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7일 일요일

일부러 이렇게 되는거 같다

 할머니가 자고 있길래 글 쓰려고 컴퓨터를 켰더니 바로 깨어났다.


대체 왜? 몇시간동안 쿨쿨 자던 사람이 옆에서 뭔 소음이 있어도 안 일어나던 사람이 대체 왜?


일어나서 자꾸 켁켁 거리고 소리내고 쩝쩝거리고 그러더니 근처에 와서 할머니 약상자를 한참 뒤적뒤적 거리더니만 간다.


그래놓고 조금 있다가 갑자기 속이 상한다면서 하는 말이 통장을 잃어버렸단다. 멀쩡한 통장이 사라졌다고 하는거는 거진 이틀에 한번꼴로 일어나는 일이긴 한데 대체 왜 저 지랄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멀쩡한 통장을 매일같이 매일같이 들여다 보면서 찾고 이상한 곳에 두고 다시 찾고 또 이상한 곳에 두고 하는 짓을 매일같이 매일같이 반복을 하는데 오늘은 진짜 계속 징징대길래 한숨을 푹 쉬고 찾아 주려 했다. 근데 진짜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 봤는데 없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아까 할머니가 와서 뒤적거리던 약상자 쪽으로 가 보니까 거기다 통장을 끼워 놨다.

 

 

....대체 왜?

 

아니 대체 왜? 멀쩡한 통장을 자꾸 찾고 이상한 곳에 쳐 박고 그걸 까 먹어서 또 찾고 이 지랄을 왜 매일 같이 반복을 해? 그리고 통장 없어져서 속상해 이 지랄을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하고?



그리고 대체 왜 이딴 일들이 내가 뭘 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 일어나지? 왜 자꾸 내 시간을 빼앗아만 가지? 안 그래도 정신과에서처방 받은 약 때문에 별로 의욕이 없는 상황인데 그 자그마한 순간조차 허용이 안 되는 건가?



나는 내 좆같은 삶의 거지같은 일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비일비재하여 이젠 신기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을 하면 할수록 신기하긴 하다. 대체 왜 이 지랄이야? 하필 왜 이 타이밍에? 이 순간에? 어째서? 의문을 가질수록 점점 미쳐버릴것만 같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 이상 날 괴롭히는 일들로부터 신경쓰지 않겠노라 관심 끄겠노라. 했건만 그게 안 되네. 정말 안 되네. 미치겠네.

 

 

나 진짜 그냥 미치는게 그나마 속이라도 편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