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대간 갈등이 극에 달하여 어느 계층이 꿀 빨았는지를 이야기 하는 경우가 인터넷에 종종 올라온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솔직히 이 점은 꽤나 생각 해 볼만하다. 하지만 먼저 결론부터 내려놓고 가자면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간의 힘들고 안 힘들고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과거는 못 먹고 못 살고 과한 노동시간과 없다시피한 노동 권리 등 온갖 문제들이 산적 해 있었다. 그렇긴 해도 허들이 매우 낮은 구직시장과 원만한 지역경제, 법치구조의 허술함, 성장의 과도기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기회들이 있었다. 현재 세대는 그런 문제들을 고치고 고쳐서 많이 줄어들었기에 못 먹고 못 살지도 않고 노동시간은 점점 줄여가고 있고, 노동권리는 높고, 그런데 반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높은 스펙을 요구하여 취업은 어려워지고, 경쟁자는 많고, 법은 깐깐하고, 성장은 정체되어 있고, 지역경제는 파탄났고... 한마디로 과거와는 정 반대다. 둘 다 힘들기는 마찬가진데 뭐가 더 죽을상이냐면 직업이 없는게 죽을 맛인거다. 왜냐하면 미래가 없으니까. 과거가 아무리 힘들다곤 해도 그들에겐 최소한 미래가 있었는데 현재 세대에겐 미래가 없다. 이 점을 명확히 결론 내리고 간다.
과거 사람 기준으로 그들에게 힘든건 어디까지나 못 먹고 못 사는 정도 뿐이다.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아 왔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하는 잘 사는 기준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좀 있다.친척들도 전부 노인들 뿐이었고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잘 산다라는 기준은 보편적으로 의식주에 기반해 있다. 아끼고 아끼려고 옷을 대물림 하고, 난방은 연탄불 때워서 하고, 밥 먹는건 돈 아까우니까 최대한 싸게 사고 에누리하고 한꺼번에 많이 싸게 사서 많이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 사람 기준으로는 현재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집이야 자신들이 벌어서 마련했으니 있고, 옷은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옷이고, 음식이야 부족함이 없고 직업이야 쉽게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과거 기억 밖에 없고
그런데 현재는 그런 편의성의 그림자 뒤에 가려진 단점들이 산재 해 있다. AI와 기계의 발달로 인간은 점점 필요로 하지 않게 되어 직업은 줄어들었고, 인구의 증가에 맞춘 것은 단순 서비스 직만 증가했다. 풍족해진 삶 덕분에 의무교육을 이행한 사람들이 늘어 단순 스펙 경쟁속에서 대학의 필요성이 늘어났고, 그 대학 스펙의 열풍에 의해 우후죽순 생겨난 사립대들은 현재 경쟁의 태풍속에서 많은 수가 사라지고 오로지 소수의 대학만이 필요로 하고 잔존하게 되었다. 심지어 그 대학들 조차도 유학을 하려는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고 그렇게 대학 졸업장 스펙은 차고 넘치게 되었지만 그에 맞춘 일자리는 풍족하지 않았다. TO가 생기지도 않고 일자리는 비정규직만 늘고 그마저도 하청에 하청이고, 결국 사람들은 민간 기업보다 공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된 TO를 선호하게 되었다.
과거에 사람들 기술은 고만고만해서 정말 누굴 데려다 쓰든 큰 차이가 없었는데 최근의 시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령 노래만 해도 과거에는 트로트 위주였고 트로트 창법과 메들리만 잘 숙지하면 되었다. 하지만 현대는 팝,락,재즈,발라드,디스코,소울 등 온갖 장르들이 난무하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고 댄스나 뮤직 비디오를 동원하기도 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랬는가? 안 그랬다. 뭐 미국도 마이클 잭슨 등장 전까지는 뮤직 비디오 보다는 라디오 위주의 음악 방송이 주류였으니까. 심지어 현대는 과거보다 좀 더 저작권법이 강화되어 표절을 검수해야만 했다. 과거 노래가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 했던 외국의 노래를 짜집기 했던 경우가 비일비재 했던 반면 최근에는 그딴 짓을 했다가는 돈을 벌기는 커녕 억대 소송비에 휘말리고 패가망신 할 수가 있다.
표절하면 만화나 애니도 빠질 수 없다. 최근엔 사채V라 비아냥을 받는 태권V는 마징가Z 짝퉁 디자인이었고 건담도 대놓고 표절했지만 다들 몰랐다. 알아도 그러려니 했었을 거고, 만화계 역시 표절이나 해적판이 범람했고, 그걸로 돈 번 사람들도 허다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짓을 하면 법에 걸린다. 그 시절에는 안 걸렸던게 지금은 걸리는 시대다.
