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일 일요일

고스트 1.0 감상



어제 포스팅 했던 게임을 오늘 엔딩 봤다. 나중에 되는대로 녹화도 해서 올려 놔야지. 녹화 업로드 완료. 근데 제목을 수정하니까 조회수가 사라져 버리네.


개발자의 전작인 언에픽이 플레이타임이 내 기준 19시간 내외였다면 이번 작품인 고스트1.0은 10시간 내외. 혹은 그보다 짧을 것이다. 어제 5시간쯤 했을거고, 오늘 4시간 못 되게 했는데 엔딩을 봤으니까.

적당히 스펙업을 위한 돈노가도 했는데 그 정도 걸린 셈이다.


게임 자체는 준수하게 좋다. 그래픽이야 인디라는 시점에서 도트일 수 밖에 없지만 일단 배경 및 캐릭터 도트는 정교하게 잘 찍혀있다. 배경은 SF라는 시점을 제대로 반영하여 우주정거장 내부라는 분위기를 잘 내고 있다. 더군다나 캐릭터 도트는 게임상 조작 가능한 캐릭터들이 고스트가 조종하는 나카와 시제품 나카, 그리고 동료 중 한명인 부간이라고 하는 흑인 캐릭터, 그 외 조종이 가능한 적 캐릭터들이 있는데 그 캐릭터들의 동작 애니메이션 하나 하나 자연스럽게 잘 만들어져 있다.

음악도 내가 어지간하면 음악 좋다는 이야기는 잘 안 하는데, 이 게임은 음악이 과거 메트로배니아 느낌을 잘 내기 위해 90년대 스타일 느낌을 잘 살려 놨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 이 음악 어디서 들은 느낌인데 하면서 그립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했는데 일단 내 기준으로 첫번째 방의 느낌이 과거디스크 스테이션이라는 게임 잡지의 게임의 음악 스타일과 닮았다는 분위기를 받았다. 후반부 뒷심이 좀 부족한건 아쉽지만 전반부를 휘어잡은 점은 칭찬하고 싶다.

스토리는 솔직히 말해 초반만 진행 했을 때는 별 기대를 안 했다. 아 또 언에픽 스타일로 농담이나 하며 가벼운 느낌이겠구나 했는데 왠걸. 진행을 하면서 점점 심화되어 간다. 본격적인 SF스타일로 접어드는데 초반의 가벼운 느낌이 후반부의 복선으로 작용하여 제대로 먹혀 들어간다. 별 상관없는 시시껄렁한 개인사가 왜 끼어드는거지? 라는 의문이 아니 여기서 카운터를? 하고 들어 오는게 상당히 인상깊었다. 더군다나 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과정들에서 쓰인 인물들이 그리 많지 않아 한정된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유용하게 쓰는 것을 보고 별도의 스토리 작가를 영입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SF물에 어울리는 스토리로 가면서 엔딩에서는 왜 그런 이야기가 펼쳐졌는가도 설명하여 불편함이 없다. 더빙도 되어 있어서 분위기가 살긴 하지만 난 원체 영어 더빙엔 관심이 없어서 그 부분은 그냥 패스.



게임의 구성은 매트로배니아 스타일로서 진행을 하면서 다음 장소를 가기 위한 아이템을 얻는 형식이다. 대부분 카드 데이터를 회수하여 방을 열고, 마지막 데이터 카드를 얻기 전에 보스전을 치르는 식으로 되어 있다.

일단 전작 언에픽보다 나은 점이라면 전작 언에픽이 D&D스타일을 차용하느라 스킬과 스테이터스에 의존을 하는 반면 이 게임은 그런 점이 없어서 매우 편하다. 즉 잘못 진행하여 오도가도 못 하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2단점프, 점프 구르기, 점프 중 유지, 고스트 이동속도, 해킹 로봇 이동 속도 등 이동에 관한 스킬은 필수로 찍어두는 편이 좋다. 안 그러면 대단히 답답하거나 힘들다. 안 찍어도 진행이 가능하게끔 되어는 있지만 난이도가 더 오르는터라 찍어두는게 그냥 좋다.

무기와 장비, 아이템등은 돈만 있으면 그냥 구매하면 되고, 보조무기의 업그레이드도 간편하게 커서를 활성화 시켜 두고 상점에서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 언에픽은 파밍을 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편한 점. 물론 언에픽은 파밍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장비가 나오는 재미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게임은 기본적인 전투 구간을 제외하면 퍼즐에 상당수 의존하는터라 퍼즐을 싫어하면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 퍼즐 자체가 한눈에 보고 딱 이해가 갈 정도로 알기 쉬운 구조를 사용하지만 그 퍼즐을 푸는 방법론으로서 로봇 해킹을 이용하는데 문제는 실패시 즉사구조가 빈번하고, 컨트롤을 많이 탄다. 불합리 할 정도로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어렵긴 해도 몇번 하다 보면 손에 익어서 클리어가 되는 정도.

