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드라마 로키 감상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 런칭하면서 저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더빙이 되어 있다는 말에 어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라고 생각하며 바로 구글플레이로 결제했다.


더빙이란 말에 가장 먼저 솔깃하게 생각한게 바로 드라마 로키인데 개인적으로 어벤저스나 토르 더빙판에서 로키의 엄상현님 연기가 좋았기에 이것을 가장 먼저 보고 싶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안고 본 로키는 실망이었다. 기대를 안 하고 봐도 실망이었겠지만.


더빙은 훌륭했다. 특히 기대했던 부분이 아닌 의외의 부분. 남아있는자를 연기한 소정환님의 연기는 매우 능글맞은 연기를 매끄럽게 보여주었는데 다른 국가 버전에서는 아멘으로 처리한 부분이 네~~맞워요~~~ 라고 한 부분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더빙버전이 매우 나은 것이 영음으로 들으면 오히려 본래 남아있는자를 연기한 배우의 연기가 잘 와닿지 않는데 더빙은 여러모로 확 와닿게 한다.


기대했던 더빙은 불만이 없다. 문제는 드라마 내용이다.


일단 드라마 로키의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로키가 주인공이지만 로키가 주도적으로 끌어나가질 못 한다. 이는 주객전도와 같은 문제로서 기대했던 극중 인물에게 집중하지 못 하게 만든다.

둘째. 목표가 불분명하다. 처음엔 다른 변종 로키를 잡는다 라는 목표가 있었으나 그 목표에 접근하고 나서는 라마티스에서 생존 그리고 잡히고 난 뒤 타임키퍼를 찾는다. 보이드에서 살아남는다 +흑막에 접근한다. 흑막에게 선택지를 제안받은 뒤 선택한다. 그러나 그 중 무엇하나 명확하게 로키의 주도하에 끝이 나는 부분이 없다. 목표도 불분명하고 끌려다니는 와중에 해소되는 과정도 매우 미흡하다.

셋째. 설정이며 캐릭터며 납득 가능하게끔 풀어나가질 않는다. 어째서 로키는 변종인 여성 로키에게 빠지는지, 재판관은 모든 일이 밝혀지고 있는 와중에서 대체 어디로 갔는지, 시간 리셋은 그 세계에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31세기의 인물인 남아있는자가 방관한 21세기의 타임 이벤트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간섭하는 이런 거대하고 막연한 힘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기대를 하게 하기보다는 너무나도 맥없이 흑막을 퇴장시키고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고, 대체 어떤 기준에서 로키가 후임에 걸맞는다는건지에 대한 이해 가능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넷째. 극을 대체 왜 이렇게 만드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등장 인물들의 대화가 서로 자기 할말만 하고 맞물려서 돌아가지 않는데다 했던 말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구간도 빈번하고 심지어 라마티스 부분은 진짜 허접하기 짝이 없었는데 긴장의 고조를 위해 템패드에 문제를 발생시키고는 그 문제를 해경하기 위해 이동하는 파트를 만들어 놓고는 곧바로 템패드를 박살내서 아무 의미없게 만든다. 그래놓고 살기 위해 방주를 찾는데 아무 의미없이 폭동이 일어나고 멸망의 순간에서 건물들이 무너지며 우왕좌왕하더니 방주마저 박살나서 그간의 촬영분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 하게 만든다. 그렇게 긴장을 유발하게 하고는 그것을 해소 시키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여기서 왜 여성 로키와의 러브라인이 들어가고 그 러브라인이 들어간 것 하나 때문에 찾아낼수 있는 그야말로 긴장의 해소를 위한 구성이 너무나도 허접하기 짝이 없다. 근데 이게 비단 라마티스만 그런게 아니라 보이드에서도 다른 변종 로키를 일회용으로 별 의미없이 등장시키고 소모할 뿐 아니라 숨겨진 곳을 찾는 방법이 매혹 마법이라는... 결론이 나는 것도 이상한데 매혹 마법을 혼자는 못 한다며 로키와 협력을 요구하고... 그래놓고 뭐 성공하긴 했는데 떡하니 연결된 흑막으로의 통로...... 앞뒤 다 잘라먹고 왜 이딴 짓을 하는지 아무런 설명도 납득할 만한 부분도 내놓지 않는 와중에 억지 감동 요소와 희생을 끼얹고는 짜잔 흑막으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러는데 이딴 짓은 삼류 rpg게임에서나 할 법한 전개인데 진짜 이게 최선의 스토리고 연출이란 말인가?



차라리 로키가 깽판을 쳐서 다른 세계선의 자신들을 모아다가 자기가 이기는 미래를 찾아다니고 타노스도 무찌르고 아스가르드도 승계하고 그 과정에서 tva와 남아있는자와 대립하다가 남아있는자가 존재하는 세계를 지워서 정복자가 나타나게 만드는거면 목표도 확실하고 결말도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다 로키 자체의 캐릭터성에 크게 위배되지도 않고 복잡한 시간대의 문제에 신경쓰게 하기 보다는 로키의 행동에 집중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키가 원했던 것도 드라마에서 이루어보고 왓 이프 마냥 다른 미래를 즐길수도 있을테니 재미는 확실히 보장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1화부터 무슨 정신과 카운셀링을 하듯 너의 진심이 뭐야 라며 자아 찾기를 하지 않나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개심하게 하질 않나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았을 때 토르2,3을 실제로 겪지 못 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벤저스1의 로키라면 이 미래를 부정하고 수정하려 해야 알맞은 행동일 것이다. 가모라를 잃고 인피니티 스톤을 다 모으고 계획이 성공한 타노스와 계획을 이루기 전 가모라를 잃지 않은 타노스가 정신적으로 다르다고 팬들이 받아들이듯이 고작 어벤저스1의 로키가 영상 좀 보여준다고 해탈 할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뻔한거다.

로키의 캐릭터를 훼손한 것도 문제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 만든게 다른 영화의 예고편 마냥 중점적인 내용 없는게 문제다. 차라리 로키가 일을 저질러서 다른 영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면 로키의 업적에 추가는 되겠지. 그런데 결국 남아있는자를 죽인건 로키도 아닌 변종 로키이고, 로키와 변종 로키를 접근하게 만든 것도 결국 남아있는자가 원해서 그리 된 것에 불과하니 자유의지를 잃은 로키의 모습은 그야말로 밋밋하기 짝이 없다. 자기 이름이 걸린 드라마에서 멀티버스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에 로키가 한 일도 할수 있는 일도 거의 없던 겉도는 방관자 마냥 된 것이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그렇게 해 놓고 다음을 기대하라는 식으로 떡밥을 날리나 이미 자기 이름 딴 드라마에서 로키의 대우가 가관이고 스토리며 전개 방식이며 영 아닌데 기대하긴 뭘 기대하겠냐. 떡밥 날리고 궁금증만 자아내게 할게 아니라 작품이나 제대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