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격투게임을 안 좋아한다.
이 말은 격투게임을 싫어한다와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막상 해야 한다면, 즉 격투게임과 다른 장르의 게임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다른 게임을 택할 정도로 후순위에 놓여 있다. 아마 차라리 격겜을 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드는 장르라고 한다면 글쎄 당장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없다.
왜 좋아하지 않는가 와 왜 싫어하지 않는가를 설명하자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까진 없지만 대충 이야기한다.
내게 있어서 최초로 플레이한 격투게임은 스트리트파이터다. 흰색 옷 입은 녀석이 상대를 때려눕히는 인트로로 시작해서 노숙자 거지같은 격투가들을 골라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싸워야 하는 그런 게임. 노숙자 거지같다고 하면 좀 막 까는거 같지만 솔직히 블랑카와 류를 보고 이 놈들 직업이 있긴 한건가 싶을거다. 춘리는 그 옷 입은 것만 봐서는 경찰이라는 생각조차 안 들었고 나머지 놈들도 다 거기서 거기. 심지어 혼다는 목욕탕에서 나와 때밀이 기술을 쓰고 달심은 입에서 불을 뿜으니 이 게임은 격투가가 싸우는 게임이란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길바닥싸움꾼 딱 제목 수준의 인식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과는 별개로 난 이 게임을 거의 안 해 봤다. 일단 재미가 없다. 버튼이 너무 많아서 불편한데다 기술 몇방에 쉽게 나가떨어지니 할 맛이 안 난다. 그렇다고 사용자 측에서 사용하는 커맨드가 쉽기나 하던가. 인식도 별로고 설령 제대로 입력해도 타이밍이 나쁘면 발동되기 전에 당해서 의미가 없었다.
처음 접한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를 기억 한편으로 남겨둔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격겜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 이후로 한 3~5년 뒤에 접한 snk의 킹 오브 파이터즈. 제일 처음 했던 것은 아마 95버전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94버전은 너무 구려서 95정도는 되어야 좀 할만하다.
킹 오브 파이터즈는 격겜으로서는 정말 혁신적인 게임인데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격겜이란 어떤 놈인지를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만약 rpg게임, 뭐 좀 잘 쳐줘서 액션rpg라고 치자. 100원을 넣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앞에 나온 적을 상대해야 한다. 딱 하나 나와서는 1:1 전투를 하는데 그런데 이 게임이
상대가 내 공격을 피할 확률이 많게는 90% 적게는 30%정도가 된다. 90%일 경우에는 답이 없다. 그냥 못 이긴다.
상대턴에 상대가 나를 때릴때도 문제다. 당시 격겜 기준으로는 무한콤보 절명콤보가 남발하던 시절이었으니 잘못하면 손가락 까딱 못 해 보고 죽거나 못 해도 체력이 절반가량이 날아간다.
이러다 죽으면 다시 한번 더 싸울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렇다고 이길리가 만무하다. 아 설명하는걸 잊었는데 이 게임 메뉴 사용법도 기술도 아무것도 안 알려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레버랑 버튼만 잡고 뭔가 해야 한다.
일반 rpg게임이 이따구면 씹망겜 똥겜 쓰레기겜이라고 욕을 하며 쓰레기통에 쳐박혀도 모자란다. 시스템 설명도 없지 튜토리얼도 없지 캐릭터 설명도 없지 상대 기량이 높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게임. 이런 불합리한 게임을 그 시절엔 참 잘도 했다. 같은 100원이면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더 공평하게 즐길수 있는 게임들이 널렸는데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격겜을 싫어했다. 이때는 싫어했던게 맞다. 가성비도 떨어지는 주제에 아무런 설명도 없고 심지어 초필살기의 존재도 레버를 마구잡이로 돌려가며 이것저것 써 봐야 알 수 있었던 그런 게임이라 정보의 유무에 따라 유불리가 심하게 갈렸고 마찬가지로 무한콤보의 사용법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 역시도 심하게 갈렸다.
그런데 거기서 kof가 등장한거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왜냐.
1캐릭터 3판 2선승제를 기준으로 내 100원이 최대 3분만에 사라지는것과는 달리 kof는 3인 1팀이라 3승을 해야 해서 최대 3~5분까지도 늘어난다. 게다가 캐릭터 상성에 따라 대처도 못 하고 그냥 당해야 하는 1:1게임과는 달리 캐릭터가 세개나 되니 상성을 파훼 하거나 다른 특징의 캐릭터로 다른 양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심지어 스토리도 뚜렸하다. 세계 각지의 격투가들이 나라 이름을 걸고 팀으로 나와서 싸운다. 길거리 노숙자 파이터보다는 더 의미있다. 캐릭터 색도 뚜렷해서 군인팀,초능력자팀,여자팀,스포츠맨팀,악당팀 등등 자기 입맛에 맞는 팀을 고를 뿐만 아니라 96부터는 캐릭터를 마음대로 골라 팀을 짤수 있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격투게임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캡콤은.... 뭐 마블 대 캡콤이라는 태그가 가능한 격겜은 있었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 마블 히어로의 인지도는 바닥인터라 지금이라면 껌뻑 죽을 아이언맨은 우주에서 온 터미네이터인줄 알았고, 캡틴 아메리카는 방패를 던지고 줍는 뭔가 특이하긴 한데 매력적이진 않은 캐릭터라 그나마 갬빗이나 울버린 정도만 썼었다. 그나마 헐크는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보다는 인지도가 높았을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역사인 2차 세계대전의 나치와의 전쟁은 한국에게 있어서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아니었으니 대신 헐크처럼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오는 캐릭터나 더 있어보였다. 심지어 이 게임 역시 싸우기는 하는데 왜 싸우는지를 도통 알수가 없었다. 캡콤 대전게임은 거의 대부분이 이 모양인걸로 기억한다. 싸우기는 하는데 대체 왜 싸우는거야? 그래서 kof 가 혁신적인 물건이다.
