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3일 목요일

이세계와 전생, 물과 기름, 니글거리는 기분

 요즘 서브컬쳐 라인업을 보면 이세계,전생,러브코미디,악역영애 그리고 스파이 or 킬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마치 자연 바람건조라며 유탕면이 아니라고 크게 광고하는 주제에 안에는 향미유를 넣는 무지성 라면 제품 마냥 너도 향미유 넣어? 그럼 나도 향미유 넣어 개나소나 향미유 쳐 넣는 카피캣의 범람을 보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세탁세제는 가루에서 액체로 넘어갔는데 대체 왜 샴푸와 치약은 알갱이를 쳐 넣어서 액체에서 고체로 가루로 넘어가려는지 이해 할 수 없다. 하나가 그러더니 나중엔 다 똑같이 알갱이를 쳐 넣고 있는데 그나마 치약에 알갱이가 있는 것은 설태를 긁어 낼때는 쓸만한데 알갱이가 잇몸 사이에 끼어 버리면 짜증+역으로 구취가 더 심해져 버리고 만다. 이따구로 제품 내면 나중엔 가루 샴푸, 가루 치약도 나오겠네? 생각없는 것들이 진짜. 제발 이 멍청한 카피캣, 무지성 따라하기가 멈췄으면 하는 잡소리는 대충 끊고 아무튼 서브컬쳐도 무지성 따라하기는 멈추질 않는 것이 판박이다.

과거에도 러키스타가 히트를 치니 별 내용도 없는 일상물이 범람했던 것 처럼 쉬워 보이는 장르나 소재를 따라하는건 보기 드문 일은 아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역겹다. 그야말로 날로 먹고 싶다는 편의주의적 발상. 나는 도저히 깊이 있는 오리지널리티의 작품을 못 만들며 향후 전개에 있어서 고찰이 전혀 없는 빡대가리라는 것을 명함에 새겨 놓은 것 같은 자신의 첫 데뷔작을 날림으로 어떻게든 뜨면 그만이지 식의 카피캣으로 내놓는데에 역겨움을 금할 길이 없다.


최소한 그래도 최소한 작품을 만드는데에 있어서 기본 원칙. 주인공과 세계, 인물 관계, 그리고 목적 또는 나아갈 길, 선택한 장르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1~2권 내에 어필을 한다면 그나마 아 하고 싶던 소재가 겹쳤구나 또는 하고 싶었던 소재였는데 예전에 퇴짜 맞았다가 붐을 타는 지금 어떻게든 살려 보고 싶은거구나 하겠는데, 그딴거 전혀 없이 어중간한 일상물과 잡담을 쓰까 놓은 듯한 안 봐도 그만인 수준의 에피소드들을 늘어 놓다가 쓸모없는 캐릭터만 추가 되고 이야기를 억지로 끌고 가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하고 결국 이야기는 맥락없이 점핑하다가 조져 버리는 꼴을 보게 되니 환멸이 난다.


특히나 스파이와 킬러를 소재로 하는 건 더더욱 역겹기 짝이 없는데 본래 스파이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에 피해를 끼치는 존재고, 킬러 역시 돈 받는 살인마나 다름 없는데 이걸 무슨 정의로운 스파이, 정의로운 킬러처럼 포장을 하니 인지부조화가 끝이 없다. 정의로운 양아치, 정의로운 조폭, 정의로운 부패 정치인, 정의로운 독재자, 정의로운 도둑 주님 오늘도 제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기 위해 쌔비는 걸 허락 해 주세요 아니 망할 진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서브컬쳐고 가상의 이야기라지만 하여간 이 놈들은 정도라는 걸 모른다. 최소한 작품의 고찰이라도 깊게 해서 엇나가지 않으면 모르겠는데 그냥 따라하는것 밖에 모르는 카피캣들은 그럴리도 없잖아. 그리고 그런 덜떨어진 것도 재밌다고 빠져드는 경우 작품에 깊이 빠진 만큼 기준이 맛이 가 버리니까. 멍청한 작품만 보는 애들은 커서 정말로 스파이와 킬러가 정의를 위해 일하는 줄 알어. 큰일이야 진짜.


