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6일 일요일

업무를 끝내면서 정리하는 글

공공근로 끝나고 이젠 놀고 있는 중인데 그 동안의 일들을 약간이나마 정리 하고자 한다.





1. 상당히 많이 보이는 전입 문제

코로나 지원금 관련 전화 중에 종종 오는 문의는 등록 거주지와 실 거주지가 달라서 어떻게 하냐는 문의가 많다. 일하다 보니 실생활은 타지에서 있는 중이다 라면 단순 신고 누락이니 뭐 별 상관은 없는데 저 여기 살고 있는 기록이 몇년치 있는데요 아 실제 등록된 곳은 달라요 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는 대놓고 자식이 학교 때문에 등록된 거주지랑 다른 곳에 산다 라고 밝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타인의 집 주소에 자식들 거주지 등록을 맡겨 놓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선거철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자기 쪽 주소지에 등록되어 있다는 민원도 있었고 말야.


그리고 전입신고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류도 꽤 많았다. 전입신고 안 하면 안 되요? 그거 왜 해야 해요? 집주인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안 해도 되죠? 라는 질문이 벙찌게 만드는데 뭐 그건 니네 선택이니까요.


2. 많은 노인들

고령화 고령화 해도 실감을 못 했는데 코로나 지원금 관련해서 절실하게 실감하는 중이다. 뉴스 뜨자 마자 소식 뜨자마자 전화통에 불이 나고 동사무소에 제일 먼저 찾아 오는 사람들은 노인들이다. 노인은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뭔 소린지 이해를 못 해서 찾아 온다. 근데 너무 많이 찾아 온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아주 장사진을 이룬다. 차라리 전화 문의하는 분들은 나을 정도다.

뭐 노인들이 자주 보이는거야 그만큼 노인들이 새로운 정책에 대해 이해를 못 하고 인터넷도 잘 못 쓰니 직접 오거나 전화를 하는 것이긴 한데 이 정도로 많았구나 라고 체감이 되는건 이번이... 2번째인가? 뭐 예전에 노인수당 아니면 보건소에서 노인들 혈압 재 줄때 느끼긴 했지 아마?

물론 이렇게 정보를 찾아서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가 말을 안 하면 아예 모르는 노인들도 많다. 그런 노인들까지 생각하면 코로나 지원금이란게 그냥 준다고 해서 될 일은 절대 아니다.


3. 엉성한 업무 연계

공공근로를 하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관공서가 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업무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주먹구구식이고 그나마 매뉴얼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은 손에 꼽거나 있어도 전에 일하던 공공근로가 만들어 둔 매뉴얼이 있는 것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근로 입장에선 내 일이니까 절실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두지만, 일을 시키는 공무원 입장에선 내 일 아니니까 신경을 안 쓰는 것 뿐이다.

이걸 어떻게 절실하게 만드냐면 전화 민원을 넘겨 버리면 된다. 그러면 응대 할 수 있는 내용을 알려 주거나 자기 일 아니니까 다른 번호로 넘기라고 한다. 자기가 귀찮아져야지 그제서야 알려준다.

만약 관공서 대표전화를 걸었는데 받은 사람이 잘 모르는거 같다. 그러면 아마 공공근로일 것이다. 공익이야 공익끼리 정보 교류 및 오래 써 먹을 인력이니 교육이 되고, 공무원이 대신 받으면 업무에 대해 빠삭하지만 공공근로의 경우에는 같은 업무로 2명 이상 배치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한 터라 정보 교류가 거의 없다.

전화 받는 사람이 잘 모르는거 같고 빠르고 정확한 대답을 듣기 원한다면 그냥 자기가 원하는 업무의 담당에게 전화를 돌려 달라고 하면 된다. 동사무소 대표 전화로 거는 전화는 높은 확률로 공무원에게 걸리는 전화가 아니다. 그리고 일하는 입장에서도 길게 이야기 하는거 듣고 나서 돌려 주는 것 보다는 그냥 목적 자체가 간결해서 빨리 빨리 전화를 돌려주는게 제일 편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전화 오는 민원 중 말은 긴데 내용이 없고 목적이 불분명한 전화는 대부분 여자들의 민원 전화인데 이런 경우는 지들이 말 길게 해 놓고 제대로 대답이 안 돌아오면 짜증을 낸다. 그냥 목적부터 이야기 하는게 제일 낫다.



4. 코로나 지원금

코로나 지원금 전화 응대를 하면서 절실히 느낀건데 이재명은 지금하는 도지사만 하다가 그냥 물러 났으면 좋겠다.

