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4일 목요일

코지 그로브 - 이거슨 힐링인가 질림인가

 







귀여운 그래픽, 캠핑, 어린이 스카우트, 자연, 둥글납작한 곰 NPC


이런 요소들을 모아놓은 코지 그로브는 언뜻 보기에는 귀엽고 앙증맞고 매우 흥미로운 플레이를 제공 할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코지 그로브를 플레이 하는 3~4일 정도를 지나고 나면 이 게임은 그 얄팍한 본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귀여움에 감추어진 빈약함과 괴이함


크고 땡그란 눈에 2등신 데포르메 캐릭터가 머리 모양을 바꾸고 여러 옷을 갈아 입는 것은 일견 즐거워 보인다.

둥글 납작한 곰 NPC들이 플레이어를 맞이하며 섬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 것은 흡사 동물의 숲처럼 포근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고 나면 그런 느낌은 금새 사라지고 만다.


캐릭터는 귀여우나 모션이 빈약하여 뛰어도 걸어도 종종 걸음 형식으로 위 아래 반복만 할 뿐이라 옷을 입어도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고정되어 있기에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습을 즐길 수 없다. 귀엽기는 하지. 그런데 그게 딱 고정된 형식에 그치기에 쉽게 질리고 만다.

귀엽고 친절할 것 같은 NPC 곰들은 다 하나같이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어 내가 스카우트 캠프를 왔는지 아니면 정신병동에 봉사활동을 하러 왔는지 분간이 안 간다. 요리사 곰은 레시피를 무시하고 괴이한 요리만 만들고, 목수 곰은 자기가 만든 물건을 병적으로 부수고 다니며, 자연인 곰은 지가 나무인줄 아는 정신병자에 시장 곰은 하나같이 괴이한 정책만 남발하고, 집배원 곰은 직무유기에 선장 곰은 지가 새인줄 안다. 정상인만 모아놓고 안아주고 달래줘도 모자랄 판국에 정신이 온전치 못 한 놈들만 넘쳐나니 새로운 곰 NPC가 생겨도 이번엔 어떤 주민일까? 라는 기대감이 아니라 이번엔 대체 어떤 병신이 온걸까? 하는 두려움 밖에 없다.

 

시작부터 너 여기 왜 왔니? 수준으로 플레이어가 코지 그로브란 섬에 온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긴 미쳐버린 영혼들의 집합소야 라며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어 버린다. 선택지를 전부 어떻게 해서든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어도 여기 있는 영혼들이 미쳤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에 암담하고 참담하고 냉담한 기분밖에 안 든다.


그런 주제에 그런 곰 NPC들이 플레이어에게 내는 퀘스트는 대부분이 물건 찾아오기인데 아무 쓰잘데기 없는 물건들이 맵에 널부러져 있는 것을 하나 하나 찾는것 뿐이다. 이 무의미한 물건 찾기가 매일 매일 반복이 되어가면서 이 게임의 컨텐츠는 아. 이딴거 밖에 없구나를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스토리를 진행하고 곰과 친해져도 딱히 변화점은 없으며 매일 매일 곰 퀘스트를 달성해서 주변 영역에 빛을 일으키는걸 하지 않으면 색이 사라진 섬 밖에 볼수가 없다. 곰 퀘스트는 본 캠프의 캠프 파이어에게 먹일 영혼 나무를 수급 할 수 있는 유일한 수급처이지만 문제는 초반에만 반짝 영혼나무를 주고 그 뒤로는 아무래도 좋은 용돈 미만의 돈만 쥐어주며 매일같이 무의미한 줍기 퀘를 반복시킨다. 스토리상으로 해야 할 영혼나무 수급퀘는 정해져 있는 반면 곰이 밝히는 빛의 영역은 매일같이 리셋되어 꺼지기 때문에 그냥 조명 시스템 자체가 피곤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게임의 조명 시스템. 빛은 캠프파이어 또는 각 곰이 퀘스트를 달성해서 주변을 밝히는 빛 영역 안에서 조명 가구를 설치하여 빛을 확장해야만 한다. 대체 왜 조명 기구를 자체 발광 시키지 못 하고 다른 빛에 의지하여 연결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 허접하고 쓰잘데기 없는 시스템 때문에 대체로 조명기구가 새로이 밝히는 빛의 영역은 본래 조명기구가 밝힐수 있는 영역에 비하면 40~60% 수준 밖에 안 된다. 심지어 이것을 더 연결하고 연결할 수록 섬은 조명기구로 난잡해져만 간다.


