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6일 수요일

일 이야기

간만에 일 이야기이긴 한데, 이걸 내가 업무 내적으로 세세하게 이야기 하는건 좀 그렇다 보니 간략하게만이야기 한다.


공공근로 일을 다시 하면서 전화응대도 하지만 이전에 일했던 곳 들 보다는 비교적 정상인 편이었다. 이전에 일했던 곳은 뭐 워낙 일 자체가 빡세고 이상한 케이스가 많았으니 덩달아 이상한 인간들 비율도 높고 그랬던거라 이번에 일하는 곳이 정상인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이라고 생각했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간혹 좀 이상한 사람들도 있긴 했는데 이게 재밌게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면서 점점 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세가 불안할수록 정신줄을 놓는  사람이야 있긴 하지만 이걸 실시간으로 보니 참 흥미로울 뿐이다. 이런 경우가 특히 재난물 소재로서 재밌어 보이긴 하지만 직접 겪으면 그냥 골치만 아플 뿐이니...



1.

관공서 물품은 당연히 시민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본다. 대표적으로 마스크랑 손소독제. 손소독제는 방문 민원인들을 위한거라 줄수가 없는 물건이고, 마스크는 차상위 같이 어려운 사람들에 한해서  배부하는 것은 그냥 건너 건너 들었을 뿐이고 자세한건 모르지만 마스크는 직원들 쓰는 것도 될지 어떨지 모를 상황인데 그냥 무작정 니네가 가진거 다 내놔라 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냥 어디서 파냐고 물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디서 파는지는 모르지만 3월달부터는 우체국에서 온라인 판매 한다는 이야기를 봤으니 그런 이야기는 전달 해 주기는 하는데 그거 뭐 마스크물량이 어디가 남았고 어디가 없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 물어봐도 모른다. 그래도 이건 무작정 달라는 사람들보다는 낫다.

이거 주면 안 되냐 고 묻는것도 그나마 나은 편이지. 생떼는 안 쓰니까. 그래도 영 별로인건 마찬가지.

묻는 경우 중에는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왜 없어? 있어야지. 이러는 경우. 그러게요. 왜 없을까요. 나도 모르겠네. 참고로 나도 지금 마스크를 구입을 못 해서 몇주째 마스크 한장으로 버티는 중이다.

2.

확진자가 어디서 사는지 묻는 사람이 있다. 아니 그걸 왜 물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질문이라 한동안 벙쪘는데 이게 연달아서 오니까 아...이게 사회 안에서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있는거구나 라고 납득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서운건 알겠는데 알아서 어쩔건데. 아. 그래. 배달업하는 사람이 그러더라. 자기는 그쪽 배달 피해야 하는데 당연히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 아우.순간 진짜 오만생각 다 들더라. 그래 피하고 싶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거 피한다고 정말 피해질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아니 그래도 댁이 알아야 할 이유는 아니잖아? 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아무튼 이런 전화가 아무리 와 봐야 알고 있을리가 없으니 우리는 알고 있는게 없다고 밖에 말하는 거 말곤 방법이 없다.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어. 뭐 우리도 고난이지만 이거 재난문자 보낸 곳도 결국 민원 전화 쏟아질텐데 참 다함께 고생이긴 하다.  근데 진짜 어이없는건 뭔 주변 관공서에 다 연락을 때려 박았는지 아니면 함정질문인지 어디서 찌라시 가짜 뉴스 듣고 온건지 확진자 어디 어디 산다더라 상세주소 뭐냐 이러는 인간들은 진짜 뭔가 싶어. 진짜 미친거 아닌가. 역으로 자기가 코로나 걸려서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눈에 불을 키고 찾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거 같냐고. 끔찍할거 아냐? 그리고 관공서에서 알려줬으면 할까? 참 역지사지가 안 되는 인간들이 많다. 물론 지금 그놈의 협조 제대로 안 하는 신천지 때문에 곤두 서 있는건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아닌건 아니지.


3.

동사무소는 지금 소독용 약제를 담은 분무기를 대여 해 주고 있다. 전국 동사무소가 다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일하는 곳이랑 인근 동사무소는 다 그러고 있다.

