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6일 금요일

샹치 텐 링즈의 전설 감상

전반부가 좀 늘어진다. 샹치라는 캐릭터보다 웬우에 집중하는데 텐링즈와 소유자를 미리 인지시켜놔야 하겠지만 양조위의 존재감이....장난 아닌터라 그 다음에 나오는 샹치 파트의 무게감이 너무 가볍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버스 액션씬의 퀄리티가 정말 뛰어난 덕분에 샹치라는 캐릭터를 단번에 받아들이게 만들어준다. 힘숨찐처럼 살던 샹치를 단번에 전문훈련을 받은 암살자로 이미지를 탈바꿈하며 스스로 거침없이 위험한 세계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어 주인공이 스스로 나서는 전개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스스로 나서는 점만 좋았지 대체 왜 서로 헤어진 가족들을 죽이려드는 암살자로 징검다리를 놓아 만나게 하는지는 좀 미묘하다. 어쨌든 과정은 좀 이상하지만 다시 만난 가족은 죽은 엄마. 웬우의 아내를 되찾겠다는 웬우의 계획에 다시금 틀어진다.

어찌저찌해서 마을을 찾아내고 전투준비하고 싸우고 흑막이랑 싸우고.

솔직히 전개 자체는 좀 미묘하다. 히어로무비에서 주인공을 성장형과 완성형으로 나누어 본다면 샹치는 어중간하게 걸쳐있다.

예로 아이언맨의 토니스타크는 동굴에서 슈트를 만들고 돌아와서 기능을 개선시키고, 스티브 로저스는 군에 들어오는 과정이며 슈퍼혈청을 맞는 과정이 성장과정이라면 샹치는 육체적으로는 완성형인데 텐링즈를 대적할 탈로의 무술이 결여되어 있고 어둠의 드웰러를 없앨 텐링즈가 없는데 그것을 획득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축약적이다.

반면 완성형 주인공으로서 본다면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처럼 역경에 처하게 되는 문제가 중요한데 샹치가 역경에 처하게 된 문제가 환청이 들리는 천살넘은 꼰대 아버지...가 문제이다 보니 그다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의 드웰러의 환청도 텐링즈 소유자에게만 집중되어 있어서 샹치는 아버지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될 뿐이고 영화의 무대는 웬우를 중심으로 과거사와 집단 텐링즈, 그리고 웬우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탈론을 거쳐가기에 이야기의 전개는 샹치를 완성시키기보다는 웬우를 완성시키는데 주력한다. 비록 꼰대적인 사랑꾼 면을 강조하긴 했어도 확실하게 자기색을 드러냈으니까.

게다가 분위기를 너무 침울하게 하지 않기 위해 껴있는 친구 캐릭터에게도 막타 서포트 비중을 준 터라 샹치 자체의 캐릭터를 띄울 장면이 적다.

액션만 보면 정말 좋은데, 액션만 두고 본다면 샹치란 캐릭터는 무술의 달인으로서 그 개성이 확실하지만 비중을 주변에 잡아먹힌게 아쉽다. 그렇다고 샹치가 어떤 캐릭터인지 이해가 안 가게 만들어지진 않았다. 샹치를 이루는 세가지 요소인 과거에서는 과거를 버리고 싶어하고 책임을 느끼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현재를 이루는 친구는 유쾌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미래에는 텐링즈의 소유자로서 복잡한 사건에 얽히게 되는 히어로가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을 간단명료하게 이해하기 쉽게 만든 점은 정말 좋은 점이지만 그래도 비중 문제에선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텐링즈. 정확히는 도구 텐링이 그다지 매력이 없는 점도 좀 그런데 이미 페이즈4까지 달려온 마블 세계관에서 텐링이 지니는 힘은 그리 막강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슈퍼솔져도 아닌 팔콘과 어느 정도 파워밸런스를 염두하고 낮춘건가 싶긴 한데 그런거 치고 완다는 힘이 미쳐 날뛰게 만들어 놔서 애매하다. 나중에 서서히 강해지고 새로운 힘이 등장해도 되겠지만 일단 지금으로서는 텐링이 크게 기대가 안 되는건 사실이다. 쿠키영상에서 신호가 어쩌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존재의 떡밥일 뿐이니까.

아쉬운건 양조위가 너무 넘사벽이라서 샹치가 주인공인데 비중도 좀 밀리고 얼굴도 밀리고.. 첫 스타트를 끊은 솔로무비치고는 자꾸 아쉬운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토르1처럼 밋밋한 영화는 아닌게 다행이긴 하다.

사실 악역도 참 별로인데 전개 흐름상 아버지인 웬우는 심한 악역은 될수 없었고 드웰러의 영혼 수집 정책...때문에 암살자 조직인 텐링즈가 적을 생포하고 풀어주는 과정이라던가. 그래놓고 등장한 드웰러께서는 뭐 에고나 도르마무처럼 강대한 힘에 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사라진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강한것도 아니고 엄청 빡세게 깼다는 느낌도 아니다보니 악역으로서의 비중, 악랄함, 강력함 같은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샹치만 웬우에게 비중을 잡아 먹힌게 아니라 드웰러도 웬우에게 악역 비중을 잡아 먹힌거나 마찬가지.

차라리 샹치에게도 지속적으로 드웰러의 환청이 들려서 정복자,암살자로서 어둠에 익숙한 아버지랑 다른 모습의 차이를 보여주었다면 샹치의 존재감도 드웰러의 집요한 악랄함도 느껴졌을텐데 말이다.

가볍게 즐길만한 팝콘무비로는 괜찮은. 하지만 샹치를 선보이는 첫 솔로무비로서는 살짝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