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1일 토요일

그냥 문득 생각나서 쓰는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야기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 몇가지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이동이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은 대부분이 마음에 안 들지만 특히나 시간이동만큼은 이야기의 전개를 늘어지게 하고, 오류를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쏟아 낼 정도였다.

어벤저스는 시간이동을 하더라도 최대한 과거의 세상을 건드리지 말아야 했지만 본 사람은 알다시피 로키가 테서렉트를 들고 튀게 했고, 하이드라에게 캡틴을 하이드라로 착각하게 했고, 캡틴에게 버키의 생사를 알려 줬고, 2014 타노스가 죽어 버렸기 때문에 그 시점의 타노스군단이 없으니 타노스가 반땡 할 일도 없어졌고, 과거의 세상을 멋대로 뒤흔들어 버린 터라 후폭풍이 너무 심한데도 우리랑 다른 평행차원이니 알바 아님 식으로 끝이 난터라 히어로 답지 못 했다. 더군다나 무분별하게 소모된 캐릭터들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마냥 손가락 튕겨서 모든 걸 해결 해 버린 인피니티 스톤 의존증 자체가 히어로물의 무게감을 떨어 뜨렸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 시간이동인데 생각 해 보니 같은 시간 이동 소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명작 소리를 듣는 히어로물이 있다. 바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데오퓨 자체가 그렇게까지 굉장한 물건까진 아니고 과거의 엑스맨 3부작의 문제점을 리셋 해 버린다는 점과 시간이동이라는 소재를 썼음에도 기본적인 서사가 잘 꾸려졌다는 점에서호평을 받는데 이 데오퓨와 엔드게임간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데오퓨는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가 현재를 바꾸기 위함인데, 엔드게임은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가 과거를 되돌리기 위함이다. 데오퓨는 센티넬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엔드게임은 타노스가 소멸시켜 버린 사람들을 되돌리려는 것이다. 초반부에서 타노스를 제거하였으니 강대한 적이 이야기에서 사라져 버렸고, 후반부에 2014타노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이 엔드게임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그냥 신파극이 되어 버린다. 싸워야 할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인피니티 스톤 다 찾고 사람들 되돌려 놓으면 땡이다.


루소 얘는 시빌워때도 그렇지만 세세하게 까 보면 이야기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라는 것이다. 시빌워에서 제모의 계획은 단 하나라도 실패하면 연결되기 힘든 흐름이고, 인워,엔겜 역시 마찬가지다. if의 변수를 적용 하였을 때 이야기가 지나치게 맛이 가 버린다. 반면 큰 줄기에서 심플하며 명확한 목적을 지니는 히어로 무비는 if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언급한 데오퓨는 모든 것이 센티넬 때문이고, 센티넬의 원인은 미스틱의 살인이고, 미스틱의 유전자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 중간에 아무리 if를 대입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미스틱이 살인을 포기한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풀리고 만다. 만약 매그니토를 구하지 못 했다면? 울버린이 스트라이커를 본 시점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찰스가 약을 포기 하지 않았다면? 세세한 부분에서 서사가 망가지거나 달라질 수는 있어도 미스틱이 살인을 포기하는 결말 부분을 버리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시빌워,인워,엔겜은 그러하지 못 하다. 흐르듯이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1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큰 줄기. 로키가 나타났고, 포탈을 뚫어, 치타우리 부대를 지구에 내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어벤저스는 그들을 격퇴하는 것이고. 사소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이 부분이 실행만 되면 된다. 어벤저스2의 울트론 같은 경우에서 if가 좀 더 틀을 바꾸는 부분인데 그래도 목적 자체는 명확하기 때문에 어벤저스의 목표는 울트론을 저지하는 것을 해결하면 된다.


시빌워,인워,엔겜이 그렇지 못 한건 히어로의 목적이 중간중간 바뀌기 때문이다.