가타부타 늘어 놓기만 하는 아크시스 격겜같은 스토리나 목적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캡콤 격겜의 스토리 따위는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 하지만 그건 격겜에서 스토리가 아무래도 상관 없어서가 아니다. 격겜에서도 스토리는 중요하다. 그건 플레이어의 동기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보통 rpg게임은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시작하여 악과 대적하고 성장하며 고난과 위기를 겪어서 더 강해진다. 근데 이거 뭐 없어도 몰라도 된다. 내가 디아블로2를 할때는 스토리를 다 알고서 하진 않았으니까. Rpg게임들도 액션들도 스토리를 알고 하면 더 재미있지만 기본에 충실한 게임은 스토리를 몰라도 재미있다. 하지만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내가 왜 싸우는가 또는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요소이기도 하기에 잘 만들어진 게임은 스토리를 받아들이기가 쉽게 되어 있다.
디아블로2를 예로 들자. 거대한 악마가 있고 내가 그놈을 왜 잡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쁜놈 같고 날 공격하니 때려 잡는다. 때려 잡으니? 경험치가 올라 레벨업하고, 아이템을 얻어 강해지고 다음 단계로 길이 열린다. 즉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가가 명확하다.
근데 격겜은? 없다. 상대를 이긴다고 내 캐릭터가 강해지나? 전혀 그렇지가 않다. 스토리가 진행되나? 전혀. 아이템을 얻나? 그런거 없다. 격겜에서 클리어의 유일한 의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외에는 없다.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가가 불충분하다. 그래서 시작을 했으니 진행은 하는데 그 이상을 끌어내지 못 한다. 아 졌네. 못 이기겠네. 걍 관둬야지. 격겜은 유저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없어서 포기가 빠르다.
근데 kof는 그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다. 바로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란 개념이다. 더더군다나 kof에는 범죄자가 둘이나 있긴 하지만 한국팀까지 있다. 지더라도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이유가 생긴다. 아 내가 이거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겠다. 하는 동기를 마련해준다. 여기에 96부터 추가된 캐릭터 셀렉트로 인한 조합 엔딩 구성으로 또 다른 도전욕구를 자극한다. 나는 돼지새끼들로만 팀을 만들어야지. 나는 여자로만 팀을 만들어야지. 나는 늙은이 팀을 만들어야지. 그렇게 내가 조합한 팀은 나만의 스토리를 지니게 되고 이겨 나갈수록 역사이자 스토리가 완성되어 간다.
게이머에게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건 게임에 대한 애착이 붙는다는 것이다. 격겜을 좋아하고 한우물만 파는 격투게이머는 자신이 강해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즐기겠지만, 격투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이것저것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라이트 게이머에게는 자신이 고른 팀을 플레이하고 그 팀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서사에 더 애착을 갖게 된다. Kof가 혁명적이었던 것은 비 격투 게이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지금은 격투 게임이 콘솔로도 이식되고 이전과는 달리 가능해진 연출 방식들로 인해 스토리 모드가 추가되어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게임들도 늘어났지만 kof만한 물건은 없다. 심플하고 단순명료한 스토리,쉽게 애착을 가질수 있는 캐릭터, 대전 시작전 캐릭터 조합마다 달라지는 반응으로 인한 알기 쉬운 캐릭터 관계도, 이 요소들은 snk 격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들이라 다른 snk 격투 게임을 하더라도 쉽게 익숙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자연스런 접근을 통해 동인작가들이 kof를 그리며 놀았기에 비 격투 게이머에게는 snk게임이 좀 더 친숙해지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런데 한편 격겜을 싫어하는 이유도 kof이기도 했다. 이유는 보스가 너무 지랄 맞게 강해서서다.
격겜과 격겜 아닌 것의 둘 사이에서는 비슷한거 같지만 다른 인식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공정성이다.
