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7일 월요일

최근에 본 만화 이북들

 기사담은 성벽 안에서 꽃핀다 1권-

- 중세시대와 일상물을 섞은 작품. 마법이나 이종족 없이 오로지 중세시대 설정만 가지고 일상물을 그려내는 만화다. 다만 이게 일본풍 일상물이다 보니 지나칠정도로 화기애애하고 평화롭다. 치열하게 살았을 것 같았던 중세시대의 고정관념과는 너무나도 떨어져 있다 보니 괴리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별로인점은 작가가 중세시대 설정에만 집착해서 이야기를 등한시 한다는 점이다. 남장을 한 기사수습생과 과거에 마을을 잃은 과거를 전혀 이용 할 생각이 없는듯이 지나칠정도로 느긋한 일상물위주라 왜 이렇게 스토리를 짜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곤 쳐도 그땐 그때대로 너무 늦을텐데 말이다.



타카네와 하나 1~18권 -

대기업 가문의 오만한 엘리트 샐러리맨 타카네와 평범한 당돌한 여고생 하나의 맞선 러브 코미디. 


항상 고자세 억지로 들이대는 타카네를 향해 지지않고 받아치는 투닥거리는 밀당이 재미있지만 너무나도 전형적인 일본스러운 엘리트 가문의 집안 사정과 얽혀서 후반부부터 점점 폼이 망가져 둘만의 이야기를 그려내질 못 한다. M과 N의 초상이나 아이들의 장난감, 그 남자 그 여자, 쪽보다 푸르른 등 이런 잘 사는 가문이 얽히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가문에 휘둘리는 이야기로 빠지는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일본의 고질적인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일본은 소녀만화의 두터운 컨텐츠의 역사만큼 러브 코미디로서 이야기는 참 잘 만들면서 꼭 이 가문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일본인이 아니니 왜 그런지는 이해 안 되지만.


행복한 타카코씨 1~6권 -

단지 귀가 남들보다 잘 들리는 자랑할 정도는 아닌 특징이 장점인 타카코씨의 느긋한 일상물.

동글동글한 눈과 얼굴 윤곽으로 서글서글하게 생긴 타카코씨가 항상 미소로 웃으며 부드럽게 이야기 하는 것이 장점인 만화.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자잘한 나쁜 일들 좋은 일들을 타카코씨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모습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큐 치에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건 와카코와 술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음식만 줄창 늘어 놓을 뿐 스토리텔링이 빠진 와카코와 술 보다는 이게 더 낫다고 보나, 아무래도 에피소드가 무한히 나올 그럴 성격은 아니다 보니 금방 종결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용사 명탐정 1권 -

추리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통 판타지라고도 보기 힘든 정체성을 모를 작품.

추리물로서는 살인사건도 다루는 반면에 분위기는 가볍고 경박하며 트릭이라고 할 만한게 없다.

정통 판타지라서 용사와 탐정은 의외성을 노리려고 꼬아놓다보니 따로 노는데다 마왕이고 이종족과의 대립이고 기반 설정 소재들이 무거운척 하나 제대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1권내에서 사건을 4개나 다루고 있는 만큼 추리물로서 생각할만한 깊이가 없으니 더 볼것도 없다.


추남진성파이터 1~6권 -


일본 라노벨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서 인기 있다고 코미컬라이즈가 되었지만 기반 소설이 너무 형편없어서 더 이어나가지 못 하고 6권내로 끝난 모양.

원작은 소설가가 되자 사이트에서 파파고 번역이라도 돌리면 볼수 있긴 한데 일단 만화화 된걸 봤으니 만화를 기준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림은 아주 못 그리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아주 잘 그리지도 못한 상당히 어중간하다. 아주 못 그렸거나 이상하게 하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럴 일은 없는 것이 원작의 작품 이야기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니라서 별 문제가 없다.