역겹기는 이세계와 전생, 악역영애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악역영애는 매일매일 새로운 카피캣이 튀어나오는 느낌인데 찍어내는 공장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끝이 없다. 그런데 악역영애라는게 기본적으로 해당 작품 내 배경이 되는 픽션 원작의 스토리에서 주인공을 방해하는 요소다. 스토리의 기승전결, 역경과 고난에서 원인을 담당하는 캐릭터인데 이 스토리에서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주인공이 악역에 빙의를 해 버리면 주인공의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며, 주인공에게 역경과 고난을 제시 할 원인, 과정이 소실되고 만다. 악역영애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에서야 악역영애가 주인공이라 문제 없겠지만 이 서브 컬쳐 내의 바탕이 되는 서브 컬쳐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와장창 무너져 버리고 만다. 즉 스토리 안의 스토리, 진행을 하기 위해서 원 소재가 되는 스토리를 조져 버리는게 악역영애물이며, 당연히 이따위 것들은 바탕 스토리를 심도있게 깊이 짰을리가 만무하다. 조금만 생각 해 보면 어? 이게 말이 되나? 이러면 이야기가 안 되지 않나? 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텐데도 이따위 것이 끝도 없이 튀어나온다는 거다.

추방물로 용사 파티에서 쫓겨났지만 혼자서 잘 살아요 이딴 것들도 마찬가지인데, 용사라고 하는 세계관 내 대립의 핵심 주체, 마왕과 용사에서 용사를 나가리 시키고 npc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역시 깊은 고찰 따윈 발견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추방물은 악역영애물 보다는야 좀 나은 것이 용사와 마왕 즉 세계의 대립의 메인 스트림에만 끼어들지 않는다면 크게 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이야기가 진행도 가능하고, 애초에 추방물의 성격이 스토리에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면서 느끼는 상승효과의 쾌감을 즐기기 쉬운 장르에다, 유용한 인력을 내쫓는 경우는 현실에서도 종종 생기는 일이다 보니 익숙함과 거리감의 문제가 덜하다. 그런데 악역영애는 하아... 원래 악역이었던 사람이 선역이 됨으로서 느끼는 쾌감,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예컨데 레슬링에서 턴힐이라 불리는 선역이 악역이 되고, 악역이 선역이 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치고 올라가는 반전의 묘미가 있기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서브컬쳐에서도 동료가 배신을 한다던지 적이 아군에 합류한다던지 하는 이벤트에서는 자연스레 충격적인 과정 또는 극적인 전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악역영애류의 악역이 선역이 되는 상황은 기껏해야 단순한 개심 내지는 반성, 사람이 변했다, 철들었다 수준에 불과한데다 그 영향력이며 재미가 없다. 기껏해야 개그 요소 정도에 불과하지 이 턴힐을 통해서 뭔가를 이뤄내는게 아니다 보니 악역영애라는 것 자체가 중요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특히나 악역영애가 되는 것 자체가 내가 되고 싶은 존재가 되는 빙의,전생이 아니라 오히려 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이라서 서브컬쳐물에서 독자가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고 동경 또는 동질감, 닮아가고 싶어하는 요소를 배제하게 만든다. 이세계에 가게 되면 저렇게 되고 싶다가 아니라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에서 출발하는게 악역영애의 스토리 시작점이다 보니, 이게 왜 그렇게까지 붐을 일으키는가에 대해 상당히 난해하게 느껴진다. 단순 스낵컬쳐로서 대충 보다 던져 버리는거라면야 아 그럴수는 있지 싶은데 그 이상의 가치는 못 느끼기 때문이다.


넘어와서 이세계와 전생. 이게 비단 지금 와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한참 된거긴 하지만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이거야 말로 나에겐 물과 기름이기 때문이다.

이세계로 넘어가는 것 또는 이세계로 전생하는 경우는 공통적으로 이전 세계의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가는게 보통이다. 혹 이런 식의 어드밴티지에 질려서 기억만 남겨둔채 전생시키는 것도 있지만 내가 예전에 변경의 팔라딘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갓 태어난 아기가 성인의 지적 능력을 가지는 것 자체가 치트다. 아무리 이전 세계의 지식이 쓸모 없다 한들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세계 치트물이나 다름 없게 된다.

나는 이세계물 정확히는 이세계인이 아닌 존재가 이세계로 넘어가서 이세계에서 뭘 하는걸 싫어한다. 왜냐하면 관찰자는 독자인 나인데, 이세계물은 필히 이세계를 관찰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기에 그걸 보는 나는 이세계를 관찰하는 주인공을 관찰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tv 방송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안 보는 것과 이유가 비슷하다. 나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과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마주치는 사건들을 보고 싶은 것이지 누가 독자적인 세계관에 놀러가서는 매번 내 세계의 기준으로 감탄하고 느끼고 즐기는 것을 굳이 설명까지 곁들여 가면서 보고 싶지 않은거다. 나혼자산다의 경우에는 독자적인 세계관도 뭣도 아니지만. 네셔널 지오그래픽 다큐에서 동물을 보여주며 어줍잖은 나레이션이 와! 캥거루! 높이 뛰어! 이 지랄하면 바로 채널 돌릴 것과 같은 거다. 난 그걸 설명을 들으면서 보고 싶지 않다고.


