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일 수요일

게임을 쉽게 그만두게 만드는 것들

1.결정장애

선택지의 결정에 따라 이야기가 변화하거나, 스토리 진행에 따라 가지 못 하게 막히거나 사라지는 퀘스트가 있는 경우, 특히 그 요소들이 나중에 영향을 끼칠 경우가 발생시 이후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을 미루고 머무르게 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문제.

젊었을때는 선택을 조금 실수해도 로드해서 불러오거나 2회차를 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럴 기력도 없거니와 요즘 게임들은 컨텐츠도 없으면서 억지로 질질 끌기나 하고 2회차 요소도 없고, 심지어 자동 세이브만 있고 수동 세이브가 없는 경우도 있어 이런 경향이 점점 심해져만 간다.


2. 리셋포기증후군

리셋증후군은 현실과 게임을 혼동하여 리셋하면 된다는 정신적 질병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나의 경우에는 리셋포기증후군. 그냥 실패하면 게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저장구간에 따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구간의 길이가 다른데, 이 길이가 3시간 이상일 경우 그냥 쿨하게 포기하는게 더 편하다. 다시 할 마음도 안 든다. 아예 꼴도 보기 싫어 확실하게 세이브까지 삭제 해 버린다. 사펑처럼 확실히 재미만 있으면 다시 하기는 하는데 그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은 드물어서 쉽지 않다. 오히려 진행 자체가 고역인 경우가 더 많다. 


3. 리트라이공포증

오래동안 하지 않은 게임을 다시 불러왔을때 화면에 출력되는 내용들이 너무나도 생소하여 건드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마치 남이 하던 게임을 대신 이어서 하는 그런 느낌. 오락실에서도 남이 컨티뉴 포기한 판을 이어서 할때도 별로 흥미가 돋질 않는데 심지어 가정용 콘솔 게임에서 하다 만 부분을 다시 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그 게임을 하다가 관둔 이유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어디까지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는 떠오르지 않는게 문제다. 추가로 게임이 조금만 복잡해도 뭘 어떻게 해야 진행을 하는건지 다시 튜토리얼부터 되짚어야 하는데 튜토리얼마저 부실한 게임이라면 그야말로 정신이 아득해진다. 조작법이 지랄맞게 복잡한 게임은 긴 말할것도 없이 포기...

심지어 어찌어찌해서 진행을 하긴 했는데 과거 플레이 기억과 함께 정석적인 플레이 방법이 떠오르면서 지금 진행한 만큼 삽질한 케이스, 예컨데 써야 할 걸 안 쓰고 사야 할걸 안 사고 구해야 할걸 안 한것 등 뭔가 빠진것, 망한것, 잘못된 점들이 보일때마다 의욕이 팍팍 깍여 나간다. 심지어 그게 리셋포기증후군과 겹쳐서 되돌리기 애매한 부분까지 와 있는 경우는 증말이지 좌절 그 자체. 어지간히 손을 잘 대었고 망할 일이 없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면 매번 재도전 할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삭제에 손이 간다.


4. 정보 의존증

요즘 워낙 형편없는 수준의 게임들도 많지만 그 게임들 중에서도 특히나 정보가 제대로 제공이 안 되는 게임들이 넘쳐나기에 실수로 인해 되돌려야 하는 피곤함을 줄이고자 먼저 공략 정보를 찾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장점은 치명적 버그나 되돌릴수 없는 구간을 알고 피하기에 좀 더 실수가 줄어들고 재도전 재시작의 부담이 줄어들며 공략 시간 단축 및 효율이 올라간다. 단점은 스포일러를 당하기 때문에 별 감흥을 못 느끼며 과도한 정보를 습득하면 플레이의 형태가 공략 정보를 올린 사람이 의도하는 바에 가깝게 되어 내가 스스로 즐기는 플레이에는 가까워지기 힘들게 되고, 결국 이럴거면 뭐하러 게임을 하고 있지라며 의욕이 점점 사라져서 그만두게 된다.

