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귀멸의 칼날 1~3권 감상

하도 유명하길래 참고 삼을만한가 싶어서 1권만 이북으로 구매해서 봤다.

흐름이 빠르고 캐릭터가 개성적인건 좋은데 너무 흐름이 빠르고, 캐릭터에만 매달린다.


장점이 그대로 단점으로 돌아오는 형태인데, 이걸 전형적인 왕도 패턴이라고 하는 걸 봤지만 개인적으로 왕도 패턴은 아니라고 본다.

소재 초이스는 물론 왕도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왕도적이지 않다.



나는 이런 비왕도적인 분위기를 원펀맨 같은 작품에서 느끼는데, 이런 경우는 대체로 성장을 안 보여주고, 그런 점에서 귀멸 또한 성장이 없다.


초반 탄지로는 귀살대가 되기 위해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지만 정작 귀살대 시험이나 이후의 싸움에서는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모습이 없는 기술들이 잔뜩 쏟아져 나온다.


본래 과거의 왕도적 작품이라 하면 미숙한 주인공이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하사 받으며 기술 하나를 매진하고 그 기술을 완벽히 터득함과 동시에 적을 쓰러뜨리는 전개를 자주 쓴다.

나루토의 나선환이나 블리치의 월아천충이나 헌터헌터에서의 넨 기술이라던가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본래 독자가 사는 세계와 다른 느낌, 그리고 만화속에서 보여지는 세계의 신비로움을 받아들이는 걸 즐길 수 있게 하는데 이 만화는 그렇지 못 하다. 전개가 너무 빠르다 보니, 기술을 습득한 과정을 통째로 생략 해 버렸고, 높은 수준으로 성장 시킨 주인공이 과정은 생략된 채 익힌 기술들로 적을 쓰러뜨리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과정을 심히 흥미롭게 풀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그러다 보니 2권에서 최종보스를 등장 시켜 버린다.

과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대체로 최종보스, 흑막을 실루엣 처리 하면서 궁금증을 남기는게 보통이고, 게임이나 초반에 최종보스,마왕 이러면서 등장시켰지 이게 정 반대였던 경우는 참 많지 않았는데, 요새는 이런 형태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매체가 이렇게 변해 버린건 아무래도 소비층이 빠른 전개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는데,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도 초반에 최종 흑막급 적과 절대적인 힘의 상징 캐릭터를 소비 해 버렸고, 결과적으로 현재는 무리수 진행을 남발하고 있다.



작품 자체는 흥미로워서 1권만 보려던걸 저절로 3권까지 사 보게 되었는데 3권에서 구매 페이스가 끊긴것은 캐릭터 때문이다.

젠이츠와 멧돼지같은 녀석이 등장하는데 이처럼 너무 개성적인 캐릭터를 사용하면 흐름이 방해가 된다.

작품 자체의 모순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전개가 너무 빠른게 신경쓰이다 보니 본래 설정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내 성격에 그런것 보다도 전개가 너무 빠른게 더 신경쓰이는 상황이다. 빨라도 너무 빨라.


블랙클로버 같은 경우는 지나치게 타 작품에서 설정 따오는 것이 거슬려서 중도 하차하긴 했는데, 귀멸 같은 경우는 왕도적인 문제나 타 작품 설정 문제보다는 전개 속도가 너무 빠른게 걸린다.


적어도 30권까지는 가 줘야 진득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것 같고, 실제로도 지금 헌터헌터가 36권까지 나왔으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 볼맛이 날텐데 지금 3권까지 본 내 입장에선 이 만화가 과연 20권을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뿐이다.


안 그래도 왜 이렇게 빠른가 하고 보면 이후의 전개는 더 말도 안 되게 빠르다고 하는데 이걸 보니 호에로펜에서 인기 없어지니 캐릭터들 대거 갈아 치웠다는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점프가 연재 중단을 밥먹듯이 때려 버리는 녀석들이다 보니, 안 짤리려고 텐션을 높인 거 같은데 점프는 이래서 문제다. 편집부 지들 입장에선 60권 70권까지 나오길 바라지만, 정작 10권은 고사하고 다섯 손가락 안에서 짤라 버리니 아주 싹을 잘라 버리는것과 같은거지.


 다른데도 아니고 점프는 쟁쟁한 괴물들만 붙는 콜로세움 같은 곳인데 거기서 좀 인기 없다고 내치는건 좀 아니지.



아무튼 볼만하긴 한데 내 개인적으로는 좀 맞지 않는다.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지만, 그 빠름에서 소실된 내용물이 너무 빈약하다보니 캐릭터만 봐야 하는게 나에게 가장 맞지 않는 요소인듯 싶다.



예컨데 나루토는 인술이라고 하는 환상적인 요소, 헌터헌터는 넨이라고 하는 환상적인 요소 등으로 세계관에 흥미를 가질 요소가 있지만, 귀멸은 그게 없다. 있긴 한데 전부 도깨비라고 사람 잡아 먹는 괴물에 몰빵되어 있어서 귀살대 자체의 매력이 높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목만 잘라 버리면 끝이란 전개가 반복되니 너무 단순해서 세계관에 빠지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