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5일 수요일

나는 영화를 즐길수가 없...나

 무비n월정액을 해지하고 한달동안 본 것을 돌이켜 보니 영화를 그다지 본 것이 없다. 있어도 대부분은 만화영화이고 만화 외의 영화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인 셧업이랑 폴 600m란 영화 정도. 그거 외의 다른 영화들 상당수를 찾아서 보기는 했는데 그 영화들 공통점들이


러닝타임 90분 중 30분 가까이 별 내용이 없다. 초반 10분 내 이목을 못 끄는거는 하도 많아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30분 가까이 되는데도 흥미를 끄는 이야기나 갈등이나 하다못해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는 영화가 부지기수다.


보통 애니메이션 1분기가 12화에 만화책으로 따지면 3권 내외  분량이다. 1화가 20~25분 사이니까 4화 기준 80~100분 사이로 90분짜리 영화는 만화책 한권 분량 정도의 길이를 지닌다고 볼수도 있다. 물론 영화를 좋아하고 깊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으나 내 기준에선 그렇게 본다. 왜냐하면 난 영화보다는 만화나 애니메이션,게임중에 경험이 더 많이 쌓여 있으니까.


왜 만화책으로 비유를 하냐면 내 기준에서 초반을 휘어 잡아야 하는 1권이 별 내용이 없을 경우 그 다음 권을 안 보기 때문이다. 만화는 신규 유입을 끌어들이기 위해 1권 무료 공개를 하기에 1권을 보고 계속 볼지 말지 고민하게 만든다. 통크게 3권 무료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라도 대체로 1권에서 사람의 이목을 끄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이 만화,애니메이션,드라마의 지속적인 흥미를 유도하는 구조와 게임의 능동적 참여 구조에 익숙한지라 아무것도 안 하고 지루한 내용을 무작정 버텨야 하는 영화를 아무 동기나 조건 없이 버티기가 힘이 든다.

그런데 영화는 어떤가. 무료 공개처럼 앞부분 미리보기는 ott,vod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그것도 넉넉잡아 10분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기껏해야 5분 정도. 5분으로는 이야기의 시작은 커녕 분위기 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그 이후는 오로지 자신의 감 또는 타인의 평가를 믿고 구매해서 봐야 한다. 게임도 체험판이 없으면 무작정 구매하는 것이 상당히 리스크가 큰 행동이듯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게임은 스스로 체험이라도 하는 매체이지만 영화는 온전히 스토리에 의지하기에 스포일러 영향이 크다. 게다가 환불도 힘들다. 만화책이나 게임은 중고로 팔기도 하고 dl은 가격이 저렴하기라도 하지 영화는 그런것도 없다. 영화관에 들어가 시작한 시점부터 아무리 재미없어도 낸 돈이 아까우니 억지로 꾸역꾸역 봐야 할 지경이다. Ott도 별로 다르지 않다. 낸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꾸역꾸역 보다가 아 안 되겠다 차라리 드라마를 보고 말지. 결국 그렇게 된다. 영화 ott가 편성에 드라마를 넣어도 드라마 ott가 영화를 안 넣듯이 안 팔리는 영화보다 팔리는 드라마가 더 낫다.

월정액 Ott로 보는 영화는 가격 면에서 부담은 없으니 게임보다는 낫다. 낫지만 나은것도 아니다.

러닝타임 내내 별 내용도 없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냥 빨리 감기를 해 버리고 싶은 마음밖에 안 든다. 만화로 따지면 프롤로그도 아닌 1권 분량을 내용 없이 조진건데 그걸 꾸역꾸역 봐야 하는 입장도 생각 안 하나? 하는 생각만 든다. 꾹꾹 참고 봐도 결국 별 내용도 재미도 없다. 그렇게 영화 몇편들을 무감각하게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은 이딴걸 봐야 하나? 라는 것이다. 심지어 ott라 엄청 큰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떻게든 뽕을 뽑아야지 싶은데 정작 보면 내가 왜 이딴걸 보고 있어야 하지? 싶다. 결국 이게 악순환이 되어 영화 봐야 하나? 굳이? 그냥 보지 말자. Ott인데 뭐 볼거 없나? 영화 볼까. 근데 재미가 없네. 그냥 보지 말자. 영화? 재미 없어. 그냥 딴거 보자. 기대해도 안 해도 재미가 없고 볼 기회가 와도 재미가 없고, 결국 남는건 아주 특별하게 잘 만든 영화 말고는 건질것이 없다.