이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제약을 부여해 치트적인 능력을 얻은 대신 끔찍하게 못 생겨지고 여자와는 손도 잡을수 없는 몸이 된 주인공이 그 능력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긴 쉽지만 단순히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동료들의 트라우마가 밀접하게 엮여 있어서 이야기 내내 주인공은 그들과 엮여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기보다는 그들과 휘말려서 따라가는 형태. 기껏 치트급 능력을 얻었으나 수동적인 삶을 사는 모습이 그저 그런데다 몇번이고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과거 문제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럴거면 뭐하러 이세계에 오고 치트급 능력을 얻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심지어 마지막권에서는 그 제약마저도 일시적이지만 극복을 해버리는데다 같은급의 치트 능력자가 나오고 단번에 정리하는 모습이 전개에 있어서 부드럽게 진행이 안 되는 상황.

굳이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기에 당연히 6권에서 끝난게 아닌가 싶다. 만약 작품이 더 깊이있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코미컬라이즈도 탄력을 받았겠지만 만화가도 작가도 어중간하다보니..


사정을 모르는 전학생이 거침없이 다가온다 1권 -

재미가 없다. 단순히 무작정 접근해오는 긍정적인 전학생과 따돌림의 트라우마로 음침해진 여학생의 힐링물 내지는 일상물로 보려 해도 이 전학생 남자아이와 여학생간의 관계를 잇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가깝게 접근하는 초긍정적 전학생이란 캐릭터의 성격만으로 끌고 가는터라 이야기는 지나칠정도로 단순해지고 무성의하게 진행된다. 생각이 없는 전학생만큼 이야기가 생각이 없이 단순 돌직구에 그치고 거기서 끝나기 때문에 더 깊이 빠져들 감동도 재미도 없다.


베르세르크 1~41권 -


베르세르크가 왜 대단한 작품인지와 동시에 왜 팬들이 답답해 했는지 알것 같다.

일단 매의 단 이야기까지는 참 잘 만들어졌다. 가츠와 그리피스와의 만남, 캐스커와의 관계, 매의 단의 일원들과의 관계, 다섯명의 고드핸드 등 암울한 판타지, 요정, 대검과 철포, 피비린내 나는 싸움 등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았었는데 그 뒤로는 그나마 좋게 쳐줄 부분이 광전사의 갑옷을 얻는 부분 정도고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너무 늘어진다. 늘어는것도 문제고 적 하나하나 잡는데 너무 길게 끌다보니 이게 아무리 인내심 있게 봐줘도 답답할 지경. 1~41권을 그대로 읽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인데 이걸 한권 한권 나올때까지 기다렸을것을 생각하면 말 다 했지.

개인적으로 미우라 켄타로가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뒤 이야기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되었을것 같은데 매의 단의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에 비해 그 뒤는 지지부진함에도 정작 엘프섬편은 초반이나 다름없다고 했으니 매의 단 이야기만 잘 끌어냈을 뿐인게 아닐까 싶다. 다음권이 나오네 안 나오네 해 봐야 어차피 원작자 손에서 떠난 이야기가 되는 상황이라 그냥 이걸로 끝. 마음속에 묻어두는게 편할것 같다.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1~12권-

죽은 사람의 기억을 5년전까지 볼수 있는 미래세계에서 죽은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는 수사기관 제9의 이야기.

죽은 사람의 뇌를 들여다 보기에 필연적으로 살인 및 그로테스크한 시체가 자주 나오긴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악의와 트라우마들이다. 이 만화는 그런 인간들의 추악한 면들을 매우 실감나게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의 인간성과 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부분도 그려낸다. 

이 만화에서 나의 인상에 가장 깊게 남은것은 6권인 치매관련 에피소드인데 똑같이 치매노인을 돌보고 있는 입장에선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조커와도 같은 느낌인데 조커의 아서 플렉이 조커로서 거듭나는 부분은 자신의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어 자신을 납치하여 키운 어머니를 죽이고 tv쇼에서 자신을 놀림거리로 만든 사회자를 죽인 바로 그 진실을 깨닫게 된 부분인데 이 만화에서도 치매부모를 돌보던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부분이 환상과 착각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것이 억지로 현실로 끌려나오게 된 부분이란게 참 의미심장했다.

작가가 순정만화가라서 그림체나 인물관계나 행동들이 좀 쉽게 와닿게 힘든 부분들도 있긴 한데 그 점만 참고 본다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나 결말 이야기를 위해  9~12권을 질질 끄는 것이 좀 답답하여 8권까지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