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6일 금요일

비스타즈 6권까지 감상

 

읽은건 6권까지 읽었는데 왜 표지는 8권을 가져다 썼냐면 이 만화는 하필이면 표지가 죄다 폼잡고 있느라 만화의 내용을 쉽게 전달하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오랫동안 이 만화를 손도 안 댔었는데, 세간의 평가는 좋다지만 정작 표지에서 잡아 끄는 맛이 없는게 문제였다.

 

아무튼 리디북스에서 1권 맛보기 무료를 하고 있어서 봤더니만...

 

 

....이런 미친.

 

내가 왜 이걸 지금까지 안 보고 있었지? 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진짜 장난이 아니다.

 

숨 막힐 정도로 조여오는 이야기와 뛰어난 컷 배분, 구도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인간 세계가 기본인 타 만화와는 달리 동물은 돌출된 입과 각기 다른 두개골 구조로 인해 생김새가 다른데, 이 만화는 그런 요소들을 전부 각 장면, 시점, 구도에서 볼 수 있는 형태를 데포르메 하지 않고 뚜렷하게 그려내고 있다.


수채화풍의 독특한 선은 다른 일본 만화와는 색다른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새하얀 공간을 톤에 의지하는 만화와 달리 선과 필압에 의한 흑백의 조화가 뛰어나다.


기본적으로는 여성향 만화에서 보여지는, 특히 프랑스에 심취한 여성향 만화에서 보여지는 샤프하고 댄디한 남성들을 중점으로 부각하는 특징이 보여진다.

 

이야기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이는 중심 갈등인  초식과 육식의 공존이란 테마를 풀기 위해서 양자간의 시선을 빌릴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각 사이드의 인물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중에도 꾸준히 테마를 놓치지 않고 있다.


스토리, 캐릭터도 장난이 아닌 것이 비스타즈는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상을 그려내지만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충동을 소재로 삼고 있다.


1권 초반부터 등장하는 동급생을 잡아 먹는 사건으로부터 독자는 이 만화를 마치 서스펜스물처럼 그려낸다. 동급생을 잡아 먹은 육식동물이 누군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 초식동물 사이에서 공포감은 확산된다. 이때 주인공인 레고시는 회색늑대, 육식 동물로서 마르고 길다란 장신에서 느껴지는 흉흉함, 매서운 인상,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인해 범인으로 의심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레고시는 그 누구보다 착하고 마음이 따스한 학생이었고,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끝냈더라면 음. 그냥 하이틴물인가 싶겠지만 작가는 꾸준히 레고시를 통해서 육식동물이란 사실을 자각하게 하며 갈등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덕분에 하이틴 물로서 청소년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아를 탐문하며 깨닫는 과정에 육식 vs 초식이란 개념이 들어가 상당히 어두우면서도 복잡한 모습을 그려낸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육식 금지 규칙 덕분에 초식 동물도 육식 동물의 위에 설 수 있는 반면 그 규칙을 알게 모르게 서로 묵인하는 암시장 등 이 만화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건물이나, 학교, 식사 등의 이미지는 서양의 하이틴물을 배경으로 삼지만 정작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지독히도 일본스러운 계급제 사회다.


작가가 일본을 비판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만화는 지독히도 일본스러움을 띈다.

 

내가 일본같다고 느끼는 부분은 바로 붉은 사슴 루이와 사자조직 때문이다.


붉은 사슴 루이는 일본 만화에서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명문고를 다니는 유망한 집안의 아이라는 설정이다. 이상할정도로 엘리트 주의를 동경하는 일본은 만화에서 이런 표현을 집어넣는걸 서슴치 않는데, 이 붉은 사슴 루이는 그런 엘리트 주의의 표본처럼 보여진다. 많은 학생들이 동경하는 대상에, 연극부에, 집안도 좋고,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온다. 리더 내지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뒤따르는 학생들이 무리를 짓는 그런 모습은 일본의 서브컬쳐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미국 애니메이션에서도 상류층을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류층 또는 인싸로 대표되는 인기녀,인기남은 서로 무리를 짓고, 그 외 못난이 찌질이들로 대표되는 너드,가난뱅이,찐따는 배척하는 그런 모습을 표현한다.


