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진상의 화법

https://pgr21.com/humor/429066

https://www.inven.co.kr/board/webzine/2097/768739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35&num=1009961&page=2872 



인터넷 게시글을 보면 종종 저런 진상 애엄마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메뉴에 없는 걸 시키거나 애한테 줄 추가 음식을 요구하거나 그런 경우를 말이다.


대부분은 저런걸 보고 메뉴도 못 읽는 멍청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독히도 교활하게 이기적인 행동이다. 멍청한게 아니라 똑똑하기 때문에 저런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똑똑하기 때문에.



화성남자 금성여자라는 남녀간 대화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책이 나온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종종 이 남녀간 대화에서 곤혹을 겪곤 한다. 물론 대부분은 그 곤혹스러운 일들을 여성이 만들어낸다.


여성의 말투,대화법은 감성 표현에 지극히 익숙하면서도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 슬퍼, 나 안 좋은 일이 생겼어, 나 축하 해 줘 등 다양한 상황에서 공감을 바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포함한다. 예컨데 안 좋은 일이 생겼어 = 힘든 일 공감 해 주고 + 니가 해결 해 줘, 나 축하 해 줘 = 축하 해 주고, 선물도 줘 와 같은 경우가 있다.


여성의 화법으로 본다면 아이에게 맞춘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매운 음식을 시켜 놓고 아이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은 무슨 일인가? 안 매운 음식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안 매운 음식을 놔두고 아이에게 먹인다고 매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인가?


풀이하자면 그거다. 지금 주문한 음식은 내가 먹을 음식이고, 나는 아이를 언급 했으니 너는 아이 먹을 음식을 추가로 넣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추가로 돈은 받지 않고, 알겠지?


그러나 대부분은 이걸 파악하지 못 하거나, 혹은 이해는 했어도 해줄 수 없어서 주문한대로 그냥 내보내고 있는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상이 아 그렇군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라고 할 사람들인가? 아니다. 그들은 마치 연애 초기에 상대가 원하는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흥 나 삐졌어 라고 하듯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데 익숙하다. 협박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섬이 없다.


종종 연애를 개같이 하는 인간들의 경우 밀고 당기기의 관계가 없이 무조건 밀어내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보다 우위에 서 있어야 유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 고객과 자영업은 어떤가? 고객은 무조건 위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영업 역시 이 고객에게 쉽게 휘둘린다. 이 둘을 연애 관점으로 본다면 한쪽은 끌려다니는 중이고, 다른 한쪽은 상대가 끌려 오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매장에 진상짓을 하면서 네네 하며 넙죽넙죽 무릎부터 꿇는 매장이 늘어날 수록 마치 자신이 여왕벌, 내지는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매장에 음식 주문하는 것을 가지고 우월감에 빠져 희열을 느끼는 것은 정신이 이상한거 같고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냐고 싶겠지만 원래 인간이란건 대부분 이상하다. 정신이고 육체고 온전하고 건강한 인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잘 숨기는 경우에는 겉으로 티가 안 나서 외부인은 모르고 지나갈 뿐, 같이 살다보면 별의 별 결함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튼 이런 하자 있는 진상들은 왜 아이를 언급하는 거냐면 그게 먹히기 때문이다.


아이 우대, 여성 우대, 노약자 우대, 사회 통념으로 여겨지는 3대 우대 요소다. 재난에서 먼저 구해야 할 약자들로 여겨지고 이들을 보호하고 살기 편하게 해 주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허황된 믿음이 교육으로서 자리매김 했기 때문에 살다 보면 사소한 부분에서도 아이,여성,노약자를 우대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통념이 굳어져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굳이 우대를 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조차 우대를 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우대를 할 상황과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가리는 것이 번거로운 경우 기계적 우대처럼 그냥 일괄적 우대를 하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로도 종종 음식점에 아이를 데리고 갈 경우 음식점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다르다곤 하지만 아이가 먹을 음식을 챙겨주는 곳도 있다. 그냥 아이가 귀여워서, 아이는 중요하니까, 미래의 손님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유야 가지각색이나 결론적으로 이런 우대를 하는 케이스가 존재하고, 그런 우대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다른 음식점에서도 우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아이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우대를 받아 봤다면 그 다음은 어떨까? 당연히 바라지 않을까? 당연히 요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기는 좀 없어 보이니까 아이가 먹는다고 하는거다. 메뉴와는 다른데? 몰라. 그냥 해 줘. 아이 먹을 메뉴는 따로 있는데? 아이가 몇입 먹지도 않는데 비싼 돈 들여서 추가 주문 할 수는 없잖아? 그럼 차라리 처음부터 서비스를 달라고 하던가. 몰라. 알아서 해 줘. 해 줘. 안 해주면 별점 테러 할거야. 아무튼 해달라는거다.


주문앱이 없던 시절에도 이런 진상들은 있었겠지만 주문앱이 생긴 뒤로는 크나큰 폐해가 세가지 생겨났다.


하나는 실제 매장 방문과 달리 가게 상태와 음식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주문앱 특성상 별점에 따라 주문량이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별점 테러를 당할 경우 평균점으로 표시되는 앱 시스템 때문에 여러개의 고점보다 저점 하나가 평균점을 깍아 먹게 되어 자영업자에게 크나큰 피해를 준다.


둘은 윌스미스 가라사대 나는 은밀한 병신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특성상 병신들이 인터넷을 활보하고 다니는데 주문앱도 마찬가지. 병신과 진상은 특히나 이런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실 진상은 우리가 이름하고 얼굴하고 목소리를 통해서 쉽게 기억하는데, 인터넷 진상은 언제든 세탁 가능한 닉네임 하나에만 의지해야 해서 기억을 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이디를 버리고 새 아이디를 구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따라서 넘쳐나는 병신들이 너무나도 깽판치기 쉬운 구조가 되었다는 점이다.