이건 또 뭔 부류의 진상일까 싶을텐데 이 쪽 경우는 자영업자 진상이다. 왜냐하면 이런 대형 분무기를 빌려달라고 하는 곳은 대부분 오피스텔,학원,미용실,PC방,당구장,아파트단지,개인병원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자영업자인가 아닌가 모르겠네. 아무튼 자영업자라고 콕 찝어 말한 것은

오피스텔,아파트단지는 진상비율이 거의 없다. 아니 없다고 해도 무방한가. 지금까진 없었으니까. 일단 이쪽은 워낙 인구밀집인지라 방역에 관심이 많아 심각단계로 조정되기 전부터 많이 빌려가서 그렇게 문제는 없었고, 대여 구조를 잘 안다. 그리고 관공서랑 척을 져 봐야 좋을게 없다는걸 잘 알고 있고.


학원쪽 문의 전화는 공손한데다가 세세하게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약제의 종류나 분무기 대여인지 약제 충전인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다 파악하려 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암튼 이야기로 와서 뭐가 진상이냐면 지금 소독분무기 재고 상태는 너무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쓰고 나서 당장 반납 해 달라고 해도 남아 있는게 없다. 들어오자 마자 바로 다른 사람들이 빌려갈 정도니까.

이런 상황이니 예약제는 꿈도 못 꾼다. 아마 이걸 예약제로 돌렸으면 지금 전화하는 사람들은 1~2주 뒤에나 순번이 갈 정도. 빌려서 뿌리고 소독 방역하고, 다시 반납하고, 소독약제 채우고 이 과정만 해도 시간이 많이 가니까. 그리고 건물 규모에 따라 소독 시간도 다르고.

그런데 대부분 재고를 전화로 체크를 한 뒤 찾으러 갔더니 선착순이라 없다더라가 되어 버리니 허탈 할 수 밖에. 그건 이해는 한다. 근데 그 뒤가 문제지.


그냥 가는 사람은 좋은 민원이고, 자리에 남아서 내가 전화를 했는데 왜 없어! 당연히 있어야지! 없을거면 없다고 하던가! 이게 말이 돼? 이따위로 할 거면 때려쳐! 없으면 장땡이야? 그럼 니네가 갖고 있는 마스크랑 손소독제라도 주던가! 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골치 아프다.


옆에서 들은대로 다 적은거다. 수가 많지는 않지만 잊을만 하면 찾아 온다.

아주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지금 자리 비워서 찾아 왔더니만 없어. 그럼 기분 같아서는 장난해? 내 시간 어쩔거야! 라고 하고 싶겠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없으면 허탈 할 테니까.

심정이야 이해는 가는데, 어쩌겠어. 예약제로 하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오히려 예약제를 해 버리면 그 기간동안 그냥 손만 빨고 있을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도서관 공공근로 해 봐서 아는데 예약제고 뭐고 간에 제때 제때 반납 제대로 안 하면 그것도 엄청나게 딜레이 되기 마련이거든. 그냥 책 빌리는 것만 해도 왜 이 책 안 들어 와요? 라고 불만을 표하며 따지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지금 같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면 더 심하지. 그러면 또 어떻게 되게? 예약한 사람들이 아니 왜 이렇게 늦어요 이게 말이 되요? 라고 또 따지러 올거다. 예약 = 확정된 불만 민원이나 다름 없지. 아 진짜 웃프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그냥 선착순으로 돌리는거지.


반납도 문제가 있는데 반납하는 측도 뭔가 안 풀리는지 되게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 적반하장으로 알아서 갖다 주겠다고!! 이러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만 아니라면 그냥 좋게 좋게 이야기 하고 부탁을 드리지만 그게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나마 이게 오랫동안 다른 공공근로로 멘탈이 다져져서  별거 없는거지. 진짜 막 젊었을때 이랬으면 인간 혐오 걸리기 딱이었을듯. 아니다. 나 지금 인간 혐오지. 하도 진상들 경험해서 인간 혐오가 되었는데 별반 차이 없었겠구나.



일전에 엑시트라는 영화에서 정부가 정한 접근 금지를 어겨 가며 들어가려 하는 걸 보고 진짜 이 영화는 코리안 트레디셔널 진상 광고 영화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정말로 그렇다는 거지. 저런 사람들이 정말로 있고, 의외로 많다는 것.

내가 재난영화를 굳이 찾아 보는 경향이 없기도 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재난 영화는 안 볼것 같다. 감정 이입이 안 될테니까. 씬마다 저기서 진상들은 아마 저랬을거야 라면서 몰입이 안 되었을것 같고 말야.


그리고 사족이긴 하지만 아직도 마스크 안 쓰고 길바닥에 침 찍찍 뱉는 인간들 정말 자주 보이는데, 이참에 신천지도 때려 잡고, 길바닥에 침 뱉는 경범죄도 때려잡기 쉽게끔 되었으면 좋겠다. 뭐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히드라리스크 혐오일 뿐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