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6일 토요일

3월 2일로부터 4일째

 약을 안 먹으니 일부 컨디션은 예전처럼 돌아 왔다.


극심한 공복감이 사라져서 제어가 가능해졌고

그와 함께 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하는 일이 줄어듬.

머리가 지끈 거리는 것이 심하지 않게 되었고

몸에서 심하게 땀이 나거나 손을 떨거나 약간 오한이 들거나 발을 떠는 것이 줄어들었고



가장 좋은 점은 과하게 민감해진 후각이 예전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 몸인지 내 주변인지에서 나는 시체 냄새 같은 짜증나는 냄새 때문에 스스로도 골머리를 썩혔는데 지금은 그 냄새가 나질 않는다. 과하게 먼지를 들이키는것 같은 냄새,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 몸에서 나던 냄새, 말도 안 될 정도로 포착되는 사타구니 냄새 등 여러 냄새가 지금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컨디션이 예전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집중력도 예전처럼 돌아왔는데 도저히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일이란 것은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종종 자꾸 주변으로 정신이 분산이 된다. 그렇다고 다시 콘서타를 먹겠냐면 절대로 먹고 싶지 않다. 몸뚱아리가 맛이 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체험을 했는데 그 경험을 다시 하겠다고? 차라리 그냥 이러다 죽겠다.


정신과를 가서 내가 얻은 것은 막심한 재정적 지출에 비해 쥐꼬리만한 깨달음이었는데 내 인생은 원래부터 좆같았으니까 체념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란 것들이 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그저 할머니가 가스 불 위에 올려 놓은 죽이나 보다가 가스 불 끄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정도. 그 외에는 그냥 불가항력들 뿐이다.

 

약을 먹으면서 몸이 맛이 가는 것도 내가 어떻게 못 한다. 나는 집중을 하기 위해서 병원을 찾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은 내가 체감도 못 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과 검사와 상담이었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콘서타는 내 몸을 아작내기 충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있어 도출 될 수 있는 답이 없었다. 그저 한바퀴 돌아 왔다. 돈을 날리고 몸을 축내면서 원상태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무력함을 곱씹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저 제 3자의 시선처럼 바라보며 무감각해지고, 콘서타를 먹으면서 술술 풀리는 집중력 그리고 다시 4일 쉬었다가 먹으니 우울증약처럼 효과가 반전되어 몸을 축내기 시작하고 제 효과를 내질 못 하고. 그렇게 나라는 존재의 60일을 돌이켜 보니 무의미했다. 모든 것이.


짜증나는 사건들은 약을 먹든 안 먹든 발생한다. 우울증 약은 그저 민감도를 낮춰 줄 뿐이었다. 콘서타도 마찬가지. 내가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것을 조금 조절 하는 정도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짜증나는 상황이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기에 나는 그저 방관해야 한다 그것을 깨달았다.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변화 시킬 수 있는 것도 없고 내가 변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러니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변화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냥 다 포기하고 체념하고 내려 놓고 방관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어쩌라고? 정말로 어쩌라고다. 모든 도전들이 시도가 노력들이 다 쓸모없어지고 원상복귀되는 것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수백번이고 몇천만번이고 반복되어지는데 이것을 통해서 내가 대체 뭘 깨달아야 할까? 불교적 깨달음?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성을 의미없이 다시 만드는 것? 한가지 확실한건 난 이번일로 확실하게 불교에 한도 끝도 없는 증오를 갖게 되었다는 점은 있다. 난 정말로 불교가 싫어졌다. 불교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다 싫어졌다.


불교. 티벳 불교에는 모래 만다라라는 것이 있다. 몇날 몇일을 공을 들여서 색모래로 만다라를 그린 뒤 그걸 지워버린다. 모든 것이 공(空)하다. 공허하다는 것인데 이게 뭔 짓거리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내가 했던 게임인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2에서 파괴신을 섬기는 마물 집단이 사람들을 고문하기 위해 만든걸 불태우는 전개를 넣었는데 딱 그 모양이다.


공허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불교가 더 짜증난다. 지들은 뭐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 마냥 공하다 이딴 개소리나 하는데 아니 염병 시주나 받으러 다니면서 속세랑 떨어진 놈들이 취미생활 같은 만다라나 그리는 짓거리나 하고선 그걸 지웠다고 공하다 이딴 소리를 하는데 지워질 걸 알면서 그리는 놈이 무슨 깨달음을 얻느냔 말이다. 지워질 걸 모르고 노력을 들였는데 지워졌을때가 더 공허한거지.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세상이 공허하다 라는 깨달음을 얻어서 뭐 어쩌라고? 출가라도 하라고? 속세랑 담 쌓으라고? 깨달음이고 나발이고 속세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속세에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다. 공허함을 깨달아 봐야 그게 나를 위안 해 주지도 못 하고 발전 시켜주지도 못 한다. 세상에는 그딴 개똥철학을 보고 헛깨달음을 느끼는 놈들도 있겠지만 도저히 이 딴 짓 거 리 에 서 얻을건 하나도 없다. 세상이 공허해서 뭐 어쩌라고? 결국 그 거지같은 세상에서 아득바득 살아야 하는건 하나도 변하지 않는데.

 

 

다 좆같다. 거지같다. 그냥 아주 다 때려치고 싶다. 차라리 그 돈으로 컴퓨터를 새로 사든가 노트북을 사든가 했더라면 그나마 상황이 더 나아졌을 것이다. 뭔 얼어죽을 정신과를 가서는 진짜 얼척없는 낭비나 했다. 돌이켜 보면 그것도 다 좆같은 인간들 때문이다. 내 인생에 훼방이나 놓는 두 인간. 할머니랑 삼촌.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 지랄맞다 진짜. 내가 왜 저딴 인간 쓰레기를 맡아서 같이 살아야 했는지 말이다. 대학 수시 파토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 인생의 온갖 걸림돌을 만들어 내고 지금도 여전히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조옷같다. 정말로 말로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좆같다. 그때 그 씨발같은 전화만 아니었어도 내가 정신과를 가는 일은 없었을텐데.

 

죽여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