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1일 월요일

킹덤 컴 딜리버런스 감상

 킹덤 컴 딜리버런스를 어제 클리어했다.

올 클리어는 아니고 메인퀘만 달린건데 몇시간이 걸렸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꽤 오래 한 느낌이다. 만약 자잘한 서브퀘나 기타 요소도 다 하고 다녔더라면 장난아니게 오래 걸렸을듯 싶다.

중간부터 자잘한 퀘들을 전부 때려치고 메인퀘만 달린 이유는 별거 없다. 플레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단언컨데 완벽주의자에겐 독이 든 성배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헨리를 조작하며 아버지가 만든 검을 빼앗고 살던 마을을 공격하고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그러나 우리 주인공인 헨리는 너무나도 약한 나머지 쿠만인은 커녕 길막하던 도적 한명도 겨우 이길 정도로 약해 빠졌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이런 점들도 그래 처음이니까 어쩔수 없지라며 받아들이고 진행을 하는데 게임을 하면서 점점 어? 어쩔수 없는게 아니었네? 라는걸 느끼게 된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성장을 하고 스킬레벨을 올리고 기능을 지닌 퍽을 찍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성장이라는 것이 실상 일반적인 rpg게임처럼 진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성장을 한다기 보다는 진행과는 분리가 된 영역에서 성장을 하는게 일상이다. 예로 jrpg류 게임은 필드에서 인카운트된 적과 싸워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리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헨리께선 길에서 약초를 캐서 힘을 올리고, 버나드경과 배고파 뒤질때까지 대련해서 스텟을 올리고 야밤엔 도둑질을 하며 돈을 벌고, 모은 약초로 연금술을 찍어 무기에 독을 발라야 한다. 그리고 필드에서 인카운트된 적들 뒤로 몰래 독 바른 화살을 날리고 물약 버프 중첩된 마견에게 공격 지시를 내리고 독 바른 검으로 뚝배기를 깨서 시체더미를 만든 뒤에 무게 땜에 줍기도 싫고 가질것도 없는 잡템들 한번 슥 쳐다보고는 의미없이 깍여나간 방어구 내구도를 도구로 손질하고 공허하게 제 갈길 가는게 일반적이다. 즉 이 게임에서 랜덤 인카운트로 발생한 전투따윈 주인공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그 전부터 노가다로 떡칠하여 성장을 끝내야 진행이 편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난 그런거 싫어 무조건 진행하면서 성장할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장병기 든 농민들이 주인공 하나를 둘러싸고 막대기로 존나 패는걸 겪어 봐야 아 이 게임 존나 불합리하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도 악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은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현실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어 두었다. 공복도,내구도,더러움,부상,출혈,취기,스테미너,보존기간,범죄,평판,에누리 암튼 정말 많은 요소들과 npc의 반응들로 인해 게임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이 요소들은 어떤 점에선 유리한 점도 있지만 과하면 디버프가 걸리기도 하여 생각없이 진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배고파도 디버프고 과식해도 디버프다. 술취하면 자물쇠를 잘 따지만 취하면 비틀거리고 심하면 인사불성으로 쓰러진다.  Npc를 심하게 때리면 플레이어를 보자마자 도망쳐서 대화를 못 해 퀘스트 진행을 못 할 수도 있고 범죄현장을 들키면 벌금을 낼수도 말과 돈으로 회유할수도 또는 싸우거나 갇힐수도 있다. 


스토리 진행을 담당하는 퀘스트 역시 단순히 하나의 방법만 제시하지 않고 온갖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죽이던지 속이던지 훔치던지 매수하던지 몰래 잠입해서 정보를 알아오던지 사실은 내가 도움을 준 적이 있어서 상대방이 보답을 하게 된다던지 그야말로 실현 가능한 변수들을 거의 다 넣으려고 한 점을 쉽게 알수 있고  퀘스트를 하기 전에 훔치러 왔다가 얻은 걸 써먹는다거나 복장을 통해 적이 눈치채지 못 하게 하는 등의 요소도 고려하고 퀘스트에 반영되게 되어 있어서 갖가지 재미를 느낄수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과 현실의 중간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절을 하고 반대로 너무 앞서 나가지 못 하게끔 제약을 하는 점이 플레이어에게 괴리감을 주어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예로 범죄를 막는 경비병의 경우 처음에는 이 현실적인 요소를 보고 와 얘들이 있어서 마을의 평화가 지켜지는구나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구나 하지만 진행을 하다 보면서 겪게 되는 플레이어의 범죄 행각은 칼같이 반응하는 경비병이 정작 물건을 훔친 도적을 보고도 멀뚱멀뚱 있지 않나 그 도둑을 막아서 피해자랑 도둑이 싸우고 있는데도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나 갑자기 플레이어를 멈춰 세워 놓고 별별 이유로 벌금을 뜯어가는 것을 보면(도둑질을 하긴 했지만) 초반에 느꼈던 마을이 유지되기 위한 최저한의 병력이란 인식은 온데간데 없고 도둑질 하는데 방해가 되는 놈, 걸리적 거림, 쓸모 없음, 없어도 될것 같음 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아 나중에는 마비물약과 수면물약의 인체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Npc들도 돈을 잃으면 마을의 경비가 심해지고 돈이 없으니 물건 매입도 못 하게 되니 생계의 지장을 받게 되겠구나 해도 돈이 생길때마다 뜯어가도 굶어죽는 일 없으니 걍 돈셔틀로밖에 안 느껴지게 된다. 특정 npc들의 사연이나 행동도 어디까지나 스크립트 내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어서 미처 만들지 못 한 부분들로 인해 비어 있는 npc의 행동들, 예컨데 도둑이 도망쳐서 다다른 장소의 설정,가족인 npc를 죽였을 때의 반응 등이 빈 부분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중요 npc이외에는 죽일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플레이어의 행위에 따라 스스로에게 패널티가 돌아오기도 하지만 시스템의 헛점도 존재하여 얼마든지 파훼가 가능하고 이 npc라는게 스토리랑 엮여 있는게 아니라면 플레이어에게 딱히 별 상관없는 존재가 되는터라 기임이 제공하는 현실감과 게임으로서 그 이상을 할수 없는 벽 사이에서의 괴리감이 미묘한 혼란을 가져온다.