과거의 추억 보정인지는 몰라도 고전게임들은 게임의 정보가 비공개 상태에서 그걸 찾아내고 파고 드는 걸 즐기는 느낌인데 최근의 게임들은 어째선지 그런 비공개 정보들이 거슬리기 짝이 없다. 확실한 이유를 모르고 애매하게 그렇게만 느껴지기에 더더욱 난감하다.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것 중 하나는 그런 비공개 정보를 찾아냈을때의 보상이 형편없다보니 그로 인한 탈력과 고생,노고,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점, 그리고 그런 무의미한 것들이 더 있고 앞으로도 더 짜증나게 만든다는 반복적인 문제까지 겹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5. 신포도 증후군

워낙 개똥겜들이 많아져서 자칫 잘못하면 돈만 버리는 경우가 많아 게임이 출시되어도 상당히 오랜 기간 관망하는 버릇이 들었는데 심지어 이 상태에서 조금 더 지나면 구독제 서비스에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세일 폭이 더 커지기만을 바라게 된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미리 구매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마음놓고 게임을 구매하는 일이 적고, 구매하더라도 만족하게 되는 경향이 적다. 캐릭터 게임은 특히나 원작이 완결 안 난 경우일 수록 나중에 캐릭터가 추가된 버전이 등장 하는데다 캐릭터 게임 자체가 눈먼 덕후를 타겟으로 하는거라 그런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장르 편식도 심해졌고 특히 1년전부터인가 psn에는 별별 거지같은 저가형 미니게임류 쓰레기게임들이 넘쳐나고 있는데다 퍼블리셔의 개삽질,개발사의 병크 등 별별것들까지 다 따지게 되는 상황. 특히 제일 주의하게 되는 것이 중국제 게임들. 중국산 게임들은 신용이 없어서 나중에는 멋대로 퍼블리셔를 바꿔 버려서 이전 퍼블리셔가 유통한 버전으로 구매한게 쓸모가 없게 되는 등 신의를 똥에 비벼 먹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 한번 당한 뒤로는 진짜 치를 떨며 항상 주의하고 있지만 몇몇은 하도 교묘하게 중국겜 아닌 척을 해서 쉽지가 않다. 하여간 인간 바퀴벌레 새끼들 같으니.


6.비교하는 버릇

게임을 비롯한 서브컬쳐를 하도 많이 접하다 보니 그 넓은 경험 안에서 손꼽는 좋은 기억들만 가져간채 나쁜 기억의 그저 그런 게임들은 좋은 게임들에 항상 비교를 하게 된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데도 조작감이 구리다던가, 레벨링이나 전투 시스템이 개판이라던가 시대에 흐름에 맞지 않는 구린 게임들도 겁나 넘치기 때문에 비교를 안 할 수가 없긴 한데, 그런 점을 미리 상기하고 너무 기준을 높게 두지 말자 라고 생각해도 이미 내가 만족을 해 버린 지점,고점이 존재하는 이상 그보다 못 한 게임은 실망을 금할수가 없다. 기준을 낮추고 낮추고 낮춰서 이해하려고 하면 되려 그 게임이 못났다 라는 것을 전제로 삼고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 처럼 실제 받아야 할 평가보다도 더 낮게 깔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근데 이미 고점을 맛 본, 미슐랭3성급 요리 내지는 불후의 명작을 즐긴 경험이 뇌에 남아 있는데 그에 준하는 경험을 보여주지 못 한다면 당연히 낮게 평가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때문에 그래픽은 정말 걷잡을수 없이 좋아지긴 했으나 내가 원체 그래픽에는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 순수하게 게임의 재미에서 기준을 못넘으면 가차없이 씹어버리게 된다.


7. 분할된 컨텐츠에 대한 불만족

분명 게임내에 있어야 할 컨텐츠가 dlc라는 명목으로 게임 외부 결제에 딸려오는 경우가있는데, 대부분은 게임내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이고 그게 빠진 만큼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비교가 되는지라 할 마음을 뚝뚝 끊어 먹는다. 특히 대전게임처럼 캐릭터 선택 창에서 dlc라 선택 할 수 없는 캐릭터가 대놓고 떠 있으면 더더욱 할 마음이 안 든다. 그뿐만 아니라 dlc컨텐츠의 가격이 본편 가격에 준하거나 그 이상일 경우 안 그래도 게임 내용 잘라내서 dlc로 내는 것도 화가 나는데 가격마저 이따구라고? 라는 생각이 들어 아예 구매를 접게 만든다.