난잡한 조명기구 뿐만 아니라 섬은 제거 불가능한 오브젝트가 무더기로 있는데 이 오브젝트들은 다 하나같이 시야를 가리는 용도밖에 없다.


코지 그로브라고 하는 섬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자연광경이나 건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폐허처럼 드문드문 널부러진 물건들에 쓰레기에 정돈 안 된 풀숲과 나무와 바위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배경에 시야 훼방만 놓을 뿐이다.


단지 거기에 그쳤더라면야 그냥 못 만들었다 싶겠는데 이 멍청한 게임은 매일 매일 게임을 킬때마다 지형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이어지게 조명기구를 연결시켜 놨더니만 오늘은 보니 원래 받아야 할 빛의 영역이랑 위치가 달라서 조명기구 위치를 다시 변경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안 그래도 곰이 빛을 밝혀야 하는 점과 조명 기구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 하는 점이 겹쳐서 짜증이 나는데 심지어 매일같이 지형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심어놓은 나무 위치가 다른 오브젝트에 가려지질 않나, 가구들도 보기 좋게 만든게 보기 싫은 위치로 가 버리니 아주 지랄 난장판이다.


게다가 게임이 유기적으로 돌지 못 하는 일방적인 구조도 게임의 이미지를 저하하는데 일조한다.


곰 퀘스트는 그저 곰 기분만 좋게 하고 주변을 밝힐 뿐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밝히든 안 밝히든 사실상 코지 그로브나 플레이어의 스카우트 행위나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냥 단색 표현으로 밋밋하게 되어 버린 코지 그로브 섬을 재미없게 바라 봐야 하는 플레이어의 짜증만 유도 할 뿐이다. 레시피를 줘도 아이템을 줘도 이게 다 하등 쓸모가 없다.

 

실질적으로 게임상에서 돈을 버는 행위는  과일을 구워서 잼을 만들고 그 잼으로 팅크를 만들어 파는 것 뿐이다. 그 외에는 화분에서 꽃을 따서 팔거나, 곤충을 잡아서 파는 것이고, 돈을 많이 벌것 같은 낚시나 땅파기 같은건 노력 대비 효용성이 없을 뿐 아니라 생선은 가격이 죄다 개판이다.


그래서 결국 플레이어는 돈을 벌기 위해 나무와 베리를 사다가 심어서 이걸 따서 가공하고 팔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 나무와 베리에 열리는 타이밍이 제멋대로다.


동숲은 매일매일 하루에 한번씩 열리는데 비해 이 게임은 대체 언제 작물이 생성될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이건 동물에게 먹이를 줄때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동물은 매일 먹이를 요구하고 어떤 동물은 드문드문 먹이를 요구한다. 이러다 보니 동물마다 성장이 죄다 들쑥날쑥이고 어떤건 만들기도 힘든 요리를 요구하기도 해서 죄다 지멋대로다.


심지어 요리나 제작에 들어가는 소재의 요구량이 지나치게 이상하게 설정되어 있는데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든 재료를 한번에 10개씩 요구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대체 어떻게 구해야 할지 그 수급처를 모를 재료들이 넘쳐난다. 이 노력에 비해서 결실이 달콤하냐면 그것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심지어 제작 시스템은 하나 만들고 메뉴 닫히고 하나 만들고 메뉴 닫히고를 반복해야 한다.


그럼 이렇게 재료를 많이 요구하면 그에 따른 채집의 보상 및 인벤토리 관리가 따라 와야 하는데 인벤토리는 개판이고, 채집은 허탈하다.


플스판이라 그런지 인벤토리 시스템은 가방을 열었을때 커서가 제대로 제 위치에도 놓여 있지 않을 뿐더러 귀찮은 조작을 여러번 가해야 겨우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는데다 필드에서 줍는 아이템에 비해 가방이 제공하는 인벤토리 공간은 짜증나게 부족해서 매번 캠프 보관소를 열어 옮겨야 한다.


채집은 하아.. 그냥 노력 대비 보상이 개판일 뿐더러 이것 역시 곰들이 요구하는 것에 비해 충분히 나오질 않는다. 그래놓고 이걸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곰이 요구하는 퀘스트는 여러날에 걸쳐서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라고 하는데 정작 딱 하루 시간제한 퀘스트를 줘 놓고는 그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아이템이 여러날에 걸쳐도 결코 충족 될수 없는 것을 설명 할 길이 없다.


