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소녀와 소년은 서로를 구원하였지만 동시에 구원받지 못 했다



말 하기를 좋아하는 활발한 소녀 ‘준’. 어느 날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슬픔에 빠진 소녀 앞에 나타난 ‘달걀요정’은 두 번 다시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준’의 입을 봉인해 버린다. 말을 잃은 소녀 ‘준’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고, 뜻하지 않게 학교에서 진행하는 지역 교류회의 준비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비슷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세 명의 친구들과 알게 된다.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외톨이 ‘준’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가슴 속에 가둬두었던 자신의 진심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준’은 외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소개를 그냥 가져 왔다. 줄거리는 뭐 따로 스포일러 하게 되긴 할테니 앞에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테고,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만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만든 것도 아니고,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것을 연결하는 부분이 이상한 머리와 몸통은 멋지지만 팔다리가 이상한 그런 느낌의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의 뼈대 자체는 참 괜찮고 좋다. 스윙걸즈, 스쿨 오브 락, 시스터 액트 2, 꽃피는 봄이 오면이나 영화는 아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나 울려라 유포니엄처럼 음악과 관련된 도전을 통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드라마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기 좋고 쉽게 와닿는 소재다. 이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역시 소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뮤지컬 도전을 통한 과정에서 풀어나가는데 이 기본적인 구조만 보면 참 좋다. 그러나 이건 뮤지컬 애니는 아니라서 뮤지컬을 기대하고 보면 안 된다. 이건 미리 말해 둔다. 뮤지컬 애니가 아니다.

이 애니는 뮤지컬 애니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을 연결하는 곁가지가 너무나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을 예로 들면 기승전까지는 뮤지컬로 이어가는데 결에서 그냥 확 하고 빠져 버린다. 또한 이야기 곳곳에서의 표현도 이상한데 성처럼 생긴 러브호텔을 러브호텔이라 인지도 못 한 소녀에게 나타난 달걀이 호객꾼이니 시멘트에 담가져 바다에 버려질거라느니 뭔 야쿠자 할 법한 이야기나 하는데 이게 실제로 존재하는 무엇이던지 아니면 소녀의 정신적인 문제라 하던지간에 이야기를 이상하게 만든다. 러브호텔인지도 몰랐던 소녀에게 야쿠자나 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달걀은 너무 부조화스럽고, 심지어 소녀가 다니는 집,학교와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성처럼 생긴 러브호텔에서 바람 피던 아빠는 아빠가 성에서 나오는 것을 봤어 라고 엄마에게 이야기 한 것을 가지고 딸에게 너때문에 이렇게 되었구나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질 않나, 엄마는 엄마대로 딸이 말을 못 하게 된 것을 가지고 딸을 원망하는 투로 이야기 하며, 달걀은 의미가 있는 것 처럼 나오지만 실상 별 의미는 없고, 라스트를 이어주는 그 러브호텔은 체호프의 총이라도 되는 것 처럼 나오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끌어낼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체호프의 총처럼 쓸 거면 달걀을 쏘던가.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스포가 되니 나중에 따로 언급한다.


그런 부분적인 것만 따로 떼 놓고 본다면 참 좋다. 근데 그게 아니니까 문제지.



이하 스포일러.


나루세 준. 어릴때는 수다스러운 성격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아버지가 바로 동네에서 바람 피는 것을 목격하고 엄마에게 말한 뒤로 아버지와 엄마는 이혼하고, 엄마와 같이 살게 되며 달걀왕자를 만나 입이 봉인된 소녀. 정말로 봉인된 것은 아니고, 말을 하면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복통을 앓기에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소녀에게 타쿠미,다사키,나츠키와 함께 마을 교류회 실행위원이 강제로 배정되고, 이에 같은 목적으로 거부하러 간 사카가미 타쿠미가 비어 있는 교사의 방인 음악실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이를 나루세 준이 바라보며 소녀와 소년의 접점이 생기게 된다.

반 담임이자 음악교사는 뮤지컬을 마을 교류회의 주제로 정하려 하며, 노래를 통해서 마음을 전한다는 이야기에 나루세 준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타쿠미 역시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문자로 주고 받으며 나루세 준은 그런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를 알아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타쿠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타쿠미 역시 나루세가 하고 싶어하는 뮤지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을 보낸다.

그러나 부상 이후로 불만이 가득한 야구부원 다사키 다이키는 나루세를 거론하며 말도 못 하는 쓸모 없는 애는 빼고 이야기 하라며 비난을 하고, 타쿠미는 그런 다사키를 향해 야구부원이 하는 불평을 들은 걸 이야기 하며 서로를 상처 입힌다. 싸움이 되려 하는 찰나 나루세 준은 겨우 힘을 짜내 노래를 부르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마을회비를 걷으러 온 주민에게 대신 회비를 내던 중 엄마를 만나고, 엄마는 말을 하지 못 하는 딸에게 함부로 문 열고 만나지 말라며 딸의 상태를 비난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이에 나루세 준은 집을 뛰쳐나가 타쿠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우연찮게 편의점 앞에서 만난 나루세는 타쿠미의 집에 초대를 받고 나루세 준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말,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주는 것을 타쿠미는 진지하게 받아주며 고민도 하며 조력자들을 모아준다.

