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일 금요일

보이드 테라리움 감상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게임.

스토리는 인류 최후의 아이로 보여지는 토리코를 살려서 인류 부흥을 하려는 그런 이야기인데 그닥 깊이가 없다. 유일한 아이 하나만 가지고 인류를 어떻게 재건하려는가에 대한 고찰이 없는데 그 이유는 엔딩에서 나오는터라 딱히 스포하지는 않는다. 그 부분이 반전요소라기에는 그냥 기분만 잡치는 점이다.


토리코라는 아이의 병,허기,청결 이런걸 관리하는 것과 던전 진행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게임인데 아주 못 해 먹을 정도로 구리게 나오진 않았다. 일단 청결도야 진행중에 청소를 하면 되니 문제는 없다. 문제는 허기다. 토리코의 허기 감소를 막는 가구를 만들기 전에는 스테이지 중간에 돌아가야 할 정도로 금방금방 배고파한다. 던전을 돌아야 음식과 자원과 레시피를 얻는데 이 허기 요소, 다른 작품 같았으면 진행중인 캐릭터가 느끼는 허기요소였을 것을 진행중 캐릭터가 아닌 외부요소로 인해 강제적인 귀환을 유도하는터라 플레이의 맥이 자주 끊긴다.


이를테면 그런거다. 풍래의 시렌이니 톨네코의 모험이니 던전크롤이니 하는 로그라이크에서 허기가 주인공 자체의 위기를 가져오며 이 허기를 당장 해결할수 없을 경우 언제 귀환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플레이하여 음식을 조달하는 가능성을 엿볼것인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보이드 테라리움은 기본적으로 진행 캐릭터의 허기와 같은 배터리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요소인 토리코의 허기요소를 배치함으로서 두가지 제약요소를 둔다. 특히 토리코의 허기요소는 던전 진행중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강제적 요소라 귀환 역시 강제성에 가깝다. 대신 다른 게임에 비하면 허기에 해당하는 배터리 채우는 난이도 및 던전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본편 진행 자체는 어렵진 않다. 기껏 맞춰놓은 셋팅을 포기하고 토리코 허기 해결하려 빈번하게 돌아가야 하는게 마음에 안 들뿐이지.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게임 자체는 수월하고 무난하게 할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기존의 니혼이치 게임에서 주로 보여지는 꼬이고 복잡한 시스템 따위 없이 레시피로 만들고 보너스를 타고 셋팅을 해서 진행한다 로 심플하다. 플레이타임은 던전 진행이 상당히 시간 잡아 먹는 녀석이라 길긴한데 전체적인 게임의 볼륨은 크지 않다. 단지 던전 자체가 시간을 잡아 먹을 뿐이다. 던전 진행중 업그레이드 요소도 하다보면 티가 나는 좋은 업그레이드와 티도 안 나는 업그레이드개 명확해서 나중에는 딱히 고민할 것도 없다.


아쉬운 점은 토리코라는 돌봐주어야 하는 캐릭터와 공감대를 이룰수 있는 요소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상호작용 요소도 적고, 토리코를 둘러싼 플라스크 유리돔 공간이 너무 비좁고 등장인물도 적고 대화가 가능한 등장인물도 거의 없다. 환경이 너무 적막하고 부족하고 외롭기 때문에 토리코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장치가 너무 부족하다. 차라리 토리코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내내 기쁨,슬픔,애정등 감정표현이나 동작을 보였다면 모르겠는데 게임 중에서 보여지는 토리코의 동작들은 너무나도 유아적인 단순한 동작들 뿐이다.


이걸 2편을 만든다고 하는데 솔직히 기대는 안 된다. 1편의 스토리를 너무 이상하게 마무리지어 놨기에 리부트 개념이 아니라면 수습을 어떻게 할지도 별로 감이 안 잡히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