격겜 아닌 것은 기본적으로 공정함 따위는 요구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정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건 중요하다. 예컨데 보스 체력이 한 15줄이니 20만이니 전체공격을 쓰고 두번변신하고 이따구로 생겨먹었어도 플레이어 측에서 동료가 4명이라 다구리를 놓고 회복약을 쓰고 온갖 상태이상을 걸고 필살기를 남발하여 이길수 있다면, 즉 적이 아무리 강해보여도 어찌어찌 이길것 같으면 나름 공정하지 않나? 라는 착각이 든다. 실제로는 이 플레이어와 보스 사이에선 그 어떠한 공정한 요소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나 격겜은 다르다. 격겜은 공정해야만 한다 라는 인식이 뿌리 박혀 있다. 안 그러면 강캐가 모든걸 휩쓸고 약캐로는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격겜 역시 공정함 따위는 별로 없다. 강캐와 약캐가 명확하지만 그것을 판가름 내릴 중도층은 씨가 말랐고 극한까지 캐릭터를 파고든 고인물만 남아 서로 뭔 기술을 낼지 읽는 상황에서 승패가 지나치게 기울지 않으니 공정하다고 착각을 한다. 그러나 고인물 이외에서 보자면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는 캐릭터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에 비해 약해빠진 캐릭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겜은 공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Kof가 싫었던 이유는 사실 공정하지 않은데 공정하지 않아서다. 뭔가 모순적인것 같지만 그런게 이유였다. 이쪽은 3명이 덤비고 저쪽은 보스 한명 뿐이라 시작부터 전혀 공정하지 않지만 보스캐릭터의 기술이 너무나도 사기적이어서 불공평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래도 98까지는 괜찮았다. 98까지는. 공정하지 않지만 나름 공정한 느낌은 들었으니까. 게닛츠의 장풍 기술은 깔아놓기 라서 일방적으로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고 오로치의 장풍 역시 범위가 장난아니긴 하지만 ai가 멍청해서 잡기 캐릭터가 있으면 껌이었다. 그때부터 잡기 캐릭터를 애용하던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99. 크리저리드 이후부터였다.
사람을 98까지는 잡기 캐릭터에 길들여 놓고서는 99에 등장한 보스인 크리저리드는 잡기 캐릭터로는 도저히 상대를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장풍 범위가 너무 넓은데다 구르기로 회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점프도 어중간하게 걸치면 쳐 맞는데다 가드하면 필살기 게이지를 곧바로 한줄을 채워버려 그 다음엔 초필살기가 날아왔다. 겨우 접근하면 무적판정까지 붙은 잡기를 쓰질 않나 뭐 이딴게 다 있지 싶었다. 98까지는 꾸준히 하다보면 보스전 승률을 50% 이상까지는 끌어 올렸는데 크리저리드는 예외였다. 이 놈 만큼은 도저히 이길수가 없었다. 그 뒤 시리즈는 보스가 죄다 이놈 비슷한 것들로만 나왔고 그렇게 내 kof의 기록은 2000에서 끝이 났다. 더 이상 해야 할 이유를 찾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이란 부분에서 격겜과 격겜 아닌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는데, snk는 스토리 타입이 강화된 만큼 보스전은 진짜 참 엿같았고 불공정했다. Kof는 솔직히 밸런스라는게 없다시피 했다. 대놓고 강캐가 있었고, 약캐는 조작도 난해하고 판정도 구리고 말이다. 격투게임은 공정해야 한다는 감각에서 크게 벗어난 녀석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유로 게임을 하지 않는건 아니란거다. 웃기게도 밸런스가 어긋나 있었기 때문에 kof는 가장 인기가 높았고 반면 스트리트파이터는 하는 놈을 거의 못 봤다. 왜냐면 격겜을 좋아하는 녀석들 대부분은 자기가 유리한걸 원했기 때문이었으니까. 어떤 캐릭터를 고르면 이기기 쉽고 양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미친 이오리니 오로치니 숨겨진 커맨드로 캐릭터를 꺼내 상대를 밟아주는걸 즐기는게 격겜 하는 녀석들의 주된 플레이 방식이었다. 무한 콤보가 가능하면 안 쓰는 놈들이 없다. 자기가 당할땐 비겁하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그 무한 콤보를 안 쓰는 놈들은 없었기에 그 당시 내 시점에서 격겜 게이머라는 것들은 천성이 비겁하고 약자나 골라서 괴롭히는 소인배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어떻게 보면 kof로 격겜에 입문하였지만 역으로 kof덕에 격겜 게이머에 대한 안 좋은 인상 밖에 안 생겼다. 반면 같은 snk게임이지만 월하의 검사나 사무라이 쇼다운, 아랑전설로는 나쁜 인상은 없었다. 근데 사실 그 게임들 하는 사람도 적어서 아랑전설 정도나 난입이 들어왔지 그 외에는 별로 난입 같은거 들어 온 적이 없었으니 그래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 격겜은 snk것만 한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캡콤 격겜도 이것저것 건드려 봤었다. 뱀파이어 시리즈, 마블 대 캡콤, 사립 저스티스학원, 포켓 파이터즈 등.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높게 치는건 포켓파이터즈인데 그 이유는 사립 저스티스 학원도 정말 좋아했었던 이유와도 같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내게 있어서 격겜이란 어쩌면 처음 접했던 그 순간부터 딱 이미지가 결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캐의 다양한 동작들을 구경하는 게임이란 이미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스트리트 파이터는 당연히 실격이다. 초창기 여캐가 춘리랑 캐미 외에 아무도 없었는데 그 춘리와 캐미 조차도 내 취향권 안에 들어오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너무 우락부락하고 외적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아서 별로다.
하지만 snk는 달랐다. 좀 더 일반인에 가까운 친숙한 의복을 입히거나 귀여운 특징을 부각했다. 사무라이 쇼다운만 해도 나코루루,리무루루, 심지어 쇼타캐인 시즈마루에 챰챰까지 있었고, 월하의 검사는 아카리란 무녀 캐릭터가 딱 취향적격이었다. 아랑전설은 섹시한 마이에 보이쉬함과 큐트를 겸비한 블루마리, 쇼타 캐릭인 진승수,호타루 등 하나쯤은 취향캐가 들어가 있었다. Snk 올스타즈인 kof는 더 말할것도 없는 것이 아테나에 유리에 레오나에 97엔 쉘미,크리스, 2000엔 쿨라랑 바오 등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났다.