과거의 수준도 수준이다. 현대의 높아진 시선으로는 과거 수준으로 만들어진 컨텐츠에 만족하지 못 한다. 예컨데 영화를 과거 수준으로 만든다고 치자. 그러면 장르가 매우 협소해진다. 기껏해야 드라마나 공포 정도고, 자동차랑 건물 펑펑 날려가는 액션은 미니어처로 때워야 한다. CG는 돈도 엄청나게 들고 무엇보다도 과거 수준과는 맞지가 않지. 그 시절에는 그 수준이 통했겠지만 현대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영화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고, 배우 몸값도 상상을 초월하며, 무엇보다도 원소스 멀티유즈 구조로 인해 과거와는 시장 자체가 달라졌다. 작품 하나 흥행한 걸로는 멈추지 않는 시대다. 가면라이더 변신씬의 변천사만 봐도 현대에서 과거 수준의 변신씬을 만들어 우려먹는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만다. 보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걸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저 태권V랑 심형래의 디워나 라스트 갓파더다. 과거 감성에는 딱 맞았겠지만 현재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과거 수준으로 일 했다가는 쪽박 찬다는 훌륭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조폭 미화 영화로 밥벌어 먹던 사람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시대는 변했고 사창가도 디지털로 관리되는 요즘 시대에서 과거의 방식이 먹히는 곳은 오로지 노인들 상대하는 떳다방 정도 밖에 없다.
시대는 복잡해지고 과거처럼 표절과 싸구려 감성으로는 도저히 먹히지 않는다. 사람과 돈을 관리하는 기술은 철저해졌고, 자본의 관리에 중점을 두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고용해서 쓰는 것에 대한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유통과 지역 경제의 붕괴도 자금의 순환을 저해하는데 관여하고 있다. 돈을 못 번다 못 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더 이상 자신이 사는 지역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 이후 사람들은 외국의 물건도 과거보다 편하게 구매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몰라서 비싼 값에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과거 용팔이라 불리던 악덕상인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보의 부재였으나 현대에 들어서 그들은 완전히 망하게 되었다. 본디 사람이 상업으로 성공하려면 신용과 호감이 필수적인데 그들은 그렇지 못 했고, 결과적으로 정보전에서 승기를 넘겨주게 되고 난 그들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 경제는 비단 그런 몰상식한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 경제는 온라인 쇼핑몰에 의해 많은 부분에서 이점을 빼앗겼다. 마트 뿐만 아니라 요일장에서조차 구매 물건 배송을 지원하는 것은 온라인 쇼핑의 이점 중 하나인 편의성을 빼앗아 오려는 노력이지만 그마저도 원활하지 않다. 요일장에서 구매하는 물품은 필연적으로 가공을 하는 중간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제는 결과물만 파는 것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루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통과 시스템 및 산하기업의 구조적인 면에서 앞서는 대기업은 여러모로 이점이 강해 지역에 마트를 세워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것도 쉽기에 단순 자영업의 살길이 줄어들고 지역 경제는 대기업으로 돈이 쉽게 흘러가는 구조로 되고 있다. 오죽하면 대형기업의 마트는 정해진 요일을 쉬게끔 해야 하겠는가. 과거에는 잘 쓰이지 않던 신용카드,모바일뱅킹등 다양해진 결제수단과 중간에 가로채고 있는 수수료와 같이 자본의 흐름은 과거처럼 단순하게 돈이 흐르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이렇듯 돈이 흐르는 방향, 규모, 쓰이는 인력 등이 과거와는 너무나도 달라졌기에 이제는 효율을 중요시하고 관리의 방침도 달라졌다. 온라인 게임이 흥했던 초기 시절처럼 묻지마 투자 따위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주의에서 더 이상의 버블은 없어졌다. 비트코인 열풍도 곧 자취를 감추었듯이 말이다.
문제는 그 효율성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극한으로 짜낸 일부만 돌아갈 뿐이다. 낙수 효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따윈 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효율 위주로 관리되는 자본의 흐름에서 낙수 효과 따위 기대해 봐야 돌아올 것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사람들이 낙수효과를 신봉하는 이유는 그들은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치 일본 버블시절 돈을 뿌리던 사람마냥 그때 고금리 시절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돈이 불어나는 세대는 낙수효과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버블이 없는 시대에서 낙수효과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시대 청년들은 매우 뼈저리게 느낀다. 과거의 영광은 없다고. 그렇기에 과거를 꿀 빨던 세대로 보는 것이다.