셋은 주문앱 없던 시절 부모가 매장에서 진상짓을 하면 그나마 커 가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사회적인 관계를 읽으며 부모가 하는 짓이 진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곤 한다. 그리고 그런 창피한 짓을 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하지 마~ 라고 자제를 요청한다. 부모는 깨닫지 못 해도, 혹은 이게 다 널 위해서 하는거야 라는 개소리로 책임회피 하려 해도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라고 깨닫는게 있었는데, 주문앱이 나온 이후로는 굳이 매장에서 진상짓을 안 해도 되니 아이들은 부모가 진상짓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사회적 관계를 읽을 기회가 없으니 부끄러워 할 기회도 없고, 자제를 요청 할 상황도 오지 않는다. 제대로 교육받고 사고가 열린 아이로 자라난다면야 다행스럽게도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상황을 겪지 않아도 진상짓이란걸 이해하겠지만 사회적 관계를 거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주변 분위기를 읽으며 진상짓이란 사실을 빠르게 이해 할 수 있을까?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그 어떤 매장도 그 어떤 대상에도 우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행해질 수 없기에,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 할 수 없기에 결국 세상 어딘가에서는 우대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들은 다른 매장에도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설령 그 어디에서도 우대를 하지 않는다 해도 인간이란건 정말이지 별의 별 인간들이 존재하기에 우대를 받지 않았어도 우대를 받고 싶어하는 인간은 등장한다. 아무리 좋은 집안 좋은 교육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도 성격 개차반인 인간이 희박하게 나오듯이 항상 예외적인 요소는 존재하고 그런 존재들이 진상짓을 하며 이익을 보게 되면 누군가는 또 따라하기 마련이다.


이해하기 매우 힘든 일이지만 세상에는 고작 몇천원 이익을 위해서 사회적 관계를 망가뜨리려는 사람도 존재한다. 돈을 얼마만큼 주면 사회적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묻는 가십성 질문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의견 덧글을 달듯이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이런 성향을 가진다. 그럼 진상들은 대체 왜 작은 이익 때문에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걸 서슴치 않는 걸까? 가십성 질문이야 한번에 받는 금액을 부풀릴 수 있으니 얼마든지 큰 돈을 부르는게 이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무도 그런 큰 돈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설명을 바꾸면 관점이 달라지고 어느 정도 유추 할 수 있다.

 

예컨데 당신의 진상 짓으로 가게는 몇천원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 짓을 100번만 반복하면 가게는 몇십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라고 하면 죄책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설명을 바꿔 보자. 당신의 진상짓으로 당신은 몇천원 이익을 보게 되었다. 총 100개의 가게에서 진상짓을 한 당신은 몇십만원의 이익을 보게 되었다. 라고 하면 어떨까?


전자는 죄책감이 들고 매우 나쁜짓 같은데 후자는 상대의 손실을 언급하지 않고 이익을 부풀리니 어? 그럴싸한데? 한곳에서만 그런것도 아니니까 아주 나쁜 짓도 아닌것 같고, 내 이익이 매우 크고 좋지 않나? 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는 이런 진상들이 100명 있고, 각 가게당 한번씩만 진상짓을 해도 결국 한 사람이 한 가게에 100번 진상짓 한거랑 같기 마련이지만 진상짓을 하는 사람에겐 이런 말을 해 줘도 의미가 없다. 공범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죄책감이 희석되고 나만 그런거 아니잖아. 라는 책임회피를 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진상짓 성공이 누적될 수록 자신에게 그만큼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머리속으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진상짓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중간에 멈춰 버리면 자신의 이익은 딱 거기까지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린고비, 구두쇠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상한 부분에서 돈을 아끼려는 것처럼 이들도 이상한 부분에서 이익을 취하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합리적인 사람, 경제적인 사람 등등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한다.



진상의 심리를 보면 이게 애엄마만 문제가 아니라는걸 알 수 있다. 그렇다. 애 엄마는 어디까지나 이런 케이스가 있다 뿐이지, 실제로는 노인 진상, 여성 진상, 아저씨 진상, 아줌마 진상, 별의 별 진상들이 존재한다. 노인도 보면 종종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돈을 깎아 주길 바라거나 뭔가 덤을 주길 바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고, 여자들도 먼저 배려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해 주길 바라거나 편한 자리를 취하고 싶어한다. 다만 애엄마가 자영업자의 고충에서 종종 거론되는 이유는 타인의 호의에 익숙하고 갑질하기 편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진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건 성별 차이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인데, 위에서 여성은 호의에 익숙하다고 한 반면 남성은 호의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서 남성 쪽은 가게에서 아는 척을 하면 다신 안 간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되려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호의에 익숙치 않은 남성 진상은 여성 진상과는 달리 쎈 척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오 잡고 막말하고 호통치고 협박하는 진상은 보통 남성 진상들이 주를 이룬다. 여성 진상은 스트레스가 누적되게끔 슬슬 슬슬 긁는다면 남성은 그냥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이 날것처럼 나온다.


최근처럼 자영업이 힘든 시기에는 진상에 의한 스트레스도 크게 다가올텐데 그만큼 진상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게 이루어 질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런 케이스가 모여서 진상에 대한 법률도 제정되면 좋을거고. 예컨데 매운 음식 시켜 놓고 매운 음식 안 시켰다고 하는 진상들이 별점 테러를 하는 것을 주문앱 플랫폼에서는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고 반드시 삭제를 해 줘야 한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