그에 비해 캡콤은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는 말했듯이 춘리는 그닥 취향이 아니었다. 캐미도 레오나에 비하면 캐릭터 포인트가 많이 딸렸다. 레오나는 심플하게 매력적인데 캐미는 레오타드를 입고 있는데도 하나도 안 끌렸다. 어쩌면 레오타드라서 더 안 끌렸을수도. 사쿠라는 그나마 좀 보이쉬큐트라 괜찮긴 했는데 그래도 좀 부족했다. 왜지? 정말 왜 안 끌리지? 싶다. 그 뒤로는 카린이나 미카,로즈,이부키 그리고 쥬리까지 나오긴 했는데 참 안 끌리더라. 근데 근데 그런데! 스파 5에서 사립 저스티스 학원의 아키라가 나오자 나는 그 캐릭터를 언락하기 위해 딱히 하고 싶지도 않은 스파5를 해서 파이트머니를 모아 언락했다. 그리고는 연습모드에서 이것저것 써 보며 구경을 하고는 스파5를 지웠다. 아키라는 좋은데 나머지가 다 별로야.. 아키라만 쓰는데는 한계가 있다.
사립저스티스 학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을 충족했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란 점이다. 왜? 어째서일까? 어째서 스파의 사쿠라는 별로고 저스티스학원의 히나타는 마음에 드는걸까? 그건 스파 특유의 캐릭터 표현법 때문이었다.
스파는 격투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근육량을 강조한다. 춘리의 다리도, 캐미의 다리도, 로즈의 체형도, 이부키의 근육도 죄다 두툼한 근육을 강조한다. 아 근데 그게 너무 싫다고.... 너무 싫었던 거였다. 뱀파이어 시리즈도 그래서 빨간 모자나 꿀벌녀나 썼다. 펠리시아는 귀엽긴 하지만 그 두툼한 다리가 감당이 안 되었고, 심지어 리리스도 너무 허벅지를 강조했고, 레이레이는 외부로 드러나는 근육 포인트가 없어서 그냥저냥 쓰긴 했지만 빨간모자보다는 많이 쓰진 않았다. 오히려 포켓 파이터즈에서는 레이레이를 더 자주 썼는데 데포르메 된 캐릭터가 귀여워서 최애였다. 와쿠와쿠7의 아리나 정도로만 허벅지를 표현했더라면 스트리트파이터도 많이 했을런지 모르겠다. 사립 저스티스 학원은 그렇게 강조되는 여캐가 없어서 편안하게 플레이가 가능했다.
여러 격겜을 해 봤지만 유독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만큼 여캐 허벅지와 근육을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를 그만큼 멀리했었다. 근데 솔직히 시스템적으로도 캡콤의 게임은 별로였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버전업을 해도 차이점을 하나도 느끼기 힘들고 같은 캡콤 게임내에서도 큰 차이점이 없는 반면, snk의 게임은 각 게임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차별점이 있었다. 예로 kof는 기본적인 팀 셀렉트 외에 초필살기를 직접 게이지를 모아서 쓸수 있었다. 97에서는 스톡제와 모으기로 선택 할 수 있었고, 99부터는 스트라이커 시스템이 도입되어 위기탈출 또는 콤보용으로 사용 할 수 있었고 스트라이커를 유동적으로 변경하기 위해 4인 팀제가 되어 조합의 범위가 넓어졌다. 2013는 컬러 에디트도 있었고 그만큼 꾸준히 시스템이 바뀌었다. 사무라이 쇼다운은 서로 공격이 맞부딪혔을때 힘겨루기 요소에 무기 드랍,절단요소,같은 캐릭터를 다른 느낌으로 쓰는 수라,나찰에다 기술보다 강베기가 더 위력적인 그야말로 검사의 싸움같은 느낌을 잘 살렸다. 아랑전설은 초필살기의 상위 개념인 잠재필살기, 링아웃, 사이드라인등이 있었다.
