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6일 일요일

쿼리 - 플레이어의 목표가 생존에서 몰살이 되어버리는 호러게임

 총 플레이 타임은 8시간 정도. 대사 스킵 기능이 없어서 하나 하나 다 읽어야 해서 불편하다. 이걸 중간에 하다가 쉰 다음 다시 할 경우 스토리를 까 먹을 거 같아서 억지로 8시간 플레이를 했는데 전개 과정을 보면 정말로 이전 선택을 뭐 했는지 까먹을거 같아 띄엄띄엄 플레이를 추천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8시간 풀타임 플레이를 하자니 매우 피곤해서 여러모로 추천하기 힘들다.


스토리는 별론데, 아주 나쁜건 아니지만 문제의 원인을 끌어내기 위해 강요되어지는 선택지 때문에 전체적인 품질을 떨어뜨리며 중간중간 구간을 채우는 대화씬이 의미없이 시간만 잡아 먹는게 많아서 안 좋다. 선택지의 결과가 예측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흥미진진하긴 한데 결국 8시간 플레이를 달리다 보면 피로도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걍 최대한 다 죽여 버리면 빨리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밖에 안 들어서 선택을 죽을거 같은 쪽 위주로 하게 된다.


길어서 피곤한 것도 있지만 일단 결정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 중 세명이 등신같은 짓을 해서 결국 이 사단이 나는거라 선택지를 공감하기 힘든것도 문제다. 물론 가장 잘못된 짓거리를 한건 딱 한명 정도고 나머지 두명은 등신같긴 한데 그래도 이유가 아예 이해가 안 되는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 선택이 공감 받을 정도로 합리적인 선택도 아니고 이야기 전개를 위해 강요되어지는 선택이기에 결국 정해진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못 한다는 한계를 일찍 받게 된다.

어차피 게임이고 정해진 루트가 존재하는건 당연한터라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것 자체는 불만스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등신같은 짓을 한다고는 했지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고,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기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이 바로 해피엔딩이기에 당연히 호러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으로 가지 말라는 곳을 가고 하지 말라는 짓을 하기에 이 게임의 스토리는 b급 호러에 불과하고 만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한 병신짓을 섞어놔서 중간중간 맥이 끊기고 마는 형태다.


최소한 대사 스킵 기능만 있었더라도, 그리고 의미없는 이동 구간을 없애고 그냥 선택지와 qte구간만 남겼더라면 더 좋은 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스토리가 문제 있는건 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플레이 자체는 쾌적할테니 2회차든 3회차든 했을텐데 제일 중요한 기능이 없어서 1회차를 보고 진이 빠져 접게 만들어 분기와 멀티엔딩 구조를 만든 빛을 못 본다. 그나마 시네마틱 모드라고 전체 생존/몰살 루트를 볼 수 있는 모드가 있는건 좋은 듯. 지겨워서 더 할 생각이 없어 안 했지만.


공포게임인데 그다지 무섭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좀 독특한 감각이었다. 왜 무섭지 않았냐면 선택지 때문이다. 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지를 강요 당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는 저 안에 없구나, 완벽히 외부 관찰자로서 존재 할 수 밖에 없구나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다가 지겨워져서 빨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에 도저히 무서운 상황이 무섭게 생각되지 않고 되려 제발 죽여줬으면 하며 바라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강요되어지는 요소 때문에 대부분의 호러 게임들이 공포를 강요하는 형식인 불편함,자유롭지못함,결핍구조,생존강요를 통해 억지로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구조를 플레이 초장부터 이해해 버리고 마는게 문제다. 내가 저 환경 속에서 존재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자유로움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위기가 찾아와 두려움에 빠지는게 아니라 부자유스럽고 모든게 부족하고 생존을 강요당하는 구조에서 억지로 긴장감을 끌어내려 하다 보니 역으로 그 구조에서 공감대가 빠져나가 버려 완전히 타인의 이야기, 내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겪을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끼다 보니 무서운게 없어져버리고 만다. 자유도가 없기에 공감대가 떨어지고 공감을 못 하니 무서워도 남의 일처럼 받아들여져 무섭지가 않다.


가격이 2만원대로 싸다면 해 볼만한 게임인데 그 이상의 가치는 좀... 주기 어렵다. 그리고 단서니 증거품이니 돌아다니며 모아야 하는 것들이 실제로 플레이에 별 영향력이 없는 것도 좀 불만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것을 왜 줏으러 다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귀찮기만 하다. 차라리 그런 불필요한 것들을 다 빼고 선택지 위주로만 굴렸더라면 더 나았을거라니깐.


이 제작사가 다크 픽쳐스랑 언틸던 제작사 라고 하니 리스트에서 내려가기 전에 그거나 좀 해 봐야 겠다. 아 근데 스킵 기능 없으면 안 해야지. 두번은 못 해 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