8. 멀티 플레이 혐오

멀티 플레이 게임들은 대전,협력,어시스트 또는 관광 타입인데 대전은 격겜,배틀로얄류 데스매치 pvp게임들, 협력은 대체로 레벨제가 적용되는 액션 또는 액션 rpg에 가까운 게임들, 어시스트 또는 관광은 동물의 숲처럼 멀티 플레이에 딱히 목적을 부여하지 않는 부류.

그런데 나는 대전을 싫어하니 첫번째는 무의미하고 두번째나 좀 할까말까 하지만 문제는 레벨제. 레벨제가 문제다. 예컨데 레벨제가 아니더라도 대체로 그 플레이어 등급의 문제가 있는데 몬스터 헌터 같은 것을 예로 들자. 이 게임은 레벨에 의한 차이는 없어도 헌터 랭크나 장비의 차이는 있다. 그리고 이 차이에 따라 몹을 쉽게 잡을수도 어렵게 잡을수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협력 게임들의 구조적 문제인데

Q1-게임이 어렵다. 도우미 또는 동료를 구한다 ->상대의 수준이 나와 맞지 않는다. ->너무 쉽게 클리어하거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A1. 이유는 좀 더 쉽게 하자고 한 멀티플레이인데 멀티플레이어 인원수 보정으로 적이 강해져 버려서 나보다 약한 동료는 도움이 안 되고, 나보다 강한 도우미에겐 안 그래도 버거웠던 적이 강해져서 내가 쓸모가 없다.

Q2-어느 정도 중상급 플레이어가 되서 파티를 모으고 어려운 컨텐츠에 도전했다. 하지만 매번 전멸 또는 소득이 없다. A2-이유는 컨텐츠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고 컨텐츠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이유는 그것을 클리어 할 수 있는 유저들만 남아 고인물화 되어 버렸기 때문

Q3-특정 적에게 공격이 안 먹히거나 데미지가 적게 들어가거나 받는 데미지가 높거나 등 개인의 능력 범위 안에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 파티를 모으고 부족한 능력을 충당하려 하지만 사람을 모으는게 쉽지 않다. A3-애초에 특정 캐릭터로는 진행이 불가능한 멀티 플레이를 강요하는 구성이 문제다.  캐릭터 편중 상황은 쉽게 일어나기 마련이고 자신이 하기 싫은 캐릭터는 타인에게 떠넘기게 된다. 문제는 이 균형이 깨졌을 때 부족한 능력을 메꿀 유저가 아예 사라지게 되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게임을 지속할 의지를 가진 플레이어마저 이탈하게 된다.

멀티 플레이는 mmorpg에서의 필드에서 유저와 유저가 만나듯이 같은 목적을 지니고 비슷한 능력을 가진 유저가 서로 같은 장소에서 만나 쉽게 매칭되는 구조여야지 수월한데 콘솔 멀티 플레이 게임들은 서버를 돌릴 여력이 안 되다 보니 p2p방식으로 미션에 유저가 모여서 따라가는 상황. 문제는 그렇다면 최소한 mmorpg에서의 필드처럼 유저1인이 클리어가 가능한 상황인가 아닌가 정도는 밸런싱을 해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멀티 플레이를 적용한 시점에서 난이도 밸런싱은 멀티 플레이를 기준으로 잡아 버리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되면 솔로 유저는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난이도보다 높은 난이도에 허덕이게 될 뿐 아니라 멀티 플레이를 하더라도 그다지 난이도에 만족스러워 할 수 없다. 왜냐. 멀티 플레이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니까. 그렇다고 열심히 혼자 놀아서 레벨을 올린다 쳐도 결국 이 멀티플레이는 계속 족쇄로 남아 다다음 컨텐츠에도 악영향을 끼치니 쉽게 하자고 할 멀티플레이가 되려 독이 된다.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멀티플레이에 치중하는 게임들은 저절로 피하게 되고 도무지 밸런싱을 신뢰할수 없게 된다.