그런데 그에 비하면 캡콤의 게임은 스트리트파이터를 하든 뱀파이어 세이버를 하든 심지어 마블대캡콤을 하든 뭘 하든간에 같은 느낌 밖에 못 받았다. 특히 스파의 경우에는 울트라니 터보니 라고 해도 스파를 오래 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차이를 실제로 알수가 없다. 반면 snk게임의 시스템은 대부분 그 즉시 이해가 가능한 구조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격겜이란것은 아케이드 오락실용으로는 설명이 전혀 없어서 기술도 알 수 없고 시스템도 알려주지 않기에 직관적인 이해가 절실했고 snk는 그게 되고 캡콤은 그게 안 되었다. 이러니 시스템이 변경점이 있든 없든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우정 플라톤 어택이 있는 사립 저스티스 학원이 조합의 즐거움이 있었고, 포켓 파이터는 가벼운 콤보 시스템에 3버튼으로 기술을 편하게 사용할수 있는데다 젬을 먹고 기술이 강화된다는 시스템으로 차별화가 있었기에 더 즐겨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그저 비 격투 게이머의 감상이기에 격투 게임을 주로 할 격겜 유저에겐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었고, 그로 인해서 사립 저스티스 학원도 포켓 파이터도 차기작 따위는 나오고 있지 않다. 격투 게이머가 사줄 일이 없고 그렇다고 비 격겜 게이머가 사줄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니까. 어떻게 보면 캡콤은 비 격투 게이머를 끌어들이는데에는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예로 내 경우에는 커스터마이징을 갖고 놀기 위해 소울칼리버6를 구매해서 그나마 다른 격겜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오래 즐긴 적이 있다. 가장 오래 즐긴건 퀸오브 하트->아랑전설-kof-사쇼-월하 순이긴 하지만. 만약 kof2013이 플포판으로 나온다면 컬러 에디트 때문이라도 살 가능성은 있지만 그 외에는 격겜을 살 이유가 거의 없다. 그 어떤 격겜을 해 봤지만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적 없었기 때문.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의 브리짓은 분명 끌리긴 하는데 문제는 사 놓고 아무것도 안 할거란게 문제고, 플포판을 사 봐야 컬러 에디트도 못 하고 기껏 정해진 컬러를 돈주고 사야 하니 모드를 적용 가능한 스팀판만도 못 하다는게 문제다.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지출이 예상되는 doa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분명 캐릭터는 취향 적격인데 무료판에서 마리로즈 몇번 건드려보고는 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고 있다. 2d 격겜도 힘든데 2d격겜보다도 콤보도 입력도 더 개차반인 3d격겜은 무리다. 예전에 psp판인가 비타판 철권을 할때도 그랬지만 게임을 진짜 징하게도 힘들게 했다. 블라드 뭐라는 러시아 군인놈을 썼는데 그놈 말고 다른 캐릭터는 콤보 쓰기가 어렵다보니 결국 그놈만 쓰다가 게임을 매각했다. 그놈 한놈만 써야 하니 재미가 없다.
콤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종종 격겜은 피지컬인가 심리싸움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이건 사실 논쟁거리도 없다. 격겜은 피지컬 겜이다. 내가 snk게임을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피지컬이 딸렸기 때문이다.
위에 적은대로 스트리트파이터를 싫어한 이유 중 하나는 입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는데 스트리트파이터에 비하면 kof는 입력을 잘 받았다. 그 중 결정적인것은 623 계통의 대공기의 입력 인식이었다. 스파는 623승룡권을 날리려다가 번번히 236파동권이 나가버린다. 근데 kof를 할 때는 그런 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 스파는 236파동권도 제대로 안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비해 kof는 파동권은 잘 나간다. 오히려 파동권 날리려다 승룡권 날아가는 경우가 생겨서 문제지. 심지어 95시절 테리의 라이징 태클은 2모으기8인 아래 위 기술이었는데 스파는 모으기 기술을 쓰려면 일정 타이밍 이상을 모아야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쳐 맞기 않기 위해 1 모으기 8 또는 6으로 써야 했고 이 모으기 기술을 쓰는 캐릭터는 마찬가지로 다른 모으기 기술을 가진 경우가 많아 종종 기술이 헛나가곤 했다. 근데 kof95시절 테리 라이징 태클은 어지간하면 바로 위아래로 발동되었다. 그래서 평타에서 이어지는 라이징태클이 용이했기에 콤보를 쉽게 쓸수가 있었다.
격겜을 심리전이라고 하는 놈들은 콤보를 자유자재로 쓸수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오는건데 초보 vs 초보 싸움에서는 심리전보다는 겨우 얻은 공격 기회를 가지고 최대 데미지를 뽑아내는 놈이 이기는 경우가 많고, 데미지를 뽑기 위해서는 콤보를 잘 입력하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콤보를 제대로 입력하는 능력은 말할것도 없이 피지컬이다. 오죽하면 격겜 회사들이 원버튼 자동콤보 시스템을 넣고 있겠는가. 피지컬 차이에 의한 승패가 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그 차이를 메꾸려고 넣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지컬 차이는 메꾸기가 힘들다. 아크시스는 계속 그 차이를 메꾸려고 실험을 하고 그랑블루 버서스에서는 아예 커맨드 타입이 아닌 방향키 조합 방식으로 기술이 나가게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간과한 것이 뭐냐면
초보는 그 방향키 입력 심지어 중립 입력도 좆같아 한다는 점이다. 굳이 할거였으면 원터치 콤보를 넣던지 아니면 스매시 브라더스나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처럼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입력이 먹게 해야 했다. 소점프? 대점프? 그딴거 쓸 줄 모르고 지금 상태가 중립인지 하단인지도 바로 분간 못 한다. 게다가 격겜은 기기빨을 심하게 타는터라 오락실에서 레버 상태가 나쁜 경우처럼 패드의 아날로그 입력 상태가 나쁘면 피지컬 차이가 배로 난다. 상대 컨트롤러 상태가 나쁘다는걸 알게 되면 심리전 따위 필요없이 대응 못 하는 공격으로만 반복해서 들어온다. 근데 격겜 아닌 게임은 컨트롤러가 좀 맛탱이가 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밀릴 일이 없다. 행동이 금새 간파당하기는 해도 그걸 역으로 낚시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격겜은 그럴수가 없다. 왜냐. 이동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인데다 격겜은 다른 액션 게임들이 별도의 버튼 조작으로 제공하는 점프,구르기,방어를 전부 방향키 위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컨트롤러 문제가 피지컬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컨트롤러 문제는 비유적인것 뿐이다. 플레이어 중에는 우측 이동이 자연스럽고 좌측 이동이 익숙치 않아 1p 위치에서만 할 수 있는 유저도 있다. 마찬가지로 점프를 잘 못 하는 유저도 있다. 컨트롤러가 맛이 간거나 손이 고자인거나 마찬가지라 예를 든거 뿐이다. 이걸 극복 할 수 있는게 피지컬의 유무다. 그리고 이런 피지컬 고자인 게이머도 다른 액션 게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반면 대전 게임만큼은 못 한다. 유저간 매치가 아닌 cpu와의 싸움도 버거워 한다. 그만큼 격겜이 피지컬을 타기 때문이다.