보스전은 전작에 비해서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잘 풀리게끔 변화했다. 전작은 불합리한 점이 많아 꼼수와 도핑에 의지해야 했는데 이번작은 딱히 그런거 없이 보이는 보스의 약점과 패턴을 파고 들면 되는 정도. 다만 마지막 전투는 제작자의 버릇 같은 것인지 전작처럼 디펜스류로 되어 있는데 전작이 2개의 캐릭터를 스위칭하며 정신사나웠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졌고, 반드시 다 잡을 필요는 없이 시간만 끌어도 되고, 디펜스 타겟은 없고, 단지 타겟을 졸졸 따라다니며 생존해야 하는 형태라서 큰 부담은 없다.


게임의 무기와 옵션 스킬, 긱스라고 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온/오프 타입 변화 요소 등 다양하게 잘 짜여져 있고, 미션을 따로 수집하여 게임 메뉴에서 도전하는 도전형 컨텐츠도 있다. 다만 무기 자체는 약간 수를 늘리는 꼼수를 써서 비슷한 성향의 무기를 탄이 퍼지거나 발사 형태가 다르거나 정도로 바꾼 바리에이션이 좀 있다. 그런데 사실 별 상관은 없다. 게임 끝날때까지 무기는 기본 무기와 보조 무기 중에서는 레이저, 그리고 맵 전체에 스턴을 거는 무기, 닿으면 터지는 그레네이드를 발사하는 무기 3가지 정도만 쓰인다. 그 외의 무기는 거의 재미요소 정도로만 심심풀이로 쓰는 정도지 별로 유용하진 않다. 소모성 아이템도 대부분은 쓸모도 없고 갯수도 적어 거의 쓴 적이 없다. 솔직히 왜 있는지 모를 정도.

전작 언에픽이 화살이며 마법이며 다 아이템을 소모해야 했던 반면 이 게임은 그런 걱정 없이 시간만 지나면 자동적으로 탄약이 차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다. 회복용 소모 아이템 정도나 몇번 돈주고 보급 할 정도지, 자원 관리에서는 부담은 없다. 회복 아이템도 노멀 난이도에서 보스전과 마지막 전투 외에는 사용 할 일도 드물 정도. 왜냐하면 조금 꿀린다 싶으면 해킹으로 파해하면 되니까.


다만 이런 게임이라도 솔직히 불만점은 있는 것이 바로 숨겨진 영혼인데, 일종의 숨겨진 수집 요소다. 문제는 이 숨겨진 영혼이란게 맵에 거의 방마다 포진되어 있는 반면 이것을 얻는 방법이 전부 가지가지다. 스킬 중에 숨겨진 영혼 위치에 다가가면 반응 하는 스킬을 찍어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 조건마다 달라서 반응을 아예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특정 벽을 공격하여 터트려서 해제하거나, 해킹으로 적에게 빙의하여야 하거나, 그 상태로 특정 위치에 가야 하거나, 그 상태로 적을 없애야 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거나, 점프를 해야 하거나, 공격을 해야 하거나, 등등 별의 별 조건들이 다 있다.


차라리 해당 위치에 가야 한다거나, 특정 행동을 해야 하거나, 숨겨진 벽을 부숴야 하거나, 적을 해당 위치에 옮겨야 하거나 정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숨겨진 벽이야 공격하다 보면 데미지를 받는 곳이 나오니 터트리면 되고, 해당 위치는 고스트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장소가 발견되면 그냥 가면 된다. 특정 행동도 사실 장소만 드러나면 그냥 가서 이것저것 하면 되는거라 이게 뭐 어렵다기 보다는 귀찮은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모를때다.

스킬로 영혼 스팟이 보이게끔 해도 정작 맵 조건마다 다르기 때문에 장소가 연관있는게 아니면 아무리 돌아다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돌아다니느라 시간 잡아 먹고, 다른 조건이 있는게 아닌가 하면 그거 찾느라 시간을 더럽게 잡아 먹는다. 사실 숨겨진 영혼만 안 찾았더라면 내 플레이타임에서 2~3시간은 빠졌을것이다. 돈 노가다 시간도 빼면 1~2시간 빠졌을 것이고.

그렇다고 안 찾고 넘어가자니 보상이 최대 체력 증가, 탄약 증가, 부활시 돈 증가 등이 있고, 그렇다고 꼬박꼬박 찾고 넘어가자니

어떤 경우는 그냥 몹 5~7마리 잡는 수준의 돈이나 준다....

조건도 맵마다 달라 확실히 알 수가 없으니 결국 이 부분은 공략에 의존해야 한다. 대단히 골치 아픈 수집요소가 아닐수가 없다. 거의 플레이 타임의 3분의 1 가량 잡아 먹으니...


그것만 제외하면 실상 뉴게임+모드도 있고, 뉴게임+하면 자동적으로 상위 난이도가 지정되긴 해도 옵션에서 언제든 난이도를 낮추고, 예비 세이브를 만들어서 낮추기 전 난이도 세이브도 저장이 되고 해서 부담도 없고, 스킬 잘못 찍어도 일단 클리어만 하면 뉴게임으로 더 찍는게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 뉴게임+를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예상은 하고 있다.


잘 만든 게임이고 매트로배니아류를 좋아한다면 가격도 싼 편이니 즐기기 좋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