시빌워의 경우 당초 히어로가 의견이 갈린것은 소코비아 협정에 찬반이 갈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버키가 끼었고, 여기서 잡음이 끼었다. 버키가 윈터솔져가 더 있다는 말에 제모의 계획을 막으려고 한다. 소코비아 협정은 뒷전이고 히어로들이 버키 때문에 싸운다. 이 과정에서 윈터솔져에 대한 대화 다운 대화도 없이 그저 편을 갈라 싸울 뿐이다. 그래놓고 난장판을 만든 뒤에 그제서야 제모의 계획을 보고 아이언맨이 캡틴을 찾아가 여기서 목적은 제모의 계획을 저지였지만, 다시 히어로의 목적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아이언맨과 친구를 지키려는 캡틴으로 갈린다. 히어로들이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활약하는게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한 주제를 꺼내서 움직이기 때문이고, 그런 연유로 히어로들이 가지고 있는 목적성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만다.


인워는 그나마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전부 얻는 것을 저지한다 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은 있지만 이것도 지나치게 허접하다.
일단 로키가 토르를 구하겠다고 테서렉트를 헌납했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이언맨을 구하겠다고 타임스톤을 헌납했고, 가모라는 그냥 자살하던지 안 가겠다고 버티면 될 것을 굳이 보르미르로 안내를 하고서는 소울스톤을 갖게 해 버린다. 물론 가모라는 그렇게 될 줄 몰랐겠지. 하지만 최소한 보르미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타노스에게 그것도 원하는 곳으로 공간이동이 가능한 스페이스 스톤을 가지고 있는 타노스에게 위치를 알려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타노스가 못 얻는다 쳐도 타노스가 아닌 사람은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 멍청한 히어로 집단은 6개의 스톤 중 3개를 자동 헌납 해 버렸고, 그나마 당위성이 쪼금이나마 있는 것은 비전의 마인드 스톤이지만 여기서 또 목적이 갈린다. 스톤을 건네주지 않겠다가 아니라, 일단 비전은 세이브 파일 만들어 두고 스톤을 파괴하자가 되어 버려 목적의 무게감이 옅어져 버렸다. 또한 히어로들을 조각조각 떼어 놓고는 다 각각 따로 따로 타노스나 타노스의 부대를 상대하고 있다. 물론 시빌워에서 캡파와 아이언파가 나뉘긴 했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되지 못 한다. 그냥 작위적이다.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못 하기에 if가 갈릴 수 밖에 없다.


그냥 루소가 만든 히어로 무비는 조잡하기 짝이 없다. 히어로 각각의 생각이 하나가 되지 못 하고 따로 놀아 히어로의 행동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런 주제에 윈터솔져는 잘 만들었지. 그런데 그건 이유가 간단 명확하다. 무엇보다도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무비이다. 나타샤가 나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언맨에 등장한 닉퓨리나 나타샤처럼 그 자체로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니 상관이 없다. 또한 주제가 명확하다. 프로젝트 인사이트를 저지하고자 함이기에 히어로의 목적성에 무게감이 있고 흔들림이 없다.


고찰 해 보건데 루소는 단체 히어로물을 지휘 할 역량이 없는 감독이다. 그의 히어로 무비의 집단 전투의 퀄리티에서도 나타나지만 정말 허접하기가 짝이 없는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허접하다.


그럼 내가 왜 엔드게임을 이야기 하고 있는가? 루소 까는 쿨타임 차서? 아니다. 루소 까면 기분은 좋겠지만 별 생산성은 없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중점은 루소가 아니다. 그저 데오퓨와 비교를 하면서 루소가 무능하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 것 뿐이지.


중점은 바로 데오퓨다. 엔드게임의 목적성이 희박한건 타노스를 초반에 죽여 버리고 스톤찾기로 변질된 주 스토리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재미 대가리 없고 빌어먹을 시간 이동을 가지고 말이다.


목적 자체가 타노스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톤찾기였으니 이야기가 지지부진한 것도 당연하다. 긴장감도 없으니 결국 즙짜기에만 연연한다.

그러다 차라리 데오퓨 스타일의 시간 이동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것이다. 어차피 마블의 세계관에 엑스맨도 포함되어 있고,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도 먹었으니 가능하다.


찰스,키티,울버린 정도만 살려 두고, 타노스가 반띵한지 5년 지난 세상에서 침울해 있는 어벤저스에게 엑스맨이 찾아가고, 그들에게 시간 이동을 통한 역사 수정을 제안하는 것이다. 데오퓨 재탕이긴 해도 그 병신같은 핌입자 만능론보다는 낫다.