일반 액션 게임을 예로 들었으니 더 예를 들어 보자면 로그라이크류 게임이니 소울라이크니, 여러 생존을 목표로 하는 액션 게임들의 보스전들 조차도 대부분 패턴을 보고 피할수가 있다. 물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처음 보는 패턴이 아닌 이상 대충 10번 정도만 쳐맞아도 무슨 공격이었는지는 기억을 하고, 그 이상으로는 타이밍도 발생음도 모션도 판단할 수 있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든 패턴이기 때문이다. 보고 반응 할 수 없는 게임은 오히려 액션으로서는 실격이다. 게임 못 만드는 놈들이 꼭 보고서는 피할수 없는 공격들을 게임에 쑤셔 넣는다.
그런데 격겜은 그럴수가 없다. 콤보의 시동을 보고 반응하기 어려운 빠른 공격을 넣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cpu전이라면 상관 없는게 cpu는 심리전을 걸지 않고 플레이어의 꼼수를 학습하지 않기에 먹히는 기술만 써서 이기는게 되지만 사람을 상대로는 그러기 힘들다. 그래서 비 격투 게이머에게 있어서 격겜은 매력적일수가 없다. 다른 게임에서 하던 짓을 격겜에선 못 쓰니까. 그리고 다른 게임에선 느꼈던 재미를 느낄수가 없으니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랑블루버서스에서는 잡몹전이나 레이드식 보스전을 넣어놨는데 문제는... 얘네도 참 격겜 바보들이라 딱 격겜 만드는 수준으로만 만들어서 답이 없다. 왜 레이드전이 있는 rpg모드가 비격겜에서 나타나는 공정한듯한 기분이 드는 구조가 아닌 격겜의 공정해야만 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냐고.
로그라이크 같은거만 봐도 확실하게 강해지는 형태가 다르다. 이번엔 장비를 뭘 먹었으니 스킬트리를 그쪽으로 찍어볼까 또는 이번에는 원거리전 중심으로 키워볼까 하는 등 성장의 방향과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근데 페르소나얼티맥스나 그랑블루버서스나 소울칼리버나 성장하는 모드에서의 성장이라고 있는 것이 기껏해야 단순 공격력 증가 체력 증가 말고는 없다. 얘네 대체 왜 이따구로 만들지? 특정 기술이 강화된다거나 무한이 된다거나 발동 조건이 사라진다거나 무적 판정을 지닌다거나 연타기술이 된다거나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기껏 넣은 싱글용 rpg모드나 무한 반복 모드에서의 성장 형태가 기껏해야 공체 증가에 그친다. 디아블로,드래곤즈크라운 등 파밍게임들이 단순히 공격력만 올리려고 도는 줄 아는가. 특별한 장비를 입수하여 더욱 특별하게 강해지려고 반복해서 파밍을 하는거다. 근데 이 격겜 바보들은 그저 똑같은 게임을 수천 수만판 돌리게 만드는거 말고는 플레이 동기를 끌어올리는 구성에 아무런 생각이 없으니 정말이지 개탄스럽다. 아. 비격게이머는 수천수만판 똑같은 짓 해서 공격력 조금 올리자고 이런 짓 하지 않아. 애초에 수천수만판을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었으면 격게이머가 되고도 남았지. 생리적으로 현실적으로 그딴 무의미한 짓거리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니 안 하는거다. 제발 좀 비격게이머를 격게이머 다루듯이 하지마. 니들이 격게이머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질 못 하니 격겜풀은 계속해서 줄어들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얘네만 그런것도 아니고 소울칼리버도 이 방식에서 벗어나질 못 하니까 걍 격겜 만드는 애들로만 개발팀을 꾸리지 말고 개발팀 사이에 다른 액션 게임 만드는 애들을 투입해서 자율적으로 모드를 만들게 해야 한다. 이건 꼭 격겜만 만드는 애들만 그런것도 아니고 록맨같은 플랫폼 액션 게임 만드는 놈들도 비슷하다. 한 장르에 생각이 갇혀 있으면 넓게 보는게 안 되다 보니 점점 안으로 파고 들어서 하는 놈만 하는 게임을 내놓기에 외연 확장에 실패한다.