마을교류회는 뮤지컬을 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일의 준비는 순조롭게 흘러간다.

하지만 정작 실행일 전날 나루세는 타쿠미와 나츠키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고, 타쿠미가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감정이 무너지게 된다. 자신만의 왕자님인줄 알았던  타쿠미는 그저 응원의 감정 밖에 없었고, 결국 노래로 풀고 싶었던 마음은 다다르지 못 할 감정이 되자 의미가 없게 되어 뮤지컬 당일 참가를 거부 해 버리고 만다.

주연이 사라진 채로 뮤지컬을 진행 할 수 없었던 학급은 나루세 준을 찾지만 찾을 수 없었고, 이야기를 하던 도중 타쿠미와 나츠키의 이야기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비난의 화살은 사랑 싸움이냐며 나루세에게 돌아가고, 어찌되었든 나루세가 빠진 상태로 뮤지컬을 진행 할 수 밖에 없었고, 타쿠미는 나루세 준을 찾으러 간다.

온갖 곳을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었던 타쿠미는 처음 나루세 준과 이야기 중 나왔던 러브 호텔을 떠올리고 러브 호텔에서 절망에 빠진 나루세 준을 찾아 데리고 가려 하지만 나루세 준은 뮤지컬 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되었고 모든 것을 거부한다.

말은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여 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 나루세에게 타쿠미는 상처를 줘도 좋으니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고, 모든 것을 쏟아낸 나루세에게 타쿠미는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모두들 덕분에 변할 수 있었던 나루세는 마지막으로 타쿠미에게 고백을 하지만 친구로서 남게 되고, 뮤지컬 하이라이트에서 돌아온 나루세의 노래와 함께 뮤지컬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뮤지컬이 끝난 후 다사키는 나루세에게, 타쿠미는 나츠키에게 고백을 하려 하는 걸로 이야기는 끝난다.



중간에 몇가지 부분을 뺐는데 타쿠미의 부모는 나루세처럼 이혼을 하여 아버지랑 같이 살지만 그 아버지도 따로 살아 조부모랑 같이 산다는 부분, 타쿠미와 나츠키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귀는 사이었지만 원체 어릴때는 다 그렇지만 누가 누구랑 사귀더라 라는 거에 민감한터라 나츠키는 그런 이야기에 아니라고 발뺌을 했고, 정작 그 중요한 시기. 이혼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타쿠미를 위로해주지도 못 한 채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했던 것에 나츠키는 후회를 한다는 점. 타사키가 나츠키에게 먼저 사귀자고 했지만 나츠키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둥 애매하게 얼버무렸다던지, 이런 저런 부분이 있는데 이게 중심 스토리랑 뭐 중요하진 않은데 거슬려서 일단 설명에서는 뻈다.

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묘하게 흘러가는 것은 캐릭터를 제대로 다잡지 못 했기 때문이다.

나루세를 가장 잘 이해 한 것은 타쿠미였고, 타쿠미의 문제에 가장 접근 한 것도 나루세였다. 나루세가 곤란 해 할 때 도와준 것이 타쿠미였고, 타쿠미가 가진 문제를 해결 하게 만들어 준 것도 나루세였다.

하지만 나루세는 타쿠미를 바라고, 타쿠미는 나츠키를 바라고, 다사키는 나츠키를 바라고, 나츠키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즉 삼각관계 처럼 흘러가는 상황에서 결말을 참 이상하게 내어 버렸는데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나루세와 타쿠미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관계였고, 되려 타쿠미와 나츠키는 긍정은 커녕 일방적으로 단절된 관계였다. 나츠키도 못 해 본 메신저 ID교환이나 집에 찾아가는 일이라던가도 나루세가 먼저였고, 아버지를 통해 배운 음악이나 취미에 대해서도 가장 먼저 알아간 것도 나루세였다.

과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의 관계야 둘째치고 나루세와 타쿠미는 거의 확정적으로 연인 관계에 들어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그런데 이게 뮤지컬 전날 타쿠미와 나츠키간의 미적지근한 대화를 통해 타쿠미는 아무 생각 없는 놈이라는게 드러났고, 심지어 여기서부터 캐릭터마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지금까지 나루세에게 들어오는 공격을 다 막아 주던 탱커가 결국 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 해 버린 나루세를 가지고 얘 때문에 이 사단이 나긴 했지만 어떻게든 수습하자 이따구로 나온다. 뭐지? 내부의 적인가? 지금까지 나루세를 가장 잘 이해하던 놈이 얘가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다 얘 잘못인데 이러고 있으니까 보는 입장에선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아무리 망해버린 러브호텔이라 하더라도 결국 이 둘이 만나는 곳이 러브호텔이었는데.... 고딩이 러브 호텔. 아니 뭐 사심 가지고 만난 것도 아니고 결국 뮤지컬 때려치려던 애 찾으러 간 거니까 구린 의도로 간건 아니지만 이것도 결과적으로는 나츠키도 못 해 본 만남...인데 대체 왜 얘네 둘이 이어지지 않는지를 이해 할 수가 없단 말이지. 그럴거면 차라리 처음에 나왔던 달걀 걸어 놓는 신사에서 만나던가. 세상에 어린 고딩 여자 남자 둘이 러브 호텔에서 고백을 하고 차이고... 과정을 왜 이리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애당초 별다른 목적도 없이 다사키가 나츠키에게 고백을 한 것도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접점이라고는 나루세 - 타쿠미와, 다사키 - 나츠키인데 결말은 나루세 - 다사키, 타쿠미 - 나츠키이니 말이다.

