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7일 화요일

이타가키 파루의 산다 1,2권 감상

 

대여라서 까먹기 전에 적기.

제목이 '산다' 라서 동음이의어가 많은 한국에선 꽤 검색하기 짜증나는 네이밍이다.

산다 ->산타를 은유하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추측 할 수 있듯 주인공이 산타인 상황이다.


이타가키 파루의 비스타즈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은유하여 지저분한 현실을 비추려고 한 것 처럼 산다 역시 현실의 특정 부분을 은유하며 비추고 있다.


초 저출산 시대. 미성년자가 전체 인구의 0.1%. 그야말로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받들어지는 그런 환경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자유분방한 생각이 아닌 폭탄을 만들고 사람을 죽여도 책임을 묻지 않는 방종, 요구되어지는 것은 책임 아닌 규율, 꿈을 꾸지 않는 아이에게 제시되는 것은 단순한 레일 등 어딘가 어긋나 있는 모습을 보인다.


0.1%가 어린아이듯이 99.9%는 성인들. 과거를 그리워하고 젊음을 갈구하는 나사빠지고 그릇된 기준을 지닌 글러먹은 가난한 어른들이 나온다. 아이도 잘못 되었고 어른도 잘못되어 있는 세상에서 산타의 저주가 풀려 버린 산다는 아이는 웃어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고통스러워 하면 안 된다 라는 원칙하에 범접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건 초인이 나와 서로 싸우는 소년만화의 내용이 아니라, 아이지만 동시에 어른이 되는 아이, 어른 같지만 아이인 아이, 급작스레 성장 해 버린 아이 등 방황하는 청소년이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아이들을 옭아매는 잘못된 규칙과 시스템, 그리고 어른에 저항하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다만 이 메세지는 너무나도 막연해서 비스타즈에 비하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은유되어 확연하게 힘의 구도가 비추어지는 것에 비해 산다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인 산타가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를 아직 2권 내에서 드러내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식과 육식, 힘의 구도는 명확하기에 보여주는 것으로 갈등이 드러나지만, 아이답지 않은 아이, 어른 답지 않은 어른에 심지어 아이지만 어른인, 어른같지만 아이인 그런 요소를 섞어 놓고 산타의 비밀마저 남아 있으니 확실하게 전달 되어지는 부분이 적다.


개인적으로 불만인 점은 세계관 설정이 너무나도 극단적인지라 별로 공감이 되질 않는 점이 있다. 초저출산에 결혼할 대상을 미리 정해주는데도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 나라는 가난하다. 즉 무슨 수를 써서도 출산율을 올려야 하건만 출산율이 아닌 아이들을 과잉보호 또는 규제를 하는데 그친다는 점이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딱히 기대하진 않는다. 비스타즈에서 마피아처럼 보이는 집단이 야쿠자가 할법한 행동이나 하는 것 처럼 설득력이 떨어지는 연출이 으레 있어 왔던지라 이야기의 정합성에서 기대되는 부분이 없다.


그나마 저출산이나 1권에 적은 것 처럼 아이와 어른에 대한 생각을 담는 부분에서나 좀 기대 해 볼까 싶지만 현 2권까지 대여로 본 상황에서 그것도 그다지 기대가 되진 않는다.


일단 이야기가 좀 과도하게 막무가내로 흘러간다. 산타인걸 알자마자 칼로 찌르려는 동급생,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납치를 하는 동급생, 총부터 쏘며 죽이려는 비밀요원 등 이야기의 긴장,갈등 구조에서 막연한 폭력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며 그걸로 흐름을 끌어나가는 식이다. 따라서 잠깐 동안의 주목을 끌고 어느 정도 흥미를 유발할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메세지성을 담기도 힘들고, 적당히 이야기를 내려놓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비밀로 감춰두고 있는 부분들도 너무 많다보니 왜? 라는 물음에 확실하게 답해주는 것이 없어서 보는 내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기분이다.


호기심 때문에 대여해서 보긴 했는데 일단은 패스다. 비스타즈 만큼 명약관화한 몰입이 없어서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