어차피 찰스의 초능력을 세레브로로 증폭했듯, 키티 프라이드의 능력 역시 기계로 증폭하여 다수의 히어로에게 쓰는 것도 적당히 둘러대면 될터, 아이언맨도 살아 있으니 시간이동 기계를 만든 능력으로 못 할 것도 없다.


그렇게 키티의 능력으로 의식을 안전하게 거슬러 올라가는 장치를 만들고 생존해 있는 어벤저스가 과거로 가지만 과거를 바꾸면 현재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인해 키티의 능력을 테스트 해 볼 기회 없이 바로 투입하지만 안정성 문제로 인해 오류가 발생하고 각 어벤저스 히어로들의 의식이 다른 시간대로 날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너와 헐크의 문제를 찰스가 내면의 의식을 읽어 중재해 주는 식으로 프로페서 헐크가 되게끔 하는 과정도 거쳐 가고.

그렇게 각각의 히어로들의 트라우마 시간대로 날아가서 과거 어벤저스 시리즈를 복습하는 것으로 토르는 토르2로 날아가고, 캡과 토니는 시빌워, 나타샤랑 호크아이는 어벤저스1, 로켓은 가오갤1에서 로난을 상대하는 전투 중, 헐크는 어벤저스2에서 퀸젯을 타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네뷸라는 기계니까 빼버리고, 스콧랭은 쥐새끼가 구해주지 않으면 못 나오니까 그냥 없는 셈 치고. 워머신이랑 캡마는 별 존재감도 없으니까 같이 빼버리자. 워머신은 기계가 폭주하는거 막기 위해 지켜보는 입장이라 치고. 캡마야 그 싸가지는 그때도 그냥 지 꼴리는대로 싸돌아 다닐테니 도와 줄 일 따윈 없을거고. 찰스랑 울버린만 같이 보내면 퍼펙트하다. 찰스랑 울버린은 시빌워가 끝나고 인워가 시작되기 전인 중간쯤에서 엑스맨들을 모아 전쟁을 준비하는 표현하는 정도로 하고.


각각의 시간대로 날아간 히어로들은 자신들의 트라우마랑 마주하고 더 적은 피해를 낼 수 있는 미래를 모색하며 행동하다가 장치가 안정되어 찰스와 울버린의 시간대로 모인 뒤 타노스에 대항하기 위해 모인다. 이 과정에서 블랙오더전은 재탕이 되긴 하겠지만 좀 더 파워업한 모습으로 쓰러뜨리고, 결국 타노스는 파워스톤,리얼리티 스톤,소울스톤만 찾은채 지구로 와서 소울스톤으로 블랙오더를 부활시키고 히어로측은 개변된 미래로 인해 와칸다, 닥스마법사부대, 하이드라에 지배되지 않은 실드와 헬리캐리어 떼거지, 헬라에게 안 뒤진 아스가르드인 전원, 라바저스, 노바, 아이언리전+이디스, 안 뒤진 어벤저스2 퀵실버에 엑스맨까지 붙여서 싸우고 타노스의 파워,리얼리티,소울스톤과 히어로쪽의 마인드,타임,스페이스스톤을 가지고 서로 싸우게 하는거다.


헐크랑 매그니토가 타노스 우주선들을 다 부숴버리고 앤트맨과 찰스는 타노스 내면에 들어가서 싸우고, 어벤저스2 퀵실버랑 엑스맨 퀵실버가 쌍으로 활약하고 닥스랑 블링크가 쌍으로 공간이동 하면서 농락하고 스파이디랑 데드풀도 만나게 해 주고, 스칼렛 위치랑 진 그레이가 쌍으로 무쌍 찍고, 사이클롭스랑 아이언맨이 레이저 날려대고, 스톰이랑 토르가 번개 뿜뿜하고, 로키랑 미스틱이 서로 서로 다른 히어로나 적으로 변하면서 가지고 놀고, 존나 상상만 해도....


인워 재탕 혹은 엔겜 마지막 전투씬 재탕일수도 있겠지만 본래 히어로물에서 추구해야 할 것이 바로 그런 환상을 채워주는것 아니겠는가 싶다. 감성적인 영역에 접근하는거도 좋지만 신파극이 되면 짜게 식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만다.


나중에 딥페이크 기술이 진화해서 초보자들도 무리없이 영화배우들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합성 할 수 있다면 한번 만들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