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8일 일요일

한자의 공수도, 스파이패밀리 감상

 

한자의 공수도


본격적 스포츠물은 아니고, 중학교 시절 일진으로 살던 주인공이 연애 한번 해 보고 싶어서 고등학교부터는 범생이인척 하다가 시비가 붙은 여주인공에게 반해 공수도부에 드는 이야기다.

 

아쉽게도 그 본래의 목적인 여주인공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결말 부분에서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데 끝맺음이 시원하지 않아서 별로 좋지가 않다.

 

스포츠물로서 공수도. 가라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면 스포츠로서의 가라데로 복싱이나 이종격투기나 테니스처럼 부상을 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장르와는 달리 이쪽에서는 부상이 당연하지가 않다. 어디까지나 시스템으로서 규칙을 따르는 공수도를 기준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주로 표현하는데  문제는 주인공이 지역대회 선봉이라 가장 먼저 등장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딸리기 때문에 사실상 심오한 맛은 없다.

 

작가의 능력 문제 내지는 그 표현력 문제라고 보는데 예컨데 선수들간의 상성이 존재하는 경우 그 상성을 어떻게 메꿀것인가, 극복할 것인가와 같은 고찰이 거의 없다. 이 만화에서 상성이란건 그냥 그런게 있다 정도. 그렇다고 극복 못 할 건 아니지 식으로  넘어간다. 상성만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실력도 누가 얼마만큼 강하고 어느 수준이다 라는 느낌을 잘 구체화 하질 못 한다. 작위적인 구성과 운을 아무렇게나 써 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주인공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이 승리를 거머쥐는 상황들이 그냥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일종의 근성론? 데이터, 실력,전략 이런거 보다 근성으로 거머쥐는 승리라는 느낌.


대진의 승패 구조도 거진 긴장감을 위해 그냥 그렇게 짜 놓은 작위적인 구성이 강하고, 전국대회까지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지역대회 우승을 하고 끝이 나기에 그 이상이 없다.


스토리의 목표 1. 공수도, 2. 고백에서 공수도는 지역 우승 했다고 그냥 거기서 끝내버리질 않나, 고백 역시 뭔가 했다는 뉘앙스는 내는데 그래서 결말은? 이라는 물음에 상상에 맡길게로 넘겨 버리기에 그냥 어정쩡하기만 하다.



스파이패밀리



6권까지 감상


2권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솔직히 그것도 괜찮았다기보다는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정도.


스파이로서 일생을 바친 남자 주인공 로이드 포저가 임무를 위해 위장 가족을 행세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입양한 독심술을 쓰는게 가능한 주인공 소녀 아냐와 암살자인 아내 요르와 함께 살며 생기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스파이,암살자,초능력자라는 비일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서로 정체를 숨기며 일상적인것을 꾸미는 이야기는 개그물로서는 쓸만한 요소이긴 하다.


다만 그것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에는 심히 실력이 부족한지 점점 이야기가 겉으로 돌고 있다. 특히 6권은 그야말로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작가가 이야기 본질인 로이드 포저의 임무 -> 아냐의 학교 생활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기 보다는 자잘하게 얘는 어떻고 쟤는 저쩌고 식의 잡다한 이야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본궤도로 올라가는 아냐의 학교 입학 이야기까지 다루는 2권까지는 폼이 그래도 얼추 괜찮았는데 그 뒤로는 그냥 자꾸 상관없는 이야기로 흐른다.


더군다나 캐릭터부터가 너무 비일상적인 캐릭터에만 매달리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아내는 암살자고 아내의 동생은 비밀경찰, 키우는 강아지는 미래예지, 주인공 뿐만 아니라 동료 여 스파이의 신체능력도 인간을 초월했고, 주인공인 아냐는 독심술 초능력자. 이런 특이한 캐릭터들로만 모아놓았으면 당연히 긴장감이 팽팽해야 하건만 서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행위가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라는 처절함은 희박하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캐릭터인 아냐는 낮은 정신연령과 흥미위주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텐션이 떨어진다.


나는 카구야님은 고백받고 싶어 라는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3권 정도에서 보다가 끊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 만화는 서로 특정한 대사를 끌어내기 위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그런 모습은 보여졌다. 하지만 이 스파이패밀리는 긴장감을 끌어낼 요소를 들이부어 놓고는 긴장감이 없는 그런 밍밍한 구성이다.


더군다나 진짜 진짜 한숨나오게 실망인건 그놈의 일본만화에서 토할정도로 밥먹듯이 튀어나오는 상류층 엘리트 스쿨은.. 하아. 아니 임무 때문에 배경 설정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말이지. 그럴거면 그 임무나 좀 진득히 파고 들 것이지 뭔 테니스를 치고 개를 고르러 다니고, 여 스파이 동료니 쇼핑이니 데이트니 본질에서 겉도는 잡다구리한 이야기에만 뱅뱅 돌고 심지어 각 권 보너스 만화라고는 하지만 거진 1화분량을 별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풀고 있고 말이다.


한마디로 이 만화는 목적성이 너무 희박하다. 이야기 중간 중간 분위기 환기를 위해서 일상 에피소드를 넣는 경우야 더러 있다지만

 

이 만화는 분위기 환기를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팽팽하지 못 하고 늘어지는데다, 어쩌다가 딴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이야기의 절반은 죄다 딴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아냐라고 하는 어린 아이를 내세워 어화둥둥 귀여움 하나만 가지고 적당히 때우려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 만화가 대단하다 라는 순위에 있길래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하겠지 해서 봤는데 이건 좀 아니었다. 다음권이 나오더라도 딱히 구매 의사는 생기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