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4일 일요일

드라마 중쇄를 찍자, 극장판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감상

드라마 중쇄를 찍자 -

전직 유도선수가 만화 편집자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케이블TV 프리미엄 무료쪽에 잠시 올라와 있던 걸 운 좋게 다 봤다. 지금은 무료쪽에서 내려가서 볼 수가 없네.

비업계인. 특히 스포츠계에서 근성과 열혈을 기반으로 바라보는 만화 업계의 이야기가 바쿠만이나 호에로펜과는 다른 부분인데, 바쿠만이 만화가 성장물이고, 호에로펜이 현역 만화가의 깽판 코미디물이라면 중쇄를 찍자는 드라마에 가깝다. 그래서 드라마화 해도 어색함이 없고, 바쿠만보다도 좀 더 인물간의 심리적 갈등과 만화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솔직히 바쿠만은 너무 순화를 시켜서 긴장감이 없었는데 중쇄를 찍자는 그런 부분이 덜 하다는 것이 좋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여주인공만 빼면 전체적으로 좋고, 인물의 성격들이 특징이 강하다 보니 드라마에 몰입이 잘 된다. 새끼곰 새끼곰 하는데 여주인공의 이미지는 절대로 새끼곰 스럽지도 않고 운동녀 스럽지도 않아서 연기도 애매하게 받아들여지는데, 만화판 이미지를 보니 더더욱 미스캐스팅으로 밖에 안 보였다.


덕분에 만화쪽에도 관심이 생겨서 만화책을 알아봤는데 이북으로 밖에 안 내네. 그런데 차라리 드라마로 보는게 더 나을것 같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

이것도 케이블 TV 프리미엄 무료쪽에 올라와 있어서 봤는데, 이건 진짜 별로였다.


초등학교 시절에 청각 장애인 아이를 왕따 시킨 뒤로 문제가 심각 해 지자 역왕따를 당하게 되고, 그 뒤의 성장 과정에서 반성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던 중에 자기 위로차 왕따를 했던 여자아이를 찾아가고, 다시 관계가 발전하는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그냥 일본의 평화로운(?) 일상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왕따의 나라 일본답게 이것도 미화를 시키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매우 역겹다.


그나마 좀 나은 부분이라면 왕따 가해자인 남자 주인공이 그나마 반성을 하고 여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수화도 열심히 배우고 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고, 여주의 자살을 막다가 정말로 죽을 뻔 하고 계속 고통스러워 하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의 기분을 아주 이해하지 못 할 정도의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 만약 남자 주인공이 여전히 뻔뻔한데다 여주를 찾아간 이유가 그냥 예전에 내가 그랬던거 미안하다 사과할테니 우리 다시 잘 지내자 라는 따위로 나왔다면 욕을 바가지로 쳐 먹는것도 모자라 아주 죽이고 싶어졌을테니 남자 주인공을 극도로 나락과 절벽으로 밀어넣는 것으로 그나마 가해자였지만 쪼끔 동정의 여지가 남게 만들었다.

물론 왕따 가해자들이 전부 저렇게 반성을 할 정도로 힘들게 살아간다면 모를까 현실에서는 그럴 일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이건 왕따의 나라 일본의 자위용 컨텐츠나 다름 없다고 본다.


또한 여기서 남주와 대비되는 왕따 가해자와 동조자들의 반성 못 하는 행태도 남주를 그나마 좋은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데 당시 여주를 왕따시킨 공범자들이 남주마저 왕따 시켜 놓고는 전혀 반성도 하질 않으면서 문제 없다는 식으로 남주와 여주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접근하므로 천하의 개새끼들을 보면서 남주와 여주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새로 사귄 친구인 뽀글이가 성격은 촐랑대도 괜찮은 인간인터라 그나마 보는 사람이 덜 미치게 만들어 준다.


왜냐하면 울려라 유포니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이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정신병자들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왕따 사실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고 남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쓰레기 교사, 아들이 죽으려 했다는 이유로 실수였지만 170만엔을 태워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살을 의심했으면서도 찾으려고 하질 않았던 어딘가 나사빠진 멍청한 남주 엄마, 딸들에게 정상적인 애정을 주지 않았던 여주 엄마, 언니가 걱정된다고 등교 거부하며 이러면 안 죽으려 하겠지 하며 시체 사진이나 찍던 미친 여주 여동생, 마음에 안 든다고 왕따시킨 미친년, 자긴 왕따 시킨 적 없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미지 나빠질까봐 위선떠는 싸이코년, 제 3자이면서 은근슬쩍 뭐라도 되는냥 끼어드는 자뻑남 새끼, 여전히 반성 못 하며 둘 다 왕따시켰던 미친 노랑머리 놈 등등 온갖 미친놈들이 넘쳐난다.