예컨데 아크시스는 격게이머를 늘리려고 이것저것 편의성이나 좀 더 가벼운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지만 문제는 비격게이머는 격게이머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거다. 격겜보다 더 재미있는게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격게이머가 될 일은 없다. 따라서 비격게이머를 격게이머로 만들기 보다는 비격게이머가 원하는 형태의 구성을 취해야 한다. 근데 아크시스는 감성이 뇌세포가 사고방식이 완전 격게이머 사고방식이라서 그걸 할리가 없다는게 문제다. 예컨데 지금 아크시스는 캐릭터 컬러를 돈받고 파는데 이게 비격게이머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없는 상품이다. 차라리 doa처럼 의상을 팔던지 소울칼리버처럼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dlc로 팔던지 해야 비격게이머의 마음을 끌수 있는데 고작해야 색놀이를 돈받고 팔려하니 얼마든지 색을 바꿀수 있는 다른 3d게임에 비해 끌리는 요소가 없다. 더군다나 스팀의 모드 적용처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플랫폼과 그렇지 못 한 플랫폼 사이에서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기 때문에 이 차이를 해소 할 만한 dlc를 내야지 이따위의 색상 놀음으로는 충족 시킬수가 없다. 소울 칼리버처럼 상대에게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커스터마이징의 코스플레이 놀이용 dlc가 사실 딱 적격인데 말이다. Doa는 어차피 자기 혼자 벗기고 구경할거라서 모드 적용만 된다면 대전 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는 요소일테고.
또한 비격게이머를 끌어들이기 위한 싱글 플레이 모드 한정이라면 시즌제 방식도 고려 해 볼만하다. 예컨데 유희왕 마스터 듀얼을 예로 들어본다. 유희왕 tcg 역시 대전 형식에 의지하는 게임 장르이다. Cpu보다는 똑똑하고 다채로운 덱을 들고 나왔을 때 상대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며 tcg는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별로 없다. 덱 구성에 따라서 하드 카운터 덱이 상대가 될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이 상대의 하드 카운터 덱일수도 있다. 그리고 이 카드의 구성과 강세를 띄는 덱은 시즌에 맞춰 추가된 카드에 따라 변화한다.
그래서 유희왕은 시즌의 흐름에 따라 강한 덱이 변화하고 강한 덱을 맞추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그런데 격겜은 그게 안 된다. 왜냐. 철권의 고엘기녹을 보라. 고우키,기스,녹티스는 유희왕의 시즌제 컨셉처럼 새로 등장한 dlc 캐릭터가 강캐로 두각을 내는 형태다. 만약 유희왕 유저라면 와 저 덱으로 갈아타야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격겜머들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는다. 왜냐. 격겜은 공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꾸준히 강하다면 결국 갈아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화를 내며 너프를 원한다. 그래서 격겜은 시즌제 형식을 취할수가 없다. 하지만 추가 dlc 캐릭터의 강함이 아닌 싱글모드용 멋있고 예쁘고 성능까지 좋은 장비라면, 그리고 등장하는 적이 레이드 방식의 강화된 적 캐릭터나 상대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을 담은 고스트 캐릭터를 상대로 한다면 대전의 까다로운 규칙과 공정함의 압박에서 벗어나 비교적 가벼운 플레이를 지향할수가 있을테니 시즌제도 가능 할 거라 생각한다. 아니면 과거 철권이 적용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 같은 요소를 넣어도 좋긴 한데 아크시스는 아예 길티기어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만들다가 망했지. 격겜만 만들던 놈들이라 정작 벨트스크롤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전혀 몰랐으니. 어떻게 뭔 생각으로 만들어야 이런 똥겜을 내놓나 싶었는데 그만큼 아크시스가 격겜 말고는 개발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인지라, 아무래도 이런건 아크시스에겐 눈꼽만큼도 기대하긴 힘들다. 근데 뭐 꼭 레이드나 벨트스크롤이나 의상 보상 이런거 아니어도 그냥 tcg처럼 수집형 카드를 획득하는 형태여도 잘 먹힐거다. 거기에 live2d같은거 좀 적용하고 말이지.
비격게이머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강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결코 격게이머처럼 한 캐릭만을 파고 들어 마스터하고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가능한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놀고 싶어하고 빠르고 편하며 즐겁게 성장하길 바란다. 격게이머가 늘지 않는 이유는 격게이머로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 매우 느리고 피곤하고 스트레스까지 받기 때문이다. 비격게이머는 키우기 귀찮고 성능 나쁜 캐릭터는 어지간히 애착 없는 이상 바로 버려버린다. 그리고 격투게임의 캐릭터를 숙달하는 과정은 대체로 약캐에 익숙해지는 과정과 같다. 일반 게임에서 약캐를 잘 쓰기 위해 장비나 아이템을 투자하듯, 내가 쓰면 약캐인걸 잘 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기에 그래서 하는 놈만 격겜을 한다.