게다가 지나치게 정도적인 것을 요구하다 보니 법과 규칙만을 따르기엔 너무 힘든 점이 있다. 플레이어가 초반에 할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다 스토리 퀘스트 역시 대화나 진행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요구하는 관계로 무능력자 상태에선 큰 도움이 되지 못 하고, 초반엔 보상도 거의 없다. 약초를 캐는 소소한 돈벌이들로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정도고 상점 주인이 가지고 있는 돈 이상으로 벌지도 못 한다. 여기서 갑옷과 검을 사고 레시피를 구매하고 보물지도를 사서 보물을 찾아다니고 말을 사서 타고 다니고 이러는것은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하기가 매우 매우 힘들다. 구매 비용이며 유지비며 죄다 장난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플레이어는 범죄에 눈독 들이게 되고 이게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이란걸 알게 된 이상 멈출수가 없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시간제한 퀘스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플레이를 하며 성장을 하고 퀘스트도 진행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수도원 퀘스트는 그 정점에 위치한다. 불합리하고 짜증나고 불편하고 귀찮은 것 밖에 없어서 사전에 다 준비를 해야 편하다.

착하게 사는 것도 미묘한 것이 주인공이 살던 마을의 피난민들이 다른 마을에서 거지가 되어 구걸을 함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는 그들에게 돈을 줄수가 없다. Npc들은 지나가다 돈을 주기도 하는데 말이지. 교회에는 기부를 할 수 있는 상자가 있긴 한데 순수하게 선행용이라기보다는 평판 관리용의 느낌이고 상점 주인에게 웃돈을 줘 가며 호감을 사 봐야 어차피 그 돈이 상점 주인의 금고에서 나왔음을 생각하면 웃돈 받고 즐거워 할 상점 주인을 보며 정말이지 아이러니함을 참을 수가 없다.


그 뿐만인가. 플레이어가 정정당당하게 살지 못 하는 이유는 연신 깨지고 깨지는 전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힘과 기술을 연마해도 쪽수로 밀고 오면 이기기 힘들고, 심지어 자격을 시험 받아 겨우 전수 받은 달인의 일격을 자유 자재로 쓰는 농민과 구하기도 힘들고 소지품에도 안 들어가는 절대무기 장병기를 들고 찔러대거나 어디서 수련했는지 모를 활로 화살을 정확히 꽂아 넣는걸 겪으면 이 새끼들 전부 다 나 빼고 다 수련한 새끼둘이야 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대체 어디서 달인의 일격을 배우고 활을 배웠단 말인가. 특히 개나소나 쓰는 반격기인 달인의 일격 때문에 안 그래도 불합리한 전투구조가 더더욱 불합리하게만 느껴진다. 심지어 개도 키워서 공격하게 만들어 개에게 붙들리는 동안에는 그저 쳐 맞을 뿐이다.


특히 유독 짜증나는 요소는 바로 수면을 취할 장소인데 대부분의 수면 가능한 장소는 npc들의 지정자리인터라 사용을 할 수가 없다. 여관처럼 생겨 먹어도 숙박이 가능한 곳 역시 따로 정해져 있다보니 피곤하고 졸릴때 플레이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정말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마을에서 쉴 곳이 없으니 감방을 찾아 그 안에서 쉬는 경우까지 생길 정도다.


