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유치원 대란에 대한 개인적인 다른 생각

유치원 대란은 유치원의 비리니 원래는 개인 학원과도 같았던 사립에게 유치원의 자격을 주고 보조금 타먹기로 끌어들인걸 이제는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무책임이니 하는 문제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유치원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비롯한다고 여겨진다. 실제로도 유치원의 비리보다 그 유치원이 문 닫아서 애를 못 보낼까봐 끙끙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전세계적으로 출산율은 급감하는 편이지만 대한민국 출산율은 이제 1도 채 되지 않을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 과거와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올라간 의식 수준이 같은 수준을 요구해서 상대를 까다롭게 고르고, 아이를 위한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생활 수준을 위해 돈을 보고,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보니 결혼하기 싫어지고 애 낳기 싫어지고, 애는 낳았는데 돌보기 싫어지고. 그럴 수도 있고, 정말 돈 때문에 애 가지기 싫을 수도 있고, 과거와는 다르게 범죄도 줄었지만 동시에 인간이 잔인해지고 책임감이 없어져서 영아 유기를 많이 한다던가 할 수도 있고, 베이비 프리미엄을 장사수단으로 써 먹는 사기꾼 장사치들이 만든 상황이 고착 시켰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게 인류 멸망을 위한 단계이고 인간은 벗어날 수 없는 과정일수도 있고, 헛소리를 한다면 늘어놓을 것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인식의 변환. 그것에 대해서만큼은 말하고 싶다. 인식이 변했다. 이게 정말 뼈저리게 느껴진다.


나 중고딩 시절만 해도 남자는 가정을 꾸리고 결혼 해서 아이를 가지는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한 15년~20년 전쯤이었을 거다. 그러면 너무 노땅같으니 딱 15년 정도 라고 치자.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에, 고딩 시절에 와 결혼하고 가정 가질수나 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웃기게도 이게 5년인가 그 안에 확 바뀌어 버렸다.


뭔 크래커 마냥 바삭바삭 부서져서는 결혼하고 가정 꾸린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박살나고 싱글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핵가족 세대를 경고하던 교과서 내용과는 달리 성년이 되서 보니까 걍 지혼자 잘 살더라 이거다. 그래도 10년전까지만 해도 뭐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어? 라는게 그나마 남아 있던 인식이었는데 이게 또 그 뒤 3~5년만에 팍팍 깨지기 시작한다. 결혼비용 때문이다. 억대를 부르는 결혼 비용이 사회적 문제로 화자되면서 결혼에 대한 부담이 팍팍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또 결혼 해야 하나? 라는 인식이 퍼지고 내리면서 결혼 하지 말지 뭐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일본의 초식남 어쩌구 하면서 혼자 사는게 좋다더라 하고 그런 분위기도 팍팍 퍼져나갔고 말이다.


웃기게도 이 과정 속에서 진짜 그 시대를 살던 애들은 뭐 별 생각이 없었다. 대체 왜 저런 일들이 벌어지는거지? 하는 의문만 있었는데 막상 접하면 그냥 사회가 확확 변하더라 이거였다. 난 별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세상이 싱글을 이야기 하고 결혼 비용을 이야기 하고 그렇더라 저렇더라 그러다 보니 어라? 난 그 가운데에 놓여 있었더라.

결혼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사랑 하기 싫은 것도 아니지만 핑계 대기 싫은 것도 아니다. 내가 실패 한 것도 아니지만 실패하지 않았음을 어필하기에는 딱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나도 싱글 해 버리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느낌? 그런 형태로 흘러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시간은 덧없음을 느끼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무기력하게 흘려 보낸 시간들을 떠 올리면 그 안에서 과연 연애하고 결혼 할 시간이 있었을까 싶기까지 한데, 과연 진짜 연애하고 결혼 할 만큼 여유롭던가 자유롭던가 하는 의문도 든다.


돈 때문인가? 돈 때문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꼭 그것 때문은 아닐것 같다. 사랑도 돈 결혼도 돈 육아도 돈으로 치부하는 세상이지만 꼭 그것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핑계대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돈 없어서 못 했어요. 너무나도 좋은 핑계다.


실제로 이 사회를 주도하는 가진자. 주도권층은 청년층이 아닌 4~50대 이상의 장년층들. 그들이 가진 재산과 사회적 위치가 내려가질 않아 청년층은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웃기게도 인식 만큼은 청년 위주로 돌아간다. 돈은 절대 그들 위주로 돌아가지 않지만.


