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Dlive 케이블tv. 포인트 5천원으로 이런 좋은 영화를 저렴하게 볼수 있어서.
저번달부터 지급되는 공짜 포인트로 한일월정액도 보고 지금은 무비n월정액도 보고 있는 중이다. 저번달에 뭘 봐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vod목록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눈에 띄었고 한번 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시간만 지나다가 마침 18일까지 소모해야 하는 포인트 5천원이 들어오고, 에브리씽... 줄여서 에에원도 가격 할인이 되서 소장판은 9900원, 5일 대여는 5천원이면 되는 상황. 약간 반신반의하던 차라 대여를 해서 보게 되었는데 다 본 후 느낌으론 소장도 괜찮을듯 싶다.
에에원은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는 코미디,가족드라마,액션,스릴러물이다. 이런 저런 요소들이 섞여 있는데도 생각외로 잘 어울리며 이질감이 없다. 다만 개그요소에서 19금 요소를 소도구로 사용하는데 그 부분이 보기 껄끄러울수는 있을듯 싶다.
에에원의 이야기는 세탁방을 운영하는 에블린 콴이 갖고 있는 가족 문제,세탁방 운영 문제,주변인과의 관계 등에서 힘들어 하던 중 갑자기 약이라도 먹은것 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 에드워드 왕이 건네준 도구로 멀티버스를 경험하며 다중우주를 위협하는 조부 투파키를 막아야 한다.
....뭔가 설명이 좀 많이 이상한데 실제로도 많이 이상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야기는 정상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대부분이 그렇듯 가족애를 주제로 갈등을 푸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계기를 멀티버스라는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독특하다. 그것도 자신의 문제와 각각의 멀티버스의 문제를 겹쳐 보며 공통점을 찾는 점에서 다중우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 역시 자신의 인생 중 하나이며 형태는 달라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메세지도 담고 있다.
에블린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선택의 기로,가능성의 우주에서 뻗어져 나온 분기들로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다른 우주의 자신의 힘을 빌려서 조부 투파키에 대항해야 하는데 그 방법, 점프대라 불리는 다른 우주의 자신과 연결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는 하지 않을 괴상한 짓을 해야 도약률이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 정상인이라면 안 할 짓이란게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중 하나이기도 해서 위급한 상황인데 진지하기 짝이 없는 기행을 하기에 웃음을 참기 힘들다.
또한 과장된 쿵후 액션을 오랜만에 봐서 참 감회가 남달랐는데 지금껏 본 쿵후 액션들 중에서 가장 보기 좋게 화면에 담아내어 액션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다. 서로 공격을 주고 받는 합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서 편한 느낌을 준다.
CG와 연출도 뛰어나고 주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 처음에는 배우들이 너무 좀 빈약하고 없어보이는 느낌이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멀티버스의 캐릭터 이미지가 쌓이다 보니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어 흔치 않은 인물상이 되어 간다. 다만 조연쪽은 이미지가 쌓이지 않는 점도 있고, 당장에 보여지는 모습이 좀 밋밋하고 빈약해서 좋은 인상을 못 받는다. 그나마 다른 차원의 자신과 연결하기 위해 기행을 벌이는 조연이 기억에 남는 정도.
영화 조커에서도 그랬지만 언더독. 패배한 개의 심리를 찌르는 멘트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루지 못 한 목표와 버린 꿈이 너무 많아. 최악의 에블린으로 살고 있는거야. 실패의 길을 택했기에 다른 에블린들이 성공한거야. 그렇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너무 못 하니까."
네가 모든 멀티버스 중 가장 실패한 인생이기에 가장 가능성이 있다는 말. 난 이 대사가 엄청나게 웃기면서도 동시에 슬프게 그지 없었다.
멀티버스, 다중우주에 대한 개념을 처음 접했을때 이후부터 이 멀티버스라고 하는 다른 시간대의 나라는 존재, 다른 선택을 했을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떠올린 것 중 하나가 '내가 가장 실패한 인생인가? 내가 가장 실패했기에 다른 나는 성공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다른 차원의 나는 실패한 나로 인해 존재할 수 있는 일종의 착취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에에원은 비슷하지만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너무 못 하니까."
참 잔인하게 웃기는 대사다. 하지만 이 대사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다른 차원의 나의 능력을 끌어다 쓰는 방법인 기행들, 머리에 스테이플러를 박거나 일부러 종이로 손가락 사이를 베거나 챕스틱을 베어 먹거나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백하는 등 거짓된 행위나 형식적인 행동이 아닌 진심을 다해 전력으로 이상한 짓을 해야만이 다른 차원의 자신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점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만큼 진심으로 행동한다면 다른 내가 될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주인공과 대치하는 적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에게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전부 다.. 부질없어. 기분 좋지 않아? 다 부질없는거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괴로움과 죄책감이 사라지잖아."
세상 모든 것을 베이글 위에 올려놓아 블랙홀처럼 만들어 붕괴시키려는 조부 투파키는 원하기만 하면 점프대를 필요로 하는 기행 없이도 얼마든지 다른 인생의 자신 또는 타인의 다른 인생을 불러 올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무주의, 실패한 인생을 체념한 모습을 보인다. 조부 투파키처럼 모든 차원의 자신을 봤지만 모든 차원의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받지 못 한 것을 본다면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악역의 행동원리를 지극히 짧게 간단명료하게 그리고 모든 것을 관통하여 설득력을 부여한다. 모든 차원의 내가 그 누구라도 단 한명이라도 성공 한 적이 없다면 이 세상은 무슨 의미가 있고 나의 선택 역시 무슨 의미가 있지? 조부 투파키는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힘을 지닌 존재이지만 동시에 가장 외롭고 이해와 공감을 받기 힘든 존재다.
그리고 이 강대한 적과 맞서서 에블린 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적이고 평범하며 단순한 해답을 보여준다.
에에원은 멀티버스라는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빌리긴 했지만 영화를 구성하는 내용은 지극히 평범하며 특별할 것 없는 당연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특별함과 평범함 그 둘의 대비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사이에 자연스레 깨닫게 만든다
가급적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좀 애매하게 썼는데 그만큼 볼만한 영화이다보니 조심스럽게 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짐캐리의 브루스 올마이티만큼 인생에 대한 해석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에에원 정도로 전달력 있고 남는 영화도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