덜 귀찮고 덜 소비적인 채집은 곤충 채집인데 내구도를 소모하는 삽에 비해 채집망은 내구도를 소비하지 않아 수리에 재료를 소모하지 않는다. 근데 문제는 곤충들이 죄다 색놀이 수준인데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빛이 닿지 않는 영역은 단색처리라서 곤충마저 색이 빠진 상태로 보인다. 그래서 이 곤충들을 구분하려면 필연적으로 조명기구를 섬 전체에 설치해야만 어떤게 어떤 놈인지를 구분이 가능해진다. 어차피 구분이 의미가 없으니 그냥 잡아버리는 것 말곤 할게 없지만 안 그래도 색놀이 수준이라 차이가 없는데 그것마저 시스템으로 제약이 걸려 있으니 대체 뭔 생각으로 만든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또한 이렇게 여러 가구가 있고 그것을 배치가 가능한 게임이라고 한다면 응당 그에 따르는 편의요소 및 지원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하나도 없다.


말했듯이 이 게임은 섬 전체에 쓰잘데기 없는 오브젝트들만 널려 있어서 내가 꾸미고 싶은 가구를 설치 할 수 있는 공간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위치가 바뀌기게 잘 꾸며 놓고 내일 다시 옮겨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거기다가 가구를 겹치게 놓으면 그 가구를 옮기기 위해서 가까이 가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심히 심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게 PC판 위주로 설계되서 그런건지 몰라도  플스판은 진짜 오브젝트 하나 하나 선택하는게 고역인데 이럴거면 차라리 편집 모드를 제공해서 편집 모드에서는 캐릭터를 움직이지 않고 커서를 움직여서 오브젝트를 선택하게 하면 될 것이고 오브젝트 설치시에는 그런 형식으로 기능이 돌아가는 주제에 대체 왜 그런 편의성을 제공 못 하는지 이해 불능이다.


돈을 벌어도 그것을 제대로 쓸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돈을 벌어봐야 정작 가구 구입에는 돈이 아닌 상위 제작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을 재료 구매로 때우려고 해도 재료 구매는 구매 대로 바가지를 씌워서 의욕이 팍팍 떨어진다. 그렇다고 재료를 충분하게 제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전부 돈으로 때우는 것도 불가능이다. 그렇다 보니 옷하고 머리모양 사는거 말고는 딱히 돈 쓸 곳이 없어서 게임을 대체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이따구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지 않나. 대체 왜 화폐를 이것저것 제멋대로 중구난방으로 쓰고 있냔 말이다.


결국 매일 매일 퀘스트 한개 제공이라는 구조적 제한과 더불어 하루에 즐길 수 있는 컨텐츠 및 생산 요소를 제한하다 보니 이 게임은 느긋하게 힐링도 빡빡하게 열겜도 불가능한 기이한 구조를 지닌다. 플레이 타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게 아니라 제한을 두어 억지로 늘이고 늘인 구조다. 그렇다고 그렇게 제약을 두고 억지로 늘린게 재미라도 있으면 모를까 매일 매일 똑같은 물건 줍기만 반복 할 뿐이라 아무짝에도 재미가 없다.


단순히 여기까지 하면 그냥 망겜이겠으나 이 게임은 추가적으로 어디서 글러먹은 와패니즈가 끼어들었는지 대체 왜 물고기며 벌레며 죄다 일본식 이름을 붙이고 있고, 그 물고기며 벌레며 하나도 하나도 원래 명칭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위 스샷처럼 힐링 지향 게임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내가 동숲을 그닥 좋아하진 않아도 최소한 이 동숲의 캐릭터들이 뭔가 차별하는 듯한 발언은 본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게임은 동숲 근처에도 못 갈 수준이란 것을 스스로 드러내기에 서슴치 않는다. 나도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은 싫어하지만 그것을 게임이란 매체로 특정 요소를 빗대서 비웃기에는 여러번 심사숙고해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이 분명함에도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이 게임이 얼마나 힐링과 동떨어져 있는지 어설프기 짝이 없고 낮은 수준의 따라하기에 불과한지를 보여준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 게임은 순수하게 재미가 없으며, 의미없는 반복 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하루 하루 제약을 붙여서 플레이를 제한한다. 겉모습만 귀여울 뿐 속은 빈 강정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