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신하야리가미3 감상 - 이제 그만 놔 줘야 할 것 같은 시리즈

 전작 신하야리가미2는 호러 게임으로서는 실패작이었다.


무서워야 할 이야기에 억지 감동을 쑤셔 넣거나, 오컬트,호러와는 상관없는 도청 로봇 이야기를 넣는다거나 f.o.a.f라는 비밀조직이 관여함으로서 호러의 깊이가 퇴색되었다.


3도 그런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렇기에 아마 이 시리즈는 2의 기조를 유지하며 이어나가려는 듯 하여 더 발전의 가능성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주 발전을 안 한건 아닌 것이 2보다는 로딩이 빨라졌고, 호러 일러스트의 양이 늘어나서 보는 맛은 좀 괜찮아졌다. 그리고 텍스트 호러도 조금 공을 들인 느낌인데 틈새녀 오컬트 루트에서의 일기를 읽는 부분은 틈새녀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노출하여 심리적 거부감과 이질감으로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그 외에는 뭐 별로 대단할게 없다.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는 2보다 못 하다.


3는 게임 내내 무슨 일만 있으면 기승전 f.o.a.f탓을 해댄다. 전작 2에서는 그런 조직이 있고, 괴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 라는게 드러나긴 하는데 3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는데도 무작정 f.o.a.f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아 이거는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구나 라는게 아니라 일단 f.o.a.f를 조지면 어떻게든 될거 같아 라는 느낌에 가깝게 되어 무섭지가 않다. 괴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때가 두려운데 자꾸 흑막을 찾아대고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러내야 할 어둠과 공포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루트 구분인 오컬트,과학 루트 구분법은 2에 비해 더 의미가 없어졌는데 2는 그래도 루트 구분을 통해서 이야기가 조금은 변형이 되었다. 어차피 같은 범인 같은 결론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오컬트,과학으로 구분한 의미는 있었는데 3에서는 이 구분이 정말로 하나도 의미가 없다. 범인을 정해놓고 범행 방법을 오컬트적인 방법 과학적인 방법으로 나눠 이러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국 모든 결론은 오컬트 루트의 결론으로 귀결되기에 루트가 나뉜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이다. 최소한 2에서 루트에 따라 단독행동인지 아니면 복제인간들이 한 행동인지로 결말이 달랐던 것에 비해 3는 그야말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특수부에 들어온 고게츠랑 니이미, 그리고 캐릭터가 바뀐 세나도 문제다. 2에서는 그래도 세나와 팀을 이루었기에 같이 행동한다는 느낌이 있는 반면 3에서는 시시때때 니이미가 플레이어를 향해 반대 의견을 내기만 한다. 대안 없이 무조건 오컬트 부정파인 니이미는 지속적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저해하고 플레이의 맥을 끊어먹는다. 그걸 막고 정리하는게 고게츠이긴 하지만 이 둘의 분위기는 bl느낌을 물씬 풍기기 때문에 호러 게임에서까지 bl을 보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플레이의 산통을 깨게 만든다. 그렇다고 중간에서 중재하는 고게츠랑 뭔가 팀을 이룬다는 느낌도 없이 각자도생으로 따로 따로 행동을 하기에 팀이란 느낌도 협력한다는 느낌도 없으며 시종일관 서로 따로 떨어져서 행동하기만 한다. 그래놓고 여전히 감성팔이 우리는 팀이야 식으로 결론을 내려 하니 좆같다.


늘어난 일러스트 양은 반길만 하지만 문제는 일러스트들이 무섭긴 한데 무섭지 않다. 신하야리가미1 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일러스트의 광기도 광기지만 확하고 달려들 듯한 역동감이나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3에서의 일러스트는 그 느낌이 없다. 물론 아예 무서운게 없는 2보다는야 낫지만 광기나 감당 못 할 공포라는 느낌은 없다. 예로 1에서의 인형편에서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정말 광기가 서려 있어서 나중에 모바일판 신하야리가미의 인형편을 구매하고 다시 볼 정도였는데, 3에서의 서양인형편에 등장하는 인형들의 괴기 일러는 무섭다는 느낌은 조금 들지만 광기는 매우 부족하다. 그나마 인간스튜편에서 물 마시고 미친 모습은 와 광기서렸네 라는 느낌은 드는데 그 외의 일러스트들은 일부러 확 튀어나오는 식의 애니메이션 연출로 일부러 놀래키는 식이라 그냥 보고 무섭다는 느낌은 적다.


F.o.a.f 프렌드 오브 어 프렌드. 친구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라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각 화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스포일러를 하고 있고 이야기 내내 여러 괴담들을 늘어놓는것도 이야기의 분위기를 저해한다. 미리 사전예고 없이 훅 들어오는 맛이 없다보니 준비 된 상태에서 겪는 두려움은 크지 않게 된다. 또한 비밀조직으로서 f.o.a.f도 문제가 있는 것이 결말부에서 조직원이 두명이나 전향을 하게 되는터라 이게 막 감당 못 할 스케일이라거나 엄청난 조직이란 느낌도 없고 점점 끝을 내기 위해 정리하려는 느낌에 가까워져서 신비감도 경계심도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f.o.a.f 조직이 벌여놓고 수습을 못 한 일을 해결을 하는터라 더더욱 이 비밀조직이 허당스러워서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게 된다.


예컨데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sern이라거나 100인 위원회 등은 확실하게 세계에 악영향을 주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느낌이 있는데 비해, 신하야리가미에서 나오는 f.o.a.f는 금발머리 외국인을 대표로 내세우지만 경찰에서 봐도 못 본척 하는 그런 미적지근한 존재에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사건을 일으켜도 결국 이게 세상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스케일로는 가지 않아서 존재 의미를 찾기 힘들다. 솔직히 2,3편 전부 f.o.a.f조직이 있든 없든 별 상관 없는 이야기다. 굳이 이 조직이 등장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며 이 조직이 있기에 더더욱 괴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란 느낌이 없고 여차하면 f.o.a.f가 뒷정리한다는 느낌이 강해 괴담으로서의 위력이 옅어진다.


그런데 이게 2에서 욕먹어 놓고 3에서도 이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f.o.a.f조직을 정리하려 하는 그런 의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게임의 형태가 2에서 크게 발전된 것이 없고 오히려 f.o.a.f 의존적으로 되어 버렸기에 4가 나온다 한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이제 놔줄때가 되었다. 이정도로 속아 줬으면 된거지. 3편까지 왔는데도 발전이 없으면 그게 한계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