인식이 빨리 빨리 변하고 그에 수긍하는 분위기로 전환되지만 정작 가진자는 청년이 아닌 상황에서 뭐지? 싶은 아이러니함만 남는다. 정말 뭐지? 싶다. 왜 이들은 가진자가 아닐까? 노력이 부족해서? 운이 없어서? 사회적 상황이 여의치 못 해서? 모르겠다. 성공하는 청년을 쫓으면 부모 돈 몇천만원에 부모 건물 받아서 흙수저로 시작했어요로 시작하는 글귀에 분노하는 사람들. 하지만 세상의 논리는 잔인하다. 자본금 없이 사업 못 하는게 현실이고, 사업도 못 하면 돈을 크게 벌 수 없고 성공하기 힘들다. 단순히 가진 재능만 가지고 뛰어들기에는 세상은 벽이 너무 많고 높고 크다. 그러니 안전빵으로 공무원 노리는게 또 대세가 되고, 재능 가지고 성공 이라하면 노래 부르거나 힙합 하거나 이런 걸로 꼬드기곤 한다. 사실 노래 불러서 아이돌로 뜨는게 요즘 시대의 성공으로 자리 잡은 것도 현실이라면 현실.


아 그래서 다들 결혼하기 싫어서 좋은 핑계거리 갖는데 유치원은 대체 왜 난리인데? 오히려 출산율이 줄었으면 유치원 줄여도 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유치원은 왜 난리?


그래서 또 생각 해 보면 웃기는게 앞서 말한 인식의 변화만큼 빠른 것이 바로 애 돌보기 인식의 변화다. 요즘은 부모가 애를 안 돌본다. 어린이집이다 학원이다 뭐다 해서 전부 다른 사람들이 돌본다. 부모는 어디? 20년전만 해도 부모가 애를 안 돌보면 부모가 대체 뭐하는거야? 라는 말이 나왔다. 근데 요즘은 안 그런다. 쌈 붙는게 무섭고 시비 털리는게 싫으니까 잠잠하다. 싸가지 없는 애새끼 부모 새끼 서로 안 패는 기조에 한껏 불 붙이는게 나랑 상관 없으면 쉬쉬. 인식의 변화였다.



나 옛날 어릴적 이거 또 써 먹는데 진짜 요즘은 정말 옛날 같지 않다. 옛날에 애가 잘못 하면 부모가 와서 싹싹 빌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요즘엔 애가 잘못 하면 변호사나 경찰이 뜨는 듯 하다. 가해자는 우리 애는 잘못 한거 없다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피해자를 협박까지 한다. 옛날 같았음 마을 단위로 린치를 가해서 가해자 새끼가 저딴 짓거리를 하면 저딴 새끼 우리 마을에서 내쫓아! 살지 못 하게 해! 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마을이 아파트라 층마다 분위기가 달라 굳이 터치를 안 한다. 너무 심하게 린치를 가하는 것도 좋은건 아니지만 이제는 아예 건드릴 생각을 안 하니까 그렇게 쳐 맞아 본 적이 없는 새끼들이 심각하게 나대는 경향이 있다.


노키즈존. 이것도 최근에 생긴 인식이다. 옛날엔 안 그랬다. 식당에서 애새끼들 뛰어다니는건 당연했는데 너무 심하면 어른이 어험 욘석들아 그러면 못 써 하고 그러면 애들이 네~ 하고 조용해진다. 정 뭐하면 부모가 직접 타이르거나 걍 내보냈다. 근데 요즘에 그런 짓 했다가는 쳐 맞아 본 적 없는 부모 새끼들이 어머 당신이 뭔데 내 아이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라고 지껄인다. 식당 분위기를 위해 단골이 한마디 했는데 순식간에 천하의 썅놈 새끼가 되어 버리고 뻘쭘해져서는 그 식당 안 가게 되고 단골 사라지고 애새끼들은 무쌍난무를 펼치는데 막을 자가 하나 없고 그 부모 새끼들은 대가리가 없으니 당연히 노키즈존을 선호하게 된다.


내가 대체 왜 이렇게 말을 길게 끄는지 궁금 할 것이다. 그래. 이거다. 인식의 변화. 과연 지금의 애를 키우는 부모들은 애를 키울 만큼의 인식이 있긴 하냐? 라는 의문이 든다.


지금 유치원에 애들 보내는 부모들은 그거잖아. 유치원에 안 보내면 어떻게 하냐 이건데


원래 애는 부모가 키웠어요. 지금의 부모들도 그 부모가 키웠구요. 정말 언제부터 애들 유치원에 보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풍조가 퍼졌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유치원은 의무 교육이 아닙니다. 근데 뭔 의무교육 마냥 생각해서 유치원 보내 놓고 더 오래 두면 안 되요? 이런 생각 품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라 이거지. 애 키우기 싫은 부모가 유치원에 떠넘기는게 지금 부모들의 인식에 널리 퍼졌다 이거다.


또 그럼 핑계 나오겠지. 아니 그럼 애 키우는데 돈은 어떻게 해요. 돈 벌어야 애를 키우지. 하면서 애 유치원에 보내고 자기는 돈 벌러 간다고. 근데 진짜 돈 때문이면 애를 안 낳았겠지. 유치원 보내는 3세~6세까지 그 6년의 기간. 근데 돈 없어서 연애 못 하고 결혼 못 하고 애 못 낳고 하는 인식의 변환 기간. 어라? 다르지 않네? 이거 뭐야? 어디 다른 평행우주에서오셨나? 돈 때문에 못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애는 태어나고, 다시 돈 돈 돈 근데 진짜 돈이야? 돈 때문이 맞긴 해? 그냥 책임전가가 아니고?