어떻게 된게 가장 먼저 시도를 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가장 정리가 안 되어 있고,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아무것도 안 되어 있다.

겉보기에는 매우 세련되어 있다. 신용카드가 있는 사람은 신용카드로 등록하면 되고, 경기지역화폐가 있으면 경기지역화폐에 등록하면 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선불카드를 신청하면 되고 선택권이 다양해서 데미지를 분산 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이지만


그냥 다 거지같다.

신용카드의 경우 신청해서 되도 이게 선불/경기지역화폐 카드 사용이 가능한 곳과 동일하게 사용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왜 제대로 처리가 안 되냐는 민원이 온다. 동사무소 입장에서야 이걸 관리하는것도 아니니 이런 문의를 받아도 처리가 안 되니, 걍 가장 높은 놈 전화 번호를 불러주고 거기서 확인하시라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지금 경기 콜센터에다가 이 코로나 지원금 업무 민원 응대를 전부 때려 박아 놔서 여기는 거의 전화가 안 된다. 매번 전화 올 때 마다 왜 콜센터 전화 안 걸려요? 이러면서 짜증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받고 여기에 전화 해 보시는게 좋을거 같네요 라고 할 대상에서 콜센터부터 빠져 나간게 민원 전화 받은 당일날 부터 그랬다. 콜센터는 아예 논외다. 그 사람들도 어차피 제대로 된 대응 못 할 거 뻔하긴 한데 이게 진짜 문제가 왜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문제를 만들어 놓는지 알 수가 없다.

경기지역화폐는 신청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이런 불만들이 많은데 하아... 그야 뭐 당연하잖수. 사람이 존나 많으니까. 이런거 따지는 사람들은 세상을 자길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하나 궁금 해 질 정도. 그리고 어차피 그것도 동사무소에서 담당하는 업무 아니니까 전화 좀 걸지 말라고.


선불카드는 또 선불카드대로 문제인데 왜 승인문자 안 오냐 왜 사용 못 하냐 IC칩 없다고 사용 못 하는데 어쩌냐 등등...


분명 문제를 분산하기 위해서 신청 방법을 늘렸을텐데 오히려 문제는 문제대로 늘어나고, 이미 신청한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 갈아 탈 수 없기 때문에 후회하는 사람만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그거지만 왜 지침 안 내려 보내냐고 이것들아.

나 일 끝나기 전까지도 지침 안 내려와서 그냥 고양시 위기극복 지원금 지침 보면서 대응해야 했다고. 근데 그 두개는 성격이 달라서 대응을 하기가 힘든데  이 새끼들은 일은 제일 먼저 크게 벌여놓고는 왜 대응 꼬라지가 우린 모르겠고 니들이 알아서 해 이따구인데.

심지어 방법이 없으니까 도청 부서 전화번호를 알려줘도 이젠 아예 전화를 막아 버린다고 민원이 항의를 하던데 그렇게 일하기가 싫냐?

공무원들이 전화 피하고 도망다니는거 패시브이긴 하지만 이럴때는 좀 기민하게 대처 방법을 마련을 해 놓던가 아니면 책임을 지고 대응을 하던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대체 뭐야?


고양시는 되려 세대원수랑 마스크요일제 폐지하고 그냥 다 받기로 바뀌었고, 경기도 선불 카드랑은 다르게 문자 승인 받을 필요도 없어서 민원 항의 전화 중에서는 가장 적어서 대응하는 입장에선 제일 편하다. 심지어 지침도 내려오고 TF쪽 전화번호도 가장 많고. 경기도 재난소득보다도 늦게 나왔는데도 제일 탄탄해. 근데 경기도는 그냥 전시행정 수준에 심지어 극저신용대출이라고 일을 또 하나 저지르는데 그만 좀 해 새끼들아... 아니 최소한 일을 늘릴거면 지침을 내려 주고 시켜 좀.


듣기로는 교육부도 교사에게 지침이나 공문 안 내려오고 블로그나 SNS에 정보 올려 놓는다고 불만이 많던데 점점 행정이 아마추어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전달해야 하는 대상을 언론이나 SNS에 집착하지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이 안 되고 있다고.



