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는 끊어내는 것. 즉 유혹을 뿌리치는 형태다. 참고 견딘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수동적이다. 안 하면 그만이니까.
반면 끈기는 지속하는 것. 지금 하는 일이 힘들고 때려치고 싶어도 계속 하게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참고 견디는 건데 이는 능동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뭐든간에 계속 하긴 하는거니까.
나는 절제력은 강한데 끈기는 없는 타입이라 뭘 안 하는건 매우 잘 해도, 하던걸 계속 하는건 매우 힘들어 한다.
예컨데 지금부터 3일간 물은 마시되 식사는 금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넷이 끊기고 정전이 되고 단수가 되어도 초조해 하거나 안절부절 못 해서 당장 뭘 하려고 하는 경우도 없고 화장실도 아주 아주 죽을만큼 참기 힘든게 아니면 어지간해선 참아낸다. 담배,술 같은 것도 즐기지 않아 그런 향정신성 요소를 쉽게 끊어낼수도 있고 유일하게 즐기는 게임마저도 당장 하지 말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끊어낼수도 있었다.
반면... 뭘 하려고 한다고 치자. 일단 아마 3일 길게는 3주 정도는 유지가 된다. 근데 그 이상이 되면 필연적으로 정신이 산만해지고 방법을 찾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편하게 또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익숙해지는 순간 현 환경에 뭔가 불합리함이나 부족함을 느끼게 되고 이게 익숙해지게 되는 것을 굉장히 꺼려하곤 한다. 정체되거나 성장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게다가 나는 상당히 팔자가 안 좋은 경우라 꾸준히 끈질기게 뭘 할 만큼 좋은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당장 그 행동을 막아서는 나쁜 이벤트는 끈질기고 꾸준하게 일어나기에 조금 익숙해지고 겨우 일에 정착되었다 싶을때면 당장 그 일을 때려치고 싶게 만드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가 가장 답답하고 힘들게 만드는 건데 내 개인적인 성격을 이해하고 쉽게 뭘 바꾸려는 생각을 참아내고 꾸준히 하려고 해도 그 행동의 지속성을 방해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 의욕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의욕이 없으니 안 하는건 참 잘 하는데, 하는건 매우 힘들게 되는... 그런 망할 인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