이세계는 그냥 이세계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와는 다른 판타지 공간. 그리고 내가 판타지물을 즐기는데는 필히 그곳이 판타지 세계니까 다름을 인지하고 그 상황을 즐기는건데 이 빌어먹을 이세계물들은 아 원래 세계였다면 이랬을텐데 일본이라면 그랬거든 일본 음식 개쩔어! 이세계 식재료랑 베스트 매치!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를 늘어놓는게 다반사다. 그래서 파멸플래그 악역영애를 보고 주인공이 빡대가리라 원래 세계랑 비교를 안 해서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인게 이 이세계,전생물의 빌어먹을 요소라는 점이다.

최소한 주인공 또는 화자가 이세계에 빠져들어 원래 세계를 언급 안 하면 별 문제는 없다. 예컨데 '전생했더니 야무치'는 원래 세계의 지식따위 미래의 사건을 아는 것 외에는 일절 영향을 주지 않는데다 드래곤볼의 세계관이 더 오버 테크놀로지이기에 무쓸모라 순수하게 드래곤볼 식으로 강해지기 위한 이야기에 집중하기에 세계관에 집중하기에 문제가 없듯이 전생을 해도 원래 세계를 기준으로 이세계를 관찰하지만 않으면 상관 없다. 잘 짜여진 세계관과 녹아드는 캐릭터만큼 중요한게 없는데 이세계,전생,빙의는 독자에게 익숙한 기존 세계관을 차용하여 날로 먹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세계가 있고 전생,빙의를 했고 나머지 세세한거는 대충 다른 작품에 나온거 마냥 비슷비슷. 시스템이니 치트니 특전이니 뻔뻔하게 강해질 요소를 넣고는 긴장과 고난 없이 무지성 전개. 독자가 이미 다른 작품에서 보고 이해한 것에 의존하여 얹혀가려는 얄팍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 무성의함과 저열한 세계관에 빠져들리가 만무하다 물과 기름 마냥 날먹 작품과 나를 분리시키게 만든다. 날먹을 할지라도 뭔가 자기만의 테마,독특함,메세지가 있거나 하면 모를까 그런것도 안 보이니 이세계,전생,빙의 이딴거는 보자마자 넘겨버리고 애써 무시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만 한다. 너무나도 득시글하게 넘쳐나는지라 조금만 방심하면 컨텐츠를 찾고 있는 화면 대부분을 잠식하고 만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 해 보면 다른 맛을 낼수도 있다.  꾸러기수비대, 에토레인저도 이세계물이나 다름 없는 것이 12지 대원이 동화나라에 가서 일부는 캐릭터 롤을 부여받고 수행을 한다는 점이 이세계물이나 빙의전생물과 유사하다. 다만 차이는 세계관을 미리 설명하고 기존과 달라진 점에서 문제점을 찾고 원래대로 되돌리려 하는 점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악역영애물과도 흡사한 구조다. 이미 알고 있는 세계에 가서 특정 캐릭터 역을 수행한다는 점은 꾸러기수비대나 악역영애물과 유사하다. 그런데 꾸러기수비대는 동화속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 입장에서 올바르게 수정하는 것이고, 악역영애물은 이야기속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임에도 역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꿔 나가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방인인 이들은 이세계의 주체가 될수 없으며 녹아들수도 없으며 대부분의 이야기 구조에 적용되는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에 갔다가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복귀 구조처럼 엔딩 역시 복귀 엔딩이 어울리고 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오즈의 마법사도 서유기도 그렇듯이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이야기는 복귀구조를 띈다. 그리고 이런 컨텐츠들 대부분이 자신이 살던 곳과 다른 세계를 자연스레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뭐가 어떻고 저쩌고 할거 없이 다른 세계의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세계에 녹아들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런 뻔뻔함, 철면피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점이 픽션을 받아들이는데에 있어서 가장 녹아들기  쉬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요즘의 이세계,전생,빙의에서 부족한 것은 그런 뻔뻔함. 이 세계가 내가 만든 이세계요, 주인공도 조연도 전부 내가 만든 것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라 고 행동하듯 자연스레 세계관 속에서 움직이는 주인공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뻔뻔할거면 많이 뻔뻔해야 한다. 그리고 이세계가 내가 사는 세계임을 의심하지 않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주인공이 뻔뻔하게 받아들일수록 독자는 이입하기가 수월해진다.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원래 세계와 비교할 수록 점점 거리감을 느끼며 이입이 분리되고 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