9. 성취감지루

대부분의 게임들이 드랍율 또는 성공률이라 해서 게임의 진행을 확률로 조정하는 편이다. 문제는 이 확률이라는 문제 때문에 게임의 진행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

그나마 확률이 낮을 뿐이고 적을 잡거나 만드는데에 문제가 없으면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 지겨울 뿐이지 그 이상의 문제는 없는데, 확률도 낮은데 잡아야 할 적이 어렵거나 제작의 난이도가 높을 경우 게임에 공평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소한 적이 어려우면 드랍율이라도 똑바로 100% 나와야 말이 되는거고 어렵게 재료를 모았으면 당연히 성공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이 확률 장난을 치고 일부러 게임 플레이 타임을 질질 끌기 위해 성취에 문제가 있게 만드는지라 정작 성취를 해도 성취감을 느껴야 할 타이밍에서 이미 한참을 벗어났기에 만족도 못 하고 성취감도 느끼질 못 한다. 마치 지루환자 처럼 절정의 타이밍에 만족을 못 하게 되는 상황. 지루한 게임으로 게임성 지루 환자를 만드는 꼴.

그래서 게임을 하다보면 확률에 매달리는 게임은 가차없이 던져 버리고 주로 점수,포인트,갯수 등의 교환 방식을 사용하는 게임에만 마음을 여는 편이다.


10. 편하지 않은 것들

자동습득이 안 되서 떨어진 잡템들 하나하나 쫓아가야 하는게 너무 싫다. 심지어 어이없는 것은 자동습득이 안 되는데 템이 습득 불가능한 영역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나 물리엔진이 적용되는 병신 게임들. 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 템 떨어졌는데 습득도 할 수 없게 이동도 못 하고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 가는 경우도 빡친다. 자동습득이 안 되면 다 먹고 나서 넘어가던가, 장면을 넘어갈거면 자동습득을 하게 해 주던가. 이도저도 아닌 등신같은 문제점 때문에 전투 끝나고 알아서 아이템이 습득되는 턴제 rpg에 쾌적함을 느끼는게 더더욱 등신같이 느껴진다. 아니 어떻게 턴제rpg에 쾌적함이 밀릴수가 있냐. 명색이 액션 게임이 말야. 턴제rpg는 그야말로 쾌적하지 않음의 대표주자인데. 캐릭터 하나하나 메뉴 들어가서 명령 누르고 타겟 누르고 전투 진행되는거 봐야 하고 그 다음 적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다 본 다음 내 턴 돌아오는건데 이딴것만도 못 한게 액션이면 개발 때려치고 다른 일이나 해라. 

아이템 갯수 제한도 빡친다. 특히 무슨 99나 999는 종교적 신념이라도 있는지 반드시 그 수치 이하로만 모을수가 있는데 진짜 진짜 병신같다. 특히 이 병신의 극치는 드퀘11이었는데 이 병신겜은 템이 99개가 있는데 매각을 최대 9개까지 밖에 못 해서 99개를 팔려면 파는 행위를 11번을 해야 한다. 진짜 씹병신겜. 옛날 고전 pc겜들은 이딴 제약이 거의 없어서 에디트 돌리면 65535개도 255개도 되고 그랬는데, 지금은 잡템을 999개나 모을수 있다고? 대박인데? 이 지랄난다. 예전엔 템이 1천개 넘는게 당연한 시절이었는데 대체 왜 시대가 지날수록 퇴보를 하냐고. 진짜 농담 아니고 템을 999개까지 모을수 있으면 안도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대체 왜 999에서 머무르고 있냐고 등신들아. 그럴 이유가 하등 없잖아. 이스8이 이 병신같은 것 때문에 영약 노가다 할 때 템 교환을 몇번이나 바꾸고 바꾸고 지랄을 해 대야 하는데 잡템수 제한을 대체 왜 하냐고. 템 교환이 필수인 게임에서 말야.