한국영화만 그런건 아니라는게 다행일까 외국영화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특히 장르를 코미디라고 해 놓고 90분 내내 웃기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 아니 꼽은 적도 없는 영화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드라마나 웹소설,웹툰처럼 한 회, 한 화마다 이용자의 흥미를 끄는 내용 위주로 영화를 만들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초반의 흥미는 잡을 생각은 했으면 좋겠다. 초반의 흥미를 못 잡으니 이후의 내용에도 시큰둥해진다. 잘 만든 영화는 밸런스가 잘 잡힌 형태로 꾸준히 흥미를 끄는데 대부분의 영화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보니 들쑥날쑥 제멋대로다. 배우의 연기,cg,스토리,액션 뭐 하나라도 잘 하면 그럭저럭 볼만한데 하나 단 하나를 잘 하지도 못 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좋은 게임은 아니어도 재미가 있던 게임은 뭐 하나라도 특별하게 좋은 장점이 있다. 만화도 그렇다. 시간정지용사라고 지금 손에서 놔 버릴까 고민중인 만화는 그림도 별로고, 야한 장면도 별로고, 표정 변화며 액션이며 구도며 전부 다 개판이다. 영화로 따지면 배우 얼굴과 몸매,연기,카메라 구도,cg,액션 다 개판인 영화다. 유일하게 주목할 수 있는게 스토리라 그거만 보고 따라갔는데 이제는 스토리도 조져대서 그냥 놔야 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이렇듯 뭐 하나라도 좀 괜찮으면 보겠는데 그게 없다.

게임,만화에서 대체로 이런 등신같은 작품이 나오는 경우는 예술병에 걸렸거나 기존 흥행하는 장르의 아류작을 만들어서 꼽사리 끼고 싶은데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모를때, 아니면 정말 작품을 만들때 뭘 중요시해야 하는지 모를때 이딴 것들이 나온다. 뭘 중요시해야 하는가. 바로 이용자,게이머,독자,시청자다. 작품을 망쳤을때도 대부분 이걸 등한시해서다.


봤을 때 재미가 없으면 좀 잘라냈으면 하는데 그게 드라마 요소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뭐 미적으로 뛰어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지 전혀 잘라내지 않은 군살 덩어리들을 꾸역꾸역 보고 있어야 하는게 답답하다. 솔직히 그런거 집어 넣는다고 상 같은걸 탈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솔직히 영화도 10분 정도는 미리보기가 가능해야 한다. Vod뿐만 아니라 영화관의 영화도 말이다. 제작자 마음대로 편집한 예고편만 믿고 보기에는 신뢰가 안 생긴다. 차라리 초반 10분만이라도 관객을 휘어 잡을 노력이라도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자리매김한다면 뭘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을까. 물론 스팀 두시간 무료 환불을 막고자 두시간 동안 진도도 못 빼는 그런 게임처럼 10분의 미리보기로도 감을 못 잡는 그런 영화를 만들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래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컨텐츠를 구매하는 시대가 아니니까.

아니면 차라리 그 10분을 간략하게 찍어서 웹에 공개하고 클라우드 펀딩이라도 하던가 해야 하지 않을까. 게임도 게이머가 아닌 투자자나 PC주의자, 사장 입김에 휘둘리는 게임은 본말전도가 되듯이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관객에게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왜냐면 만화는 그렇게 하거든. 인기가 없으면 내려가고 있으면 확 치고 올라가고.


언젠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골라 잡아도 중간 이상은 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