여주도 만만치 않은 것이 여주가 남주를 반가워 하는 것도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지만, 여주가 너무 자기를 낮추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이 애니, 이 만화는 피해자가 화를 내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다 용서한다는 식으로 나오는터라 가해자 자위용 컨텐츠라는 인식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크든 작든 당시 왕따 사건의 당사자들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끌어 냈어야 했다. 그러나 끝까지 그들은 반성을 안 했고, 결국 이 애니는 죽을만큼 미안해 하는 남주와 천사같은 여주간의 관계가 발전하는 연애물로 밖에 안 보이는 거다. 그거 말곤 남는게 없거든.


여주는 여전히 성장을 못 했다. 그녀는 고등학교까지 와서도 보여지는 주변의 인간관계는 가족 외에는 전혀 없다. 남주가 찾아오기 전까지 그녀는 여전히 그 누구하고도 인간 관계를 맺질 않았다. 아무도 그녀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그냥 계속 미안해 하고, 관계는 딱히 정리 된 것도 없고, 남주는 죄책감에 시달려서 여전히 찌질대고, 마지막에 남주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사람들 얼굴에 딱지가 떨어진 것 정도 밖에 없는데 이걸 성장 만화라고 커버 쳐 주기에는 그만큼 납득되는 이야기를 보여주질 못 했다. 오히려 권선징악도 피하고, 연애도 피하고 그래서 결국 왕따 당한 새끼들끼리 알아서 성장했다 식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왕따 제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왕따가 너무나도 일상이니까 왕따 가해자들을 처단은 못 하겠고, 그렇다고 얘네들이 알콩달콩 살면 전 가해자 전 피해자가 서로 결혼하고 잘 산다? 그것도 비현실적일테고, 결국 얘네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현실 좆같긴 하지만 니들이 열심히 살아야지 뭐 어쩌겠니 식의 마무리라는 거다.

피해자가 당한 좆같음을 그딴식으로 아스팔트 도로 포장하듯 밀어 버리고는 이도저도 아닌 관계를 만들어 놓고 뭔 성장이라는 개소리야. 헛소리 좀 작작 해라 왕따의 나라 일본.


특히 쿄애니는 제발 이런 정신병자들이 득시글한 애니 좀 맡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쿄애니 화풍이 캐릭터를 너무 미화 하기 때문에 이런 정신병자 가해자 새끼들도 선남 선녀로 나와서 좆같음이 두배로 좆같아진다. 등장인물 절반 이상이 아구창을 날려서 얼굴 반토막 내고 반신불구로 만들어도 모자랄 씹새끼들인데 이 새끼들이 너무나도 예쁘게 나오니까, 캐릭터가 가지는 이미지와 관련하여 성장형 또는 선역 캐릭터가 관객들이 좋아할 법한 일들을 하면서 이미지가 수정되면서 점점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나쁜 악역 캐릭터는 점점 이미지가 수정되면서 더 추하게 느껴지고 그런 것이 보통 지브리 애니 같은 경우는 잘 표현이 되는데, 이 쿄애니는 그런 관점에서의 접근 방식이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미적인 캐릭터를 완성형으로 내놓기 때문에 이 이미지가 후반부에 수정이 되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


아리스토 텔레스의 시학에 따르면 이야기는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 일어날 법한 일,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가능한 일을 다루어야 하는데,이 목소리의 형태는 100만보 양보해서 남자 주인공과 관련된 일은 일어날 수 있다고 봐도, 그 외의 캐릭터는 사람들이 공감하기 힘든 너무나 초인적, 초선적인 여자 주인공과 너무나 초악적인 왕따 가해자와 이해하기 힘든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보여주는 주변 인물들로 인해 이 이야기는 현실과 너무나도 지나친 괴리감을 갖고 말았다. 이따위 컨텐츠를 좋은 컨텐츠랍시고 자위하는 일본이야말로 일본 내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법한 일이다 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왕따 같이 민감한 문제를 두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풀지 못 한다면 미래는 없다고 봐야지. 관련 정보를 찾아 봤는데 그나마 극장판이 좆같은 부분들을 몇몇 쳐 내서 그나마 덜 빡치는거지. 도저히 이걸 원작으로 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