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사람은 대체로 거기서 거기다

 나는 삼국지에서 조조를 좋아하는데 조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결단력과 운을 동경하는 것 뿐이다. 결코 있지도 않은 인품이나 다른 사람을 도구처럼 써 먹는 간교한 계략을 내는 지혜는 아니다. 왜냐면 내가 운이 없고 인생에서 중요한 결단의 순간을 항상 그릇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유비는 정말로 싫어하는데 싫어하는 이유는 결단력이 위선에 잡아 먹혔기 때문이다. 인의라는 위선을 내세우는 통에 중요한 순간에서 손해를 보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있는데 난 유비의 인의가 위선,만들어진 이미지라고 여기는지라 그가 진실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애초에 촉을 얻은 것도 계획적으로 배신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었고, 조조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칭하나 가장 분노한건 한나라를 찬탈하고 왕을 자처한게 아닌 관우를 죽인 오에게 복수 외의 명분이 없는 전쟁을 한 것이니까.

난 본질적으로 조조와 유비가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조조 역시 유비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기에 경계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허울 뿐인 인의에 매달리면서도 끝끝내 살아남고 인재를 모으는것에 더더욱 배앓이 뒤틀렸을 것이다. 인간이란 본디 동족혐오 끝판왕이며 자신이 가진것보다 남이 가진것을 탐내기 마련이고 유부녀 컬렉터인 조조가 그러하지 않을리 없으니까. 조조가 관우를 얻기 위해 휘하 장수들을 잃었지만 어차피 조조에겐 그들의 목숨 따윈 그가 얻고자 하는 가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유비 역시 그가 잃은 관우에 비하면 명분 없는 전투에 갈려나갈 자신의 백성인 군대도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최근 spc의 행보를 보며 그들이 사람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것에 분개하며 저들은 자기보다 못 한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사실 다 거기서 거기다.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군대도 그렇다. 군대도 적절한 치료나 케어, 안전을 지키고 책임을 지고 그러려고 한다면 군 의문사도 줄어들고 최소한 병신되는게 무서워서 기피를 하는건 없을것이다. 그러나 군에서 사람이 죽으면 이 정도로 공분을 사고 공론화되질 않는다. 심지어 최근엔 뭐가 있었는가. Bts가 군 입대를 해도 되냐 안 되냐 같은 소리가 나돌았다. 즉 bts를 특별취급하는 거에 대한 논의다. 어이가 없다. 말하자면 bts는 관우랑 같은 급인거다. 관우 때문에 휘하 장수를 잃어도 가치판단에 있어서는 버리는 말로 판단하는 조조나 관우를 잃어 명분없는 전쟁을 거는 유비나 그 둘의 가치판단에 있어서는 일개 병사의 목숨 따윈 아무래도 좋은거고, 마찬가지로 bts가 군에 가냐 마냐에만 매달리고 군인의 처우나 의문사에는 관심이 없다면 그들 역시 조조나 유비처럼 일개 병사 일개 남성의 목숨엔 관심이 없는거다.

Spc도 다른 기업도 다르지 않다. 일개 노동자는 관우가 아니기에 그들의 목숨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닌거다. 지금 spc사건에 분노하는 사람 역시 그들만의 관우 외에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 있기 마련이고.


별개의 이야기지만 난 그런 점에서 아이 하나 구하겠다고 수십 수백명을 쳐 잡아 죽이는 영화나 만화 애니 게임의 위선적인 메세지를 경멸한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미래가 존재한다면 이런류의 감성팔이 컨텐츠들은 아이 하나의 미래를 위해 다른 수십 수백의 미래를 없애는걸 당연시하기에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아이 하나의 미래만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미래는 아무것도 아닌건가? 차라리 죽일거면 그냥 심플하게 복수나 대규모 작전 또는 그저 학살이 즐거워서 하는게 낫다. 병신같은 감성팔이 명분에 끌려다녀야 하는 입장에선 정말 역겨울 따름이니까. 이 역시 그들만의 관우만 중요한거나 다름없다.


반면 나는 나만의 관우가 없다. 잃을 만한 것도 없이 가진것도 없어서 소유욕이 없다보니 애착을 갖는게 없고 그래서 매번 팬덤싸움이나 별 같잖은거 하나에 매달려서 싸우는게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내가 가진 생각,모토는 살릴거면 다 살리고 아니면 걍 다 죽이고. 뭐는 최고고 남겨야 하며 그 외의 것은 포기해야 한다 라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개개인의 주관에 달린거니까. 그리고 그건 나의 주관과는 상관 없는거고. 주관과 주관의 싸움은 별 의미없는 소모적 논쟁만 남기에 살릴거면 다 살리고 죽일거면 다 죽이고. 이게 편하다. 


인간도 마찬가지. 죽을거면 다 죽고 살거면 다 살고. 그런 점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거는 전쟁이 확산되어 세계 전쟁으로 번진다 해도 내 입장에선 죽을거면 다 죽는거라 오히려 환영이다. 그러고 보니 우크라이나가 안타깝다고는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 입장에선 나만의 관우가 아닌거지. 사람이 죽어나가는건 안타깝지만 행동으로 이어질 정도의 계기는 아닌거지. 그건 뭐 중국이 위구르족 탄압 할 때도 그랬다. 인권이니 생명이니 하지만 결국 남의 나라 이야기고 자기 관우 문제는 아닌거니까. 나의 살릴거면 다 살리고 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미온적이고 누군가 하겠지 나만 아니면 돼 식의 자세는 싫다. 결국 경제적으로도 세계에 타격이 가는데 차라리 조기에 전쟁을 막았더라면 좀 좋냐. 우크라이나는 안 됐지만 이 전쟁은 우리만 피해보는거만 아니면 돼 하다가 결국 다 피해보고. 하여간 멍청한 짓이다. 그래서 세계 경제가 씹창이 나도 하나도 안타깝거나 안 됐다고 생각이 안 든다. 결국 외면을 한 것이 돌고 돌아 돌아온거니까. 러시아인이 죽든 우크라이나인이 죽든 이 명분없는 이릉대전 같은 전쟁은 대체 누구의 관우를 위해 일개 병사들을 끝도 없이 희생시키고 있는 것인가. 인간은 결코 변하지도 않으며 특별하지도 유달리 다르지도 않다. 조조나 유비나 푸틴이나 spc나 자신과 상관 없는 인간들의 목숨따윈 아무래도 좋은거다.


그런 점에서 spc의 사고도 똑같다고 본다. 지금까지 산재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의 관우가 아니었기에 그냥 무시하고들 살았던거 아닌가. 아무도 관심없고 신경쓰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이어졌고 돌고돌아 누군가에게도 찾아왔다. 이제야 겨우 우리 관우 이야기가 된거 같지만 여기서 뭔가 해결이 나지 않는다면 뭔 소용이겠는가. 유비가 일으킨 이릉대전은 개인적으로 별로지만 최소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거라면 이릉대전급의 격변은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모두가 모두의 관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 우리만 아니면 돼 나랑 상관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라면 이런 일은 계속될거고,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며 중요시하지 않는건 딱히 누군가만의 이야기인게 아닐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