5. 솔직히 말해서 일하기 싫다


특히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정부 지원금도 아직 처리가 안 되었는데 돈 언제 주냐고 묻는 전화가 더럽게 많다. 피곤하다. 그거 아직 결정 안 났다고 말해도 대체 어디서 들었는지 가짜 뉴스를 보고 결정된거 아니냐고 자꾸 그런다. 이 와중에 정부는 뭐 14일까지 줄 수 있게 하라는데 미쳤나 씨발... 지금 이 꼬라지면 분명 14일까지도 제대로 결정이 안 날거고, 난다 해도 졸속행정으로 일부터 저지르고 뒷수습은 접수 받는 쪽에서 감당해야 할 텐데 이걸 대체 어떻게 커버하냐. 지침 안 내려 올 것도 뻔하고 말야. 받는 액수도 커서 이걸 또 지급하는 방식을 정해야 할 텐데 말이지....


하.. 돌겠다. 일 안 하는 상황인데도 이것만 생각하면 정말 의욕이 떨어진다.


내가 지금까지 공공근로 하면서 이토록 전화를 많이 받아 본 적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 그것도 처음 공공근로 시작하던 때 세무서에서 세금 독촉 전화 하던 때를 제외하면 이럴 일은 없었는데 그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를 정도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전화를 받는 꿈을 꿀 정도냐고.


일이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면 뭔 상관이겠냐. 근데 그게 아니니까. 콜센터는 마비되었고, 오갈데 없는 전화는 무조건 동사무소를 온다. 지침은 없고. 문제는 다발하고, 전화를 들고 있는 동안 나는 오갈데 없는  분노를 그냥 그대로 받아야 한다. 이게 누구 때문인가? 일은 벌여놓고 수습은 안 하는 놈들 때문이잖아. 자신있게 호언장담 하고서는 제대로 안 굴러가는 시스템을 나몰라라 내버려두고. 왜 권한도 능력도 없는 곳에 민원이 폭주하게 되냐고.



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하던 입장이었지만 이 일을 경험한 후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딴식으로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대충 돌릴거면 차라리 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건 좀 따로 빼서 글을 쓸 생각이다.


그리고 그 마스크 안 쓰는 인간... 그 인간이 싫어서라도 하기가 싫단 말이지. 왜 자꾸 내 자리 근처에 와서는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6. 한국의 행정 복지는 최상위급이지만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원론적으로 점심시간에 다 쉬어야 한다. 하지만 민원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교대로 일을 한다. 이는 은행도 마찬가지고 아마 대부분이 다 그럴 것이다.


나야 개인적인 사정으로 점심시간에도 안 쉬고 일을 하는거지만 솔직히 1시간 동안 아무런 걱정 없이 아무런 방해 없이 휴식을 즐기고 싶긴 하나 그러지 못 한다. 일이란게 원래 그런 속성이니까.

난 이게 성공하기 위해서 혹은 일등이 되기 위해서 잠자는 시간도 먹는 시간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런게 허용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정작 이런 생각을 하는 피고용자와 달리 고용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거고 말야.

아이러니하게도 경험상 동사무소 민원전화는 11시나 1시 보다 12시에 더 많이 몰린다. 그만큼 민원들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시간대일수도 있고, 점심시간이 쉬는 시간이라는 자각이 없을수도 있겠지.


솔직히 한국의 행정 속도는 빠른 편이다. 대부분은 말이다.

그런데도 민원들의 성급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그래도 규칙성은 있는 편이다. 예컨데 민원을 접수 했는데 왜 안 되냐 라는 항의에는 기간의 유예가 있는데 이게 대표적으로

내가 3시간을 기다렸다 왜 안 되냐 - 졸업증명서나 인터넷 민원24로 민원 발급 관련
내가 1주일을 기다렸다 왜 안 되냐 - 민증 발급 관련
내가 1~2시간을 기다렸다 왜 안 되냐 - 이번 코로나 지원이나 극저신용대출 같은 빨리 선착순으로 받아야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 위주

일의 처리 과정을 생각 하면 그렇게까지 빨리 안 되는데 대부분은 그 과정을 생각 안 하고 동사무소에서 다 한다고 생각하니까 말도 안 되게 빨리 처리를 하길 바란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민원들의 자세도 차이가 있는데 이번 코로나 지원금이 그런 케이스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원금을 어떻게 받냐는 문의는 대부분 상냥하고, 예의 바른 반면, 지원금 받았는데 이거 왜 아직 안 되냐 라는 민원은 심하게 고자세로 일관한다. 물론 그 둘의 상황은 다르니까 반드시 동일인물이다 내지는 같은 환경이다 라고 절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받기 전 마음과 받은 후의 마음이 이토록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이 재밌는 것이다. 뭐 전자는 그렇다 쳐도 후자는 절대 재미와는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