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한 고등어 통조림을 최근에 전부 먹어 치웠다.
내게 있어서 생선은 되도록 가급적이면 안 먹었으면 안 먹을수 있으면 안 먹을 그런 녀석인지라 억지로 먹는 것은 그야말로 고통이다.
일단 생선이 싫은 이유야 뭐 심플하다. 첫째로 가시가 문제다. 통조림 생선은 가시를 스팀으로 푹 익혀서 물러진 가시는 찔릴 일이 없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그 특유의 드러운 식감과 맛은 고역이다. 특히 골수?같은 척추 부분의 뼈의 중심 쪽은 맛이 진짜 드럽기 짝이 없다.
둘째로는 비린내. 통조림용 생선은 싸기 때문에 관리를 좀 안 좋게 하는지라 비린내가 가득하다. 더군다나 참치 통조림과는 달리 겉 피부 부분의 검은 껍질은 미관상으로도 안 좋고, 더럽게 느껴진다. 식감도 별로고, 조리를 할 수록 가관이다.
셋째는 고기의 질. 이건 고등어 뿐 아니라 참치도 마찬가지로 생선은 육지 고기와는 달리 잘 바스라지기 때문에 조리가 좀 짜증나는데다 심하면 결과물이 그냥 어죽처럼 되어버린다. 씹는 식감도 별로고 말이다. 근데 이건 장점이기도 한 것이 생선고기가 잘 바스라지듯이 이 고기는 소화 과정에 부담을 주지 않아 장 건강과 함께 대변의 형성에 도움이 된다.
암튼 이 고등어를 억지로 먹기 위해 조리를 한 것은 총 3회다.
첫번째는 고등어 찌개. 돼지불고기용 양념을 넣고 끓인 찌개는 첫맛은 살짝 그럴싸 했지만 곧 구역질이 올라왔다. 고등어 통조림의 내부 국물을 안 버리고 냄비에 넣고, 뼈도 분리를 하지 않아 비린내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뼈는 뼈대로 식감이 진짜 쓰레기였다. 나중에 비린내라도 잡으려고 식초를 넣으니 살짝 똠양꿍스런 국물이 되었지만 여전히 먹기 힘든 수준.
두번째는 고등어 데리야끼 조림. 국물 넣고 냄비에서 오래 끓이기 방식으로 시도.
그럭저럭 첫번째 시도 보다는야 먹을만 하지만 식은뒤 맛이 비린내가 너무 나서 곤욕을 치웠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다진 마늘, 다진 생강,식초를 넣었지만 소용이 없는 것은 덤. 비린내를 잡으려면 뼈부터 버렸어야 했다. 통조림 국물도 버리고 말이지.
세번째는 고등어 데리야끼 조림 in 프라이팬. 통조림 국물 버리고 뼈 발라내고 졸이듯이 소스에 오래 끓여서 어죽처럼 된 점을 제외하면 그나마 가장 나았고 비린내도 없어서 먹기 편했다. 다음부터는 필히 이 방식대로 해야겠지.
조리법만 잘 따르면 고등어는 소재가 나쁜 것은 아닐텐데 그놈의 비린내와 특유의 더러운 껍질, 맛은 참 괴롭다. 뭐 하다못해 뼈만이라도 제거해서 넣어 주면 좋겠건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