시점도 좆같으면 게임 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데 대표적으로 1인칭,3인칭 백뷰,숄더뷰가 문제다. 차라리 쿼터뷰나 탑뷰처럼 아예 대놓고 위에서 내려다 보는 타입은 문제 될 것이 크게 없다. 이런 타입의 시점들은 안 보여서 문제 되는건 없으니까. 근데 1인칭이니 3인칭은 거리감에 따라 보이고 안 보이고가 달라서 한번에 들어오는 정보량의 차이가 심하다. 특히 요즘처럼 화질이 높아지고 그래픽 처리에 자원을 소모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화면에 담는 정보량을 줄이겠답시고 병신같은 꼼수로 공간을 너무 가깝게 잡아버리곤 하는데 공포게임이 그러면야 아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약간 꼼수같은 행위구나 하겠는데 적을 쳐 잡아야 하는 액션 게임이 그 지랄을 하고 있으면 적 하나 잡을때마다 카메라를 계속 돌려대야 해서 피곤하기 짝이 없다. 


11. 보물상자 속 잡템

몹에게서 드랍이나 아이템 포인트에서 채집으로 습득 할 수 있는 수준의 아이템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아간 보물상자에서 나올 경우 그만큼 맥 빠지는 것도 없다. 말 그대로 이 잡템들을 획득 할 수 있는 경로를 분명 유저친화적으로 구성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굳이 보물상자에 꾸역꾸역 집어넣어 그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맵 온갖 곳에 뿌려놓는 허접한 수고를 들이는 까닭을 전혀 이해할수가 없다. 차라리 성능 좋은 회복템이라면 안 쓰더라도 큰 불만까지는 가지 않는데, 당장 쓸일도 없고 도움도 안 되는 잡템에 나오는게 문제다.

특히 유비식 오픈월드가 이 지랄을 해대는데 업그레이드 요소가 있는 경우 그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자원들을 이런 식으로 맵에 뿌려 놓는다. 그러다 보니 이 잡템이 쓸모가 없는건 아닌데 정작 쓰려면 보물상자에서 같은 자원을 2~3번은 더 획득해야 한번 쓸 정도가 되다보니 노력을 들인 대비 보람이 개씹똥망이라 문제다. 그렇다고 미확인정보가 생명인 보물상자 내용물을 미리 알수 있어서 필요한 자원만 찾아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꼭 보물상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보물상자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경우가 더더욱 빡친다.

문제는 이 병신같은 구성을 최근 게임들이 여과없이 죄다 따라하고 있다는 거다. 이따구로 만드는 게임들을 보면 개발자새끼들이 과연 게임은 해 본적이 있는 놈들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할 정도다. 아니 보물상자를 봤을때의 두근거림을 이해 못 하는 사이코패스 새끼들이 대체 게임은 왜 만들어? 그딴 놈들은 게임을 만들면 안 돼. 창작 같은걸 하면 안 된다고. 정 창작같은거 하고 싶으면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림이나 그리던가. 기대를 시켜놓고 짜잔 알고보니 별거 아니었네요 이딴 짓거리나 할거면 애초에 기대를 하게 만들일이 없어야지.


12. 반복 플레이

어느샌가 게임의 가치를 판단할 때 전체 플레이 타임을 고려하는 경향이 생겨났는데, 이 때문에라기엔 이미 그보다 오래전부터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한 노가다 요소는 있었던터라 최근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긴 하다.

엄밀히 말해서 반복플레이가 딱히 나쁜건 아니다. 그니까 내 기준에서 말하자면 안정적인 반복 플레이,노가다로 인해 가져오는 보상이 높은 수준이라면 나는 그 반복 플레이를 인정하며 꺼려하진 않는다. 예로 라퓌셀에서 초시공엔진처럼 이동력이 99가 되는 장비를 구하기까지 노가다를 하고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발악을 했던 것이 그 초시공 엔진을 얻게 된 뒤로는 엄청나게 쾌적하게 된터라 노가다를 후회하지 않았었다. 라퓌셀의 후속작이 없고 그 명맥을 디스가이아가 이어 받은 이후로도 초시공엔진은 등장하지만 라퓌셀만큼의 보상 감각은 받지 못 하고 있다.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에서의 듀플리케이터처럼 1회성 아이템을 무한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엄청나게 비싼 장비라던지 일단 노가다의 보상이 확실한 것들이 좋다.

