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7일 수요일

마른 씨발

 더 이상 욕할 기운도 나지 않는다. 어이가 없어서 관성적으로 뱉을 뿐이다.

내 안의 감정들이 전부 말라 딱딱해지고 감당할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날때마다 움직여야 살수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피가 돌지 않는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지면서 형언할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공허한 씨발의 외침을 아무리 내뱉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해결하고자 내뱉는 것도 아니다. 단지 도저히 인정할수 없고 감당할수 없으며 이해조차 불가능한 일을 맞닥뜨렸을때 단말마처럼 마지막 감정의 저항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이것조차 내뱉지 못 한다면 죽은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말라버린 씨발 한마디는 감정의 지푸라기 조차 남지 않은 울대의 진동으로 격하되어 아무것도 담기지 못 했다. 진공보다도 더한 허무보다도 더 완벽한 한마디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더는 느끼는 것을 포기했다. 생각하는 것을 내던지고, 아무것도 깨닫고 싶지 않다

대체 왜.

모른다.

왜 하필.

모르지.

무엇때문에.

알수 없다.

미쳐버린 공간 안에서 드는 생각은 죽거나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 뿐.


만약 정말로 영혼이란게 있다면 지금 당장 내 숨을 끊게 해 주시고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저들과 만나지 않게 분리해 주시고

인연이란게 있다면 끊어주길 바랄 뿐이다.

성인군자란게 있다면 나와 입장을 바꿔 보시고.

어떤 고난도 역경도 노력으로 헤쳐나갈수 있다고 믿는다면 필히 내가 만난 자들과 완벽히 똑같은 인간들과 부대끼며 살기 바란다.



나는 전혀 그리 생각하지 않으니까. 제발 그들과 바꾸어 나를 꺼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