 할 수 있는 점도 정말 끝내주었던 것이, 주먹이랑 도끼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는 있었지만, 한놈 한놈 패는게 감질나던 차에 새 무기로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전환점을 만든 것이 정말 신의 한수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