그러나 최근의 게임들은 이 부분이 지극히 어정쩡하기 짝이 없다. 일단 네트워크 플레이가 보편화되었기에 밸런스를 공평하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사기적인 아이템을 쉽게 내놓지 못 하는 경향이 있는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내가 네트워크 플레이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도 있는데, 문제는 순수 싱글 플레이 지향인 게임에서 노가다는 노가다대로 질리도록 시켜놓고 보상이 구린 경우를 참기가 힘들다.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 대체 왜 밸런스고 공평이고 남의 눈치를 보고있냔 말이지. 유저에게 필요한건 보상이고 그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를 만족시킬만한 무언가가 중요한건데.

게다가 최근의 장르 편중화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소울라이크 또는 로그라이크처럼 조작 및 전투가 어려운 게임일수록 보상이 짜다보니 소울류도 로그류도 쉽게 손이 안 가게 된다. 그나마 로그라이크류 중에서도 던전크롤이라던지 이상한 던전처럼 던전 로그라이크는 그래도 플레이는 하는 편인데 엔터더 건전이나 아이작의 번제같은 액션 로그라이크는 그야말로 무리다. 노가다도 노가다긴 하지만 액션 로그라이크류는 대부분 던전에서 나오는 장비의 랜덤성에 의존을 하기에 던전 로그라이크만한 보상의 성취가 느껴지질 않는다. 특히 원하는 장비가 아무리 해도 안 나올 경우는 그냥 판을 엎고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 뿐인지라 어떻게든 누적을 시켜서 생존만 하면 뭔가가 남는 던전 로그라이크에 비해 의미가 없다. 부조리함이야 던전 로그라이크가 더 심한 경우도 있지만 액션 로그라이크는 부조리함보다는 이걸 끝끝내 진행 해 봐야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 더 싫다. 최근의 로그라이크나 로그라이트는 영구적 죽음이 배제된 성장형 구조가 대세긴 한데 그 반동으로 난이도를 제어하는 요소가 다분히 운,랜덤에 치중되어 있는게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그게 장르가 액션일 경우는 더더욱 강하게 작용이 되는거고. 턴제면 그나마 이 선택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고심할 여유라도 있는데 액션은 그러기 힘든데다 전략보다는 반사신경에 의존하니 노력에 의한 보상이나 선택의 중요성보다 반사신경이 더 중요하다보니 생각 할 여지를 빼앗기는 것 같아 만족스럽지가 않은 것. 그만큼 보상의 가치도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 액션 로그라이트를 피하게 되는 원인이 되곤 한다.

그렇다고 노가다의 대명사인 rpg게임은 좋냐면 이쪽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일단 만족할 만한 보상을 주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심지어 내가 액션보다 턴제 로그라이크류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rpg류는 턴제보다 액션류가 더 보상이 가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아이러니 할 정도. 그야 턴제는 딱히 변인이 크지 않다보니 어지간하면 결과가 뻔해서 노가다의 대부분은 걸리는 시간 내지는 횟수에 의존하는 반면 액션은 변인요소가 크다 보니 노가다의 대부분을 서로 서로 분산하여 나눠서 책임지는 경향이 강해 턴제에 비해 그리 크게 지루하지가 않은데다 시간 및 횟수도 그리 강하게 적용시키지 않으니까. 턴제 rpg는 되려 난이도가 요동칠 요인이 없다는 이유로 자기객관화를 못 하니 변인을 랜덤성에 의존하고 그 랜덤성을 드롭 아이템 확률에 적용을 시키니 끝이 없는 노가다에 답이 없는 확률로 어이없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를 따라하여 저조한 드랍률의 아이템을 모아야 하는 액션 rpg가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근데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이 보상이 만족스럽냐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걸 해야 하나? 내가 왜? 라는 물음이 드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허다해서 보상이 미미힌 노가다 요소를 만드는 놈들은 대체 뭘 믿고 악성 쓰레기 컨텐츠를 만드는가 싶을 정도.


13. 소비자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게임들

저 위의 열거한 것들이 대부분 적용되는 것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똥겜들이나 뭔가 하자가 있는 게임들은 간단히 말해 딱 하나로 축약이 가능하다.