그러나 비스타즈에서 루이의 모습이 전형적인 일본형 엘리트 모델로 보여지는 이유는 경계선의 차이에 있다. 북미 하이틴 장르에서의 인싸와 찌질이는 구분되어지고 찌질이쪽은 인싸쪽에 항상 끼고 싶어하는 열망을 표현한다. 그러나 일본 하이틴 장르에서 엘리트들은 북미 하이틴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권력을 지니고 있다. 재력,권력,가문의 위세와 함께 이런 힘을 휘두르는데 서슴치 않는다.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나뉜 경계에서 동경의 시선을 보내는 인물들이 존재하지만 일본식 하이틴에서는 그 경계를 쉽사리 넘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연하다는듯이 비슷비슷한 수준의 가문끼리 결혼 또는 만남을 생각하기에 그 대열에 끼지 못 하는 이들은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스타즈의 세계관에서는 동종 결혼을 축복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 때문에 루이는 여러번 몸을 섞으면서까지 마음에 들어하는 여성은 있지만 진지하게 연애 대상으로는 바라보지 않는다. 가문에서 결정내린 대상과의 결혼을 받아들이기에 이는 일본의 가문을 빗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으로 사자조직은 완연하게 야쿠자의 모습을 띄고 있다. 만약 이 만화가 정말로 서구적 배경을 빌려서 그린 만화라면 당연히 사자 조직은 시칠리아 마피아처럼 패밀리구조로 되어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보스를 죽인 대상은 당연히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이었다. 그러나 이 멍청한 사자조직은 그러하지 않았고, 오히려 보스를 죽인 대상을 보스로 올리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같은 육식동물이 아닌 초식동물을.


사자조직의 장소에서의 돌담,토리이,장지문,족자,일본도, 초식동물을 보스로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는 자리의 배경 및 음식을 담는 그릇의 모습은 전형적인 일본의 모습이다. 이전까지 쭉 비스타즈의 배경이 서구의 도시 모습을 담았던 것에 비해 이 부분은 확연하게 이질적인 형태를 띈다.

 

그러면 나는 이걸 왜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냐면 사자 조직의 보스가 순백의 동물을 먹이감으로 맛보는 과정이 지나칠적으로 변태적인 형태를 띄는데 이는 마치 아쿠메츠라는 만화에서 등장하는 부패한 정치인이 미성년자 여학생을 권력과 채무를 빌미로 끌고 와 성노리개로 삼는 모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유유백서에서도 나오고, 그 외 다른 일본 만화에서도 종종 부패한 정치인들 내지 야쿠자들을 이처럼 성착취를 하는 존재로 그리곤 한다.

 

특히 사자조직의 존재를 알면서도 초식동물이 납치 된 사실을 숨기려는 사자 시장은 야쿠자를 대표하는 사자조직과 동종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이란 사실을 통해 이 둘이 같은 개념이다 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내보이는것 처럼 보였다. 범죄를 알면서도 은폐하고 처리하지 못 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이다. 야쿠자가 있는건 알지만 그로 인해 피해가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못 하는 모순. 그것이 현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이며 동시에 야쿠자가 더더욱 힘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단 이 둘, 루이로 대표되는 엘리트, 사자조직으로 대표되는 야쿠자는 알겠는데 그럼 다른건 뭐지? 하는 의문이 든다.


비스타즈의 중심 갈등은 종족간의 갈등. 육식과 초식간의 공존을 두고 벌어지는 은밀하고 더러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다는 것.