캐릭터가 사용하기 편하고 강한 성능이라면 자연스레 플레이하는 시간이 늘고, 플레이 하는 시간이 늘수록 캐릭터에 능숙해지고 꾸준히 이겨나가기에 처음엔 몰랐던 여러가지 특징들을 숙지하게 된다. 반면 캐릭터가 약하다면 특징을 숙지하기도 전에 패배밖에 적립하지 못 한다. 하지만 캐릭터를 일방적으로 상향 할 수는 없으니 장비,기어 개념으로 상향을 시키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사용하는 시간을 자연스레 늘리는 것이다. 인저스티스2가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대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이나마 격게이머로 전환을 유도할수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스토리도 중요한데 대체로 격겜의 스토리는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우승 상품을 노리고 참전, 다른 하나는 세계의 위기를 막기 위해. 그런데 후자인 세계의 위기는 가장 구려터진 형태의 시나리오다. 일단 세계의 위기가 닥쳤는데 한가롭게 한놈씩 싸우거나, 아군끼리 싸우거나, 다구리를 안 하고 보스랑 1:1을 한다던가 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승 상품을 노리고 출전하는 것은 심플하지만 어째서 싸우는지를 설명하기 무난한 스토리에 각 캐릭터의 목적을 통해 캐릭터성을 드러내기가 쉬워진다. 캐릭터의 매력만 충분하다면 사실 스토리 역시 별로 중요하진 않다. 무겐이나 퀸 오브 하트 같은 캐릭터 총출동 게임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조작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고, 반남류 캐릭터 격겜이 다 그렇듯이 캐릭터빨만 믿고 만들어지는지라 시스템이 엉망이든 스토리 모드가 구리든 격겜 같은거 아예 안 하든간에 사 주는 팬층만 존재한다면 나오는 것 처럼 비격게이머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구매 독려 요소가 캐릭터다. 어찌보면 스토리 따위 신경도 안 쓰는 격게이머랑 큰 차이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대부분의 캐릭터 팔이 대전류 게임이 스토리,아케이드 모드에서 엔딩을 넣어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다보니 아예 등한시 해서도 안 될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비격게이머를 상대로 한다면 캐릭터 뷰어 모드 같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아크시스가 피규어모드를 넣긴 하지만 원하는 형태를 보기 위해서는 노가다가 너무 심한데다 모든 포즈를 프레임별로 볼수는 없다보니 모드가 있어도 즐기기가 힘들다. 특히 2d가 아닌 3d인 경우 리플레이 상태에서 진행상황의 배속이나 뒤로감기,앞으로감기,정지, 시점을 마음대로 조작 할 수 있다면 마음에 드는 리플레이를 뽑기 위해 대전에 신경 쓰게 될텐데, 캡콤이나 아크시스나 1프레임 재생은 지원하지만 세세하게 나뉘어진 느린 재생 배속 설정 및 뒤로 감기, 시점 바꾸기 등은 아직 지원이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범람하는 격겜 사이에서 독특함을 내세우고자 도입되었던 의상파괴나 맵 파괴 기믹 요소도 좀 제대로 고려하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개발 리소스 문제랑 주 구매층인 격게이머의 비선호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 과거처럼 활발하게 차별화를 꾀하던 때가 그립다.
충동적으로 격겜을 이것저걱 구매하여 쌓아두지만 정작 그 게임들을 만족할만큼 즐겨본 적은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격겜은 정말 가성비가 나쁜 것이 잘 하려면 수천 수만판을 해야 하고 이게 과거 판당 100원시절이어도 10만원 100만원대가 되는데 차라리 그 돈이면 다른 게임을 하고 만다. 콘솔,pc로 넘어와서는 격게이머 기준으로는 가성비가 가장 좋아졌지만 비격게이머에게는 아케이드든 콘솔이든 마찬가지로 가성비가 나쁘다. 그야 온전히 다 즐길 일이 없으니까. 그나마 snk 게임들은 엔딩 일러스트 모으기 용으로 kof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캡콤 게임은 기본 싱글 난이도도 좀 짜증나게 높은데다 일러스트도 딱히 끌리는게 없는 형태라서 일러스트 모으기 용으로 진행도 거의 안 했다. 아예 손을 안 댄건 정말이지 끌리는 점 하나 없던 버추어 파이터였지만. 3d 격겜을 만들면서 여캐를 매력없게 만드는 회사가 너무 많다보니 점점 더 격겜에 흥미가 안 생기는 점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그나마 도트라도 보려고 격겜을 구경이나 했는데 지금은 아크시스의 셀셰이딩급이 아니면 전혀 관심이 안 간다. Doa는 굳이 격겜으로 하기 보다는 젖배구로 하는게 더 낫고.
근데 가장 중요한 점은 격겜을 하느니 차라리 다른 게임을 하는게 낫다는 점이라서.. 격겜을 하느니 차라리 소울류를 하고, 소울류를 하느니 차라리 로그라이크류를 하고, 로그라이크류를 하느니 몬헌,토귀전류를 하고, 몬헌류를 하느니 무쌍류를 하고, 무쌍류를 하느니 차라리 벨트스크롤 게임을 하고 벨트스크롤 게임을 하느니 캐슬배니아류를 하는 장르적으로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임들이 넘쳐나는데 구태여 격겜을 할 이유가 없다는게 문제다. 게다가 내가 같은 대전류 게임은 유희왕 마듀에서 받는 스트레스조차 격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할바가 아닌 그야말로 격겜은 사람을 너무 가리는 장르란게 문제. 운빨도 안 먹혀, 실력을 커버할 요소도 없어, 게임은 공정성을 요구하지만 정작 매칭은 공정하지 않고, 유희왕은 좆같은 덱의 기동 카드만 보고 바로 서렌을 치고 나가버리면 되는데 격겜은 빠른 서렌조차 지원 안 되니 차라리 유희왕에서 티어덱을 상대하는 것이 더 행복한 상황이지. 정말이지 격겜은 답이 없다. 이 장르는 개발사의 인식과 주 유저층의 인식 변화, 개발비용의 절감 및 획기적 시스템의 도입이 없는 한 꾸준히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