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일 일요일

세상은 더미 데이터로 가득 차 있다.

2020년 1월 이후로 윈도우즈7 보안 지원 종료가 된다는 화면이 그저께인가 떴었다.

무료 업데이트 지원 이후로 일단 아웃룩 계정에 등록을 하긴 해 놨으나, 지금도 여전히 가능한지는 알기 어렵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윈도우즈 10으로 넘어가야 할 타이밍이란 것이다.

윈도우즈 10 설치 관련으로 보니 대부분은 하드 디스크를 포맷하며 설치하는것을 추천 하였다. 나는 기존의 자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업그레이드 방식을 하고 싶었지만 정작 현재 PC상태에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은 정품 인증된 7의 인증키 확인 방식이라 아웃룩 계정으로 업그레이드 했던 나로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하도 거지같은 컴퓨터가 메인보드가 뻑나고 하드 디스크가 맛이 가고 하면서 윈도우즈를 여러번 재설치 했어야 했었는데 내 소유의 윈도우즈 설치 디스크가 아니었던지라 인증키 따위 없이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가 준비성이 없진 않았는지 설치용으로 쓸 USB를 찾아 보니 미리 만들어 둔 녀석이 있었다. 이 녀석을 꽂고 부팅 중 우선순위를 USB로 돌리면 될 일이었다.

준비는 다 되었지만 혹시 몰라서 기존의 파일을 유지하지 못 하고 설치를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파일을 다른 하드 드라이브로 백업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순탄치가 않다.


내 인생이 어떻게 낭비되었는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쓸모없는 자료 폴더들은 오랫만에 확인 해 보니 정말로 쓸모 없는 데이터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잡그림들이나 야한 자료들 뿐이었고, 그나마도 쓸만한 것들은 오래된 고전 게임, 야게임, 프로그램이긴 한데 200X년도 프로그램에 가끔 창작한답시고 끄적였던 그리고 두번 다시 돌아도 안 봤던 녀석들이 가득했다.


정말로 쓸모 없는 데이터였다. 한때 이것들과 결별하겠다고 분명 죄다 삭제한것 같았는데 의외로 고전 데이터들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 물론 새로 들어온 녀석들도 가득하다.


일단 곰곰히 돌아보며 데이터들의 종류와 크기, 년도, 필요성들을 확인 했다. 용량이 큰 녀석들은 대부분 동영상, 게임CD, 설치 프로그램, 특별히 용량이 큰 야한 자료들이었고, 대부분은 쓸모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나마도 DVD를 넣고 빼는게 귀찮아서 인코딩으로 뽑아낸 소장하고 있는 DVD 동영상은 정말로 안 볼 녀석은 지우긴 했지만 나머지는 정말 아리까리한 상황이었고, 게임CD들 역시 소장은 하고 있지만 과거 디스크 스테이션2를 돌리겠다고 넣었는데 CD드라이브의 배속 기능이 뭔 거지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미친듯이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CD드라이브 내부에서 CD가 부서진 경험이 있는터라 더 이상 CD를 넣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아 이미지 파일을 떠 뒀었다. 그런데 또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이 녀석들은 과거 98시절에나 쓰던 녀석들에 특히 디스크 스테이션이란 녀석은 DirectX를 구버전을 강요하는 멍청한 녀석들이라 다시 손 댈 일이 없었다. 하려면야 10으로 넘어와서 가상 PC로 돌릴 수는 있겠지만 굳이? 라는 생각도 든다. 그 외에 PS2게임 돌리겠답시고 이미지 떴는데 안 돌리고 있던 게임들과 년도가 10년 이상 차이나는 과거의 설치 프로그램들은 한창 발달한 기술들 덕분에 대체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터라 굳이 이걸 쓸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결국 다 삭제.


잔여 용량이 40기가에서 60기가 100기가 최종적으로는 150기가까지 쑥쑥 남았지만 본 게임은 여기서부터다. 정말로 안 쓰던 자료만 모아놨던 보조 하드 드라이브야 선택이 쉽지만 현재 사용중이고 10을 설치해야 할 하드 드라이브는 혼돈 파괴 망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나름대로 자료를 정리한답시고 모아놨던 보조 드라이브는 그래도 구분이라도 해 놨지, 이 곳은 전쟁터. 이 시체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이곳이 내 땅인지 남의 땅인지도 구분이 안 되는 곳이다. 온갖 잡다한 파일들의 집합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났다.


그래도 최근에 저장했던 이미지 파일이나 압축파일,프로그램들은 정리가 쉬웠다. 필요 한지 안 한지를 한 눈에 확인 하기 쉬웠고, 그래도 나름 정리를 하던 방식이 있어서 분류와 구분은 수월했다.


문제는 연식이 꽤 되는 자료들. 2004년 전후를 기점으로 하여 가득히 저장된 자료들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추억과 후회가 떠올랐다.


대부분의 용량을 잡아 먹는 녀석들은 이미지 파일들이었다. 음악파일,동영상 파일들은 내가 종종 보려고 확인이라도 하니 그때마다 정리를 할 때도 있었는데, 이미지 파일들이란 것은 일단 저장을 해 두고 나면 다시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단 저장을 해 두고 그 다음은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다. 그럴거면 대체 왜 저장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똑같이 다시 볼 일 없는 이미지들을 저장하곤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의미를 두진 않았던 것 같다.