물론 과거 세대들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자기들도 힘들게 살아 왔다고 말이지. 그러나 생각 해 보자. 과거에는 김밥 말아 팔아서 돈 버는 것도 가능했다. 2006년 개봉작인 라디오 스타에서 매니저 역을 한 안성기 배우가 자신이 뒷바라지 한 가수로부터 떠나 김밥을 파는 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최근에 김밥을 그렇게 파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김밥천국 같은 분식집이나 24시간 편의점 아니고서야 김밥 구경이나 하는가? 허가받지 못 한 수많은 불법 노점상들 다 갈려나갔고 시의 허락을 받은 노점들이 정해진 장소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고, 이 역시도 과거와는 다르다. 나의 할머니만 해도 과거에는 머리에 짐을 이고 돌아다니면서 국수 팔고 김밥 팔고 그랬다고 하나 요즘에 그딴 짓을 했다가는 신고 들어오기 딱 좋다. 사거리 교차로에서 바닥에 돗자리 깔고 야채 파는 노인들 딱 과거에 했던 식으로 같은 짓을 한다. 하지만 더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는 대형기업 마트의 먹거리 두고 그것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같은 노인들이 아니고서야 거의 없다. 먹고 탈 나면 보상을 요구하기도 힘들걸 아니까.
과거 사람들이 종종 말하는 나 때는 되던거, 하면 되던거. 그게 다 그때라서 가능했던 것들 뿐이다. 그들의 커리어,자산,부동산,집 다 떼 놓고 적수공권으로 옛날 식으로 해 보라고 하면 딱 폐지 줍기 좋은 마인드다. 아니면 옛날식으로 그렇게 아끼다 아끼다 골병들고 골골대다가 골로 가겠지. 수중에 남은 돈은 별로 없는 상황이고.
일본엔 오싱이라는 1983년부터 84년까지 만들어진 연속 TV 소설이 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소설책으로 국내에도 나와 있을텐데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오싱은 남의 집에 식모살이로 고작 쌀 몇가마에 팔려나간다.식모살이를 통해 글과 셈하는 법을 배운 오싱은 식모살이를 하는 쌀도매집의 할머니 눈에 들어 좀 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언니의 꿈을 이어 받아 열정만으로 출장 미용사로 선전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동복 공장을 경영하다 남편이 무책임한 문어발식 확장 경영으로 인해 말아먹고, 그나마 유복한 남편집에 얹혀 살다 시어머니의 괴롭힘에 유산하여 남편집을 떠나 본래 식모살이를 하던 집에 우연히 들르다 밥집을 경영하지만 이윤이 별로인터라 주변의 권유로 의지에 반대되는 술 장사를 겸하게 되고, 그러다 다시 떠나서 생선가게를 하여 주변 경쟁자들보다 싸게 팔고 배달도 하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 대형 슈퍼마켓을 창립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그야말로 못 배운 집에서 개천에서 노력하니 용되었다 라는 이야기지만 이걸 현대에 적용하면 과연 같은 결과가 나올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싱은 경영능력이 있어서 남편의 아동복 공장의 손실을 최소화 하였고, 미용사로서도 재능이 있고 경영의 전략이 있어 인기도 끌고, 밥집이나 생선가게에서도 자신만의 전략을 이용하여 빛을 보았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오싱이 쓰는 전략은 대부분 박리다매인데 현 한국처럼 지역경제 의존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유용하지 않고, 임대료나 카드 수수료 등 변수가 많다. 생선가게도 마찬가지. 인터넷 쇼핑이나 대형 마트등 박리다매로 붙기에는 쟁쟁한 경쟁상대가 너무 많다. 애초에 저 박리다매가 가능했던 것도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 시절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니까.
과거는 정말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허나 현재는 블루오션의 기간이 급속도로 짧다. 왜냐. 정보의 흐름이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이다. 유행은 빠르게 지나가고, 이에 제때 제떄 편승하지 못 하면 선점한 사람들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간다. 빠르게 선점 할 수 있는 것도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돈,자본,시간 등을 고려하면 정말 천운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만 쏟아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현실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희망을 가지기에는 가능성이 너무 없다. 희망을 논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하면 된다 와 같은 근성론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왜냐?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길이 희망이 전부 다.
어린 세대의 꿈은 미래를 반영한다. 어린 세대의 꿈이 왜 공무원같이 현실적으로 변하는가. 어린 아이들도 느끼기 때문이다. 현 세대의 부정적인 기운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