작금의 상황이 핑계 대기 좋은 상황인건 인정해. 청년들 돈 없고 힘들고, 뭐 미래 없고 비전 없고 근데 돈이 없는 걸 핑계로 댄다 쳐도 책임감이 없는 걸 핑계 대는건 아니잖아? 과연 부모로서 애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도 키울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부모라면 애를 유치원에 못 보내는게 문제일까? 아니면 유치원의 문제를 그냥 두고 보는데도 애를 보내야 하는게 문제일까? 설령 유치원을 못 보낸다 하면 과연 그 책임감 없는 부모들은 유치원만 안 보낼까?



아무리 세상의 인식이 바뀌고 대안이 늘어나도 기본적으로 애는 부모가 돌보는거다. 그런데 문제는 인식의 변화가 퍼지는 것과 동시에 애를 키우기 싫은데 억지로 키우는 부모도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지 못 한 사람들이 부모가 되서 벌어지는 일이다.


애는 부모가 키운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유치원 대란은 유치원 비리라는 점 말고는 큰 해프닝이 될 꺼리가 없다. 그런데도 지금 상황은 정부, 유치원, 부모 전부 전전긍긍하고 있는게 코미디다. 부모는 애를 떠넘기고 싶어하고, 정부는 유치원에게 떠넘겼고, 그 중 사립 유치원은 비리 논란에 휩싸였는데 사립을 빼자니 애를 둘 곳이 없고. 정작 이 와중에 가장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유치원이라는 사실이 코미디인것이다. 만약 사립 유치원이 책임감 없이 그냥 폐원 해 버리면 오갈데 없는 아이들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문장을 써 가며 방황하는 부모들을 피해자로 둔갑 시킬테니까.


부모로서 책임감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이다. 최근의 현실에서 애 패면서 교육 시킨다 하면 어머 저 사람 폭력 부모야 하겠지만 옛날엔 잘못하면 전부 줘패서 키웠다. 하지 말란거 또 하면 진짜 말 안 들어 먹는걸 매로 못 하게 했고


그런데 요즘은 진짜 애 패는 걸 본 적이 없다. 마트에서 애가 징징대도 들어주기만 하지 안 돼 라고 하는 걸 볼 수가 없다. 장보러 마트에 가면 꼭 애 데리고 오는 부모가 애를 다루질 못 해서 마트 전체에 애 우는 소리가 울릴 정도다. 그런데 정작 그 부모는 그냥 모르쇠 한다. 한둘이 그러는 것도 아니다. 거의 모든 부모들이 그런다. 부모들의 애를 다루는 스킬이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퇴화했다. 보는 입장에선 그냥 좀 패서 가르쳐라 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사회적 인식이 부모에게서 매를 빼앗은 이상 부모가 애를 다루는 방법이 제한되고 그렇게 자기 주장만 열심인 애를 바라보는 부모 입장에선 속만 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괜히 책임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공연히 애가 싫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괜히 매라도 들었다가 돌아올 반응은 싸늘 할 터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떠 맡기고 싶어지는 것이다. 제발 얘 좀 맡아주세요 라고. 그런데 웃긴건 사회적 인식이 계속 변화하는데 정작 변화가 더딘게 하나 있다. 애들은 원래 그래. 이거다.



애들은 원래 그래. 이 웃긴 인식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애들이 원래 그렇긴 뭐가 원래 그래? 애는 부모하기 나름이다 주변환경 나름이다. 결코 애라서 무턱대고 애같은 짓거리를 하는게 아니다. 아빠 엄마 없이 할머니나 할아버지 모시고 사는  애가 동생도 딸려 있을 경우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과도하게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 그게 원래 애라서 그런가? 아니다. 환경이 그렇게 애를 변화시킨다. 용인 벽돌 사건은 애라서 사람 죽였나? 애라서 원래 그런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애들은 원래 그래 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가? 애들은 원래 그래. 그런데 원래 그랬던 그때 그 시절 체벌은 정작 쏙 빼놓지 않았던가? 원래 그랬던 애들에게서 원래 그래왔던 체벌을 쏙 빼 놓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는 것은 필연이며 그 고삐풀린 망아지를 통제하지 못 해 떠넘기지 못 해 안달이 되는 것도 필연이다.


인식의 변화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변화를 통해서 자기검증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인식과 결코 변화하려하지 않는 인식이 서로 충돌을 할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 마냥 한쪽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유치원 대란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일 중 하나일 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보다 더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 지 난감 할 정도로 꼬여있는 이 판국에 그 애들은 원래 그래 라는 인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도 그럴 것이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서 망아지가 되어 버린 자식들을 합리화 시키기에는 애들은 원래 그래 라는 말 이상으로 매혹적이고 그럴싸한 말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책임감 없는 애들이 애를 키우는 꼴이다.