"제작자야. 너 같으면 이걸 돈 주고 사겠니?"

단순히 취향이 안 맞거나 다소 미진한 구석이 있는거야 그럴수 있지 싶은데, 그런걸 떠나서 대체 왜 이따구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것들. 영원히 불편하게 만들고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고 의미없는 것들을 그대로 남겨놓는 경우들. 개발자가 아닌 플레이어로서 체험을 했을 때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것들. 자기가 만든 것을 한번도 플레이 안 해본 것 같은 결과물들을 접할 때마다 만드는 새끼가 게임을 개판으로 성의없이 만드는데 내가 굳이 이딴걸 열심히 열의와 성의를 다 해 가며 할 필요가 있나? 싶은거다.

딱 한번만 단 한번만 자기가 만든걸 플레이 해 봤어도 금새 알아채고 문제점을 불편점을 결점과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뻔히 튀어나오는 것들을 심지어 유저들이 불편하다고 지적을 해도 나중에 고치겠다는 말도 없이 대충 넘어가려는 하자 있는 개발자들 꼬라지를 닮은 쓰레기 결과물들. 사용자 배려를 좆도 안 하는 게임이 과연 사후지원을 잘 할까? 버그를 잘 잡을까? 나중에 후속작이 나와도 개선이 될까? 얘네를 믿을 수 있을까?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은 경험으로서 아니오 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그렇기에 사용자 배려를 말아 먹은 똥겜일수록 더더욱 쉽고 빠르게 손절하는게 가장 정신적으로 덜 피곤하고 덜 힘들다. 오히려 이딴 게임 가지고 아니야 더 하다보면 뭔가 있을거야 더 나은 점이 있겠지 좋은 점을 찾을수 있겠지 라고 파고 들어봐야, 대부분 이런 불만점들 문제점을 느끼는 초반도 제대로 정리를 못 했는데 그렇게 게을러터지고 무책임한 개발자가 나머지 부분을 제대로 만들었을리가 없으니 지속적으로 고통만 받는다. 정말로 경험상 초반을 못 넘기는 게임들 중에서 초반을 넘겼는데 할만해지거나 재미있는 게임은 극히 손에 꼽을 뿐 아니라 초반을 못 넘기는 이유도 불편하다거나 이딴걸 하라고 만들었냐 라는 불만이 아닌, 취향이나 난이도 문제에 걸린것 뿐이기에 그 두가지 외의 문제에서 하기 싫다고 느낀다면 절대로 고쳐질리도 개선될 일도 없다.



요즘 예전과는 다르게 정말로 아 게임 하기 싫다 정말 할거 없다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가치를 잃었다는 감상을 받는다. 특히 시리즈 작품의 경우 전작에서 플레이어가 좋게 받아들인 부분,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 되는 강점, 꾸준히 사랑 받을 재미요소를 발전시키고 개선하려는게 없이, 별 상관도 없는 것들을 강점으로 내세우려 하거나, 유저가 전혀 좋게 생각한 점이 없는 부분을 더 강화하려 하고, 재미요소를 망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컨데 디스가이아의 경우 과거의 노가다 요소가 대마왕 바알을 꺽고 최강임을 입증하는게 주 목표이고 대마왕 바알과 관련된 과정 및 결과에 보상이 있다면, 지금의 디스가이아는 대마왕 바알을 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편한데다 그 과정이 대마왕 바알을 잡는 보상보다 더 크기에 바알을 잡을 이유가 떨어지고, 대마왕 바알 역시 난이도적인 측면에서 도전 욕구를 불러오지 않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난이도를 dlc로 떼어놓고는 편의요소로서 강요하기에 더더욱 바알에 대한 도전 욕구가 퇴색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의 본질, 전작이 성공했던 이유에 집중한 차기작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자기객관화, 얼마나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돌아 볼 수 있는가, 성공하긴 했는데 대체 왜 성공했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리고 성공해 본 적 없는 개발자야 말로 게임을 하면서 자기가 어떤 게임을 왜 좋아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타인에게도 설명이 가능해야 좋은 게임을 만들수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