과거의 자료들 중에서 눈에 띄는 녀석들은 카논,에어,클라나드를 중점으로 월희,페이트,KOF,한때 나왔다가 망한 온라인 게임들 이미지 등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뛰어난 솜씨를 생각하면 눈 앞에 들이밀어도 관심이 없을 픽시브에서나 가끔 초보 그림쟁이들에게서 보일 법한 수준의 그림들이 대다수였지만 그 당시에는 이것도 없어서 못 즐겼던 녀석들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 이미지들이 다 구린 것도 아니고 그 당시 그림이라 생각하기에는 세련된 지금에도 먹힐 법한 이미지들도 많고, 그 일러스트레이터들 역시 지금도 활동하는 그런 그림들이 보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야짤들 중에서도 몇몇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미 데이터들 사이속에서도 뛰어난 것은 잊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십 몇년간 관심도 없던 데이터들을 들여다 보면서 어차피 또 안 볼 녀석들이니 전부 쭈르륵 드래그하여 삭제하여도 상관 없지만 혹시나 모를, 이 정보의 바다 속에서 무던한 노력을 거쳐서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고생을 생각하여 손수 이미지들을 선별하여 삭제하는 중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이런 이미지가 다시 한번 먹힐지. 내 학창 시절에는 트로트는 노인들이나 부르는 노래였고, 씨름 역시 나이든 사람들만 보는 방송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요새는 트로트가 붐이고, 씨름이 인기다. 아즈망가 대왕에서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하였는데 나는 그 말에 격히 공감한다.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고 모든 일은 꾸준해야 한다. 그래야 유행이 돌았을 때 올라타기라도 하니 말이다.


과거의 이미지들을 돌아 올 수 없는 강 is SHIFT+DELETE로 보내면서 오만 감상에 젖게 된다.

거지같은 마비노기 그림들을 보며 내가 이 게임에 허비 한 시간, 대체 왜 이렇게나 많이 모았는지 알 수 없는 사무라이쇼다운이나 Key사의 에로게짤,월희,페이트짤 등 하지도 않고 딱히 할 생각도 관심도 없었는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에서 뭔 정신으로 이걸 모았는지 알 수 없으며, 딱히 좋아했던 기억도 없던 작품의 이미지들을 연달아 모아 놓은 것이나, 앞뒤가 연결되지 않은 만화 중간 이나 첫,끝 부분의 이미지만 달랑 있는 점에서 나란 놈은 그때 뭔 정신으로 살았는지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정말 더미 데이터의 블랙홀? 그런 느낌이 들 정도이다.


https://pgr21.com/humor/375718?page=4

어제 루리웹에서 현직 소설가라며 현 웹소설계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 글이 올라 온 적이 있었다. 그 글은 금방 삭제되어 이렇게 떠 도는 이미지들로나 보게 되지만 그런 점에서 그 글도 훌륭한 더미 데이터가 된 셈이다. 실존하지 않고 이미지로만 떠도니 말이다.


그 글에서 웹소설이 너무 수준이 낮다고 하였지만 사실상 그런 수준 낮은 것들은 어제 오늘 날의 일이 아니다. 지금 내 손에서 사라져 가는 파일들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하나 하나 미리보기로 봤을 때 감흥조차 불러 일으키지 못 하는 그런 무미건조한 느낌, 화려하게 그리긴 했지만 뭘 그리고 싶은지도 알 수 없고, 잘 그리긴 했으나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정말로 허접하게 그려 놓고 대충 만화로 때우는 그림들 등 그렇게 거르고 거르면 100개 중 5개가 남을까 말까 한다.


그런데도 그 이미지 파일들을 저장했다. 실제로는 누군가가 올린 이미지 파일을 보고 내가 저장한 것이니 나 이외에도 수 없이 저장되고 퍼지고 했을 것이다. 왜? 그런 더미 데이터들도 재미를 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들도 그때는 좋아했었다. 2003년 파일 중에 해리포터가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닌듯 싶으니 말이다. 글쓴이는 한때 웹툰 작가들이 저질러서 불매운동까지 촉발 되었던, 혹은 그 이전의 선배들도 다 그래왔던 선민주의에 빠져 현재의 웹소설을 문제 삼았지만 대부분의 컨텐츠라는 것은 다 하급의 무의미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말로 뛰어난 것들을 목표로 삼긴 하겠지만 누구나 다 세간을 뒤흔들 작품을 내는 것도 아니며, 그게 가능한 것도 아니다. 특히나 지금같은 시대. 노력 한다고 위로 올라가는게 안 된다는 것을 그나마 취직이라도 되면 다행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하는 시대에서 손 꼽히게 좋은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 봤자 결국 살아 남는 작품만 살아 남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없다. 글쓴이 역시도 소비자가 좋은 글만 따지고 소비하였다면 과연 인정을 받기 쉬웠을까? 그리고 상식적으로 봐도 갸우뚱해진다. 나의 라이벌들이 다 최고를 노리길 바란다니. 되려 작가가 아닌 독자의 심정에 가깝지 않은가. 아무튼 이 이야기는 그만 하자.


몇시간이 넘도록 더미 데이터를 없애가면서 느끼는 점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아직 반의 반도 못 왔다. 그도 그럴만한게 이 이미지들 역시 내가 몇년간 모아놨던 녀석들이니 말이다. 이 짓거리로 용량을 줄여봐야 그리 많이도 못 줄일텐데 너무 뻘짓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픽시브에서 저장했던 이미지들도 정리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 차라리 노트북을 하나 사서 거기다 윈10을 깔고 노트북이나 쓰는게 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든다. 편하긴 그게 더 편할텐데 말야. 물론 돈이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