이런 불편점들이 누적되다 보니 아 내가 시작을 잘 못 했구나 그냥 노가다로 완성형 캐릭터를 만든 다음 진행을 했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쉽게 든다. 하지만 반대로 노가다를 해서 강해지고 보면 또 의미가 없다. 왜냐. 전투 자체가 손실만 가득하고 의미가 없으니 그냥 피하는게 최고고 결국 이렇게 되면 노가다라는게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보호 할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지 이게 뭐 그렇게까지 필요한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만큼 전투 기술이 빨리 상승하는터라 전투기술은 크게 노가다가 필요 없는 점도 있다.


이런 자유도를 지닌 게임은 그 중간을 찾기가 힘들어서 결국 그 조절. 밸런스는 유저가 찾을 수 밖에 없고 이런 연유로 완벽주의자에겐 독이 든 성배나 다름 없는 것이다. 게임 자체는 재미있는데 성장을 하자니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면 그 끝은 허무해진다.


스토리,퀘스트는 참 잘 만들어졌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실감나고 그럴싸해서 정말 중세 느낌이 나긴 하는데 문제는 퀘스트 가이드가 정말 단순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 이상을 알려주지 않는다. 예컨데 저녁에 교회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어서 두세시간 동안 뻘짓을 하고 나니 교회 안에서 사용 액션을 해야 했다는 것을 깨닫거나 그 외에도 특정 물건을 가져 와야 하는데 정확한 시간대와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서 온갖 고생을 하게 만들어서 심히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다. 솔직히 스테미너니 농민의 달인의 일격이니 배고픔이나 내구도,더러움 따위는 이 퀘스트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할바가 못 된다. 그야말로 시간낭비의 극치엔 퀘스트의 정보 미공개 때문에 개삽질을 해야 하는데 퀘스트가 너무 친절해도 재미는 없겠지만 퀘스트가 너무 설명이 불친정해도 재미를 못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세이브 시스템이 진짜 욕 나오는데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수면을 취할 곳을 찾기 힘든데 이 게임의 세이브는 슈냅스라는 술을 마시거나 정해진 자신의 침대에서 자는 것 말곤 저장이 안 된다. 슈냅스는 무게를 지녀서 많이 가지고 다니면 무겁고 그렇다고 적으면 필요할때 저장을 못 하고 침대는 여관을 가야 하고 그러다보니 항상 저장을 위해 헤매는게 일상이 되고 그러다가 랜덤 인카운트 뜬 도적들에게 쳐 맞고 죽으면 운 좋으면 수십분, 운 나쁘면 몇시간 전 세이브를 불러와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행위 하나하나가 반복이 되고 짜증나고, 심지어 이 무게 때문에 물건을 창고에 넣었던 것을 세이브 불러오니 그 전 시점이라 다시 물건 집어널어야 하고 이 귀찮고 짜증나고 번거롭고 불편한 것들이 반복 반복이 된다.


게임이 pc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서 콘솔판에서는 조작이 짜증나는 점도 있고 특히 전투시스템의 페이크 모션은 아날로그 컨트롤러로는 좀 쉽지가 않다. 그 점을 감안 해 줘야 하는데 그런 점들이 전혀 없고, 패드 아날로그 민감도 조절도 없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이동을 하고 부딪히고를 하여 은밀한 행동이 하기 힘든 경우가 콘솔판은 잦다. 약초 채집 같은 경우도 화면 정중앙에 약초를 두어야 하고 연금술도 매번 좌우에 놓여 있는 것들을 건드려야 하는데 이런 미세조작은 pc에서나 할 법한 것이거늘 개선하지 않은 점은 불만이다.

각 스킬의 퍽들이 대체로 한두개 포기하는거 빼고는 다 찍을수가 있어서 중요도나 다양한 성장 및 변화를 느낄수가 없다. 게다가 변화도 미미한 경우나 별 필요없는 것들도 많은데 도둑질 같은 경우야 체감이 되는 반면 매력이나 술,식량 같은 경우는 정말이지 체감이 미미하다. 별 필요도 없고 특히 술은 패널티 요소가 넘쳐나서 그냥 안 찍는 경우도 많다. 매력적인 퍽과 확연하게 느껴지는 성장구조가 없어서 쉽게 질리게 된다.


그 외에도 문제점들이 많은데 pc판은 모드나 파일 수정으로 고치는 반면 콘솔판은 그게 안 되니 많이 답답하다.


중세시대를 체험하는 게임으로는 잘 만들긴 했지만 후속작이 나왔을 때 구매하겠냐면 그건 좀 글쎄다. 일단 게임이 보여줄수 있는건 거의 다 나온 느낌이라, 더 발전되거나 확장될 여지가 잘 안 보인다. 더 추가되는게 있다 하더라도 그건 일단 게임이 나오고 나서 봐야 할것 같다. 특히 전투가 아무리 성장을 해도 달인의 일격에 막히고 스킬의 퍽이 매력적이지 않은 점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성장 및 독 바르는거 외에도 유리하게 끌어나갈 전투 요소가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이것과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