 나루세와 엄마와의 관계도 애매하다. 결국 뮤지컬을 통해서 나루세가 말하려던 것은 엄마에게 전해지긴 했는데 그냥 울었을 뿐 이후로 어떻게 되었더라가 없다. 이것을 확연히 풀지 않고 그냥 넘어갔는데 그러다 보니 이 모든게 나루세의 문제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결국 끝맺음은 나루세의 행복과 상관없는 삼각관계 줏어먹기로 변질된다.


특히 이 부분이 심화되는 것은 바로 나루세가 원했고 나루세로 인해 촉발되고 나루세가 만든 극본으로 나루세가 주연이었어야 할 뮤지컬에서 나루세가 빠져 하이라이트 부분에서야 겨우 들어오는 것이 문제다.


나루세의 문제를 뮤지컬로 풀고 싶었으면 그것을 뮤지컬로 풀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걸 러브호텔에서 풀어 버리니 나루세의 문제가 희석이 되어 버렸다. 본래 이것이 뮤지컬을 통한 감정 해소로 접근 했으면 그렇게 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하다 보니 앞서 거론한 스쿨오브락이나 시스터액트2처럼 확 하고 다가오고 푸는 카타르시스가 없다.


나루세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결과론적으로는 풀리긴 했는데 과정이 마라톤 달리다 말고 제자리 멀리 뛰기로 변질 된 그런 느낌이다. 뮤지컬 애니를 만들고 싶었지만 능력이 딸려서 샛길로 샌 그런점도 느껴진다.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점도 넘쳐나고 왜 이렇게 소재를 썼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 여러모로 좀 그런 부분이 많긴 한데 앞서 말했듯이 잘 만든건 아니지만 못 만든것도 아니라서 볼만은 하다. 특히 본작의 메인인 나루세 준의 연기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얘 혼자서만 노래가 안정적이라서 뮤지컬로 나갔어도 괜찮았을텐데 왜 그러지 못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루세와 타쿠미, 다사키는 모두 나루세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나츠키만큼은 좀 겉도는 느낌으로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은 좀 애매하다. 그녀는 타쿠미를 돕고 싶어했지만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써서 관계를 단절 시킨 것을 여전히 극복을 못 하는데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신경은 쓰이지만 왜 그런지 크게 몰랐다.


그런데 리뷰 이미지를 찾던 중 해당 포스터에 아노하나 제작진이라는 부분을 보고, 아 그래서.. 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노하나. 즉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애니메이션에서 비슷한 구도가 나온다.


진땅과 유키아츠는 멘마에게 여전히 매달리고 있고, 이를 아나루와 츠루코가 바라보는 형태다. 삼각관계로서 그나마 유키아츠는 마음을 정리하지만 진땅은 여전히 멘마만을 생각하기에 아나루와 이어질 수가 없고, 멘마와 진땅 역시 멘마는 이미 죽은 사람이니 이어 질 수가 없이 그저 관계만 정체 될 뿐이다.


그나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나루세와 타쿠미는 그렇게까지 꼬인 관계도 아니고 정리도 안 되어 질척거리는 상황도 아니지만 카타르시스를 줄 만큼 재미있고 애정이 들어갈 만한 관계도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애매하게 가능성만 내보이고 적극적으로 해피엔딩으로 이어주지 않았던 작품들과는 달리 소년과 소녀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 이어주니 이 카타르시스가 폭발하여 마음에 와 닿을수 있었는데, 문제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는 아노하나처럼 과정을 하나 하나 밟아가며 빌드업해 마지막에 터트릴 뮤지컬을 와장창 뭉개버렸고, 그렇다고 애정관계가 카타르시스를 주냐면 그것도 아니니 어중간하게 변화구만 날리는 그런 애니가 되어 버렸다.


아노하나의 제작진이라는 타이틀. 그것이 주박이 되어 결국 자신들에게 바라는 고객층의 니즈에 맞춘 스토리를 만든건자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상하다. 괜찮게 볼만 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뮤지컬로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뮤지컬은 메인이 아니고, 문제 해결이나 애정 관계나 하나같이 카타르시스는 없고, 사용된 소재가 너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이상하고, 제대로 풀리지도 않지만 그냥 저냥 볼만하다 정도가 결국은 결론이다. 했던 말 또 하는거긴 하지만 참 이상하다보니 명쾌하게 정리하기가 힘든 애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