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2일 일요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감상

 최근에 다시 잡고 엔딩을 봤다. 내가 이 게임을 엔딩 안 본 이유가 거지같은 터치 패드 조작 강요 때문인데, PS4 정식 패드는 아날로그가 맛이 가서 아날로그 조작이 안 되고, 호리 유선 미니 PS4 패드는 터치패드 조작 전환이 짜증나서 그 둘을 충족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귀찮음을 극복하고 겨우 엔딩을 보긴 했는데 3명의 주인공 중에서 마커스와 코너 엔딩만 봤다. 나는 카라가 초반부에 죽는, 명령을 어기지 못 해서 죽는 엔딩을 봐서 진행 내내 카라의 진행 파트가 빠진 채로 진행을 했는데, 되려 그게 더 잘 된 것 같았다. 만약 카라 파트까지 포함해서 진행을 해야 했다면 시간이 더 걸렸을테고, 그만큼 터치패드 조작 부분이 거지같아서 짜증이 나서 또 때려 쳤을지도 모르니까. 위키를 보니까 내가 본 루트가 초창기 0%대 선택률이라 하던데 나는 그저 안드로이드의 룰에 철저하게 따랐을 뿐이다. 움직이지 말라는데 그럼 움직이지 말아야지. 그렇다고 움직여 봐야 방에 있던 권총이 아니면 자기방어도 안 될 거고, 그러면 결과는 애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걸로 뻔할텐데 그것도 찝찝할테고 해서 가만 있었더니 다 죽더라. 근데 위키 보니까 살아나도 계속 죽음의 위기에서 발버둥쳐야 하는데 그럴거면 그냥 초반에 끝내는게 제일 나았네 싶다. 코너 루트는 철저하게 기계적인 입장을 따르긴 했는데 그렇다고 불필요한 살생까지 허용하진 않았고, 경감이랑 친구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마커스는 노래해서 자유를 얻어내긴 했지만 좀 애매한게 얘가 왜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 된건지 모르겠다. 그냥 주인 말대로 자신의 삶을 살았더라면 모를까 얘가 투사가 되어서는 그걸 다 관리를 해야 했는데 이건 내가 마커스에게 기대한 형태의 스토리도 아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스토리도 아니어서 가장 좀 뭐랄까 별로였다. 게다가 얘가 수행 해야 할 스토리상 행동 역시 너무나도 빤히 보이는거라서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마커스랑 코너 엔딩 밖에 안 본거지만.


스토리만 본다면 90점을 주고 싶지만, 조작에 있어서 정해진 조작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나를 계속 괴롭혀 왔기 때문에 조작 문제를 포함하면 30점짜리 게임이고 조작 문제를 빼면 90점 짜리 게임이다. 그만큼 조작이 너무나도 거지같다. 그리고 재차 플레이시에도 하나 하나 느려터진 동작들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그리고 스토리가 좋다고는 하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충분히 다양한 분기 덕분에 자유도가 보장된 점 덕분에 좋다고 한 것 뿐이지, 게임상에서 보여지는 여러가지 설정의 미흡함 때문에 엔딩을 좋게 받아들이지는 못 하였다. 왜냐하면 일단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능력 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의 자유는 둘째치고 재산권을 인정 해 버리면 인간은 거진 멸종에 가깝게 고사 할 수 있다. 모든 부를 안드로이드가 가져 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안드로이드에게 자유를 약속하는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인간의 투표를 통해 뽑힌 선출직인 대통령이 말이다. 인간은 인간을 보호 해야만 했다.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자유를 외치고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말이다. 노래를 부르던 뭘 하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지니고 있다 해서 안드로이드에게 인간과 같은 동등한 자격을 주기에는 인간과 안드로이드간의 현격한 차이가 발목을 잡는다. 당장 보여지는 것만 해도 안드로이드 때문에 실직 된 인간이 천지에 널렸고, 안드로이드 역시 쓰레기 투기장에 버려져서 나뒹구는 안드로이드만 넘쳐나는데 이 안드로이드의 자유를 보장한다? 미친거지. 백보 양보해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을 권리나 평등하게 대우 받을 권리, 집회의 권리 정도는 보장해도 그 이상은 보장 해서는 안 되고, 이것들을 보장 할 경우 더 이상 안드로이드를 생산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엔딩은 안드로이드에게 자유가 온 것 처럼 흘러가고 그 뒤를 보여주지 않는데 상당히 무책임한 방식이다. 당연히 그 뒤의 이야기를 아무리 생각 해 봐도 감당이 안 될테니 대충 관중의 해석에 떠넘겨 버린거다.


또한 마커스의 스토리는 참 납득이 안 가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단 안드로이드가 갓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이던 오랜 핍박을 받은 안드로이드이던간에 손만 잡으면 다들 찬동한다는 점이다. 주관이란게 전혀 보여지지 않는 무분별한 찬동의 모습을 보면서 좀비인가? 바이러스? 아니면 랜덤하게 등장하는 점을 먹으면 꼬리가 길어지는 스네이크 게임? 딱 그 정도의 예시가 생각 날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마커스를 따르는 안드로이드를 보며 얘네가 과연 생각이란게 있는건가 의심 스럽다. 그리고 그런 마커스가 죽자면 죽고, 도망치자면 도망치고 뭔 주관이란게 없다. 사람 다 쳐죽이자는 애랑 죽이면 안 된다는 애가 파벌을 나누고 있을 뿐 그 외의 안드로이드는 배경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양한 분기에 비해 NPC의 생각까지 담지는 못 했다.


그나마 코너의 스토리는 명확하긴 했지만 주술적인 상징물이나 암호 메모 등을 보며 코너의 스토리 또한 뭘 말하고 싶은건지 어떤 분기를 전달하고 싶은건지를 알기가 어렵다. 최소한 동료 경찰의 호의를 얻는다는 점과 사건을 쫓는다는 점이 중심을 잡아 다행이지 이 곁다리 같은 애매모호 한 증거들은 분위기의 통일성을 저해한다.


그리고 가장 지적하고 싶은 점이 바로 조작. 이게 무슨 VR게임도 아닌데 하나 하나 행동 모방을 해야 하고 그것을 다 느릿느릿 느려터지게 진행을 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QTE는 심하게 보여지는 시간이 짧아 중간이 없다. 그나마 안드로이드 입장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연출이 그럴싸 하니 보는 맛은 있었지만 조작과 QTE부분에서는 절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비욘드 투 소울을 PS+ 무료로 받았지만 하다가 때려친 이유이기도 하다.



조작이 거지같음을 감안해도 한번쯤은 해 볼만한 게임이나 해당 이유로 크게 추천도 못 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