그럼 이건 무엇을 비유하는 것인가? 사회 구조에서 피식자와 포식자가 겉으로는 평화로운 공존을 하지만 실상은 서로를 잡아 먹는 구조다. 육식과 초식간의 공존이라고는 했지만 루이는 초식 동물 엘리트인 관계로 사실상 계급 구조에서 초식과 육식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근데 이게 현실로 따진다면 계급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비스타즈의 계급의 문제에서 초식과 육식의 차이는 무의미, 오로지 서로간의 대립 문제만 있다. 그래서 솔직히 비스타즈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뭐지? 그럼 서로를 잡아먹는 행위는 대체 뭐지? 초식과 육식으로 나뉘면서까지 서로를 구분짓는 것은 뭐지? 설마 루이와 같은 초식은 재계, 기업, 화이트칼라를 의미하고, 육식은 정치인,야쿠자,노동자 계층을 의미하나? 그러기엔 단서가 너무 희박하다. 왜냐하면 이게 뚜렷한 구분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비스타즈의 다른 모든 것들을 용납하고 받아들여도 유일하게 이해가 가지 않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바로 서로의 고기를 먹는 행위다. 육식 동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긴 하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또 비스타즈의 세계관은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다. 근데 고기를 먹는다는건 구체적으로 뭐지? 상대의 생명을 빼앗으면서 피와 살을 취하는 것은 인간 사회로 친다면 무엇을 의미하지? 자신의 신체 일부를 돈 받고 육식동물에게 파는 것은 무엇이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초식과 육식은 인종인가? 전투에 유리한 흑인과 계급을 지배하는 백인인가?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의미를 두면 둘수록 이 관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의미를 두지 않아야 이해가 갈 정도다.


그래서 답답하다. 분명 이 만화에 나오는 여러 요소는 일본의 사회를 담아 놓았는데 문제는 주제 의식, 초식과 육식을 일본으로 따졌을때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토리나 캐릭터, 만화의 내용 재미있고 좋은데 하필 그 점에서 묘하게 가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특히나 동종족 간 결혼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레고시와 하루는 회색늑대와 드워프 토끼라는 종족의 차이에 초식,육식의 차이까지 있다. 즉 이건 계급 내지는 가문에 얽히지 않는 테마도 포함하고 있을텐데 6권까지는 정보가 희박해서 알 수가 없다. 가렵다. 뭔가 시원하게 푸는 상쾌함, 통쾌함이 없다.


일단 6권에서 끊은 이유는 비스타를 뽑는 상황에서 흥미가 떨어진건데, 나는 이런 일본식의 계급제, 우두머리를 뽑는 과정을 지극히 싫어한다. 같은 이유에서 나는 용사니 용자니 선택받은 존재를 상관도 없는 존재들이 결정하는 것 역시 지극히 싫어하는 구조다. 학교의 리더를 대체 왜 학생이 아닌 제 3자가 뽑는거지? 지극히 일본스럽다보니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6권까지는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 문제는 이 만화의 제목이 비스타즈이기에 이야기는 꾸준히 비스타에 얽매일 것이다. 그럼 당연히 나는 보면서 드럽게 짜증을 낼 것이고. 신분사회,계급제,민주주의가 아닌 봉건제, 엘리트를 중심으로 어른놀이를 하지만 정작 의사결정 과정에선 배제되는 것에 일언반구도 못 하는 무능함을 길들이는 과정, 이런 느낌들이 내가 일본 서브 컬쳐를 보아 오면서 항상 느끼는 반감들이다.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발언도 없는 무능한 국민들을 데려다 놓고 엘리트들, 일부 소수들로 진행되는 이야기. 아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토할것 같다.


만약 이 이야기가 전형적인 일본 취향의 소수 중심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가 된다면 더이상 참을수가 없기에 딱 여기서 끊으려고 한다. 완결 된 다음 이야기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스포일러를 당하더라도 확인하고 나서 그 다음에 구매를 하던지 말던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